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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살던 사람들이 집을 실제보다 웅장하고 아름다워 보이게 만들었던 것이다. - P16

포레스트 부인과의 만남은 아주 사소하게라도 불쾌한 느낌을 남기지 않았다. 그녀가 가볍게 묵례하거나 눈길만 던져도 개인적인 친밀감이 형성되었다. 그녀의 매력이 순식간에 상대를 사로잡으며, 상대는 그녀라는 사람 자체와 그 우아함과 연약함, 말없이 너무나도 많은 것을 이야기하는 그녀의 입과 더불어 거의 항상 가벼운 조롱기와 미소가 넘실거리는, 생기발랄하고 친근한 눈빛을 강하게 의식했다.

메리언 포레스트 - P45

투박한 위엄 아래 웅숭깊은 천성과 단 한번도 흔들리지 않은 양심이 자리했다.

"행복한 나날을 위하여!"
이 세 마디를 그처럼 진중하고 기품 있게 말할 수 없는 사람은 또 없었다. 엄숙한 순간이었으며, 운명의 문을 두드리는 것만 같았다. 행복하거나 그렇지 않은 모든 날이 그 문 뒤에 숨어 있었다.

대니얼 포레스트 - P62

글쎄, 내 철학은 이겁니다. 사람이 날마다 생각하고 계획하는 것이 있으면 결국에는 ㅡ말하자면, 자기도 모르게ㅡ이루게 될 거라는 겁니다. 어느 정도는 말이예요.

내가 말한 방식으로 간절히 꿈꾸는 일은 이미 성취한 거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 P66

이상하게도, 닐은 포레스트 대령의 아내로서의 그녀에게 가장 큰 흥미를 느꼈으며 남편과의 관계에 비추어 본 그녀의 모습을 가장 흠모했다. 그녀의 숱한 다른 매력들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이 철도 건설업자를 이해하고 그에게 충실한 모습이 무엇보다 강하게 그녀에게 새겨져 있었다. 그것이야말로 품성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자신이 준수하는 관습을 한껏 조롱함으로써, 그녀는 모순이라는 마력을 물려받았다. - P93

닐 허버트

그는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했는지에는 무관심했다. 그는 그들이 무엇을 느끼고 어떻게 살았는지에 강렬한 호기심을 느꼈다.

그는 이 책들이 한가로이 시간을 즐겁게 보내기 위해 만들어진 발명품이 아니라, 실제로 살아 숨 쉬고 움직이다가 들킨, 엄격한 형식과 딱딱한 문구라는 겉모습 뒤에서 깜짝 놀란 생명체르 여겼다. 그는 과거를 엿보고 있었으며, 누군가 이 작은 서부 마을들을 꿈꾸기 훨씬 전부터 돌진하고 반짝거리고 화려하게 죄를 지은 위대한 세계로 빠져들었다. 램프 옆에서 보낸 황홀한 밤들 덕분에 그는 시야가 넖어졌고, 주변 사람들을 다른 시선으로 보게 되었으며, 자신이 그들과 어떤 관계를 맺기를 바라는지 확실히 깨달았다. - P97

우아함, 다채로움, 사랑스러운 목소리, 검은 눈동자 속에서 빛나던 즐거움과 환상, 이 모든 게 무의미했다. 그녀가 모욕한 것은 도덕성이 아니라 미적 이상이었다. 눈에 보이는 것보다 더 특별한 아름다움을 지닌 아름다운 여자들....그들의 찬란한 매력은 언제나 저속하고 숨겨진 무언가에서 우러나오는 것일까? 그것이 그들의 비밀이었나? - P102

내가 없는 자리에서 누군가가 나를 기억해 준다는 건 참 기쁜 일이에요 - P114

그녀에게 간절히 묻고 싶은 것이 하나 있었다. 그녀에게서 진실을 듣고 마음을 편히 하고 싶었다. 그녀는 엘린저 같은 남자와 있을 때 자신의 기품은 전부 어떻게 하는지? 어디에 치워 두는지? 그리고 그것을 한번 치워 놓은 다음에 어떻게 다시 자신을 되찿아서, 사람들에게 ㅡ심지어 그에게도 ㅡ세상 누구와 맞서도 부러지지 않게 단조된 칼날 같은 굳건한 힘을 실어 주는지? - P118

아이비가 흡연실로 떠나자 닐은 창밖에 흐르는 스위트워터의 풍경을 바라보며 곰곰이 반추했다. 과거에 서부를 개척한 이들은 숭고한 마음을 지닌 모험가들이자 꿈을 꾸는 사람들로, 위대하게 느껴질 정도로 비현실적이었다. 예의를 중시하고 의리에 목숨을 걸던 이들은 공격에는 강했지만 방어에는 약했고, 정복은 할 수 있되 정복한 땅을 지키지는 못했다. 그들이 일구어낸 드넓은 영토의 운명은 이제 아이비 피터스처럼 평생 아무런 도전도 하지 않았으며 아무런 위험도 감수하지 않은 이들의 손에 달려 있었다. 그들은 신기루를 꿀꺽 삼키고 아침의 싱그러움을 흩날리고, 자유를 잉태한 드높은 정신을 뿌리 뽑고, 위대한 영주들의 관대하고 여유로운 삶을 끝장낼 것이다. 성냥 제조업체들이 원시의 숲을 폭발시키듯, 이들은 개척자들의 영역과 빛깔과 귀족처럼 부주의한 태도를 산산이 조각내어 이윤으로 환산할 것이다. 미주리부터 산간지방까지, 고달픈 시대로부터 쩨쩨한 경제관념을 배운 약삭빠른 젊은 세대는 아이비 피터스가 포레스트 블레이스의 습지를 배수하며 저지른 것과 정확히 똑같은 일을 저지를 것이다. - P124

불운이 그림자를 드리우기 시작한 이후에도 그녀는 예전처럼 사람들로부터 거리를 두었다. 그녀는 아무런 부탁도 하지 않았으며 아무런 도움도 받지 않았다. 타운 사람들을 대하는 그녀의 태도는 한결같았다. 느긋하고 정중했으며 무심했다. 포머로이 판사와 데니슨 선생을 제외한 그녀의 친구들은 모두 오래전에 스위트워터를 떠났다. 타운 주부들이 찾아오기라도 하면 그녀는 응접실에서 맞이했고,
그들이 결코 꿰뚫을 수 없는 담담한 태도로 미소 지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들은 감히 그 선을 넘지 못했다. 여전 - P159

아돌프는 망설였으나 응접실의 퇴창을 통해 장의사의 직원을 보고서는 "아니, 고마워, 닐."이라고 말하며 빨갛게 부르튼 손을 재킷 주머니에 찔러 넣고 떠났다.
닐은 상자에서 풍성한 노란 장미 한 아름을 꺼냈다. 이것을 위해 형제는 아마도 꽤 많은 토끼를 잡아야 했을 것이다. 그는 포레스터 부인이 누워 있는 위층으로 꽃다발을가져갔다.
"블럼 형제가 보냈어요." 그가 말했다. 아돌프가 좀 전에 부엌문으로 가져왔어요."
포레스터 부인은 꽃다발을 보더니 베개 위에서 고개를돌렸다. 그녀의 입술이 바르르 떨렸다. 그날 온종일 창백한 얼굴로 침착을 유지하던 그녀가 무너진 유일한 순간이었다.
- P167

"아직 살아 계실까? 닐이 물었다. "만나러 가볼 생각마저 드는데."
아니, 한 3년 전에 돌아가셨어. 그건 확실해, 스위트워터를 떠난 다음에도 어디에서 살든지 매년 현충일에 대령님 무덤에 꽃을 놓아 달라고 그랜드 아미 포스트에 송금하셨거든, 3년 전에 영국인 노인네한테서 편지가 왔는데, 포레스터 대령님의 무덤을 앞으로도 계속 관리해 달라며 수표를 동봉했대 "내 아내, 메리언 포레스터 콜린스를 추모하며‘라고 적혀 있었고."
"그럼 부인이 마지막 순간까지 보살핌을 잘 받았다고 확신해도 되겠구나." 닐이 말했다. 정말 다행이야!"
"네가 그렇게 느낄 줄 알았어." 따뜻한 감정의 물결이 얼굴을 스치며 메드 엘리엇이 말했다. "나도 그랬거든!"
- P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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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탈린 아버지, 이걸 보세요.
집단농장은 정말 정말 멋지다나요.
오두막은 망가졌고, 헛간은 꼴랑 내려앉았죠.
말은 몽땅 지쳐서 주저앉았죠
오두막에는 망치와 낫이
헛간에는 죽음과 굶주림이 있대요.
소는 한 마리도 남지 않았고, 
돼지도 몽땅 사라졌대요
꼴랑 벽에 걸린 스탈린 아버지 사진만 있대요
아빠 엄마는 집단농장에 계세요.
불쌍한 아이는 혼자 울면서 걸어간대요
빵도 없어요. 기름기도 없어요.
공산당이 모조리 쓸어갔어요.
친절함도 부드러움도 쓸려갔어요.
아버지가 자기 자식을 잡아먹어요
당원은 아버지를 때리고 밟고
우릴 시베리아 수용소로 보내버리죠 - P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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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나머지 모든 이들과 함께 본드 거리를 걸어가는 이 놀라운 그리고 약간은 엄숙한 행진이 있을 뿐이었다, 
댈러웨이 부인이라는 이 존재가 말이다. 
더 이상 클러리서가 아니다.
이 존재는 리처드 댈러웨이 부인이었다.
- P20

잎들이 어수선한 숲 깊은 곳, 영혼 속에서 가지가 지끈 부러지는 소리를 듣고 발굽들이 꽂히는 것을 느끼는 것은 짜증나는 일이었다. 
언제고 아주 만족스럽거나, 아주 안전하다고 느낄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언제라도 괴물이, 이 미워하는 마음이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아픈 뒤로 이 미움은 그녀 등을 후비듯이 아프게 하는 힘이 있었다. 
또한 그녀에게 물리적인 고통을 주었고 아름다움이나 우정, 건강한 것, 사랑받는 것, 그녀의 집을 기쁨이 가득 찬 반석으로 만드는 일에서 느낄 수 있는 모든 즐거움을 뒤흔들고 무릎 꿇고 굴복하게 만들었다. 
마치 정말로 괴물이 뿌리에서부터 파헤치는 것 같았다. 
마치 만족스러워하는 이 모든 차림새가 이기적인 사랑에 
지나지 않는 것 같았다! 
이 미움! 모순, 모순이야! 
그녀는 자신에게 소리 지르면서 멀베리네 꽃가게의 문을 밀고 들어갔다.
- P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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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5-16 01: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와 페넬로페님 댈러웨이 부인 읽고 계시군요. 저도 지금 읽고 있는데 말이죠.
같은 책을 우리가 어떻게 같게 또는 다르게 읽을지..... 너무 좋아요. ^^

2021-05-16 09: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21-05-16 17: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읽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에 빠졌던 적이 있어요. 너무 유명해서...
그런데 왠지 지루할 거라는 생각에 그만 두었죠. 나중에 추천할 만한 작품이었는지 글 올려 주세요.^^

페넬로페 2021-05-16 17:33   좋아요 2 | URL
네,정말 읽기가 쉽지는 않아요~~울프의 글을 지금 나이들어 읽으니 공감되는 내용이 많은것 같아요^^
근데 젊었을 때 읽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도 남아요^^

레삭매냐 2021-05-17 11: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버지니아 울프를 좀 읽어 보겠다고
이 책 저 책 사두긴 했는데 한 개두
읽은 게 없네요 흠...

미국 사람들도 버지니아 울프의 책
들은 문체가 어려워서 어렵다고 하
더라구요. 위안 삼아 보렵니다.

페넬로페 2021-05-17 13:31   좋아요 0 | URL
두 달동안 독서동아리에서 울프 읽기를 하고 있는데 넘 힘들어요~~그냥 이 기회에 울프 책 좀 읽고 다시는 쳐다보지 않으려 합니다^^
 

책은 나에게 이야기가 아니다. 한 사람의 인생도 그 사람의 성공담이나 인생 역정보다 스타일에 더관심 있는 편이다. 몽테뉴는 나와 책을 읽는 습관이 꼭비슷했다.

난 책을 슬렁슬렁 읽지 자세히 파고들지는 않는다. 그렇게읽고 났을 때 내게 남는 건 그 책의 내용 자체가 아니라, 그책을 통해서 내가 판단한 것, 감동받은 것, 상상한 것뿐이다.
작가, 배경, 어휘들, 이런저런 상황들, 그런 것들은 당장에잊어버리고 만다.
_ 몽테뉴 - P144

행복은 추구하는 게 아니다. 그건 우리가 이미 가지고 있다. 우리 안에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면 행복은 그저 하나의 단어일뿐이다. 추론이 아니다. 인생은 그냥 인생 지체로 좋은 것이다.
행복하다는 건 여행, 성공, 부, 기쁨 때문이 아니다. 그냥 행 - P258

복하므로 행복하다. 인생의 풍미가 행복이다. 딸기에서 딸기 맛이 나듯 인생에서 나는 맛이 행복이다. 햇빛은 아름답고, 비는 달콤하고, 세상의 소음은 음악이다.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보고, 만지고, 이것이 일련의 기쁨이다. 슬픔, 고통, 심지어 피로도 인생의 맛이다.
존재한다는 건 그냥 좋은 것이다. 다른 무엇과 비교해서 좋은 것이 아니다. 존재는 허무가 아니라 전부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세상의 모든 생명은 태어나지도 지속하지도 않았으리라. 눈을 즐겁게 하는 색깔을 생각하라. 느끼는것은 기쁨이다. 우린 삶에 갇힌 죄수가 아니라. 삶을 맛보며사는 것이다. 보고 만지고 판단하고 세상을 펼치는 것이다.
모든 존재는 아침 보행자 같다. 지평선에 쌓인 모든 것들이갖는 의미는 바로 내가 원하기 때문이다.
본다는 것은 보고 싶어 하는 것이다. 산다는 것은 살고 싶어하는 것이다. 모든 삶은 기쁨의 노래다. 사람들은 베토벤이고통을 극복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살아 있는 다른 존재들도 .
그 나름의 승리를 쟁취한다. 거지나 개도, 의심할 여지없이.

알랭 ㅡ노르망디인의 어록 Propos d‘un Normands - P259

시간과 물로 흐르는 감을 보고,
시간도 강임을 기먹하라.
강처럼 무리도 사라지고
물처럼 우리의 얼굴도 스러짐을 말라.

깨어 있음은 또 하나의 꿈.
꿈꾸지 많는 꿈, 잠들지 않는 꿈이며,
육신이 두려워하는 건
매일 밤 죽음처럼 찾아보는 꿈이라 생각하라.

인간이 살아온 일상.
그 유구한 세월의 상징을 보고
세월의 횡포를 음악과 속삭임.
그리고 상징으로 바꿔라.

죽음과 석양에서 찾아낸 꿈,
그 서글픈 황금은 시일지니.
가난하고 불멸하는 사일지니,
시는 여명과 석양처럼 다시 온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시학 Arte poeties - P13

겉장이 파란 노트 한 권, 연필 두 자루, 그리고 연필깎이와
대리석 테이블들, 이른 아침의 향기, 맺힌 땀, 
그것을 닦기위한 손수건 한 장, 그리고 행운, 
이것이 내가 필요로 하는모든 것들이었다.

- 어니스트 헤밍웨이, 헤밍웨이, 파리에서 보낸 7년)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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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1-05-09 00:1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행복한 인생, 성공한 인생, 운이 좋은 인생, 그런 것들이
우리에게 조금 더 많이 그리고 조금 더 자주 찾아오면 좋겠어요.
사람마다 복권을 사도 행운의 결과가 다른 것처럼
예측하기는 어렵지만요.
잘읽었습니다.
페넬로페님, 좋은 밤 되세요.^^

페넬로페 2021-05-09 10:46   좋아요 2 | URL
네, 정말요^^
모든 사람들에게 행운이 가득한 삶이 주어지면 얼마나 좋을까요^^
서니데이님!
행복하시길 바래요**
 

만일 삶이 그 밑바닥에 어떤 바탕을 갖고 있다면, 그리고 만일 삶이 그 주인공이 채우고 또 채우고 또 채워야 할 그릇이라면, 나의 그릇은 틀림없이 이 기억 위에 서 있을 것이다. - P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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