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천의 사기 세가(史記世家) 중 진 세가(晉世家)뽕나무 아래의 굶주린 자에 의해 목숨을 구하다에 나온 내용이다. 조순(趙盾)은 양공과 영공(靈公) 때에 정권을 잡았다. 조순이 사냥을 나갔을 때, 뽕나무 아래에 굶주린 사람(시미명)이 있는 것을 보고 밥과 고기를 주었다.

 

사치스럽고 성정이 나쁜 영공은 간언하는 조순을 근심거리로 여겨 조순에게 술을 마시게 하고 병사를 매복시켜 죽이려고 했다. 영공의 주방장이 된 시미명은 조순이 떠나가게 해 화가 미치지 않도록 했다. 병사들은 조순을 죽이려고 맹견을 풀어 놓았는데 시미명이 개를 묶어 죽였다. 병사들이 조순을 뒤쫓아 죽이려고 했지만 시미명이 반격을 가하고 조순은 탈출했다. 조순은 그제야 그를 도와 살려준 사람이 뽕나무 아래에서 굶주리고 있던 시미명이라는 것을 알았다.

 

도망간 조순은 국경을 벗어나기 전에 사촌동생 조천으로 하여금 영공을 시해하게 하고, 영공이 죽자 양공의 동생 성공(成公)을 추대하였다. 조순은 다시 돌아와 국정을 맡게 되었다.

 

 

사기 세가 중 조 세가(趙世家)아이 울음소리에 종족의 존망이 달려 있다에 나온 내용이다. 조순이 죽고 그의 아들 조삭(趙朔)이 뒤를 이었다. 삭은 성공의 누이와 결혼하였다.

 

성공이 죽고 그의 아들 경공(景公)이 왕이 되었다. 경공 3, 대부 도안고(屠岸賈)가 조순이 영공을 시해했다는 이유로 그의 아들 조삭을 주살하려고 했다. 한궐은 반대하고 조삭에게 달아나라고 했지만 조삭은 조씨 가문의 제사를 끊어지게 하지 않기만을 당부하고 죽었다. 도안고는 조삭의 씨족을 모두 죽였다. 임신하고 있었던 조삭의 아내는 그때 아들을 낳았는데 도안고가 아이를 찾아내려고 했다.

 

[조삭의 아내인 공주는 갓난아이를 속바지 가랑이 사이에 넣고는 축원하여 말했다.

조씨 종족이 멸망하려면 네가 큰 소리로 울고, 멸망하지 않으려면 아무 소리 내지 마라.”

{아이를} 찾아내려 했을 때 아이는 결국 소리를 내지 않았다.

-p.477, 사마천 지음, 김원중 옮김, 사기세가, 진세가, 민음사]

 

다행히 울지 않아 아이는 살아났지만 도안고는 포기를 모르고 아이를 찾아 죽이고자 했다. 조삭의 문객 중 공손저구(公孫杵臼)는 조삭의 친구 정영(程嬰)에게 고아를 부탁하고 다른 사람의 아이를 조씨의 고아라 속이고 아이와 함께 죽었다. 정영은 진짜 조씨 고아와 산 속에 숨어 있었다.

 

15년이 지나고 경공이 병이 들어 점을 쳐 보니, 후대가 제사를 제대로 지내지 않아 재앙이 생긴다고 해서 한궐과 의논하여 이름이 무()인 조씨 고아를 데려 온다. 여러 장수들은 정영, 조무와 함께 도안고를 쳐 그 종족을 멸한다. 정영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조무는 정영을 위해 봄가을에 제사를 지내고 대대손손 끊어지지 않게 했다.

 

(*사기 세가의 내용은 민음사 판 사기세가진세가(p.315~327)’조세가(p.474~481)’에서 발췌, 정리하였습니다.)

 

 

 

중국 원나라 희곡 작가 기군상(紀君祥)의 작품인 조씨 고아는 사기의 진 세가와 조 세가의 내용을 토대로 한 비극 작품이다. 조씨 고아의 주인공은 정영이다. 이야기는 배경을 생략한 채, 도안고가 사이가 좋지 않은 조순을 해치려는 것으로 시작한다. 도안고는 조순의 삼백 명이나 되는 일족을 모두 죽인다. 조순의 아들 조삭은 부마였는데, 임신하고 있는 공주에게 아이의 아명을 조씨 고아라 지어주고 원수를 갚아 달라 유언하고 죽는다. 공주는 떠돌이 의원인 정영에게 조씨 고아를 맡기고 자살한다.

 

조씨 고아는 복수의 이야기이다. 하지만 셰익스피어나 고대 그리스의 대표적 복수 비극인 아이스퀼로스의 오레스테이아 3부작과는 결이 다르다. 동양의 정서가 많이 가미되어 있는 이 희곡에는 자신의 욕망보다는 한 집안의 복수를 위한 씨앗 하나를 살리고자 하는 사람들의 이해할 수 없는 희생이 주를 이룬다. 한 아이를 살리기 위해, 단지 조씨 집안의 복수를 위해 정영을 비롯해 모든 사람이 죽음을 불사하고도 아이를 살리려고 한다.

 

기군상은 사기 세가에 없는 내용을 절절하고도 절묘하게 희곡에 넣는다. 정영은 마흔 다섯이 되어서야 귀한 아들을 보았는데 그 아들을 조씨 고아라 속여 대신 죽게 하고 자신은 20년 동안 조씨 고아를 돌본다.

 

조씨 고아(정발)가 스무 살이 되었을 때, 정영은 예전에 억울하게 죽었던 충신과 명장을 한 권의 두루마리에 그려 내 그동안의 일을 정발에게 자세히 알려 준다. 정발은 이러한 사실을 주공에게 알리고 왕은 도안고의 집안 일족 가운에 어린 아이 하나 남기지 말고 다 죽이라고 한다.

 

[정발이 노래한다.

 

<탈포삼(脫布衫)>

저놈(도안고)을 형틀에 목 박아 형장에서 끌어내되,

바로 목을 치고 가슴을 쪼개지는 말라!

저놈을 다지고 다져 한 움큼

고기즙으로 만든다 해도,

내 가슴 가득한 이 울분은

결코 지워 버릴 수 없으리라!

p.112]

 

도대체 복수가 무엇이기에 저렇게 많은 무고한 사람이 죽어야만 하는가? 정영이 무엇을 위해 자신의 아이를 희생하면서까지 조씨고아를 살려야 했는지 이해가 잘 안 된다. 조씨 고아가 장성해 행한 복수는 결국 도안고 일족 전체를 죽이는 것이었다. 조씨 고아 또한 나머지 삶을 사는 내내 그들에게 또다시 복수를 당하지 않을까 걱정해야 하고, 그들에게 남겨진 마지막 씨앗이 있는지를 계속 의심해야 할 것이다. 복수는 복수를 낳고, 그것은 끝이 없다.

 

기군상의 희곡은 셰익스피어나 고대 그리스 비극보다 훨씬 가독성이 좋았고, 많은 것이 생략되고 절제되어 있지만 거기에 들어있는 의미를 잘 이해할 수 있어 좋았다. 설자(楔子)가 있어 계속 내용을 복기시켜 주었고, 고대 그리스 극의 코러스 역할과 비슷한 노래()가 배우의 마음을 표현해 주었다.


국립극단의 대표 레퍼토리 조씨고아의 연출가 고선웅의 연출과 각색은 너무 좋았다. 고선웅 연출가는 기군상의 원대(元代) 희곡 내용 중 현대인이 잘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을 거의 완벽에 가까운 수준으로 각색해 관객을 이해시켜 주었다.

 

또한 기군상이 정영의 자식을 등장시켜 사기 세가의 내용을 뛰어 넘는다면, 고선웅은 거기에 더해 정영의 아내를 등장시켜 훨씬 더 절절하고 먹먹하게 기군상을 기절시켜 버린다. 정영이 조씨 고아와 자신의 아들을 바꾸기 위해 집으로 왔을 때, 그의 아내는 정영을 이해하지 못하고 정말 억울해 한다. 그런 마음을 담은 정영의 아내의 절규, 남편에 대한 실망과 원망, 그럼에도 기어이 아이를 데리고 나가 죽임을 당하게 할 때, 모든 관객이 울었다. 내 옆의 남자 분은 정말 많이 울더이다.

 

20년 동안 조씨 고아를 길러내고 도안고에 대한 복수가 마무리 되었을 때, 정영은 이제 아무것도 남은 것이 없구나라고 말한다. 늙어빠진 왕은 조씨고아에게 도안고 일족 모두를 죽여주겠다고 하고, 남은 뿌리조차 없도록 하겠다고 할 때 정영은 허탈하게 왕을 바라본다. 권력과 욕망, 인간의 삶 모두가 부질없고, 인생은 잠깐뿐이라는 사실을 새삼스레 느끼게 해주었다.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끊임없는 전쟁이 생각되는 순간이었다.


이번 연극에서 하성광배우를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드라마 며느라기에서 약간 얄미운 작은 아버지역으로 나온 분이었다. 정영을 연기한 하성광 배우는 연기를 신들린 것처럼 했다. 딱 정영이었다. 그가 아내에게 자신의 아들을 기어코 빼앗아 오는 장면, 자기 아들의 무덤에서 뼛가루(의견이 분분하다)를 칠하는 모습, 조씨 고아에게 두루마리를 펼쳐놓고 그 간의 사연을 얘기하는 연기를 넋을 잃고 보았다. 커튼콜 때 나를 포함한 관객의 기립박수는 그의 연기에 대한 아낌없는 칭찬과 감탄이었다. 심지어 나는 아이돌 가수의 팬처럼 큰 소리로 환호했다.

 

조씨고아마지막 장면에서의 그의 대사가 묵직하게 마음에 남는다.

 

[이 세상은 꼭두각시의 무대

북소리 피리소리에 맞추어 놀다보면

어느새 한 바탕의 짧은 꿈

갑자기 고개를 들어 보니 늙었네

이 이야기를 거울삼아 알아서 잘들 분별하시기를

우환을 만들지도 당하지도 마시고

부디 평화롭기만을

금방이구나 인생은

그저 좋게만 사시다 가시기를]


연극을 보고 나오면서 아리스토텔레스가 시학에서 말한 감정의 카타르시스의 실현이 떠올랐다. 어떤 씻김굿을 하고 나온 기분도 들었다. 사람 사는 것이 늘 거기서 거긴데, 왜 매번 내 마음엔 미움이 싹트고, 분노와 욕망이 생기는지....다 부질없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부터라도 마음에 담고 있는 타인에 대한 미움을 없애고, 용서하고 용서받고, 욕심내지 말고 살기로 결심했다. 대형 크리스마스트리가 설치된 저녁 어스름의 명동은 활기찼다. 나를 포함한 그곳의 모든 사람들에게 평화가 있기를, 지금 전쟁을 하고 있는 세상의 모든 나라가 전쟁을 멈추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복수는 그저 허무한 복수를 낳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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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3-12-14 18: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고선웅 연출 믿고 본다고^^ 저는 2019년 오페라를 봤었습니다. 조씨고아전 정말 재밌겠어요. 원작과는 다른 각색을 보는 것이 연출의 힘인 것 같습니다!

페넬로페 2023-12-14 18:52   좋아요 1 | URL
고선웅 연출가가 뮤지컬도 연출했군요. 좋았을 것 같아요. 조씨고아는 원작도 괜찮았는데, 연극이 넘 좋았어요.
먹먹하고 재미있고~^
연출과 배우의 연기가 잘 어우러졌더라고요.

Falstaff 2023-12-14 18: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조씨고아>는 을유세계문학전집 78번으로 나온 <원잡극선>에 나옵지요. 물론 여러가지 판본이 있겠으나 어느 것을 읽어본들 원래 텍스트가 조금 낡았다는 생각을 안 할 수 없을 거 같습니다.
그래도 중국의 현대극이 부러운 건 계속해서 과거 행적을 지양하려고 다양한 모색을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민음사 <사기세가>는 조심해서 읽으셔요. 역자 김원중이 설마 그랬겠습니까만 의심스러운 곳이 하필이면 중요한 곳에 있더라고요. 교정/교열할 때 잘못한 거겠지요.

페넬로페 2023-12-14 18:58   좋아요 1 | URL
을유판 조씨고아도 있군요. 찾아봤더니 무려 836페이지네요.
번역자가 다르니 한 번 읽어봐야 겠어요.
원작의 내용은 현대인이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죠. 그냥 그것이 주는 의미가 무언지 생각하고 배워야 될 것 같아요.
제가 사기세가를 읽을 때, 번역가의 진의를 알 만큼의 소양을 갖추지 못했어요 ㅠㅠ
그저 주는대로 받을 수밖에요.
그러니 폴스타프님께 언제나 의탁하고 있습니다.
잘 이끌어 주십시요^^

꼬마요정 2023-12-14 19:12   좋아요 1 | URL
<사기세가> 어떤 부분인가요? 요새 조금씩 읽고 있습니다. 혹시 <사기본기>에는 없나요? 좀 반항심이 드는 부분이 있긴 했거든요...

Falstaff 2023-12-15 05:51   좋아요 2 | URL
페넬로페 님: 을유판 읽으실 필요가 있을까 싶습니다. 836페이지에 달하는 원나라 시대 곡曲 대본입니다. 원곡이 베이징 오페라라고 하는 북경 경극의 원류라고 하지만 천년 전의 뻔한 스토리라서 읽어보시라고 권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도서관에서 보신다면 좋을 듯합니다.
꼬마요정 님: 민음사에서 한문을 배우지 않은 세대, 중국사를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이 교정, 교열에 참여한 거 같습니다. 나라 이름이 비슷비슷한데요, 진나라 만 해도 천하를 통일하는 秦만 있는 게 아니라 晉도 있고 陳도 있고 그런데요 이걸 헷갈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말을 했더니 인정은 하는데 그렇다고 수정을 하지는 않더군요.

꼬마요정 2023-12-15 12:42   좋아요 2 | URL
폴스타프 님 고맙습니다^^ 전 가끔 동북공정 때문에 화가 나서요ㅠㅠ 다행히 진 나라들이군요. 근데 솔직히 너무 헷갈립니다. <본기> 읽을 때도 진 나라 표기 잘못된 거 있었어요.

꼬마요정 2023-12-14 19: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조씨 고아> 연극 보고 싶었는데, 결국 못 봤어요. 전 처음에 기군상의 희곡과 역사가 일치하는 줄 알고 기겁했답니다. 진짜 정영이 자기 아들 바꿔치기 한 줄 알고... 조씨 고아가 진짜 말 그대로 조씨의 고아란 뜻인 것도 한참 있다 알았죠... 중국은 나라도 크고 사람들도 많아서 이야기들도 참 많습니다. 자기들 것이 좋은 건데 그들은 잘 모르는 것 같기도 하구요.

마지막 대사 좋네요... 제발 전쟁이 모두 끝나기를...ㅠㅠ

페넬로페 2023-12-14 19:42   좋아요 1 | URL
조씨고아의 의미가 넘 직접적이죠? ㅎㅎ
기군상의 원작을 읽을 때, 사실 조씨고아가 바로 복수를 감행한다는 게 이해가 잘 되지 않더라고요. 근데 한편으로 그 시대에는 또 그럴 수 있지 않나 생각도 들더라고요.
연극이 주는 의미가 좋더라고요.
마지막 대사도 좋고요.

그레이스 2023-12-14 22: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기 읽었던 기억이 이제는 가물가물하네요^^

페넬로페 2023-12-14 22:43   좋아요 1 | URL
아마 거의~~

호시우행 2023-12-14 23: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구사일생으로 한 생명을 구출한 의미가 처절한 복수로 이어진다는 게 정말 참으로 허망하네요.ㅠㅠ

페넬로페 2023-12-15 00:16   좋아요 0 | URL
네, 그것이 이 희곡이 전하는 의미인 것 같습니다.
부질 없고, 허망하고요^^

희선 2023-12-15 02: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사람도 아니고 한 집안에 하는 복수라니... 그렇게 사람을 다 죽이면 뭐가 좋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복수는 복수를 낳을 뿐이죠 그런 걸 보여주고 그걸 보는 사람은 복수할지 말지 생각하라는 걸지도 모르겠네요


희선

페넬로페 2023-12-15 10:10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그게 맞는데 사람 사는 것이 그렇지 않나봐요.ㅠㅠ
그때나, 지금이나요^^

새파랑 2023-12-15 07: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첨들어본 작품인데 연극으로도 있고 유명한가 보군요~! 조씨 고아라라고 해서 성이 조씨인 고아에 대한 이야기? 인가 생각했습니다 ㅋㅋ 동양의 특성이 가미된 비극적 이야기라니 이건 재미가 없을수가 없겠네요 ^^

페넬로페 2023-12-15 10:11   좋아요 2 | URL
저도 처음 들어보는 작품이었어요.
연극 보러 가기 위해 책을 읽었는데 사연이 절절했고 먹먹했어요.
서양의 비극과 약간 달랐어요^^

cyrus 2023-12-15 10: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공연 보고 싶은데 일정과 시간이 맞지 않네요. 서울에는 보고 싶은 공연이 너무 많아요.. ^^;;

페넬로페 2023-12-15 10:26   좋아요 1 | URL
공연 보려면 시간 맞추고 일정 조절하기가 쉽지 않죠.
또 예매하기도 어렵고요.
기회 되시면 보시면 좋겠습니다.
 














혹독한 스탈린 시대와 세계 대전을 거치는 동안 러시아인은 누구나 힘들게 살았고, 인텔리겐치아에게도 그 힘든 삶은 비껴가지 않았다. 납득할 수 없는 죽음과 이유도 모르는 수용소로의 유배,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는 엉뚱한 곳으로의 강제 발령이 비일비재했고, 살기 위해서는 그러한 억울함과 부당함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류드밀라 울리츠카야의 소네치카는 그러한 시대와 그 후 주어진 기만적인 해빙기를 온 몸으로 지나온 소냐(소네치카)라는 여인과 그 가족에 대한 이야기이다. 행복보다는 불행 쪽에 가까운 이 여자의 일생을 작가 울리츠카야는 정확하고 사실적인(어떨 땐 폐부를 찌르는-‘무언가를 앗아가는 사람에게는 역설적으로 관대하고 퍼주는 사람에게는 끔찍이도 잔인한 여자의 본성(p.16)’ 같은), 신랄한 문장으로 압축적 서사의 힘을 보여준다. 또한 흔들림 없는 객관성을 유지함으로써 소네치카의 인생에 대한 섣부른 판단을 금지시킨다. 불행한대도 의연하게 살아가는 여자의 강인함을 부각시키는지, 아니면 그것으로 사실 이 여자가 엄청 불행하고 바보스럽다고 하는지 조금 헷갈린다.

 

특별히 예쁘다고 할 게 없고 근시이기도 한 소네치카는 일곱 살 때부터 스물일곱 살까지 책에 빠져 산다. 자신의 인생에 독서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의 시작부분에 서술된 소네치카의 광적인 독서에 머물 수밖에 없다. 똑같이 책을 좋아하는 습성에 대한 반가움은 잠시이고 그 뒤에 따르는 울라츠카야 작가의 뼈를 때리는 문장 때문이다. 어떤 이유로든 책벌레가 된다는 것은 타고난 기질과 그쪽에 대한 재능이 있어서이다. 하지만 책벌레의 삶은 책 속의 삶과 현실을 잘 구분하지 못하거나 가벼운 정신병리적 기운(p.11)’마저 들게 만들 수 있다. 경계에 머물며 그저 그렇게 인생의 대부분을 보낼지도 모른다.


[이것은 무엇이었을까모든 예술에 전제되는 유희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것인가미숙한 어린아이의 덜 깨인 순진한 믿음인가상상력의 부재로 허구와 현실 사이의 경계가 존재한다는 인식이 없는 것일까아니면 그 반대로 자아를 잊을 정도로 환상의 영역으로 깊숙이 들어가 그 경계 바깥의 모든 것들이 의미와 내용을 상실하는 것일까?

그녀는 마치 꿈조차도 읽는’ 듯했다. -p.10~11]

 


소네치카는 도서관의 지하 보관실에 근무하며 책 속의 삶을 이어간다. 그곳에서 예술가의 삶을 포기하고 부조리와 강압적 삶에 적응한 유린당한 유럽 인텔리겐치아47세의 로베르트 빅토르비치의 뜬금없는 청혼을 받아들인다. 결혼과 동시에 소네치카는 믿고 있었던 책 속의 삶을 너무나 가볍게 던져 버리고 억척스럽게 집안을 이끌어가는 일상의 삶을 사는 전사가 된다. 남편을 사랑하고 그가 주는 사랑에 황송할 만큼의 행복을 느낀다. 다시 예술가로 돌아간 빅토르비치는 소네치카가 가족으로 받아들인 폴란드 소녀 야샤와 사랑에 빠져 그녀를 자신의 뮤즈로 삼는다. 소네치카는 남편과 야샤의 사랑을 아무 저항 없이 인정한다.

 

그토록 애써 마련한 집과 남편도, 자신을 전혀 닮지 않은 딸인 타냐도 모두 자신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소네치카에게 남은 건 늙어버린 자신밖에 없었다. 공허와 주어진 인생을 그대로 수긍하며 살아왔다는 안타까움뿐이었다. 소네치카는 그 적막과 외로움을 이겨내고자 다시 책을 읽기 시작한다.

 

결국 소피야 이오시포브나에게, 책벌레인 우리들에게 책이란 무엇인가? 독서에 대한 타고난 재능으로 책 속의 문장에 공감하며 감동을 느끼는 행복을 얻지만, 그것은 일상에, 자신의 선택에 그 어떤 도움도 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저 책 안에서 위안과 충분한 자유를 얻는 것으로 만족하는 건 아닌지.

 

 


거의 같이 늙어가고 있지만 아흔의 무르는 예순의 딸인 안나 표도르브나에게 폭력적으로 군림하고 있다. 안과 의사인 안나는 인텔리겐치아이지만 엄마에게 꼼짝없이 복종한다. 안하무인에 참을성 없고 변덕스러운 무르는 평생 딸을 부려 먹는다. 소네치카보다 스페이드의 여왕의 안나가 더 불행해 보인다.

 

작가 류드밀라 울리츠카야는 격동의 시기를 지나온 러시아 여성의 삶을 짧은 분량이지만 시대적 배경 안에 각 인물의 성격과 개성을 밀도 있게 잘 녹여내고 있다. 그렇지만 왜 소네치카와 안나가 자신의 삶에 놓인 부당성에 분노하지 않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 시대 여성으로서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또는 계속되는 인생의 부단한 전진 속에서 다져진(책읽기를 포함한) 포용력이라고 보기엔 안타까움이 많이 남는다.



 

 

 

 

 

 









소네치카가 남편의 공방에서 발견한 그림에 있는 하얗게 빛나는 하얀 눈을 가진 여자가 야샤라고 알아챈 순간 그녀는 자신의 주위에 눈이 쌓여 있다고 느낀다. 그러나 길에는 5월의 형형색색의 녹음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그녀는 십칠 년간의 행복한 결혼생활이 끝났다고, 벌써 오래 전에 벌어졌어야 하는 일이 지금 일어났다고 생각한다. 집으로 돌아온 그녀는 책장에서 손에 잡히는 대로 아무 책이나 골라 읽는다. 소네치카가 고른 책은 알렉산드르 푸시킨의 벨킨 이야기귀족 아가씨-농사꾼 처녀였다.

 

그녀는 책 속의 문장에 몰입하며 다시 행복을 느낀다. 예술가인 남편의 기질을 이해해주고 그의 뮤즈가 될 수 없는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며 본래 좋아했던 책의 세계로 돌아간 그녀에게 더 이상의 불안과 강박은 없어졌고, 책을 통한 자유를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무심결에 고른 책은 러시아 문학에 냉소적이었던 남편에게 유일하게 예외적이었던 푸시킨의 작품이라는 사실이 아이러니하다.

 

스페이드의 여왕은 감추어져 있는 앙심을 의미(p127-푸시킨의 스페이드 여왕)’하는 그대로 푸시킨의 스페이드 여왕은 권선징악적 내용을 담고 있다. 노 백작 부인에게 카드 게임에서 확실하게 이길 수 있는 3장의 번호를 가르쳐 달라고 해 백작 부인을 죽음으로 몰고 간 게르만은 스페이드 여왕 카드 패로 전 재산을 잃고 정신병원으로 가게 된다. 백작 부인에게 모질게 시달렸던 가난한 양녀 리자베타는 상당한 재산을 가진 친절한 젊은이와 결혼을 한다.

 

푸시킨의 스페이드 여왕과 동명의 소설인 울리츠카야의 스페이드의 여왕은 푸시킨의 소설과 플롯은 비슷하지만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간다. 스페이드 여왕인 무르의 존재는 너무나 크고 확고해서, 주변 사람들을 시들게 한다. 안나는 어머니인 무르를 의자로 내리치고 싶어 하고, 머리끄덩이를 잡고 싶고, 혐오와 구역질(p.110-울리츠카야의 스페이드의 여왕)’을 느끼지만 한 번도 실천한 적이 없다. 어머니에게 알리지 않고 아이들을 전 남편이 있는 곳으로 보내려는 계획을 세우지만 안나의 삶은 너무 어이없게 끝나고 만다.

 

울리츠카야의 스페이드 여왕의 악령은 나쁜 사람을 벌주는 것이 아닌 자기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을 오히려 잠식해 버린다. 푸시킨의 소설보다 울리츠카야 소설이 더 빛나는 건 이 부분 때문이다. 어이없고, 말도 안 되지만 사실 이러한 일들이 우리에게 자주 일어난다. ‘관계라는 종속적인 것이 사람의 발목을 잡고 지옥으로 끌어당긴다. ‘스페이드의 여왕의 마지막 내용이 너무 먹먹하고도 슬펐다. 섬뜩하기도 했다. 어떻게 살아야 되는지 오랫동안 생각했다.

 

내가 읽은 러시아 소설은 도스토옙스키 작가의 작품이 많다. 언제나 그의 작품을 읽으며 감탄하지만 새롭게 만나는 러시아 작가도 정말 매력적이다. 이번에 만난 울리츠카야의 작품 역시 좋았다. 너무 장황한 도스토옙스키의 작품보다 분량이 훨씬 적었지만 그의 작품을 읽는 것만큼 풍성했다. 러시아 여성에 대한, 러시아 여성 작가가 쓴 글이라 재미있었고 공감한 내용이 많았다.


[안나 표도르브나는 차가운 우유팩을 들었다십오 분 후에 아이들이 떠나고두 시간이 더 지나서야 무르는 아이들이 떠났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그때는 아마도 이미 파흐라에 있을 것이다안나 표도로브나는 무르의 눈이 휑해지고조용하고 쉰 목소리가 유리가 쨍그랑하는 듯 날카롭게 올라가 고함치는 것을 상상했다깨진 그릇의 파편들가장 비열하고 참을 수 없는 여편네의 욕설.....그러고 나서는 별안간 이 일이 이미 일어났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녀즉 안나는 힘없는 손을 들어 화장을 한 늙은이의 따귀를 기분좋게 힘껏 갈긴다이후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래도 상관없다. -p143~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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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3-12-10 10:4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전 러시아 특유의 가난하고 비극적인 이야기가 좋더라고요~!!
이 책을 읽었던 감상평이 떠오르네요 ㅋㅋㅋ

페넬로페님 역시 러시아 소설 전문가 이십니다~!!

페넬로페 2023-12-10 11:55   좋아요 3 | URL
러시아가 워낙 역사의 굴곡이 심해 비극적인 스토리가 많은 것 같아요.
러시아 전문가는 당연 새파랑님 이십니다. 아마 누구나 인정할걸요^^

dokkikorea 2023-12-10 15: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네요

미미 2023-12-10 22:5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녀는 마치 꿈조차도 ‘읽는‘ 듯했다!! 읽다 보니 김영하 작가 팟케스트에서
<소네치카>줄거리를 들어봤었네요. 남편이 너무 어처구니 없어서 가슴 아팠던 것 같아요.
그래도 페넬로페님의 리뷰를 보니 책으로 읽고 싶어집니다. 어느 것이 발췌문이고 어느 것이 리뷰인지 페넬로페님 문장이 아름다워서 헷갈렸습니다. >.<

페넬로페 2023-12-10 23:09   좋아요 3 | URL
남편이 정말 어처구니가 없죠.
러시아 여성의 삶도 녹록지 않았다는 걸 울리츠카야 작가가 잘 썼더라고요.
새로운 작가의 발견이었습니다.
저는 그저 위대한 작가의 작품을 훑었을 뿐입니다 ㅎㅎ

희선 2023-12-11 09: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류드밀라 울리츠카야는 박경리상 받기도 했어요 예전에 다른 나라 사람이 상을 받아니 했군요 그저 그렇게 알고 책은 읽어본 적 없어요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한 사람이 나오다니, 저는 어릴 때는 책을 안 봐서... 책과 현실은 아주 다르다고 생각하기도 하는군요 그래도 사람이 사는 데 책이 주는 게 있기는 하겠지요 사람은 책을 읽지 않아도 사는 데 문제 없군요 안 보는 것보다 보는 게 좀 나을 듯합니다 다른 즐거움이 없다면... 제가 그렇군요


희선

페넬로페 2023-12-11 16:41   좋아요 1 | URL
박경리상이 있다는 걸 저는 이번에 알았어요. 소네치카는 프랑스 메디치상도 받았는데, 이번에 한강 작가가 받은 상이더라고요.
책은 안보는 것보다 보는 게 훨씬 더 좋겠지요^^

서곡 2023-12-11 19: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프사 바꾸셨네요 예쁩니다 ㅎㅎ 월요일 저녁 편안히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페넬로페 2023-12-11 20:30   좋아요 1 | URL
네, 오늘 일리야 밀스타인 전시회 보고 와서 작가의 서재 그림으로 바꿔봤어요^^
오늘 하루종일 비가 오네요.
건강한 저녁 되시길요^^

책읽는나무 2023-12-12 10: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아한 기분이 절로 들었습니다.
페페 님의 리뷰를 읽는 동안 말입니다.
잘 읽고 갑니다.^^

페넬로페 2023-12-12 12:46   좋아요 1 | URL
우아한 기분~~넘 좋으네요 ㅎㅎ
덩달아 저도 순간적으로 우아한 기분이 들어 기뻐요♥

2023-12-12 12: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2-12 18: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2-12 20: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이는 먹는 게 아니라 뱉어야 한다는 장욱진 화가의 말처럼, 화가는 나이를 먹을수록 점점 심플하게 그림을 그린다. 나무, 아이, , 사람에게 있는 군더더기를 모두 제거한 채, 하고 싶은 말을 다 참아가며 본질의 느낌만을 표현한다. 화가는 자신의 일을 저항의 연속(p.19. 강가의 아틀리에)이라고 했다. 자기만족이란 있을 수 없으며, 항상 저항 속에서 살아간다는 말에 평생 그림을 그리며 산 사람의 고민과 예술가의 존재 이유가 느껴진다.

 

[장욱진의 그림을 서구 현대미술사에다 기준을 놓고 보면 소박주의, 상징주의, 또 초현실주의 등 그런 쪽에다가 견주어서 생각해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일만은 아니다 하는 생각을 나는 해봅니다. 문명 발생 이전의 원초 시대의 양식에 보다 가까운 그런 종합적인 감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물론 누구의 그림이든 간에 역사로부터 독립해서 발생할 수도 없고 또 존재할 수도 없습니다. 예술가는 모든 것을 다 보고 생각을 해나가는 것입니다.

-p. 20, ‘장욱진, 나는 심플하다중에서]


Conan님이 올려주신 페이퍼를 보고 10월에 혼자서 덕수궁 국립현대미술관으로 장욱진의 그림을 보러 갔다. 생각했던 것보다 화가의 그림은 더 단순했다. 내가 살고 있는 삶의 모습이 밋밋해서 그런지 예술 작품은 작가의 개성이 많이 들어간 것을 좋아한다. 봉준호의 영화보다는 박찬욱의 영화를 더 좋아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장욱진의 그림은 많은 것이 생략되고 작아서 자세히 들여다보아야 했다. 그림이 주는 의미와 머리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맞춰 보는 것에 시간이 많이 걸렸다. 심플해서 쉬운 듯 보였지만 생각보다 어려웠다결을 다 말하지 않고 짧고 단순하게 기결을 압축시킨 그의 작품은 순수했다. 그의 그림에서 내가 말하는 방식을 배우고 싶었다.


-▣自像, 1951년, 종이(시험지)에 유채.

 

 미술 작품을 감상하면 화가의 자화상은 거의 매번 볼 수 있다. 각자 그리는 자화상의 모습도 천차만별이라 그것을 비교하며 보는 것도 재미있다. 장욱진의 자화상 역시 특이했다. 결혼식 때 입었던 프록코트를 입고 레드카펫을 밟으며 장욱진은 어디로 가고 있을까? 6.25전쟁이 한창일 때 화가는 힘든 현실 속에서 어떤 꿈을 꾸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장욱진의 부인인 이순경 여사는 혜화동에 있는 동양서림을 20년간 운영했다고 한다.

 

[“이 그림은 대자연의 완전 고독 속에 있는 자기를 발견한 그때의 내 모습이다. 하늘엔 오색 구름이 찬연하고 좌우로는 풍성한 황금의 물결이 일고 있다. 자연 속에 나 홀로 걸어오고 있지만 공중에선 새들이 나를 따르고 길에는 강아지가 나를 따른다. 완전 고독은 외롭지 않다.”

-장욱진, 자화상의 변, '화랑', 1979, 여름호]


덕수궁의 가을은 언제나 운치가 있다. 서울 도심에 몰려있는 다른 고궁과는 달리 근대적이다. 그곳에서 고종은 새로 들어온 서양 문물인 커피를 즐겨 마셨다. 하지만 몰락해가는 대한 제국의 무능한 왕으로 그의 마음은 커피의 맛처럼 쌉싸래했을 것이다. 이상하게 덕수궁에 가면 내 마음도 그렇다. 덕수궁 돌담길을 연인과 걸으면 헤어진다는 말은 정말이다. 나도 첫사랑과 덕수궁 돌담길을 걷고 나서 헤어졌다. 장욱진의 그림처럼 나와 나의 첫사랑은 그때 가장 순수했다. 지금 나와 그의 자화상은 어떤 모습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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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3-11-23 16: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덕수궁 가본지 오래 되었는데 올려주신 글과 사진 잘 봤습니다! 오후 마저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페넬로페 2023-11-23 17:27   좋아요 1 | URL
친구들 만날 때 거의 중간에서 만나니 1년에 몇 번은 고궁 나들이를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날씨가 엄청 추워진다고 합니다.
서곡님께서도 감기 조심하십시오^^

얄라알라 2023-11-23 16: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10월 혼자 나들이를 하셨다니 더욱 페넬로페님 뭔가 있어 보이세요^^
장욱진 화가님만큼이나 20년간 서점(서림)을 운영하신 부인분도 짱!!

페넬로페 2023-11-23 17:30   좋아요 2 | URL
어떨 땐 혼자가 편하더라고요.
시간 날 때 훌쩍 다녀오면 기분 전환도 되고 뭔가 있어 보이기도 하고 ㅎㅎ
저도 이번 전시에서 부인께서 동양서림을 오래 운영하셨다는 걸 알게 됐어요^^

yamoo 2023-11-23 17: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장욱진 전시회에 갔다오셨군요!
장욱진 그림들은 도판으로 볼 땐 굉장이 좋았는데, 막상 미술관이나 전시관에서 보면 그 크기의 작음에 당혹스러움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그림이 조금만 컸다면...하는 아쉬움....늘 그런 아쉬움이 있어요..

페넬로페 2023-11-23 18:32   좋아요 2 | URL
네, 저도 yamoo님과 똑같은 생각을 했고 그 점이 정말 아쉬웠어요.
김환기나 김창열 화가의 그림과 좀 비교되더라고요^^

미미 2023-11-23 18: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군더더기 없이 비워내는 것, 단순함을 추구하기. 생각보다 어렵다고 느낍니다.
그래도 늘 마음은 그렇게 살고 싶은데 그걸 잘 표현한 작품들을 보면
마치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 같아요.ㅎㅎ

페넬로페님 사진을 보니 맑은 날 미술관에 다녀오셨나 봅니다.
덕분에 구경 잘 했습니다.^^

페넬로페 2023-11-23 18:58   좋아요 2 | URL
요즘 단순함을 다시 배워야 할 것 같았는데 이 그림들을 보면서 더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덕수궁에 간 날 날씨가 가을답지 않게 추웠어요
그래서 하늘이 더 청명한 것 같아요^^

새파랑 2023-11-23 22: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덕수궁 돌담길은 연인이 가면 안되는 곳이군요 ㅡㅡ 혼자서 미술관도 가시는 페넬로페님은 진정한 마니아 이십니다~!
사진으로 봐선 잘 모르겠는데 크기가 작나 보군요. 미술의 세계는 정말 어렵습니다~!!

페넬로페 2023-11-23 22:55   좋아요 2 | URL
네, 예로부터 전설처럼 전해 내려오는 말입니다 ㅎㅎ

장욱진 화가의 작품은 대다수가 크기가 작은 그림들이었어요.
작가 나름의 이유가 있었겠죠~~

희선 2023-11-24 04: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림이 단순하다고 해서 단순한 것만은 아닐지도 모르겠네요 이렇게 말해도 그저 보이는 것만 보기도 하지만... 어떤 건 그래도 괜찮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잘 몰라서 이렇게 생각하는 건지도 모르겠군요


희선

페넬로페 2023-11-24 06:12   좋아요 1 | URL
단순함에 더 많은 것이 들어 있는 것 같아요. 많은 생각과 감정들을 단숨함에 압축하는 것은 쉽지 않겠지요. 당연히 그래도 괜찮을 것 같아요^^

호시우행 2023-11-24 12: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아하는 장욱진 화가의 작품 중 하나를 소장하고 있어요.

페넬로페 2023-11-24 13:58   좋아요 0 | URL
아! 그라시군요~~
어떤 작품일지....
분위기가 좋을 것 같습니다^^

Conan 2023-11-24 14: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시회 다녀오셨군요~ 그림은 혼자보는게 더 좋은 것 같습니다.^^ 잘 알지는 못하지만 한동안 보고있으면 그림이 말하고자 하는게 들리는 것 같기도 합니다.~

페넬로페 2023-11-24 15:11   좋아요 1 | URL
네, 저도 그림을 잘 모르는데, 그냥 그림 앞에 서서 한참 쳐다보고 있으면 나름의 느낌이 오더라고요. Conan님 덕분에 좋은 감상 하고 왔습니다**

독서괭 2023-11-27 16: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엇, 저 양주에 있는 장욱진미술관 가봤어요. 조경이 좋더라고요. 미술품 감상은 애들 데리고 가서 제대로 하지는 못했습니다만^^;; 덕수궁 경관과 어우러져 좋으셨겠습니다!

페넬로페 2023-11-27 19:29   좋아요 1 | URL
양주에 장욱진미술관이 있군요. 저도 담에 기회되면 한 번 가봐야겠어요. 그렇죠, 아이들과 가면 감상을 제대로 할 수가 없어요. 그래도 아이들에게는 추억이 쌓였겠어요^^

서니데이 2023-12-01 22: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림은 오래된 느낌이 아닌데, 나무 액자의 표면에서 시간이 오래된 작품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미술관 다녀오셔서 좋으셨겠어요.
페넬로페님, 오늘부터 12월입니다.
벌써 연말이 되었습니다. 추운 날씨 건강 조심하시고 좋은 일들 가득한 한 달 되세요.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3-12-02 01:26   좋아요 1 | URL
2023년 12월이 되었어요.
올해의 마지막 달~~
아쉬움보다는 한달동안 잘 보내 올해를 즐겁게 마무리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서니데이님께서도 연말 잘 보내시길요^^

나와같다면 2023-12-05 00: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2023년 서재의 달인 되심 축하드려요. 페넬로페님의 좋은 글 잘 읽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페넬로페 2023-12-05 08:01   좋아요 1 | URL
나와같다면님, 감사합니다.
나와같다면님께서도 북플마니아 되심을 축하드려요.

서니데이 2023-12-05 20: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올해의 서재의 달인 축하드립니다.
따뜻한 연말 좋은 시간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3-12-05 20:57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서니데이님♡♡♡
 














하필 이 책을 읽을 때, 집으로 엄청난 양의 택배가 도착하기 시작했다. 영화를 전공하는 딸아이가 졸업 작품을 찍는데 필요한 물건들이었다. 이번 작업에서 PD로 참여한 딸아이는 영화를 찍는 과정에서 원활한 진행을 맡아야 한다. 계획된 모든 것이 차질 없이 진행되어야 하고, 참여하는 스텝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배려해야 할 책임이 있다. 적당한 시간에 세끼의 식사를 배달시켜야 하고, 간식을 언제든지 먹을 수 있게 해 그들이 지치지 않게 해야 하며, 심지어 흡연자를 위한 담배 피우는 시간과 스텝들이 커피를 마시는 시간까지 일과표에 넣어야 한다.

 

택배상자에는 여러 가지 간식, 핫팩(날씨가 그리 춥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전기 스토브와 주전자, 각종 테이프, 심지어 쓰레기를 담는 비닐 등 수많은 자질구레한 물품들이 가득했다. 남편은 이 많은 물건을 은평구 증산동의 촬영장까지 차로 실어주어야만 했다. 전쟁으로 치자면 딸아이는 보급품을 지원하는 병참장교의 역할을 한 것이었다.

 

30분짜리 영화를 찍기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은 이것만이 아니었다. 가장 중요한 시나리오가 있어야 하고, 그것을 관객이 납득할 수 있게 만드느라 많은 다른 의견의 조율을 통한 수정작업이 필요했다. 제작, 연출, 촬영, 미술을 맡은 헤드와 스텝들은 단 며칠간의 촬영을 위해 몇 달 전부터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통해 엄청난 회의를 해야만 했다. 흡사 전쟁에 참여하는 군인들처럼 작전, 총사령관, 장교, 병사, 무기, 보급품, 차량 등이 그들에게도 필요한 것이었다.

 

 

24명의 스텝이 움직이기 위해 이렇게 많은 물품이 필요하다면, 1941열등한 슬라브족을 몰살시키고 볼셰비즘을 박멸하기 위해 친 추축국(親 樞軸國)의 부대를 합쳐 400만 병력을 소련으로 이동시킨 독일의 총사령관 히틀러가 준비해야 할 것들은 무엇이었을까? 1812년 나폴레옹 군대가 처절하게 패배해 퇴각한 곳을 다시 점령하고자 하는 히틀러의 시나리오에는 어떤 것이 들어 있었고, 우리는 무엇을 납득할 수 있을까?

 

1933년 권력을 잡은 히틀러는 군비 확장과 동시에 국민 생활을 수준 이상으로 유지시키려는 말도 안 되는 의지가 있었다. 당연히 이런 무리한 정책은 부작용을 가져오기 마련이고 더 많은 재정이 필요하게 되었다. 또한 공업부문의 노동력 부족현상이 일어났고, 이것은 서비스업이나 항만 노동자 등, 다른 곳의 노동력 부족과 농업 인구의 감소로 이어진다. 독일의 모든 것이 원활하게 돌아가기 위해서는 석유가 필요했다. 소련보다 먼저 선점한 루마니아에서 석유를 얻는 독일은 소련의 루마니아 공격을 우려했고, 루마니아뿐만 아니라 코카서스의 유전까지도 필요했다. 이런 여러 가지 위기로 독일은 외부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타국 병합에 의한 자원과 외화 획득, 점령한 국가의 주민 강제노동으로 독일 국민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군비확장 경제를 유지했다. 물론 이러한 내치적 요인으로 추진된 영토 확장정책은 타국과의 분쟁을 고조시키는 것이었지만, 나치 독일은 위기극복을 위해 전쟁에 돌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렇게 제2차 세계 대전은 시작되었다.......

사실 프랑스 등 각국을 정복한 후 독일의 점령정책은 자원과 공업제품 징발, 노동력의 강제 동원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었다. 그 덕분에 독일 국민의 생활은 전쟁 중임에도 불구하고 1944년에 전쟁 판세가 급격히 패배로 기울기까지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그들은 초기 제국주의적 수탈정책으로 이익을 얻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그것을 누린 공범자였던 셈이다. -p128~129, ‘독소전쟁’]

 

독일이 소련을 상대로 일으킨 전쟁은 세계관, 절멸, 통상 전쟁의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두 마리도 아닌 세 마리의 토끼를 쫓겠다는 욕심과 나에게 없는 것을 남에게서 가차 없이 빼앗아 내 가족을 배불리겠다는 뻔뻔한 생각이 동시에 있었다. 이런 파렴치한 히틀러와 절대로 그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 분명한 스탈린이 맞붙은 독소 전쟁은 양쪽에 엄청난 손실을 주었고, 그 어떤 것에서도 도덕과 관용, 국제법이 적용되지 않았다.

 

문짝을 부수면 썩은 건물 전체가 무너져 내릴 것이다!(p.54, 스탈린그라드)”라고 소련을 과소평가한 히틀러는 9~17주 정도 만에 소련 침공을 완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그것은 망상에 불과한 희망사항이었고, 생각했던 것보다 소련의 저항이 강해 독일은 모스크바를 점령하는 데 실패한다. 작전을 바꾼 독일은 코카서스의 석유를 포기하지 못해 스탈린그라드로 향했지만, 결국 독일 제6군은 그곳에서 완전히 소련군에게 포위당한다. 히틀러는 끝까지 항복이나 퇴각 명령을 내리지 않았지만 파울루스 원수는 소련에게 항복한다.

 

독일의 소련 침공에 대한 앤터니 비버의 피의 기록, 스탈린그라드 전투는 굉장히 미시적인 접근으로 서술된 책이다. 독일 현대사를 전공한 오키 다케시의 독소전쟁은 거시적인 관점으로 일목요연하게 독소전쟁을 잘 정리해 놓았다. 예상과 달리 앤터니 비버보다 오키 다케시의 책에서 이 전쟁에 대한 개념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내가 앤터니 비버의 스탈린그라드 전투에 대한 책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이번 여름에 읽은 저자의 다른 책인 베를린 함락 1945때문이었다. 어떤 이유로 소련 병사들은 독일에 대해 복수의 칼날을 갈았으며, 그들이 왜 그렇게 끔찍한 집단 강간을 저질렀는지 궁금했다. 책의 여러 부분에서 계속 언급된 집단 강간과 독일군이 러시아에서 한 짓’, ‘독일군이 소련에서 저지른 만행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그렇다면 독일군은 소련 침공 시 강간을 하지 않았을까? 이 책(스탈린그라드 전투)에서 강간이란 단어는 딱 한군데에서만 언급된다.

 

[98일자 스탈린그라드 전선 소식지 스탈린코에 즈나미아에는 사지가 묶인 채 겁에 질린 소녀의 사진이 실렸다. 설명은 이러했다. “여러분의 사랑하는 딸이 파시스트들에 의해 이렇게 묶여 있다면 다음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가? 그렇다. 그들은 이 어린 아이를 무참히 강간한 다음 전차 밑으로 던져 버릴 것이다. 전진하라, 전사들이여. 적을 쏘라. 범죄자들이 여러분의 딸을 강간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바로 여러분의 임무다.

-p.192]

 

저자는 이 문장에 대한 주석으로 ‘1942년 늦은 여름의 이 강간을 모티프로 한 선전이 1944년 말과 1945년 붉은 군대가 독일의 영토로 진격하면서 집단 강간을 저지른 것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점은 거의 의심의 여지가 없다라고 설명했다.

 

독일이 소련을 침공한 후, 그들은 엄청난 양의 곡식과 가축, 원료와 노동력을 수탈했다. 히틀러는 출동부대라는 특수기동대를 투입해 유대인과 코미사르, 소련군 포로를 무자비하게 학살했다. 900일 동안 봉쇄한 레닌그라드에는 굶주리다 못해 인육을 먹는 사람들이 생길 정도였다. 아이러니하게도 스탈린그라드에서 포위된 독일군 역시 나중에는 배고픔을 참지 못해 인육을 먹는 군인이 있었다. 인생사 새옹지마이다.

 

히틀러가 이렇게 소련인들을 가볍게 학살할 때, 스탈린은 그들을 구하는데 적극적이지 않았다. 독일을 이길 수만 있다면 자국 국민들의 희생은 당연한 것이었다. 소련군 포로는 전쟁이 끝난 후에 굴라크로 가야만했다. 군인들이 전사하면,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 또 다른 국민이 아무런 훈련도 받지 않고 전투에 동원되었다. ‘굶어 죽어가는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었다.(p.75)

 

[한 독일군 장교는 러시아인들이 자기 동포의 시체를 발가벗기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고 그와 병사들이 얼마나 충격을 받았는지 얘기했다. 하지만 독일군 병사들은 더 끔찍한 짓을 저질렀다. 그들은 살아 있는 사람들에게서 옷과 장화를 빼앗은 다음 얼어붙은 허허벌판으로 쫓아 버렸던 것이다. 이렇게 내쫓긴 러시아인들은 대개 추위와 굶주림으로 죽을 수밖에 없었다......

모스크바 퇴각 때 독일군 병사들은 농가에서 닥치는 대로 가축과 식량을 빼앗아 갔다.

-p.86]

 

이런 독일의 만행으로 러시아인들은 분노와 원한을 키웠고, 그들에게 절대 질 수 없다는 결의를 다졌다.

 

히틀러는 스탈린그라드에서 포위된 제6군에게 항복을 원하지 않으며 끝까지 싸우라고 한다. 그들의 패배를 확실히 인식했을 때, 각 사단에서 두 명의 병사를 차출해 원래의 6군에서 나온 상징적인 씨앗으로 새로운 6(p.14)’을 만들 계획을 세운다. ‘히틀러판 노아의 방주(p.14, 스탈린그라드 전투)’였다. 히틀러의 소련 침공으로 붉은 군대가 입은 피해는 사상자 110만 명, 그 중 사망자는 48만 이상이었다. 민간인 피해자의 정확한 수는 영원히 알 수 없을 것이다.

 

 

[스탈린그라드 참사 뒤 유일하게 밖으로 터져 나온 불만의 표시는 백장미라는 소규모 뮌헨 학생 그룹에게서 볼 수 있었다. 그들의 주장은 함부르크, 베를린, 슈투트가르트, 빈의 다른 학생들에게로 전파되었다. 조피 숄과 한스 숄 남매는 218일 나치 체제의 전복을 호소하며 전단지를 살포하고 벽에 슬로건을 쓴 뒤, 뮌헨의 무트비히-막시밀리안 대학교에서 다시 전단지를 뿌리다가 체포되었다. 남매는 게슈타포에게 고문을 당한 뒤 뮌헨 인민 재판소 특별 재판에서 폴란트 프라이슬러에게 사형을 선고받고 교수형을 당했다. 철학 교수 쿠르트 후버를 비롯하여 그들 그룹의 다른 많은 인원들도 비슷한 운명을 맞았다.

-p.562, 스탈린그라드 전투]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 거리는 온통 떨어진 낙엽으로 덮여 있다. 그 길을 걸으며, 낙엽을 밟으며 이 낙엽들이 전쟁으로 고통스럽게 죽어 간 인간의 생명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 개개인에게 죽음은 존재의 소멸이라는 엄청난 것이지만 권력을 가진 자에게 이 죽음들은 자신들이 들고 있는 술잔보다도 가벼웠을 것이다. 가진 것 없고, 약하기만 민중은 무엇을 위해 그렇게 목숨을 바쳤을까? 나 역시 아무것도 아닌 민중이기에 앞으로 걸어가야 할 길이 위태롭게 느껴진다.

 

지금 당신은 평화롭고 안전하게 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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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3-11-09 09: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에서 독소전 당시 독일군이 러시아 사람들을 불태워죽였던 게 떠오릅니다 생지옥이죠...백장미단 이야기가 이 책에도 언급되는군요 따님 영화 잘 찍으시길 응원합니다~

페넬로페 2023-11-09 09:51   좋아요 2 | URL
독일군들이 민간인들을 대상으로 무자비하게 수탈을 했더라고요.
그들에게 필요 없는 것도 무조건 빼앗고 집도 불태우고~~
생각지도 않게 이 책에서 백장미단이 언급되어 있었어요.

응원해주셔서 감사해요^^

coolcat329 2023-11-09 10:1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오랜만이에요~
앤터니 비버의 <베를린 함락 1945> 저도 읽어야 하는데 사놓고 그냥 방치네요.
스탈린그라드 전투 저 책도 사야겠어요.
스탈린그라드 전투를 다룬 영화 <에너미 앳 더 게이트>에서 소련 병사 두 명 당 총 한 자루만 주고 앞서가던 총 든 병사 죽으면 뒤에 총 없이 따라가던 병사가 총 주워서 돌격하던 장면이 넘 충격적이었어요.
어차피 죽을 거 총을 아까자는 거죠. ㅠ

페넬로페 2023-11-09 13:06   좋아요 2 | URL
쿨캣님, 요새 많이 바쁘신가 봐요. 그래도 책은 꾸준히 읽으시는 것 같아요.
스탈린그라드 전투는 알라딘에서 품절이라 도서관에서 대여해서 읽었어요.
제 개인적으로는 ‘베를린 함락 1945‘가 훨씬 더 짜임새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쿨캣님께서 알려주신 영화를 저도 보고 싶습니다. 그런데 보기에 힘들 수도 있겠어요 ㅠㅠ
어쨌든 히틀러와 스탈린은 제 정신이 아닌 사람들인데 그 두사람을 위해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죽어야 한다는 사실이 참 슬퍼요.

얄라알라 2023-11-11 02:17   좋아요 1 | URL
책도, 영화도
맥락을 알고 봐야 오래 기억난다는 당연한 진리를 페넬로페님 글과 coolcat님의 댓글로 다시 생각해봅니다.
<에너미 앳 더 게이트>를 보았어도, 그 역사적 배경도 기억에서 희미하고
coolcat님 말씀하신 장면도 희미하고.

[피에젖은 땅]이며, [돗소전쟁]이며 높은 고지처럼 보이지만 외면하면 안 되겠네요.
맥락 없는 이해는 빈 깡통과 같음을 깨닫기에

페넬로페 2023-11-11 08:17   좋아요 0 | URL
쿨캣님께서 말씀해주신 영화, ‘에너미 앳 더 게이트‘ 보고 있는데 이 책에서도 4페이지 정도의 분량에 언급된 저격수에 대한 내용이더라고요.
실제로 목동 출신의 이 저격수가 유명했다고 했어요.
영화 소개해주신 쿨캣님께 감사드려요.
책을 읽고 보니 이해가 넘 잘 되었어요. 얄라님 말씀처럼 배경과 맥락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쿨캣님 말씀하신 장면은 영화의 거의 첫 장면인데 전장에 도착하자마자 총 한 자루만 주면서 바로 적진으로 뛰어가라는 장면이었는데 정말 충격적이었어요.

레삭매냐 2023-11-09 11: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작성해 주신 글에 오류가 있어
알려 드립니다.

한스와 조피 숄 남매는 교수형이
아니라 단두대에서 기요틴 처형
되었습니다.

<베를린 함락>에도 나온 것처럼
파시스트 짐승의 소굴로 진격하던
붉은군대의 전사들이 동프로이센
사람들이 자신들보다 훨씬 더 잘
먹고 잘 살았다는 걸 보고 놀랐다
고 하지요.

이렇게 잘 먹고 잘 살면서 상대적
으로 못사는 우리를 왜 침공했나
하고 말이죠.

우리는 잠시 유예된 평화 속에
살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아주
무감각하게.

페넬로페 2023-11-09 13:12   좋아요 3 | URL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은 제가 대학 다닐 때 읽었는데 지금은 기억이 가물가물해요. 교수형도 아닌 단두대에서 처형했다니 ㅠㅠ
아마 본보기를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네요.

베를린 함락에서 저도 그 부분 읽으면서 공감했고, 소련인들이 당한 고통도 이해했지만 꼭 그런 방법이어야 했었는지 경악하기도 했습니다.

우리에게 갑자기 전쟁이 찾아온다면 어떨지 생각만 해도 아찔합니다.

그레이스 2023-11-09 13: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보급품 얘기를 하니 황석영의 ‘무기의 그늘‘이 생각나네요. 벌써 졸업작품 찍을때가 됐네요.
세월 빨라요...;;;

페넬로페 2023-11-09 13:18   좋아요 2 | URL
무기의 그늘~~
읽었는데 내용이 잘 기억나지 않아요. 요즘 머리가 좀 이상해진 것 같아요.

딸아이 동네 친구들은 벌써 취업도 많이 했어요. 제가 딸아이에게 취업도 그렇고 남친도 없어서 씁쓸하다고 했더니 가만히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더라고요.
그 모습이 좀 짠하기도 하고.
그저 바라만 보고 있어요.

새파랑 2023-11-09 13: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요즘 역사 책 많이 읽으시는거 같아요~!!

요즘 러시아는 안그런데 예전 러시아는 점령이 쉽지 않은거 같아요. 땅도 척박하고 날씨도 안좋고 ㅋㅋ

날씨가 추워졋니 코트를 꺼냈습니다 ㅋㅋㅋ

따님이 피디라니 뿌듯하실거 같아요~!!!

페넬로페 2023-11-09 13:21   좋아요 3 | URL
러시아는 워낙 날씨가 추워 그것이 그 나라를 돕는 것 같아요.
책 한 권을 읽으면 다른게 궁금해 또 다른 책을 읽게 됩니다.
딸아이는 아직 학생인데 취업 생각하면 많이 암울해요 ㅠㅠ

서니데이 2023-11-09 23: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따님이 영화전공하시는군요. 러닝타임이 길지 않은 단편영화를 찍는 것도 큰 일이라고 들었어요.
전체과정에서 가장 할 일이 많고 어려운 역할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좋은 결과 있기를 바라겠습니다.
페넬로페님, 내일 아침 기온이 많이 내려간다고 해요.
감기 조심하시고, 편안한 하루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3-11-10 00:21   좋아요 2 | URL
네, 짧은 단편영화, 그것도 학생들이 찍는 영화인데도 너무 할 일이 많고, 제작비도 많이 들더라고요. 고생한 만큼 좋은 작품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니 맘도 추워지는 느낌입니다.
서니데이님께서도 건강 유의하시기 바래요^^

꼬마요정 2023-11-09 23: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따님이 영화 찍으시는군요. 너무 멋져요!! 영화는 종합예술이잖아요!! 정말 대단해요!! 정말 자랑스러우실 것 같아요^^

전쟁은 너무 잔인해요. 쿨캣 님이 말씀하신 <에너미 앳 더 게이트> 진짜 저도 충격이었어요. 두 사람이 한 조인데 한 명은 총 한 명은 총알… ㅠㅠ 지금도 러시아를 포함해서 여러 곳에서 전쟁 중인데 부디 전쟁이 빨리 끝나기를 바랍니다ㅜㅜ

페넬로페 2023-11-10 00:27   좋아요 3 | URL
옆에서 보니 극장에 걸리는 영화 한 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수고가 들어갔는지 알겠더라고요.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은 어떤 곳에 들어가도 일을 잘 해낼 것 같다는 생각도 했어요.

마침 왓챠에 ‘에너미 앳 더 게이트‘가 있어 보기 시작했어요.
그 어떤 이유에도 전쟁은 절대 일어나서는 안된다는 것을 책을 통해 또 한 번 실감했어요^^

희선 2023-11-13 00: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러 사람이 한 가지 일을 하려면 많은 게 있어야겠습니다 전쟁은 더하겠습니다 그런 걸 다른 곳에서 빼앗다니... 예전 싸움에서는 전쟁에 쓰는 물품을 옮기는 길을 막아버리기도 했네요 세계 전쟁이 일어났을 때라고 그런 일이 아주 없지 않았겠습니다 폭력은 폭력을 낳는다는 말이 생각나기도 하네요 전쟁을 하는 사람은 피해 입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 걸지... 사람을 죽는 걸 아무렇지 않게 여길지도 모르겠군요 그렇게 되면 안 될 텐데... 지금도 전쟁이 끊이지 않는 건 피해 입는 사람을 별로 생각하지 않아서겠습니다


희선

페넬로페 2023-11-13 08:32   좋아요 1 | URL
한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이 한 두개가 아니잖아요.
그것이 전쟁터라고 해서 필요해지지 않는것도 아니고~~그런것을 민간인들이나 침략국의 포로들의 노예 노동에 의존한다는 게 더 큰 폭력과 원한을 가져오는 것 같아요 ㅠㅠ
폭력은 더 큰 폭력을 가져올 수밖에 없어요. 이 세상에 전쟁이라는 단어가 없어지면 좋겠습니다.

독서괭 2023-11-15 18: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와 따님이 영화 찍으시는군요! 앞으로 좋은 영화를 많이 찍어주시길 바라봅니다. 영화 찍는 얘기에서 너무 자연스럽게 전쟁 얘기로 넘어가셔서 깜짝..ㅎㅎ 전쟁 책은 읽기 너무 힘들 것 같은데 열심히 읽고 남겨주시는 거 대단해요 ㅠ

페넬로페 2023-11-15 19:15   좋아요 1 | URL
독서괭님의 응원, 감사합니다.
전쟁에 대한 책은 정말 읽기 힘들어요. 사람 목숨이 너무 가볍게 취급되니 참 씁쓸하더라고요. ㅠㅠ
제발 전쟁이 없어지면 좋겠는데 그저 제 희망사항인 것 같습니다.

미미 2023-11-17 15: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읽으면서 소름이 돋았어요. (보일러를 돌리지 않아 거실이 마침 썰렁해서 더ㅋㅋㅋㅋ)
<피에 젖은 땅>에서도 스탈린이 군에게 강간을 부추기는 듯한 내용이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ㅜ.ㅜ
저는 자국민까지 학살하고 방치했기에 늘 히틀러보다 스탈린이 더 밉더라고요. 게다가 스탈린의 악행은 히틀러보다 더 잘 숨겨진 측면도 있어보이고요.

그나저나 페넬로페님 따님이 영화를 전공하신다니 이번에 PD로 참여한다니 너무 멋진걸요?! 페넬로페님의 리뷰를 읽으면 당연한 것 같기도 하고요. 저도 지금 전쟁이 얼른 좀 끝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자꾸 뉴스를 찾아보게 되네요.


페넬로페 2023-11-17 18:01   좋아요 1 | URL
정말 스탈린과 히틀러의 만행은 읽으면 읽을수록 끝이 없습니다.
그저 국민은 전쟁 기계에 불과하고요 ㅠㅠ
자국민에 대한 선처나 애정도 전혀 없더라고요. 스탈린과 히틀러는 자존심 싸움만 했던 것 같아요.

딸아이가 영화전공하는데 앞으로 어떤 길을 가던 잘 풀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세상 모든 곳에 평화만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희선 2023-12-09 01: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 님 축하합니다 여전히 전쟁은 끝나지 않는군요 전쟁이 끝나고 평화로운 세상이 찾아오면 좋겠습니다 사는 게 전쟁이다 하기도...

페넬로페 님 주말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페넬로페 2023-12-10 10:37   좋아요 0 | URL
여전히 전쟁은 진행중입니다 ㅠㅠ
빨리 끝나기를 매번 희망합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일어났다. 그리고 17일엔 누구의 소행인지(양쪽 다 상대방이 벌인 일이라고 주장한다)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가자 지구의 한 병원이 공습을 당해 500명에 이르는 민간인이 사망했다. 그들 사이의 반목은 워낙 뿌리가 깊고,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며, 전쟁을 벌이는 이유도 분명하다. 이제는 누가 옳고 그른지도 잘 모를 정도로 서로를 향한 끊임없는 폭력적인 복수만 되풀이되고 있다. 어느 한 편이 그 땅을 떠나야만 약간의 평화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아마 그건 절대 불가능할 것이다.

 

얼마 전에 일어난 이 암울한 소식을 들으며, 마침 잠자냥님의 소개로 읽고 있는 하워드 진역사의 힘의 한 구절이 생각났다. 소제목이 홀로코스트를 기리며인데, ‘프로그레시브에 실린 이 글에 엄청난 반응(긍정과 비판)이 일어났다고 한다.

 

보스턴 대학교에서 가르치고 있을 때, 저자는 유대인 모임의 학생들에게 홀로코스트에 관한 강연 요청을 받았다. 그는 그 제안을 수락했고 강의를 했지만 정작 강의의 내용은 제2차 세계대전의 홀로코스트, 유대인 600만 명의 대량 학살에 관한 것이 아니었다. 하워드 진은 과테말라와 엘살바도르에서 죽어 간, 미국 정책의 희생자들인 수십만 소작농들에 관해 그날 강의를 했다.


[내 요점은 유대인들이 겪은 홀로코스트의 기억이 철조망에 둘러싸이거나 도덕적으로 게토화돼서역사 속의 다른 대량 학살과 고립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그 기억이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모든 잔혹함에 맞선 의분분노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유대인들이 겪은 일을 기억한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잃게 된다는 것이 내 생각이었다.-p.84]

 

이 강의로 저자는 다른 유대인 교수의 항의를 받는다. 그 유대인 교수는 홀로코스트는 신성한 기억이며 유일무이한 사건으로서 다른 사건과 비교할 수 없다며 격분했다.


[다른 민족과의 결혼과 동화 탓에 고유의 정체성이 위협받고 있다고 생각한 일부 유대인들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보존하기 위한 일환으로 홀로코스트를 이용했다. 1967년 전쟁 이래 시온주의자들은 이스라엘의 영토를 팔레스타인까지 확장하려는 계획과 사면초가에 빠진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를 얻기 위해홀로코스트를 이용했다그리고 비유대계 정치인들은 수는 적지만 영향력 있는 유대인 유권자들한테서 정치적 지지를 얻기 위해홀로코스트를 이용했다분노로 가득 찬 유대인 유권자들의 감정을 고조시키려고 대통령들이 야물카(유대인 남성들이 머리에 쓰는 원형 모자)를 쓴 채 엄숙하게 연설하던 모습을 떠올려 보라-p.85]


이 세상의 어떤 사람이라도 유대인들이 겪은 고통에 대해 분노하지 않고 슬픔을 느끼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사실도 인정한다. 하지만 자신들의 고통과 역사에만 몰입해 다른 사람의 고통을 외면하고, 보상만을 받으려 한다면 그건 이기적인 행동이다. 저자는 유대인들이 홀로코스트가 조금이라도 희석되는 것을 막기 위해 다른 민족에게 저지르는 그들의 수치스러운 행동을 비판한다. 전 세계적으로 유대인의 영향력이 워낙 큰 탓에 그들은 막강한 힘으로 로비를 벌이고 미국의 정치인들에게 압력을 가한다.


[유대인들이 겪은 홀로코스트의 특별함 주위에 장벽을 두르는 것은 인류가 하나이고 우리 모두 피부색국적종교에 관계없이 동등하게 행복추구의 권리를 누릴 가치가 있다는 생각을 포기하는 일이다히틀러 치하에서 유대인들이 겪은 일은 세부적으로는 특별할지 몰라도 인류 역사의 다른 많은 사건들즉 대서양 노예무역아메리카 원주민 학살인간의 생명을 앞에 놓고도 이윤을 창출하려는 자본주의 정신의 희생자가 된 수백만 노동자들의 부상과 죽음 등에서 나타나는 보편적인 특징을 공유한다.-p.86]

 

어쩌면 하워드 진의 말들이 오해를 불러 올수도 있다. 하지만 그 말을 사심 없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그가 하려는 말의 진의를 이해할 수 있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뿌리 깊은 분쟁의 이유에는 분명 유대인들의 홀로코스트에 대한 보상심리도 들어 있을 것이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대해 인터넷 검색을 하고 그것에 대한 댓글을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도 양쪽으로 나뉜다. 어떤 사람은 이스라엘을, 누군가는 팔레스타인을 나쁘게 보고 있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고 각자의 의견이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하워드 진의 말처럼 그 어떤 것도 게토화 내지는 고립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지금 대한민국은 심하게 양 진영으로 나눠져 있고 각자의 영역에서만 생각하고 인식한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도 마찬가지이다. 이쯤에서 하워드 진이 한 말을 한 번이라도 진지하게 새겨들으면 어떨까? ‘인류는 하나이고, 우리 모두는 동등하게 행복추구의 권리를 누릴 가치가 있다는 것’, 그것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마음을 열어야만 한다는 것(이것은 나의 말).....폴스타프님께서 무척이나 낭만적이라고 말씀 하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맥락이 있고, 납득된다면 인간은 언제나 낭만을 추구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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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3-10-19 03: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홀로코스트는 잊지 않아야 할 일이기도 하지만, 그 일만 중요하게 여기면 안 되겠습니다 다른 나라 사람도 억압받고 죽임 당하기도 했는데... 성경에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말도 있는데... 그건 생각하지 않는지...


희선

페넬로페 2023-10-19 08:42   좋아요 2 | URL
이런 이슈가 엄청 민감한 사항인데,
저는 이 글이 주는 메시지가 좋더라고요. 제가 항상 지향하는 생각이기도 하고요.
종교를 앞세운 전쟁이 다 그런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배후에 더 이기적이고 물질적인 면이 더 많겠죠.ㅠㅠ

독서괭 2023-10-19 09: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히틀러 치하에서 유대인들이 겪은 일은 세부적으로는 특별할지 몰라도 인류 역사의 다른 많은 사건들, 즉 대서양 노예무역, 아메리카 원주민 학살, 인간의 생명을 앞에 놓고도 이윤을 창출하려는 자본주의 정신의 희생자가 된 수백만 노동자들의 부상과 죽음 등에서 나타나는 보편적인 특징을 공유한다˝ => 아, 이 부분 참 좋네요. 피해자가 언제까지 피해자이기만 하진 않는 것.. 단발님의 글과도 일맥상통하는 것 같고요.

페넬로페 2023-10-19 09:49   좋아요 2 | URL
인용한 문장 외에도 마음에 와 닿는 구절이 많았어요. 이 부분 전체를 인용하고 싶을 정도였어요.

우리가 홀로코스트의 피해자가 아니기에 또 여러가지 생각이 교차되는 부분인것도 같았어요.

그저 평화만을 바랄 뿐입니다 ㅠㅠ

새파랑 2023-10-19 09: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홀로코스트에 대한 색다른 시각이네요. 저는 저렇게 생각해본적이 없었어서 놀랍습니다~!

어떻게든 피해없이 분쟁이 잘 끝났으면 좋겠습니다 ㅜㅜ

페넬로페 2023-10-19 14:31   좋아요 2 | URL
네, 저도 이렇게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정말 색다르게 다가오더라고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이 쉽게 끝날 것 같지는 않은데 얼른 빨리 평화를 되찾았으면 좋겠어요^^

미미 2023-10-19 15: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을 며칠 전에 중고로 구입했어요.^^ 하워드 진의 말은 너무 당연해 보이는데 이스라엘 사람들에게는 아직까지도 쉽지 않은 시각인가 봅니다. 지켜보는 다른 나라의 시민들까지 편이 갈리는걸 보면 해결의 실마리는 더 요원해보이고요. 그나마 최근에는 인근 지역에서 이스라엘의 존재를 대체로 받아들이는 분이기였다는데(경제 협력도 코앞이었던..) 이를 못마땅하게 생각한 이란측이 테러의 배후라는 설도 힘을 얻고 있더군요.

페넬로페 2023-10-19 17:44   좋아요 1 | URL
유대인의 입장에서 보면 홀로코스트가 천추의 한이겠지만, 팔레스타인 입장에서는 또 어이없는 일이기도 했구요. 쉽지 않겠지만 뭔가 공생할 수 있는 대안이 있어야 하는데 과격단체나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이 옆에서 들쑤시니까 그게 또 문제가 되고~~이란이라는 나라도 참 그렇죠?

이 상황에서 하워드 진의 생각이 무척 참신했어요. 사람들이 그런 생각을 조금이라도 받아들이면 좋겠어요^^

페크pek0501 2023-10-20 17: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워드 진의 책을 갖고 있는데 어디 숨어 있는지 찾아봐야겠습니다. 이래서 알라딘 서재를 좋아합니다. 저를 공부하게 만들거든요. 저는 노란색 표지의 책이에요.
평화롭게 살기에도 삶이 만만치 않은데 모든 전쟁이 빨리 종식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페넬로페 2023-10-20 19:18   좋아요 0 | URL
네, 저도 알라딘 서재를 통해 계속 좋은 책을 알게 됩니다, 이 책도 그렇고요.
전쟁을 겪는 사람들이 엄청 고통스러울 것이고, 특히 아이들을 포함한 민간인이 걱정되네요. 빨리 분쟁이 해결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