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1 - 사라진 알베르틴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김희영 옮김 / 민음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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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틴 양이 떠났어요!”

고통은 우리 마음속을 심리학보다 얼마나 더 깊이 탐색하게 하는가!....

아무것도 아니라고 믿었던 것이 실은 나의 온 삶이었다. 우리는 얼마나 자신을 모르는 걸까.

-p.15]

 

알베르틴의 고모라적(여성 동성애) 습관을 막기 위해 시작된 화자와 그녀의 동거는, 알베르틴이 편지 한 장만 남겨둔 채 떠나버림으로써 끝이 난다. 알베르틴에 대한 일관적이지 못했던 화자의 사랑과 권태에 그녀는 불안을 느꼈을 것이다. 헤어질 결심도 하고, 그녀가 스스로 떠나주기를 바라기도 했었지만 막상 그녀가 떠나자 화자는 충격을 받는다.

 

어떤 종류의 사랑이든, 사랑은 나와 타자의 관계로 시작하지만 사실 사랑은 내 마음에서 일어나는 충동의 결과이다. “너를 위해서라는 말도 결국 나를 위한 것이다. ‘그녀를 지켜주고, 그녀가 하는 일을 알고, 뱅퇴유 양과의 습관을 다시 시작하지 못하도록 막기(p.39)' 위한 화자의 사랑에 알베르틴의 생각은 들어있지 않다. 그것은 질투에 갇힌 화자의 욕망일 뿐이다. 알베르틴 역시 화자의 집으로 같이 왔다는 것이 화자의 생각에 완전히 동의한다는 뜻은 아니다.

 

화자의 질베르트와의 사랑에도, 스완의 오데트에 대한 사랑에도 질베르트와 오데트의 마음은 없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계속 읽어 오며 질베르트, 오데트, 알베르틴의 입장도 궁금했지만 프루스트는 화자와 스완의 마음과 생각만을 집요하게 표현한다. 이런 프루스트의 서술 방식에 약간의 불만도 있었지만, 이 글이 과거를 회상하며 써 내려 간 글이라 당연하다는 생각도 든다.

 

우리는 끊임없이 과거의 나를 불러내어 그때 난 왜 그랬을까?‘라는 분석을 한다. 내가 한 행동이나 말에 대한 후회와 회한이 많지만, 그럼에도 만 볼 수밖에 없다. 나를 통해 타자를 보고, 타자의 생각을 추측해 낼 수 있을 뿐이다. 알베르틴이 떠나고 화자는 그녀를 돌아오게 하기 위해 생루를 그녀에게 보낸다. 그녀의 죽음 후 화자는 의심했던 부분에 대한 알베르틴의 행적을 궁금해 하고 캐낸다.(어떨 땐 정말 이 남자를 이해할 수 없다) 그는 자신이 원한 답이 아닌 알베르틴의 고모라적 성향을 확인할 뿐이다.


-'프루스트와 함께하는 여름', 앙투안 콩파뇽 외, p.97


알베르틴의 모델이 된 사람은 프루스트의 운전사로 일했던 알프레드 아고스티넬리이다’. 프루스트는 그를 사랑하게 되어 자신의 비서로 일해 줄 것을 제안했고, 자신의 아파트에서 기거하게 해주었다. 그러나 아고스티넬리는 프루스트 몰래 비행을 하다 추락해서 죽는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마음을 프루스트는 알베르틴을 통해 표현한다. 화자는 알베르틴을 잃은 고통과 상실을 사랑이란 것에 대한 깊은 생각과 그녀를 알아가는 것으로 애도한다. 그러면서 점점 알베르틴을 망각해간다.

 

르 몽드지에 보냈던 화자의 글이 신문에 실리고 그의 기쁨은 사교계가 아닌 문학 속에 존재하기 시작한다.(p.264) 스완이 죽고 오데트와 그의 딸 질베르트는 스완의 이름을 지우고 귀족의 지위를 얻기를 열망한다. 질베르트는 생루와 결혼해 귀족의 신분으로 올라서는 데는 성공하지만 그 후 그녀의 삶은 행복하지 않다. 인간의 욕망은 각자 다르다. 합리적이지 못한 욕망도 많다. 욕망의 성취가 꼭 좋거나 행복을 가져다주지도 않는다. 그렇지만 인간은 끊임없이 욕망하고, 그 결과에 타격을 받는다. 화자, 알베르틴, 질베르트의 욕망은 다 다르며, 그것은 타인과 함께 할 수 없고 이해시키지도 못한다. 내 속에 서툴게 들어있는 나, 아집, 습관이 기대하는 욕망을 엉뚱하고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데려가 버린다.

 

[그러자 갑자기 나는 진정한 질베르트, 진정한 알베르틴은 어쩌면 첫 순간 자신들의 시선 속에 자신을 내맡기던 바로 그녀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소녀는 분홍빛 산사나무 울타리 앞에서, 다른 한 소녀는 바닷가에서.

-p.469]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분량이 많은 책이라 연속적으로 읽기가 힘들다. 지루하기도 하고, 그 사이 다른 책을 읽고 싶기도 하다. 다른 책을 읽다가 다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로 돌아오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걸 느낀다. 물론 어려운 건 여전하지만 어느새 내가 프루스트의 문장에 익숙해지고 젖어있다는 생각이 든다. 프루스트가 서술하는 것들 중에 이해할 수 없고 마음에 들지 않은 부분도 많지만 그가 서술하는 문장만큼은 아름답다.

 

이제 이 작품의 마지막 부분인 되찾은 시간만 남겨두고 있다. 이 소설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직까지도 확실히 알지는 못하겠다. 그렇지만 이 책을 읽으며 떠올린 이미지와 프루스트가 마음 깊이 들어가 만들어 낸 문장만으로도 읽는 의미가 충분하다.




오르페우스는 아내 에우리디케를 찾아 지옥에 내려가 그녀를 만나지만, 절대로 뒤를 돌아보지 말라는 경고를 지키지 못해 아내를 데려나오지 못한다. 오르페우스의 슬픔을 작곡가 글룩은 오페라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 ’에우리디체 없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로 표현했다. 애타게 에우리디케를 찾는 오르페우스의 마음이 알베르틴을 그리워하는 화자의 마음과 닮았다. 그리고 수많은 젊음을 순식간에 앗아간 이태원에도 간절하고 비통한 이 마음이 있다

삶은 무척이나 허무하고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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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2-11-01 23: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다른 책에 외도했다가 다시 돌아오면 프루스트 문체에 편안함을 느끼신다니....진정한 잃시찾 애독자십니다♡

페넬로페 2022-11-02 01:20   좋아요 3 | URL
편안함은 조금 익숙해서 그렇고 .여전히 어려워요. 시작했으니 끝내자는 심정으로 주먹 불끈 쥐고 있습니다^^

새파랑 2022-11-01 23: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끼야 벌써 11권 완독 하셨군요~! 저는 도대체 언제쯤 읽을지 걱정입니다 ㅜㅜ

잃시찾 뒤로 갈수록 이야기가 더 재미있어지는거 같아요~!!

페넬로페 2022-11-02 01:22   좋아요 4 | URL
어느새 11권까지 왔네요.
12권이 1일에 출간된다고 했는데 18일로 연기되었더라고요.
마지막을 어떻게 끝맺었을지 궁금하네요^^

mini74 2022-11-02 00:04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우와 페넬로페님 마지막 부분만 남겨두고 계시는군요. 제가 왜 이렇게 주책스랍게 뿌듯한지 ㅎㅎ 아는 분이 에베레스트 등정한 기분 *^^* 멋집니다 💕

페넬로페 2022-11-02 01:24   좋아요 4 | URL
미니님, 같이 감동 느껴주셔서 감사해요. 에베레스트를 한발한발 올라 간 것이 아니라 그저 휙 지나간 느낌입니다. 내년에 같이 읽어요^^

그레이스 2022-11-02 18:24   좋아요 4 | URL
저도 그 주책스러움에 동참! ㅎㅎ

레삭매냐 2022-11-02 19: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맨 밑의 마리아 칼라스
사진을 보니 오래 전
파리의 페르 라셰즈에서
애써 그녀의 납골당을
찾아 헌화한 추억이...

역시나 대단하십니다.
이제 대단원의 막이 -

페넬로페 2022-11-02 19:40   좋아요 4 | URL
마리아 칼라스의 납골당이 파리에 있군요. 친애하는 사람의 묘지에 가서 헌화하는 느낌, 좋을 것 같아요.

네, 허접한 리뷰의 막이 이제 끝나가고 있습니다 ㅎㅈㅎ

coolcat329 2022-11-02 19:5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다른 책을 읽다가 다시 프루스트로 돌아오면 마음 편하지신다니...오 작가의 문장에 같이 호흡하고 계신 거 같아요. 1권 시작부터 지금 여기까지 대단하시고 아름답습니다.

페넬로페 2022-11-03 09:33   좋아요 2 | URL
이 책의 분량이 워낙 많다보니 프루스트의 문장에 어느정도 익숙해졌나봐요.
11월에 마지막 두 권 출간된다기에 기대하고 있습니다^^

클로드 2022-11-04 08: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기억력이 좋지 않지만 페넬로페님 덕분에 이 책 제목을 외웠습니다. 몇일 전 서점에 갔을 때도 이 책을 찾아보았지만 책을 읽으면 마지막 장을 덮어야 하는 성격으로 이런 장편은 감히 손을 댈 수가 없더군요. 올려주시는 글을 보며 먼발치에서 응원하겠습니다.

페넬로페 2022-11-04 09:17   좋아요 2 | URL
클로드님, 응원 감사합니다.
이 책이 너무 길어 저도 포기하고 싶은 생각도 들었는데 리뷰를 올리다보니 이렇게 계속 가게 되었습니다. 깊이있게 읽어야 하는데 그것도 생각만큼 쉽지도 않아 그저 끝까지 읽는다는 생각만입니다 ㅎㅎ

희선 2022-11-06 02: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제 얼마 남지 않았군요 이 책을 보다 다른 책을 보다 돌아오면 편안하기도 하다니... 다른 사람 마음은 다 알기 어렵겠지요 자기 마음도 잘 모르기도 하는데... 이 책을 보고 프루스트를 아시고 좋아하게 되셨네요 저는 프루스트 하나도 모릅니다


희선

페넬로페 2022-11-06 11:46   좋아요 3 | URL
이제 두 권 남았습니다.
저도 프루스트를 잘 몰라요 ㅎㅎ
시작했으니 끝을 내자는 맘 뿐입니다. 그 시대를 살지 않았고 번역본으로 읽고 있기에 이해되지 않는 것도 많아 아직 정리가 잘 되지 않고 있어요^^
 
분신 열린책들 세계문학 116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석영중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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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옙스키는 자신의 첫 작품인 가난한 사람들의 성공 이후, 두 번째 소설에 대해 굉장한 기대를 걸었다. 그는 분신이 걸작이 될 것이라 예상했고, 주인공 골랴드낀이 자신을 성공의 절정으로 데려다 줄 것이라 장담했다. 그러나 분신은 독자들이나 평론가들에게 냉대 받는다.(번역자 해설)

 

[분신이 어느 모로 보나 독자의 사랑을 받는 데 실패한 것이 분명해졌을 때에도 그는 실패의 원인은 형식에 있을 뿐이며 소설에 내재된 관념은 심오한 것이라고, 그리고 주인공 골랴드낀은 자기가 발견한 가장 위대하고 가장 중요한 사회적 전형이라고 자만하였다.-p.246]

 

분신에는 분명 형식적으로 매끄럽지 않은 부분이 있다. 어떤 면에서 웃기기도 하다. 되새기고 싶거나 감동적인 문장도 별로 없다. 그러나 도작가가 창조해 낸 주인공 골랴드낀을 조각조각 해체하면 의미심장하다. 많은 부분들이 낯설지 않다. 골랴드낀을 통해 도작가는 인간의 깊고도 숨겨진 내면을 정확하게 표현해 낸다.

 

분신은 지금까지 읽은 도작가의 소설 중 가장 잘 읽혔고. ‘가난한 사람들보다 더 좋았다. 아마 이 소설은 도작가의 시대보다 현대를 살아가는 내가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골랴드낀의 모습에 나와, 나의 페르소나가 있다. 남의 시선 때문에 억누르고 덮어버린 내 속의 광기와 욕망, 질투를 골랴드낀이 보여준다. 욕망과 현실이 괴리된 채, 추구해야 할 본질을 잃어버린 요즘의 우리들은 거의 모두 가볍거나 무거운 정신분열을 겪고 산다. 내가 원하는 내가 될 수 없기에 또 다른 나를 창조해, 그것을 추앙하기도 공격하기도 한다. 도스토옙스키는 그러한 것들을 이 소설을 통해 정확하게 잘 포착했다. 소설이 좋게 평가받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골랴드낀에 대한 작가의 자신감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이 소설은 작가 도스토옙스키가 변사가 되어 우리들의 주인공인 골랴드낀을 등장시킨다. 소설의 시작부터 이 주인공의 행동은 조금 이상하다. 소심하면서도 허세가 있고 사람들에 대한 불신이 가득하다. 2의 골랴드낀을 통해 암시적으로 그 이유를 얘기하지만, 그에겐 철천지원수도 있다. 불안해하고 말재주와 처세술도 없다. 동료를 질투하고, 그들에게 따돌림을 당한다. 슬픔, 공포 분노, 무기력을 반복하며 느낀다. 용기 있게 나서야 할 때에는 뒤로 숨어버리고, 제어해야 할 때에는 오히려 가차 없이 돌진해 자신을 곤경에 빠뜨린다. 자신이 문제가 있다고 어느 정도 인식한 골랴드낀은 의사 끄레스찌얀 이바노비치를 찾아가 두서없이 말하기도 한다.

 

[제가 가는 길은요, 곧고, 솔직하며, 우회하는 법이 없지요. 왜냐하면 저는 돌아가는 것을 몹시 싫어하거든요. 그런 길은 다른 사람들이나 가라지요. 선생님이나 저보다 더 깨끗할지도 모를 다른 사람들을 무시하려는 건 아닙니다. 저는 흐리멍덩하게 대충 말하고 넘어가는 것은 싫어합니다. 같잖게 위선 떠는 것을 아주 싫어하고, 남에 대한 중상모략이나 뜬소문들을 경멸한답니다. 가면은 오로지 가면무도회에서나 쓸 뿐, 그걸 매일 쓰고 사람들 앞에 나타나지는 않습니다. -p.24]

 

의사는 골랴드낀의 생활 방식과 성격을 속히 뜯어고쳐야 한다고 무뚝뚝하게 말할 뿐이다. 골랴드낀이 자신의 상관인 올수피 이바노비치의 딸인 끌라라 올수피예브나의 생일 파티에 초대받지 못했지만 쳐들어가 쫓겨났을 때, 그에게는 자신과 똑같이 생긴 분신(分身)이 나타난다. 처음에 그 분신은 작고 초라한 모습이었다. 2의 골랴드낀을 통해 주인공이 힘들게 살아온 모습을 보여준다. 골랴드낀은 자신의 분신을 동정하고 도와주려 한다. 그러다가 분신은 골랴드낀에게 점점 적대적 인물이 된다. 자신이 잘하지 못하는 일을 얄밉게 잘 해내고, 골랴드낀을 기만하고 걸레처럼 취급한다. 골랴드낀의 망상은 심해지고, 광기의 힘은 무섭게 골랴드낀을 망가지게 한다.

 

조현병이 무서운 건 자신의 본질을 믿지 못하고, 자신을 공격하는데에 있다. 망상이나 정신분열은 골랴드낀처럼 자신을 불신한다. 자신안의 무서운 에너지는 자신을 갉아먹고, 몰아댄다. 아직은 괜찮다고 자신을 다독이고 정신력으로 버텨보려고도 하지만 불안과 두려움은 다시 자신을 나락에 빠뜨린다.

 

골랴드낀에는 가난한 사람들의 마까르 제부쉬낀이나 고골의 외투에 나오는 아까끼 아까끼예비치의 모습도 보인다. 필경사 바틀비도 연상되지만, 그는 그들과 다르게 페트르부르크의 쎄스찌라보츠나야 거리의 꽤 크고 웅장한 건물 4층에 자기 집을 가지고 있다. 현금도 넉넉하다. 그런 그가 불안에 빠지고 공포를 느끼는 건 러시아의 수도인 페트르부르크의 분위기에서 이유를 찾을 수도 있다.

 

그 당시 출세하고자 농촌에서 수많은 젊은이들이 페트르부르크로 왔지만 그들 대다수는 정부의 하급관리로 단순한 필사업무를 했을 뿐이었다. 철저하게 등급으로 나눠진 그들의 계급은 나머지 다른 곳에서도 사람을 계급으로 평가하고 대우하는 기준이 되었다. 골랴드낀은 가난에서는 벗어났지만, 더 높은 곳으로 가고 싶은 욕망은 이룰 수가 없었다. 외모도 뛰어나지 않고, 말재주와 처세술이 없는 그는 더 이상 출세할 수 없었다. 번듯하게 세상의 많은 것들을 누리기를 원했지만 계급과 능력적인 면에서 기회를 얻기가 쉽지 않았다.

 

골랴드낀이 좌절하고 슬퍼할 때마다 페트르부르크의 날씨는 비나 눈이 와 땅은 질척거리고, 추위가 심했다. 페트르부르크의 날씨처럼 골랴드낀을 둘러싼 모든 배경이 그의 정신을 분열시키고, 허약하게 만들었다. 골랴드낀이 보여주는 욕망과 현실의 불일치성, 상대적 빈곤, 타인에 의한 관계의 배제는 인간을 소외시키는 가장 큰 이유이다. 이러한 것들로 인한 인간 심리의 전형적인 변화를 작가는 잘 보여준다.

 

분신은 도스토옙스키의 다른 작품과 다르게 단숨에 읽을 수 있었다. 소설을 읽어 나가며 골랴드낀의 내면을 이해할 수 있었고, 지금의 나와 우리들의 모습도 연상되었다. 골랴드낀의 광기와 좌절에 나의 에너지 역시 말라가는 느낌도 들었다. 만약 내가 영화감독이라면 이 소설을 영화로 만들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이 소설은 인간의 욕망과 심리를 잘 분석하고 파헤친 작품이다.

 

분신은 도스토옙스키의 분신이며, 힘들게 이 세상을 버티며 살고 있는 우리들의 또 다른 자아이기도 하다.

 

[그렇지 않아도 숨을 쉬는 것조차 힘든 골랴드낀 씨에겐 더욱 그랬다. 흠뻑 젖어서 무거워진 외투는 눅눅한 온기와 무게를 전하며 그의 사지를 기분 나쁘게 휘감았고, 그렇지 않아도 완전히 힘이 빠져 버린 그의 다리를 휙휙 꺾고 있었다. 열병과도 같은 오한이 그의 온몸을 타고 흐르며 따끔따끔 자극적인 소름으로 변해 돋아나고 강인한 정신력으로 그건 말이지, 어쩌면, 어떤 식으로든 말이야, 아마도, 확실히, 한순간에 모두 잘 해결될 거야라는 식의 말, 즉 늘상 하기 좋아하던 말을 이런 순간 할 법한데도 그만 잊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도, , 아직은 괜찮아.-p.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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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버 2022-10-24 00:40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시대를 넘어 작가와 소통하셨군요. 새로 나타난 분신이 도리어 골랴드낀에게 적대한다는 게 마음 아프네요...안분지족하는 삶은 정말 어려운 것 같습니다.

페넬로페 2022-10-24 13:04   좋아요 5 | URL
네, 파이버님.
골랴드낀이 만들어 낸 자신의 분신이 적대자가 되어 자신을 공격한다는 사실이 슬펐어요~~
자기 삶에 만족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된 사회에 살고 싶어요^^

scott 2022-10-24 01:1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나보코프가 도끼옹 작품들 중 유일하게 극찬‘ 현대 소설‘ 적이라고 한 작품입니다

영화 더블도 꼬옥 보세요 ^^

페넬로페 2022-10-24 13:05   좋아요 5 | URL
나보코프가 극찬한 작품이었군요.
읽으면서 계속 현대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더블 영화 꼭 볼께요^^

미미 2022-10-24 11:49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아 역시 페넬로페님!!!^^*
저는 약간 지루하게 읽었었는데 페넬로페님의 리뷰를 읽고서야
이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게 되었네요. 요즘 제가 부쩍 느끼는 혼란이 그건데
당시(읽을 때)에는 페넬로페님처럼 생각하지 못했어요.(어설프게만..)
다시한번 ‘책이란 함께 읽어야 한다‘고 느낍니다.ㅎㅎ

페넬로페 2022-10-24 13:11   좋아요 5 | URL
책 읽는 취향은 사람마다 다 다를 수밖에 없어요. 저는 제가 좋아하는 유형의 책을 고르고 거기에 푹 빠지는 경향이 있어 책에서 감동을 잘 받아요 ㅎㅎ
책에 대한 비판을 해야하는데 그게 잘 안되네요^^

정말요.
책은 함께 읽는게 맞아요.
독서모임 다녀오면 별점 4개가 꼭 5개로 바뀌어요~~

새파랑 2022-10-24 12:0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분신> 정말 재미있게 읽었던거 같아요 ㅋ 아마 도선생님 작품중 재미면에서는 최고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ㅋ 그런데 이게 도선생님 작품중에 별로인 축이라니 ㄷㄷ

이제 페넬로페님도 도선생님 전작 시작 ^^

페넬로페 2022-10-24 13:12   좋아요 5 | URL
네, 도작가님 책 중에서 읽는 속도가 젤 빨랐어요 ㅎㅎ
전작 읽기 하고 싶은데 밀린 책이 많아 천천히 한 권씩 읽어야겠어요^^

서니데이 2022-10-24 16:5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시간 지나도 이전의 책들을 읽는 이유는 그런 것 같아요.
그 시대 사람들이나 지금 시대 사람들이나 크고 작은 고민하고, 복잡하게 사는 것 같기도 하고,
가끔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순간도 있는 것 같기도 해요. 진짜 그럴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잘읽었습니다.
페넬로페님, 따뜻한 오후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2-10-24 17:56   좋아요 4 | URL
그런 이유때문에 고전을 읽는 것 같아요. 사람 사는 모습은 다르지만 사람 그 자체는 잘 변하지 않지요.
고민도 많고 복잡하고 ㅠㅠ.
삶이라는게 참 무거워요~~

페크pek0501 2022-10-24 22:2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분신은 읽어 보지 못했어요.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있던 책을 분리해 출간한 모양입니다.
즐거운 독서를 하신 것 같아 좋아 보입니다.^^

페넬로페 2022-10-24 22:33   좋아요 3 | URL
도작가의 작품이 읽기 어려운데 일단 잘 읽혀 좋았어요 ㅎㅎ
페크님!
어머니 건강은 좀 어떠신가요?
환절기에 감기 조심하시기 바래요^^

희선 2022-10-26 00: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도스토옙스키 소설에 이런 것도 있었군요 《분신》이라니... 페넬로페 님이 쓰신 글을 보니 골랴드낀 도스토옙스키 같기도 합니다 도스토옙스키 잘 모르지만, 그냥 그런 느낌이... 그 말도 쓰셨군요 이 소설 자신은 잘되리라 생각했는데, 그때는 그러지 않았다니... 지금 읽어도 괜찮을 소설 같네요 다른 소설도 마찬가지겠습니다


희선

페넬로페 2022-10-26 15:13   좋아요 3 | URL
희선님 느낌이 맞아요.
골랴드낀에는 작가 자신이 많이 섞어있어요. 이 책 읽으며 뷰티풀 마인드라는 영화도 생각나더라고요^^

서니데이 2022-10-27 17: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편안한 하루 보내고 계신가요.
화요일 오전만 해도 많이 추워져서 걱정이었는데, 낮에는 많이 따뜻해졌어요.
아침 저녁 차가운 날씨예요. 감기 조심하시고, 좋은 오후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2-10-28 07:22   좋아요 2 | URL
요즘 가을이 절정인 것 같아요.
어제도 공원에 다녀왔는데 기온도 적당하니 좋더라고요.
이번 겨울은 코로나도 그렇고 독감도 유행한다네요.
서니데이님, 건강 조심하시고 가을을 많이 느끼시길 바래요^^

mini74 2022-10-30 11: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이 말씀하시는 골라드낀이 궁금해집니다. 인간의 숨겨진 내면을 정확하게 표현해낸다니. 찜합니다 ~

페넬로페 2022-10-30 21:40   좋아요 2 | URL
골랴드낀의 모습이 처음엔 약간 우스꽝스럽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점점 몰입하게 돼요.
정신분열 또는 망상을 작가가 잘 표현했어요^^

coolcat329 2022-11-02 19:5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 이 작품 읽으셨군요. 평가가 좀 안 좋은 작품이지만 저 참 재밌게 읽었답니다. 저도 이 소설 영화화 하는 거 생각했었는데 과연 누가 골랴드낀 역을 해야하나 고민했는데 못 찾았답니다. ㅋ

페넬로페 2022-11-08 15:55   좋아요 1 | URL
그 당시 보다 지금 우리에게 ‘분신‘이 훨씬 더 이해가 쉬울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누가 골랴드낀역을 하면 좋을까요? ㅎㅎ

scott 2022-11-09 15: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이달상 이관왕 추카합니다!
11월 건강 잘 챙기세요 ^^

페넬로페 2022-11-10 19:57   좋아요 1 | URL
scott님, 감사합니다.
11월도 빛의 속도로 지나가고 있는 느낌입니다.
scott님께서도 건강하시길 바래요**

서니데이 2022-11-09 15: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2-11-10 20:02   좋아요 2 | URL
서니데이님, 감사합니다**
환절기에 감기 조심하세요~~

모나리자 2022-11-09 15: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페넬로페님~~

페넬로페 2022-11-10 20:02   좋아요 1 | URL
모나리자님,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거리의화가 2022-11-09 16: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이달의상 축하드려요^^
도스토옙스키 작품을 조만간 읽으려고 했는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페넬로페 2022-11-10 20:15   좋아요 3 | URL
거리의화가님, 감사드려요.
도스토옙스키 작가의 작품은 언제나 좋은 것 같아요**

독서괭 2022-11-09 17: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도스토옙스키 중 가장 잘 읽혔다고 하시니 혹하네요!

페넬로페 2022-11-10 20:17   좋아요 2 | URL
독서괭님,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책은 도작가의 다른 책에 비해 썰을 푸는 게 별로 없어 ㅋㅋ, 잘 읽혔던 것 같습니다**

2022-11-10 19: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1-10 20: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선 2022-11-16 01: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 님 축하합니다 도스토옙스키가 이 소설을 썼을 때는 잘 안 됐지만, 지금과 잘 맞는 소설이네요 도스토옙스키 앞서갔군요 도스토옙스키가 죽고 이백년이 지나고도 자기 소설을 세계 사람이 읽는다는 거 알면 저세상에서 기뻐하겠습니다


희선

페넬로페 2022-11-16 19: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희선님, 감사합니다.
이 책을 읽고 고전이 그냥 고전이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실감했어요^^
 
그후의 삶
압둘라자크 구르나 지음, 강동혁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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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대, 어느 장소이건 침략과 수탈의 역사는 비슷하다. 힘을 가진 자가 약한 자를 집어삼키고 마지막 단물까지도 빼앗아간다. 위대한 인간 정신의 산물인 문명과 종교는 각자의 이기심으로 숨겨진 채, 앞잡이가 된다. 미개하고 낙후되었으니 우리가 너희를 구원하러 왔노라고 선언한다. 폭력과 회유의 반복으로 약한 자는 저절로 충성하게 된다. 총 몇 자루에 눈이 멀어 족장은 자기 부족원을 가차 없이 노예로 팔아넘긴다. 선택의 여지가 없어 보이는 혼란스러운 역사의 과정에서도, 개인은 어떻게 살 아내야 하는지끊임없이 선택해야만 한다. 그리고 선택에 의한 결과는 아무도 책임져주지 않는다.

 

압둘라자크 구르나의 그후의 삶은 전작인 낙원바닷가에서와 연결된다. ‘그후의 삶은 아프리카가 유럽 여러 나라의 식민지로 분할되기 시작할 때의 동아프리카 지역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이다. ‘낙원바닷가에서가 배경을 통해 함몰된 인간의 삶을 좀 더 조명했다면, 그후의 삶은 역사의 현장을 먼저 보여주고, 거기서 살아내는 인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후의 삶이라는 제목이 붙여진 이유를 책의 중반쯤에서 알 수 있다. ‘바닷가에서는 읽는 시기가 중요하지 않지만 이 책은 낙원을 먼저 읽고 나서 읽기를 권한다. 한 인물이 낙원에서 소년기와 청소년기를 거쳤다면, 이 책에서는 그 인물의 청년기와 중년기를 다루기 때문이다.

 

대항해시대의 포문을 연 포르투갈에 의해 아프리카는 유럽 사회에 알려진다. 16세기로 접어들면서 유럽의 각 나라는 아프리카에 눈독을 들인다. 처음에는 금과 상아에 관심이 있었지만 곧 노예무역을 시작한다. 영국의 종단 정책과 프랑스의 횡단 정책이 파쇼다지역에서 충돌하고, 18세기 후반에는 아프리카 내륙지대 깊숙이까지 여러 나라가 진출한다. 1884년 베를린 회의에서 아프리카를 어떻게 나눌지 논의한다.

 

[이때 만들어진 국경은 오늘날 아프리카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아. 오늘날까지 아프리카에서 부족 간의 분쟁이 끊이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야. 유럽 열강들은 똘똘 뭉치는 부족은 떼어놨고, 자주 싸우는 부족은 붙여놨어. 그런 식으로 국경을 정해버린 거야. 그들이 왜 그랬을까? 맞아, 아프리카인들이 서로 싸우도록 조장하기 위해서였어. 그래야 지배하기가 편하지 않겠니?

- '통아프리카사‘, p.163, 김시혁, 다산에듀]


[베를린회의에서 인위적으로 나눈 아프리카 국경선

- ‘나의 첫 아프리카 수업’, p.45, 김유아, 초록비책공방]

 

동아프리카에 독일이 침범해 들어오고, 그에 맞서 아랍과 스와힐리족의 연안무역상과 카라반이 저항하지만 역부족이었다. 남쪽의 헤헤족은 끈질기게 저항했다. 슈츠트루페(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아프리카 식민지에 주둔한 독일군 부대)는 단호하고 가혹하게 대웅 했다. 독일은 아스카리라고 불리는 아프리카 용병대를 조직해 그들을 반란의 진압에 동원했다. 독일은 헤헤족 사람들을 굶기고 마을을 불태워 8년 만에 그들을 굴복시켰다. 그 와중에 아스카리들은 악랄해지고 사나워졌다. 아스카리는 독일인을 대신해 싸워주고, 아프리카 주민은 짐꾼(넝마를 입고 모두에게 경멸당한다)으로 징집되어 전쟁터로 나간다. 독일인 장교들은 매번 우아하게 식사를 해야 했으며 밤마다 술파티를 벌였다. 아프리카인들은 그들의 시중을 들고, 매번 쾌적하고 편안한 잠자리를 준비해야 했다.

 

식민지 시대에 문명화되지 않은 곳에서, 부모의 도움도 받지 못하는 소년들과 청년들은 슈츠트루페에 지원하는 것이 자신의 현실을 벗어나는 길이었다. 침략국이 운영하는 학교에 가서, 그들의 언어와 학문을 배워야만 출세할 수 있었다. 저항자를 죽이고 고문하는 일은 현지인들의 몫이었다. 36년간의 일제강점기를 지난 대한제국의 청년들과 비슷했다. 제국주의자들의 무력에 의한 침략과 현지인에 대한 무지막지한 수탈과 착취는 모든 식민 역사에 거의 비슷하게 적용된다.

 

사는 것이 너무 힘들었던 어린 일리아스는 집에서 도망쳤다가 기차역에서 슈츠트루페 아스카리에게 납치당한다. 그곳에서 풀려난 뒤에는 미션스쿨로 보내진다. 글을 읽고 독일어를 할 수 있어 그는 취업을 할 수 있었다.

 

부모가 빚을 갚을 때까지 상인의 집에서 노예처럼 살고 있던 함자는, 자신이 여기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아스카리가 되는 것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오벌로이트난트(중위)의 당번병이 된다. 장교는 그에게 독일어를 가르쳐주고 돌봐준다. 이것을 마땅치 않게 여긴 교관 펠트베벨 발터는 함자를 미워한다. 펠트베벨은 전형적인 침략국의 군인이었다.

 

[우린 너희에게 이걸, 수학을 비롯해서 우리가 아니었다면 너희가 가질 수 없었던 수많은 영리한 것들을 가져다주려고 왔다. 이게 우리의 치빌리지어룽미시온(문명인의 사명)이다. ....우린 너희를 문명화시키려 온 거다....

다만 나는 너희가 절대 수학은 배우지 못할 거라고 생각한다. 수학에는 너희 민족으로서는 불가능한 정신적 규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p.103]

 

독일이 동아프리카의 아랍인과 스와힐리족, 본토의 여러 부족들을 하나하나 정복해 나갈 때 영국도 들어오기 시작한다. 독일과 영국의 충돌은 당연하고, 그들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는 건 아프리카인들이었다. 독일을 위해 일리아스는 다시 슈츠트루페에 자원입대한다. 자신을 구해주고 친절하게 대해준 건 독일인뿐이고, 그들에게 은혜를 갚아야한다고 생각한다. 그 후 일리아스는 알려지지 않고, 함자의 입장에서 독일과 영국의 전쟁이 서술된다. 아스카리는 독일인을 대신해 그들보다 더 잔인하게 지역민들에게 공포를 주고 약탈한다.

 

[무용담을 늘어놓으며 거대한 산맥이 비를 막아주는 평원을 가로지를 때만 해도, 이들은 앞으로 몇 년 내내 폭우와 가뭄을 겪으며 늪과 산맥과 숲과 초원에서 싸우면서 알지도 못하는 군대를 살육하고 또 그들에게 살육당하게 되리라는 걸 몰랐다. 펀자브인과 시크교도, 판티족과 아칸족, 하우사족과 요루바족, 콩고족과 루바족, 이들 모두가 유럽인을 대신해 그들의 전쟁에서 싸우는 용병이었다.

-p.138]

 

아프리카에서 이슬람교도(특정 종교를 비하할 생각은 없음), 게다가 식민지의 백성으로 살기에 누구나 어려움을 겪지만 여성의 삶은 더 척박하다. 토착 부족민들과 이슬람 종교에서 여성의 지위는 낮고, 인간적인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쿠란에 여성에게도 재산권이 있음이 명시되어있지만 그것은 지켜지지 않는다. 어린 시절 잠시 쿠란을 가르치는 학교에 다니다가 여성은 곧 그만 다녀야 한다. 눈만 내놓은 채, 온 몸을 가리고 다니고 남자와는 눈도 마주쳐서는 안 된다. 여자는 여자들끼리 집에서만 모인다. 남편이 두 번째, 세 번째 부인을 맞아들여도 받아들여야 하고, 더 젊은 여자를 원해 이혼을 계속하는 남자도 있다. 불행한 결혼일 수 있지만, 여자가 보호받을 수 있는 제도는 결혼밖에 없다. 어른이 정해주는 대로 결혼해야만 한다.

 

자신의 억울함을 풀어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남편이다. ‘아샤 푸아디는 남편 칼리파가 그것을 해결해주지 못하는 나약한 존재임을 깨달았을 때, 평생 마음에 원망과 시기심을 새긴다. 똑같이 부모에게 버림받고 다른 사람 집에서 노예처럼 살던 일리아스의 동생 아피야는 단지 글을 조금 읽는다는 이유로 집주인에게 심한 매질을 당한다. 독일이 영국에게 거의 패하게 되자 교관 펠트베벨은 평소 미워하던 함자에게 칼부림을 한다. 함자는 그 후로 다리를 온전하게 사용하지 못한다. 아피야와 함자는 결국 칼리파가 거둔다. 아샤에게는 부족한 남편이지만 성품이 착한 그가 두 사람에게 아버지가 되어 준다. 함자와 아피야는 결혼하고 아들을 낳는다. 아이에게는 외삼촌의 이름인 일리아스를 붙여준다.

 

어린 일리아스는 어머니가 그리워하는 외삼촌 일리아스의 행적을 추적한다. 외삼촌 일리아스는 독일의 군대에서 계속 복무하다 1차 세계대전의 패배로 독일이 아프리카에서 철수할 때 독일로 간다. 그는 독일인 여성과 결혼하고, 독일정부에 군인연금 수령과 동아프리카 작전에 참전한 공으로 훈장을 신청하지만 거절당한다. 나치가 정권을 잡았을 때 그들은 재식민화운동(글라이히샬퉁-베르사유조약으로 빼앗긴 식민지를 되찾자는 캠페인)을 시작한다. 일리아스는 나치당에 가입하고 재식민화운동을 위한 행진에서 단상에 올라 슈츠트루페 제복을 입고 특별히 디자인된 깃발을 흔든다. 그는 엘리아스 에센으로 이름을 바꾸고 아스카리 군복 차림으로 카바레에서 가수로 활동한다. 그는 인종법을 어겨 베를린 외곽의 작센하우젠 수용소로 보내졌고 거기서 죽는다.

 

[‘난 독일인들한테서 친절함 말고는 겪어본 적이 없어요.“

.......

이 싸움은 폭력적이고 악랄한 두 침략자의 싸움이야. 하나는 우리 옆에 살고, 다른 하나는 북쪽에 살 뿐이지. 놈들은 누가 우리를 통째로 삼킬지를 놓고 싸우는 걸세. 이게 자네랑 무슨 상관인가? 자네는 잔인하고 악랄하기로 악명 놓은 용병대에 들어가려는 거야. 다들 뭐라고 하는지 못 들었나? 심하게 다칠 수 있어....그보다 더 나쁜 일을 당할 수도 있고, 제정신으로 하는 생각인가?]

 

일리아스는 자신을 도와 준 독일 군대에 충성하다 나중에는 살아남기 위해 나치당에 가입한다. 식민지 청년의 삶은 이렇게 지리멸렬하다. 가해자는 책임져주지 않고, 억울하고 힘든 개인의 삶만 남을 뿐이다. 일리아스에게 선택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은 너무 잔인한 것이 아닐까? 본토 아프리카가 그를 구제해주지 않고 관습에 얽매인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일리아스의 행동에 한나 아렌트가 말한 생각하지 않은 죄를 적용시킬 수 있을까?

 

2021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압둘라자크 구르나의 소설 세 편은 나에게 소설의 재미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특히 동아프리카에 대한 역사를 궁금하게 만들어주었다. 구르나의 소설을 통해서, 또 내가 찾아본 아프리카에 대한 책으로 어느 정도 동아프리카의 역사를 알게 되었다. 만약 그가 노벨 문학상을 받지 않았다면 그의 소설은 더 늦게 번역되었을 것이고, 나는 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노벨상의 힘은 생각보다 대단하다. 상을 받은 작가의 소설을 읽게 만들고, 책의 배경과 인물을 통해 또 다른 역사와 인간의 삶을 들여다보게 한다. ‘그후의 삶을 읽으며 구르나 작가에게 노벨상이 주어진 이유가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정확하게 알지 못하고, 알면서도 잊혀져가는 것들을 경계하게 하고 다시 인식시켜주는 힘! 그것을 구르나가 해주었다. 그의 작품은 읽으면 읽을수록 생각이 복잡해진다. 어디에서부터 잘못되고, 무엇이 원인이었는지, 누구의 책임이 더 강한지를 생각해야하고 분석해야만 한다. 물론 그것은 하루아침에 끝날 문제가 아니다. 그렇지만 우리에게 끊임없이 인간이 저지른 사실을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중요하다. 그것이 글의 힘이다.

 

며칠 후에 2022년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발표된다.

대한민국의 황석영 작가의 수상을 기대하며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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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10-03 16:2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놈의 구원 ㅠㅠ현지인들에게 저항자를 고문하게 하는 것이란 문장에서 노덕술이 떠오르네요. 제국주의 아래 하는 짓들은 어찌나 비열하고 끔찍한지 ㅠㅠ 구르나 작가님 책도 읽어야 하는데~~ 페넬로페님 리뷰 정말 잘 읽었습니다 *^^*

페넬로페 2022-10-03 16:25   좋아요 2 | URL
그니까요 ㅠㅠ
이 책 읽으며 너무 우리 일제 강점기와 비슷해서 우울하고 슬펐어요. 여성의 삶도 넘 척박하고요. 노예 무역상에 자국민을 넘겨주는 놈들도 우리시대와 똑같았어요..
지금도 정신 차려야하는데 걱정입니다^^

scott 2022-10-03 16: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구르나의 문학 여정은 동시대인들이 몰랐던 그곳의 전쟁 같은 삶 난민처럼 떠돌았던 작가의 여정이 마치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같이 읽혀지기에 세계문학상을 수여 받은 것 같습니다 문학이라는 보편적인 언어로 표현한 그후의 삶 ^^

페넬로페 2022-10-03 16:29   좋아요 3 | URL
네, ‘그후의 삶‘을 읽으며 노벨상이 왜 주어졌는지 알겠더라고요.
작가 개인의 이력까지 더해져서 더 좋았어요. 원문이 너무 좋다고 하던데 영어가 짧아 아쉬웠어요^^

그레이스 2022-10-03 16:3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우리는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어떤 시대 어떤 공간에 살게 된다는 것, 그것이 한 개인의 삶에 있는 부조리를 다 덮을 수는 없다는 생각에 생각을 좀더 묵히게 됩니다.

페넬로페 2022-10-03 19:45   좋아요 3 | URL
어느 시대, 어떤 공간에서라도 개인의 삶에 대해 개인의 책임도 있다는 말씀이신거죠!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바람돌이 2022-10-03 16:45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이 책만 읽으면 이분 소설은 다 읽는건데 마지막 한권을 아직도 못읽고 있네요. 제 책탑 맨 위에서 매일 저에게 눈짓하고 있는데 말이죠. ㅎㅎ
그동안 이 책 리뷰는 잘 안올라와서 어떤가 궁금했었는데 어쩌면 3권 중 제일 좋을 것 같은 느낌이 이 리뷰에서 팍팍 느껴집니다.

페넬로페 2022-10-03 19:48   좋아요 3 | URL
이 책은 몰입도가 커서 금방 읽을 수 있어요. 역사와 사람을 적절히 잘 연결시켰고요. 끝부분에서 일리아스의 삶으로 바로 끝을 내어 그 부분을 어떻게 생각하실지 궁금합니다^^

미미 2022-10-03 16:5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일리아스는 선택을 했다기보다는 특정 삶으로 내몰린것 같네요.
제국주의의 잔혹함이 느껴집니다.
‘낙원‘을 먼저! 기억해둬야겠어요^^*

페넬로페 2022-10-03 19:50   좋아요 2 | URL
일리아스가 본국에 남느냐, 떠나느냐의 선택을 한 것 같은데, 그만큼 그에게 조국은 신뢰를 주지 못했어요.
제국주의, 언제나 악랄합니다 ㅠㅠ

새파랑 2022-10-03 17:5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젠 ‘압둘라자크 구르나‘ 하면 페넬로페님~!! 역시 노벨상은 괜히 타는게 아닌거 같아요 ㅋ
저는 <바닷가에서>만 읽어봤는데 핵심은 <낙원> 이군요 ^^

페넬로페 2022-10-03 19:52   좋아요 3 | URL
낙원보다 그후의 삶이 좀 더 잘 읽혀요. 배경에 대한 설명도 상세히 되어 있는데 순서는 상관없지만 주인공을 잘 이해하려면 낙원을 읽는 것이 도움이 돼요^^

coolcat329 2022-10-03 19: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러네요. 구르나가 노벨문학상을 받지 않았다면 그의 작품들을 읽지 않았을 거 같아요.
저는 바닷가에서 읽을 차례인데 낙원보다 좋다고 하신 분들이 많아 기대됩니다.
며칠 후 발표될 노벨문학상의 주인공은 누굴지 제가 다 설레입니다.

페넬로페 2022-10-03 19:53   좋아요 2 | URL
네, 저는 이런 작가가 있는줄도 몰랐어요. ㅎㅎ
구르나 작가의 세 작품이 저는 다 좋았어요^^

프레이야 2022-10-03 19:1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구르나. 세 권 다 읽으셨네요 페넬로페 님.
낙원에서 더 못 나가고 있네요 전.
작품성의 힘이 느껴집니다.

페넬로페 2022-10-03 19:54   좋아요 2 | URL
서사와 문장의 힘이 느껴지더라고요. 쓰인 시기가 달라 문체의 변화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레삭매냐 2022-10-03 20:0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기세 좋게 <구원>과 <바닷가에서>
까지 읽고서 이 책까지 읽었어야
했는데 멈추어 버렸네요.

페넬로페님의 리뷰에 다시 버프를
받아 도전해야지 싶습니다.

페넬로페 2022-10-03 23:47   좋아요 1 | URL
압둘라자크 구르나 작가는 레삭매냐님께서 소개해 주셔서 알게 되었어요. 매번 신간 소식 전해주셔서 그저 편하게 따라가고만 있어요^^

책읽는나무 2022-10-03 20: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낙원...전 여름에 낙원에 발 담그기만 하구선...저도 늘 똑같은 말! 읽지 못했네요~ㅋㅋㅋ
작가의 책이 참 많군요?
전작하면 정말 아프리카 역사에 대해 다시 보는 눈이 생길 것 같기도 합니다.
그들의 역사도 이렇게나 험난하고 힘들었네요.ㅜㅜ

페넬로페 2022-10-03 23:51   좋아요 2 | URL
이번에 세 권의 책이 동시에 나와 계속 읽게 되었어요.
이 작품들을 통해 이슬람교를 믿는 스와힐리어를 사용하는 동아프리카의 역사에 대해 알게 되어 유익했어요~~
그들이나 우리나라나 어려운 시대를 지나왔는데 단일민족이라는 것이 이렇게 펀할수도 있다는 생각도 했어요^^

stella.K 2022-10-03 20:3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구르나 읽을만 하던가요? 저는 노벨문학상 작품은 좀 오글거려서...
오늘 모기관지에선 살만 루시딘을 점치던데 뚜껑은 열어 봐야알겠죠?

페넬로페 2022-10-03 23:52   좋아요 2 | URL
구르나 책은 일단 어렵지 않고 쉽게 읽혀 좋아요. 가독성도 좋고 내용도 공감되어요.
이번에 살만 루시디가 노벨상 받으면 본격적으로 읽어봐야겠어요^^

서니데이 2022-10-04 22: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작가가 작년의 노벨문학상 수상이었는데, 올해는 누가 될 까요. 문학상은 6일에 발표된다고 들었어요. 우리가 아는 작가일 수도 있겠고, 또 처음 듣는 이름일 수도 있겠지요. 이번주에 발표되는 다른 부문의 수상자가 계속 뉴스에 나오고 있어요. 올해 누가 되든지, 아마 그 작가의 책은 우리 나라에 소개 될 가능성이 높을 것 같습니다.
페넬로페님, 잘읽었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페넬로페 2022-10-05 15:17   좋아요 1 | URL
올해 노벨상 후보들이 워낙 쟁쟁해서 누가 될지 정말 궁금해요. 다른 분야의 상을 받는 분들도 다들 천재처럼 보여요 ㅎㅎ
노벨상 수상 작가의 책을 읽는게 재밌더라고요^^

2022-10-06 10: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0-06 22: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선 2022-10-05 02: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름이 일리아스라니, 호메로스 《일리아스》 안 읽었지만, 그게 생각나기도 하네요 아프리카 사람은 자기들 싸움이 아닌 영국과 독일 사람 대신 싸움을 하다니... 국경은 다른 사람이 정한 거였군요 그것도 참 슬픈 일이네요 그게 지금까지 이어지고 내전이 일어난 까닭이기도 하다니... 서로 다른 부족이라 해도 잘 지내면 좋을 텐데... 그게 잘 안 될지도 모르겠군요


희선

페넬로페 2022-10-05 15:19   좋아요 1 | URL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같은데 둘이 별로 연관되지는 않더라고요.
식민역사는 어느 곳에서나 참 슬퍼요. 영국이 물러가고도 아프리카에는 독재가 계속 지속되어 그것도 맘 아파요ㅠㅠ

2022-10-05 02: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0-05 15: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0-07 02: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0-07 13: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0-06 23: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0-07 00: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0-07 00: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0-07 13: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0-10 00: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0-10 11: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mini74 2022-10-07 22:3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제겐 구르나 하면 양대산맥 ㅎㅎ 그레이스님과 페넬로페님.
최근에 매냐님까지 ㅎㅎ
축하드립니다. 즐거운 연휴 보내세요 ~

2022-10-08 10: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0-08 10: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0-09 02: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0-09 22: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yamoo 2022-10-21 13: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구루나 책이네요. 읽고 싶은데...읽어야할 책들이 산더미라 나중에..^^;;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구루나 읽을 때 참고할 게요~~ㅎㅎ

페넬로페 2022-10-21 14:36   좋아요 0 | URL
작가에 대한 기본 정보없이 노벨상 수상작인 이유로 읽었는데 구르나 작가의 작품들이 다 마음에 들었어요. 이번에 배반도 번역되어 읽고 싶은데 저 역시 읽어야 할 책이 많아 고민입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0 - 갇힌 여인 2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김희영 옮김 / 민음사 / 2020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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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5편인 갇힌 여인은 마르셀 프루스트 사후 일 년 만에 출간된 작품이다. 그래서인지 전 편에 비해 약간 정제되지 않은 느낌을 받았다. 발베크에서 화자는 알베르틴의 고모라적 성향을 의심해 그녀를 파리로 데려온다. 그녀를 독점하고,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지 않게 하기 위해 자신의 집에 데려와 칩거 생활을 시작한다. 화자는 알베르틴의 친구인 앙드레와 운전기사를 통해 감시하게 하는데도 그녀의 거짓말은 계속된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선물해주지만 끝내 알베르틴의 마음을 얻지는 못한다. 질투와 의심, 육체에 대한 욕망으로 그들의 사랑은 위태로워 보인다. 가을부터 다음 해 봄이 시작될 때까지 육 개월 동안의 화자와 알베르틴의 동거는 고전 비극에서 전개되는 다섯 개의 막처럼 구성되어 있다.

 

[이 다섯 날은 다시 화자 집에서의 알베르틴의 정착, 베르뒤랭 집에서의 연회, 알베르틴의 떠남이라는 삼분법적인 구조로 요약된다. 지극히 한정된 공간과 한정된 시간, 한정된 행동이 고전 비극의 삼일치의 법칙을 환기한다

-p. 386, 작품 해설 중에서]

 

 

 

플라톤의 향연에서 천상의 아프로디테에 속하는 에로스에 영감을 받은 자들은 본성상 더 건장하고 지성을 더 많이 가진 것을 소중히 여겨 남성에게로 사랑이 향한다고 했다.

 

[바로 소년 사랑 그 자체에서도 순수하게 이 에로스에 고무되어 있는 자들을 누구라도 알아볼 수 있을 것이네. 그들은 그냥 소년들이 아니라 이미 지성을 갖기 시작할 때의 소년들을 사랑하거든.....내 생각에 이때부터 그들을 사랑하기 시작하는 사람들은 전 생애 동안 그들과 함께 지내면서 그들과 함께 삶을 공유할 준비가 되어 있으니 말이네.

-‘향연’, 플라톤, 이제이북스, 강철웅 옮김, p.79]

 

프루스트는 순수하게 에로스에 고무되어 있었던 옛 그리스의 관습은 사라졌으며, 샤를뤼스와 알베르틴으로 표현되는 소돔과 고모라는 비의지적이고 신경증적인 동성애, 타인에게 숨기고 자신에게 위장하는 동성애(p.23)만이 증식되고 있다고 한다. 수치스럽고 퇴색한 동성애만이 살아남아 있다. 자신의 실제 생활과는 다르게 프루스트는 동성애에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샤를뤼스에게는 조롱을, 알베르틴에게는 금지 혹은 멈춤을 바란다. 화자는 알베르틴에게 끊임없는 질투와 의심을 한다. 나중에 이러한 사실을 안 알베르틴은 화자의 이러한 태도에 실망한다.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헤어질 결심을 한다, 또는 그녀와 결혼까지도 생각한다는 모순적이고도 상반되게 변화하는 화자의 정신은 극도로 불안정하다. 바깥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코르크마개로 벽을 막은 채 칩거하며 글을 써내려간 결과로 얻은 프루스트의 문장은 인간의 오감과 모든 세포를 다 열어놓은 듯하다. 보통사람들이 느끼지 못하는 감각으로 알베르틴을 표현하고, 인간의 심리를 들여다봤기 때문인지 두 사람의 사랑은 어렵다. 끝까지 이해할 수 없다. 사랑과 욕망의 경계에서 아찔하게 줄다리기를 하는 그들의 사랑은 작가가 살았던 시대까지 포함하고 있어 비판적인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알베르틴과 화자의 사랑은 르네 마그리트의 연인들(The Lovers)'과 흡사하다. 베일로 가려진, 위장된 두 사람의 사랑은 진실하지 못하다. 인간의 삶에서 사랑뿐만 아니라 모든 타자와의 관계 역시 여러 겹의 가면이 존재한다. 베르뒤랭 부인은 자신의 사교모임에 참여했던 회원이 죽었거나 위독할 때, 슬픔이라곤 전혀 느끼지 못한다고 고백한다. ’슬픔을 고백하는 순간, 쾌락을 포기(p.83)'할 용기가 없으므로, 연회를 취소하지 않기 위해 무관심을 선택한다. 모든 사교계에서 인기가 있었던 스완이었지만, 그의 죽음역시 조용히 파묻힌다. 자신의 쾌락과 자존심을 위해 타인에 대한 음모도 자행된다. 어쩌면 화자의 미필적 고의적인 그물망에 알베르틴도 걸려 들었는지 모른다. 겨울처럼 느껴지는 자신의 사랑이 부담되고 지루해진 화자는 더 두꺼운 베일로 자신을 가려버린다. 봄이 되는 시점까지 계속된 알베르틴에 대한 질투와 집착은 화자를 피곤하게 한다. 이 세상 모든 아담들의 욕망도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알베르틴은 떠남은 이 모든 것으로부터 연결되어 있다.

 

[이렇듯 우리는 현실과는 매우 다른 외관을 서로에게 제시하고 있다. 아마도 두 존재가 마주할 때면 언제나 이런 식인지 모른다. 왜냐하면 그들 각자는 상대방의 마음속에 있는 부분을 모르고, 설령 안다고 해도 일부밖에 이해하지 못하며, 그래서 둘 다 자신에게서 가장 개인적이지 않은 부분만을 표출하거나......

자신의 생각을 정확히 반영하는 인상을 전하려 하기보다는,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기에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그런 인상을 전하려 하며, 또 내게서 그 생각은 집에 돌아온 알베르틴을 예전처럼 온순한 상태로 간직하여, 그녀가 화를 내며 더 큰 자유를 요구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p. 266~267]

 

화자는 베르뒤랭 부인의 저택에서 뱅퇴유의 7중주를 들으며 인간의 사랑과 관계보다, 예술, 특히 음악을 더 우위에 둔다. 타자와의 관계는 불완전하고 이기적이다. 그에 비해 빛의 찬란한 부동성(p.108)’인 음악은 , ‘지속적이고 행복한 움직임인 삶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위대한 것이다. 글과 그림보다 음악은 순간적이다. 음악은 듣는 순간에만 존재한다. 악기나 인간의 소리에 의해 재생되는 음악을 들으며 우리는 뭔가를 떠올리고, 생각하고 이미지로 저장할 뿐이다. 프루스트는 이것이야말로 영혼의 소통에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이고, 최고의 예술이라 정의한다.

 

프루스트는 이 책에 뱅퇴유, 베르고트, 엘스티르라는 세 인물을 등장시켜 음악, , 그림에 대한 자신의 예술론을 펼친다. 과거를 회상하며 추억하는 서사도 흥미롭지만 프루스트가 표현하는 예술에 대한 글은 너무 아름답고 깊이 몰입하게 한다. 작가의 예술에 대한 조예가 존경스럽다. 프루스트의 악명놓은 긴 문장의 글은 읽기가 쉽지 않고, 특히 갇힌 여인편의 사랑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가 내놓는 이런 예술론은 매혹적이다. 



민음사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책표지가 무척 예쁘다. 각 권마다 연상적으로 언급되는 중요한 식물, 나무, 꽃 등의 이미지를 모티프로 하여 디자인했다. 기본적으로는 시간의 흐름이라는 이미지를 반영하여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흩날리는 패턴을 시각화시켰다(민음사 편집부 제공)

 

이미지의 종류는 다음과 같다.

1, 2- ‘스완네 집 쪽으로’~~ 월계수 잎

3, 4- ‘꽃핀 소녀들의 그늘에서’~~ 라일락

5, 6-‘ 게르망트 쪽’~~ 장미

7, 8- ‘소돔과 고모라’~~

9, 10-‘ 갇힌 여인’~~ 제라늄

11- ‘사라진 알베르틴’~~ 산사나무

마지막 12, 13권은 준비 중이라고 한다.

 

 

 

나는 책을 읽을 때 전체적인 흐름과 세부적인 상황 중 어느 것에 중점을 둘 것인가?’를 고민한다. 물론 어떤 책은 전체인 숲이 보이고, 또 다른 책은 숲보다는 나무가 선명하게 각인될 때도 있다. 책에 따라 의미를 두는 곳이 다르므로, 무엇이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다. 각자의 취향으로도 적용될 수 있다. 이번에는 화자와 알베르틴의 관계에 더 많이 머물렀다. 그래서 혹시 다른 중요한 것을 보지 못한 것은 아닐까라는 우려도 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5편인 갇힌 여인은 예술에 대한 뛰어난 묘사는 좋았지만, 화자와 알베르틴의 비틀린 사랑은 아쉬웠다. 내가 두 사람의 사랑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끝내 거기에서 아름다움이나 완성된 합일을 볼 수 없었다.

 

[단 하나의 진정한 여행, 단 하나의 청춘의 샘은 새로운 풍경을 향해 가는 것이 아니라, 다른 눈을 갖고, 타자의 눈을 통해 다른 수백 명의 눈을 통해 우주를 보며, 그들 각각이 보고 그들 각각이 존재하는 수백 개의 우주를 보는 것이다. 그리고 이 일을 우리는 한 사람의 엘스티르, 한 사람의 뱅퇴유, 그들의 동류인 예술가들과 더불어 할 수 있으며, 정말로 이 별에서 저 별로 날아다닌다.

-p.113~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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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9-25 16:1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와 드디어 끝이 보이는군요. 잃사찾 읽은 페넬로페님
제가 아는 사람 중에 이걸 읽은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뿌듯합니다. ^^
문장이 너무 길면 저는 전체를 보기가 힘들더라구요. 부분 부분을 이해하는 것도 너무 벅차서... 그러면 보통 다시 읽고는 하는데 이 책은 다시는 커녕 한번 읽기도 일단 큰 결심을 먼저 해야해서.... ㅠ.ㅠ
그런데 민음사의 이 책은 진짜 표지가 너무 예뻐서 안 읽어도 소장하고 싶은 욕구를 계속 부추기네요. 저렇게 확 펼쳐놓고 나니 더 예쁘다는....

페넬로페 2022-09-25 20:21   좋아요 2 | URL
이제 3권 남았어요.
나머지 2권 출간되면 올해 마무리해야겠어요.
잃.시.찾은 겉표지도 예쁜데 속표지의 색깔도 다양해 좋더라고요.
읽지 않아도 소장하면 뽀대나는 책인 것 같아요.
이 소설도 워낙 긴 호흡으로 진행되어 제가 이해를 다 못하는 것 같아요.
리뷰도 그렇고요^^

미미 2022-09-25 19:0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과 딱 맞아떨어지네요?!! 헤어질결심,미필적 고의에도 공감만땅입니다.ㅎㅎ 페넬로페님 1회독에서 이정도로 읽어내시면 2회독때는 어떠실지 두근두근합니다.^^*

제가 어릴때 프루스트를 읽었더라면 연애하면서 그렇게 힘든 시기를(초반 너무 힘들었던ㅠㅠ) 좀 더 빨리 벗어났을거라고, 초연했을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페넬로페 2022-09-25 20:26   좋아요 2 | URL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이 사람과의 관계를 잘 표현한 것 같아 그림 잘 모르지만 넣어봤어요.
전 10권에서 화자가 조금 싫어졌어요 ㅎㅎ
책에 헤어질 결심이란 말이 많이 나와 계속 영화가 생각났어요.
초반에 우리가 다 어리고 미숙해서 연애가 그렇게 힘들었나봐요.
사실 리뷰를 쓰고는 있지만 미흡한 점이 많은데 재독하면 안보이는 것도 보일 것 같아요^^

책읽는나무 2022-09-25 19: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10 권!!👏👏👏
책 표지가 눈에 들어옵니다^^
‘시간의 흐름‘ 나름의 의미가 있었군요.
저는 <예술가의 서잼>를 읽다가 펭귄북스 북디자이너 예술가편에서 책 표지 디자인 중 드라큘라 책의 마늘 꽃 모티브로 책 표지를 디자인한 것이 인상깊었거든요.
그걸 보면서 잃시찾 책 표지 디자인 그림이랑 비슷하다? 생각했었어요.
꽃이 똑같았던 것은 아니지만 디자인 패턴이 비슷해 보여 저도 언제 한 번 잃시찾 책 다 모으면 사진을 찍어봐야겠다! 싶었는데 요렇게 카드처럼 펼쳐 찍으시니 더 예쁘네요^^
뿌듯하시겠습니다. 이 10 권의 책을 완독하시다니~^^
이제 고지가 보입니다.
책을 읽질 않아 책 이야기는 어떻게 시작도 할 수가 없네요ㅋㅋ
르네 마그리트 그림은 묘하게 어울린다는 생각이 듭니다.

페넬로페 2022-09-25 20:29   좋아요 3 | URL
제가 책표지가 궁금해 민음사에 메일을 보냈더니 저렇게 답장이 왔어요. 저는 표지의 꽃이 산사나무라고 생각했는데 다양하게 표현되었더라고요.
책 만드는 사람들도 멋있어요.
잃.시.찾 표지는 제 취향에 맞아 책 모으는 재미가 있어요^^

새파랑 2022-09-25 19: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잃시찾이랑 마그리트의 작품이랑 정말 잘어울리는거 같아요. 사랑 자체가 어쩌면 저 그림과 같은건지도 모르겠습니다 ㅋ 미미님에 이어 페넬로페님도 이젠 프루스트 찐팬 인증 ~!! 저도 10권이 읽고 싶습니다 ㅋ

전 쫌전에 프루스트의 <질투의 끝>을 가볍게 읽었는데 이 책도 장난아니네요 ㅋ

페넬로페 2022-09-25 20:31   좋아요 3 | URL
사랑 정말 그렇죠.
르네 마그리트는 천재인 것 같습니다.
원조 찐팬인 미미님과 새파랑님이 더 대단하시죠.
책을 힘들게 읽어가니 그걸 알겠더라고요.
질투의 끝, 저도 구매해놨는데 나중에 읽어야겠어요 ㅎㅎ

프레이야 2022-09-25 20: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 님의 잃시찾 페이퍼도 대단원으로 달려가네요. 좋아요 ^^ 마지막 12,13권 표지는 어떤 흩날리는 꽃잎일지 기대됩니다. 이파리가 흩날리면 시간의 흐름이 가시화하고 우리 마음도 조급해지는 것 같아요. 올해도 어느새 석달 남짓이네요.

페넬로페 2022-09-25 20:43   좋아요 3 | URL
네 저도 마지막 권의 표지 그림과 색깔이 궁금해집니다. 표지의 색깔이 점점 짙어져가는데 그것도 어떤 의미가 있지 않나 생각돼요.
올해 남은 시간의 의미를 생각해봐야겠어요. 매번 일분 일초가 똑같이 흐르는데도 빠름을 느끼는 건 왜일까요.
이곳엔 은행이 떨어져 그 냄새로 가을을 알려 주네요^^

서니데이 2022-09-25 21:0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책 디자인이 예뻐서 사고 싶은 책이예요. 처음엔 연한 바탕색의 표지에서 점점 진한빛으로 달라져가는 것도 괜찮네요. 한 권씩 볼 때보다 여러권 같이 있어서 더 예뻐요.
르네 마그리트 그림은 평범한 사진을 낯설게 만들어버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작가의 의도를 다 이해하지도 못할 것 같지만, 감춰진 부분이라거나, 낯선 부분에 시선이 갑니다.
잘읽었습니다. 페넬로페님, 좋은 주말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2-09-25 23:28   좋아요 3 | URL
요즘 꽃이 좋아서 그런지 책표지가 더 맘에 들어요.
본문에 여러 꽃이나 나무가 언급되어 있어 아마 그것을 모티프로 책표지를 디자인한 것 같아요.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에 대한 서니데이님의 해석, 넘 탁월하세요.
서니데이님,
새로운 한 주가 시작돼요.
좋은 시간 많이 보내길 바래요^^

레삭매냐 2022-09-26 09: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두 사람의 사랑은 진실하지
못하다.

되짚어 보면 서로를 완벽하게
이해하는 사랑이 가능할까 싶
기도 하네요.

책읽기의 고민 중의 하나지요.
숲인가 나무인가.

때로는 디테일에 감동 먹기도
하고 또 때로는 웅장한 스케일
에 넋이 빠지기도 하지요.
그 또한 책읽는 재미가 아닐까요.

페넬로페 2022-09-26 12:40   좋아요 3 | URL
사랑도 그렇고 사람과의 관계도 완벽한 이해는 힘들 듯 해요.
가족도 그렇고요.

책읽기의 매력이 다양함에 있는데 , 어려운 책은 제가 오독을 하는게 아닐까라는 생각으로 고민이 됩니다. 그래도 그것을 극복해야 되니 부담 지우고 제 마음대로 리뷰 쓰고 있어요 ㅎㅎ

mini74 2022-09-26 18:3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우와 이렇게 마그리트 그림과 연결이 되다니 ! 페넬로페님 잃시찾이야기는 차근차근 정갈하지만 힘있는 리뷰같아요 ~ 표지들에 대한 이야기도 좋고 ~ 페넬로페님 잃시찾 의 여정, 제가 막 자랑스럽습니다 ㅎㅎ 주책이죠 ㅠㅠ

페넬로페 2022-09-26 20:30   좋아요 2 | URL
저는 방금 미니님 영상보고 그렇게 가슴이 벅찼어요~~
제가 그림과 연결시킨 건 소 뒷걸음 치다가 쥐 잡은 격입니다. ㅎㅎ
잃.시.찾 읽는 여정에 응원해주셔서 감사해요^^

scott 2022-09-28 00: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김연수 작가도 잃시찾 완독 못했다는데
이번에 페넬로페님 완독하시면
독서계 북플계 으뜸👑

페넬로페 2022-09-28 00:50   좋아요 3 | URL
그저 완독만을 목표로 읽어가고 있어요. 잃.시.찾은 내용이 넘 많아 다 이해하지는 못하고 있어요. 그래도 열심히 가겠습니다^^

희선 2022-09-28 02:2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직 두권이 더 나와야 하는군요 르네 마그리트 그림 한번쯤 본 것 같은데, 잘 몰랐던 것 같네요 페넬로페 님이 쓰신 글 보고 그런 뜻이 있었구나 했습니다 여기 나온 이야기와 잘 맞네요 사람 마음이 늘 그대로면 좋을 텐데, 좋은 것만 보고 안 좋은 게 있다 해도 그대로 받아들이면 좋을 텐데...

책 표지도 예쁘네요


희선

페넬로페 2022-09-28 09:12   좋아요 3 | URL
네, 두 권이 더 나오면 민음사판은 완간되어요. 총 13권이니 이 책의 분량이 많기도 하죠.
제가 그림에 대해 잘 모르는데 그냥 그렇게 연결되더라고요~~
이 책은 표지가 예쁘고 양장으로 되어 있어 책읽기도 편해서 좋아요^^

그레이스 2022-09-29 06:5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일시찾 사진!
아름답습니다~

페넬로페 2022-09-29 16:10   좋아요 3 | URL
민음사의 책표지가 마음에 들어요^^

scott 2022-10-07 14:1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이달상 추카!

프루스트옹 마니아 1등급 이쉼 ^^

페넬로페 2022-10-08 09:39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scott님.
우리 모두 책에 관해서라면 1등급 입니다. ㅎㅎ

thkang1001 2022-10-07 16:1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이달의 당선작 선정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행복한 연휴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2-10-08 09:40   좋아요 1 | URL
thkang님 감사드려요.
쌀쌀한 날씨에 감기 조심하시고, 즐거운 연휴 보내시길 바래요**

새파랑 2022-10-07 16:1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프루스트하면 페넬로페님과 미미님~!! 축하드립다~!!

페넬로페 2022-10-08 09:40   좋아요 2 | URL
프루스트하면 새파랑님이시죠.
감사합니다**

미미 2022-10-07 16:1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당선 축하드려요!! 11권 리뷰도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페넬로페 2022-10-08 09:41   좋아요 1 | URL
미미님, 감사합니다.
11권 열심히 일고 있어요, ㅎㅎ

그레이스 2022-10-07 16:5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페넬로페님~~~

페넬로페 2022-10-08 09:41   좋아요 2 | URL
그레이스님, 감사드려용**

mini74 2022-10-07 21:3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당근 되실 줄 알았어요. 축하드립니다. 다음엔 잃시찾 대망의 마무리로 ? ㅎㅎ 연휴 즐겁게 보내세요 ~~

페넬로페 2022-10-08 09:42   좋아요 2 | URL
미니님, 감사합니다.
올해 마무리해야지요~~

서니데이 2022-10-07 22:2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즐거운 연휴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2-10-09 22:34   좋아요 2 | URL
서니데이님,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연휴 보내시길 바래요**

희선 2022-10-09 02: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 님 축하합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읽는 보람이 있겠습니다


희선

페넬로페 2022-10-09 22:36   좋아요 2 | URL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리뷰로는 처음으로 당선작이 되어 보람도 있고 넘 기뻐요 ㅎㅎ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희선님^^

거리의화가 2022-10-10 18: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역시 페넬로페님은 프루스트로 가는 길을 보여주시는 것 같아요^^ 내년에 이 책을 읽게 될 때 다시 한번 페넬로페님 리뷰 들여다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달의 당선 축하드려요*^^*

페넬로페 2022-10-10 23:12   좋아요 2 | URL
프루스트 작가가 워낙 고밀도의 글을 써서 사실 리뷰에 많은 것을 담지 못했어요.
내년에 읽으실 때 서로 같이 잃어버린 시간을 찾으러 가요^^
 

타자의 죽음은 마치 우리 자신의 여행,
파리에서 100킬로미터 거리의 장소에 이르자마자 
두 묶음의 손수건을 잊어버리고 왔으며, 요리사에게 열쇠를 맡기는 것과, 아저씨에게 작별 인사를 하는 것과, 우리가보고 싶어 하는 옛 분수가 있는 도시의 이름을 묻는 것을 잊었음을 기억해 내는 여행과도 같다. 그렇지만 갑자기 우리를 엄습하고, 또 함께 여행하는 친구에게 그저 인사치레로 소리 높여 말하는 이 모든 망각한 일들에 대해 응답하는 것은, 절대적인 거부를 의미하는 기차 좌석의 현실과 승무원이 외치는, 실현 가능성으로부터 점점 더 우리를 멀어지게 하는 역 이름뿐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누락된 일들에대한 생각을 접고, 그 대신 음식 꾸러미를 풀고 신문이나 잡지를 교환하기 시작한다." - P15

부인의 절친한 친구가 위독하다는 소식에 얼마나 마음이 슬픈지 모르겠다고 브리쇼가 말하자, 부인은 무척 놀랍게도 "그래요. 전 슬픔이라곤 전혀 느끼지 못한다고 고백해야겠네요. 느끼지도 않는 감정을 느끼는 척하는 것은 불필요하다고 생각해요……………."라고 대답했다. 부인이 그렇게 말한 것은 기력이 부족한 탓에 연회 내내 슬픈 표정을 지어야 한다고 생각만 해도 피로했거나, 또는 자존심 때문에 연회를 취소하지 않은 것에 대한변명거리를 찾는 모습을 보이기 싫었거나, 아니면 남들에 대한체면과 능란한 수완 때문에 슬퍼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는 것이일반적으로 무감각한 기질 탓이라기보다는 대공 부인에 대한개인적 반감이 돌연 표출된 것으로 보이는 편이 보다 정직하며,
그래서 어느 누구도 의심할 수 없는 이런 솔직함 앞에서는 사람들이 무장 해제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 P82

왜냐하면 일단 무감각하거나 부도덕하다고 고백하고 나면, 평범한 도덕관과 마찬가지로 삶이 단순해지기 때문이다. 비난받을 행동을 해도 그에대해 애써 변명하거나, 솔직함의 의무를 수행할 필요가 없으니까. 신도들은 지나치게 사실적이며 고통스러운 관찰이 담긴 몇몇 희극 작품이 야기했던, 그런 감탄과 거북함이 뒤섞인 감정으로 베르뒤랭 부인의 말을 
경청했다. 그들이 존경하는‘여주인‘이 이렇듯 새로운 
형태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보여 준데 대해 감탄하고, 어쨌든 그들의 경우는 이와 똑같지 않으리라고 말하면서, 그들의 죽음을 생각하고, 또 그 죽음이 다가오는 날 콩티 강변로에서 슬퍼할지, 아니면 연회를 베풀지 자문해 보았다. "내가 초대한 손님들 때문에라도 파티가 취소되지않아 정말 다행입니다." 하고 샤를뤼스 씨가 말했다. 그는 자신이 이렇게 말하면서 베르뒤랭 부인의 기분을 상하게 했다는 사실은 깨닫지 못했다. - P85

그는 자신이 좋아했던 이런 악기 한가운데서, 시간의 제약도 받지 않고 무한대의 시간 동안, 적어도 자기 삶의 일부를이어 가도록 허락받았다. 단지 인간으로서의 삶일까? 만약 예술이 진정으로 삶의 연장에 지나지 않는다면, 예술을 위해 뭔가를 희생할 필요가 있었을까? 예술은 삶 자체와 마찬가지로비현실적인 것이 아니었을까? 칠중주곡에 좀 더 귀 기울이자
나는 그렇게 생각할 수 없었다.  - P109

왜냐하면 저택이나 미술관곳곳에 분산된 여러 단편 속에 우리가 지각할 수 있는 어떤 우주, 이를테면 엘스티르가 보고 살았던 엘스티르의 우주가 있는 것처럼, 뱅퇴유의 음악도 이 음에서 저음, 이 건반에서 저건반으로, 우리가 상상해 보지 못한 우주, 시간을 두고 행해진작품의 청취가 남긴 균열로 인해 파편화된 우주의 더없이 보배로운 미지의 색채를 펼쳐 보였기 때문이다. 소나타와 칠중주곡의 그토록 다른 움직임을 지배하는 두 개의 상이한 질문,
일련의 지속적이고 순수한 선율을 짧은 부름으로 중단하는질문과 흩어진 조각들을 한데 모아 하나의 분리될 수 없는 뼈 - P109

뼈대로 다시 결합하는 질문, 하나는 매우 고요하고 수줍고 거의초연하고 철학적이며, 다른 하나는 매우 절박하고 불안하고애원하는 질문, 그렇지만 이 모든 것들은 여러 상이한 내면의해돋이 앞에서 분출된 동일한 기원이었으며, 다만 그가 뭔가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싶어 했던 세월 동안 발전한 상이한 사유와 예술적 탐색이 각각의 다른 환경을 통해 굴절되었을 뿐이다. 다양한 뱅퇴유 작품의 위장된 모습 아래서 식별할 수 있는 이 기원이나 희망은 사실상 동일한 것이었으며, 더욱이 뱅퇴유의 작품에서만 발견되는 것이었다.  - P110

단 하나의 진정한 여행 ‘하나의 ‘청춘‘의 샘은 새로운 풍경을 향해 가는 것이 아니라,
다른 눈을 갖고, 타자의 눈을 통해 다른 수백명의 눈을 통해우주를 보며, 그들 각각이 보고 그들 각각이 존재하는 수백 개의 우주를 보는 것이다.  - P114

그사실을 알았다면, 인간을 결코 원망해서는 안 되며, 어떤 사악한 행위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인간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보다 빨리 할 수 있었을 텐데.
그들의 영혼이 다른 순간에 진심으로 원하고 실행했던 그 모든 착한 일들을 우리는 결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단순히 앞일을 예측한다는 관점에서도 우리는 오류를 범한다. 우리가 관찰했던 악한 모습은 틀림없이 결정적인 방식으로 돌아을 것이다. 그러나 영혼은 이런 악한 모습보다 더 풍요롭고, 다른 많은 모습들을 갖고 있으며, 동일한 인간에게서 그 다른 모습들이 다시 돌아올 테지만, 우리는 그가 과거에 저질렀던 악행으로 인해 그 다른 모습이 주는 기쁨을 거부한다.  - P237

인간의 성격은 하나의 고정된 이미지로 제시하기가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왜냐하면 인간의 성격은 사회와 정념처럼 변하며, 또 우리가 그 성격의 비교적 변하지 않는 모습을 찍고 싶어도, 당황한 카메라 렌즈 앞에서 (우리의 성격은 부동성을간직할 줄 모르고 그저 움직일 뿐이라는 의미를 함축하면서) 연이어다 른 모습이 나타남을 보기 때문이다. - P238

이제 내 집에 온순하게 홀로 갇힌 그녀는, 발베크에서 내가 그녀를 발견했을때 해변에서 보았던 그런 도망치는 신중하고 교활한 존재가아니었으며, 그 존재가 능숙하게 감출 줄 알았던 수많은 밀회로, 그토록 나를 고통스럽게 하여 사랑할 수밖에 없게 했던 밀회로 길게 이어지면서, 다른 이들을 대할 때면 그토록 냉정한태도와 진부한 답변 아래 전날과 내일의 밀회가 느껴지고, 또내게는 멸시와 술수로 에워싸인 존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제 그녀는 바람이 불어도 옷이 부풀지 않고, 특히 내가 날개를 잘라 버린 탓에 더 이상 승리의 여인이기를 멈춘, 오히려내가 떨쳐 버리기만을 바라는 귀찮은 노예였기 때문이다. - P311

뱅퇴유의 음악이 주는 이 어렴풋한 감각은 추억이 아닌 인상에서 온 것이므로(마르탱빌 종탑의 인상처럼), 그의 음악이 주는제라늄 향기로부터 물질적 설명이 아닌, 그 심오한 등가물인다채로운 미지의 축제를(뱅퇴유의 작품이 그 축제의 분리된 조각들이자 진홍빛 균열의 파편으로 보이는), 즉 뱅퇴유가 우주를 듣고 우주를 자기 밖으로 투사하는 방식을 발견해야 했는지도모른다. 유일한 세계, 어떤 음악가도 우리에게 결코 보여 준적 없는 세계의 낯선 특징은, 어쩌면 바로 그런 이유로 해서작품 자체의 내용보다 훨씬 더 예술가의 천재성을 보여 주는진정한 증거인지도 모른다고 나는 알베르틴에게 말했다.  - P317

그리고 나는 뱅퇴유의 작품이 지닌 그 단조로운 양상을 다시 생각하면서, 위대한 작가들은 단 한 권의 작품만을 썼으며,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그들이 이 세상에 전하는 동일한 아름다움을 다양한 환경을 통해 굴절시킨 데 지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 P317

세비네 부인은 엘스티르나 도스토옙스키처럼 사물을 논리적 순서로 제시하는 대신, 다시 말해 원인부터 시작하지 않고 우리를 사로잡는 결과나 환영을 먼저 보여 주죠. 도스토옙스키는 바로 이런 방식으로 자신의 인물을 제시하고 있어요. 엘스티르가 창출한 바다가 하늘 속에 있는 듯한 효과들만큼이나, 도스토옙스키가 창조한 인물들의 행동은 기만적으로 보인답니다. 그 음흉한 인물이 실은 매우 훌륭한 인간 또는정반대의 인간임을 알게 될 때면, 우리는 무척 놀랄 수밖에 없어요."  - P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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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2-09-16 22: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프루스트 문장은 다시 봐도 길이가 길어요. 그러면 번역하는 분들도 어려울 텐데, 읽으면서는 긴 문장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고 그냥 계속 읽어가는 것 같기도 합니다.
페넬로페님, 잘읽었습니다. 즐거운 주말과 기분 좋은 금요일 되세요.^^

페넬로페 2022-09-16 22:22   좋아요 2 | URL
프루스트의 문장은 워낙 길어 저도 읽다가도 몇 번이나 되돌아가요 ㅎㅎ
오늘은 오후에 생각지도 않게 세찬 소나기가 내리네요.
서니데이님!
9월도 벌써 반이 지나갔어요.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서니데이 2022-09-16 22:23   좋아요 2 | URL
여긴 조금 전부터 비가 오기 시작했어요.
남은 9월 좋은 일들 가득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좋은밤되세요^^

2022-09-17 10: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9-17 10: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9-17 10: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9-17 11: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scott 2022-09-18 23: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프루스트 옹의 [ 엄습하다]라는 문장을 마주 할 때면 길게 심 호흡을 합니다

곳곳에 쉼표로 이어지는 기나긴 문장의 향연 ㅎㅎㅎ

프루스트는 분명 방구석에서 펜을 쥐고 인간의 심연을 너머 우주 까지 파고 들었던 것 같습니다

[우주를 듣고 우주를 자기 밖으로 투사하는 방식]
예술가들 작품에서 이런 기운이 느껴짐 ^^

페넬로페 2022-09-19 21:03   좋아요 1 | URL
그 기나긴 문장에 눈과 머리에 쥐가 납니다 ㅋㅋ
방구석에서 칩거하며 글 써서 그런지 무슨 오감만 잔뜩 열어놨어요^^

2022-09-22 20: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9-22 23: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9-22 23:0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