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챙김의 시
류시화 엮음 / 수오서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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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읽으면 묵상을 하게 된다. 그래서 좋다.

그리고 같은 시집을 읽어도 읽는 사람마다 와닿는 구절이 다르다는 것도 참 좋다.

내게 와닿았던 구절들을 보니 나의 마음과 나의 상태를 읽을 수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시가 좋다.

내가 나를 잘 모를 때 시집을 읽으면 나를 알 수 있다.

그 안에 내 마음이 있다.

나도 모르는 내가 그 안에 있다.

그래서 시를 읽으면 나를 다독이는 것 같다.

< 다시 읽고 싶은 시>

녹슨 빛깔 이파리의 알펜로제

꽃이어야만 하는 것은, 꽃 핀다.

자갈 비탈에서도 돌 틈에서도 어떤 누길 닿지 않아도

<기다려라>

기다려라. 지금은

모든 것을 불신해도 좋다. 꼭 그래야만 한다면.

하지만 시간을 믿으라. 지금까지 시간이 너를 모든 곳으로 데려다주지 않았는가. (중간 생략)

<새와 나>

나는 언제나 궁금했다. 세상 어느 곳으로도 날아갈 수 있으면서

새는 왜 항상 한곳에 머물러 있는 것일까.

그러다가 문득 나 자신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진다.

<마지막 조각 글>

그럼에도 너는 이 생에서 네가 얻고자 하는 것을 얻었는가?

그렇다.

무엇을 원했는가?

나 자신을 사랑받는 사람이라고 부르는 것.

이 지상에서 내가 사랑받는 존재라고 느끼는 것.

<나는 배웠다>

나는 배웠다. 어떤 일이 일어나도 그것이 오늘 아무리 안 좋아 보여도 삶은 계속된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 궂은 날과 잃어버린 가방과 엉킨 크리스마스트리 전구

이 세 가지에 대처하는 방식을 보면 그 사람에 대해 많은 걸 알 수 있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 당신과 부모와의 관계가 어떠하든 그들이 당신 삶에서 떠나갔을 때 그들을 그리워한 게 되리라는 것을.

나는 배웠다. 생계를 유지하는 것과 삶을 살아가는 것은 같지 않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 삶은 때로 두 번째 기회를 준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 양쪽 손에 포수 글러브를 끼고 살면 안 된다는 것을.

무언인가를 다시 던져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 내가 열린 마음을 갖고 무엇인가를 결정할 때 대개 올바른 결정을 내린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 나에게 고통이 있을 때에도 내가 그 고통이 될 필요는 없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 날마다 손을 뻗어 누군가와 접촉해야 한다는 것을.

사람들을 따뜻한 포옹 혹은 그저 다정히 등을 두르려 주는 것도 좋아한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 내가 여전히 배워야 할 게 많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 사람들은 당신이 한 말, 당신이 한 행동은 잊지만

당신이 그들에게 어떻게 느끼게 했는가는 결코 잊지 않는다는 것을.

<날개>

그토록 높은 곳에서 그렇게 오래 떨어지고 추락했으니,

어쩌면 나는 나는 법을 배울 충분한 시간을 갖게 될지도

<후회 /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르>

나는 인간이 지을 수 있는 가장 큰 죄를 지었다. 나는 행복하게 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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