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새 독서 - 시간을 지배하는 사람의 하루 15분 책읽기
김선욱 지음 / 북포스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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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량생산체제의 산업변화로 인해 우리의 기억 속으로 사라져가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맞춤옷가게들이다. 예전에는 취업과 결혼 등의 개인적인 대사(大事)가 있을 때는 의례 양복점이나 양장점에서 몸의 치수를 재고, 가봉과정을 거쳐서 제 몸에 맞는 양복을 맞춰 입곤 했다. 지금은 어쩌면 몸에 옷을 맞추는 것이 아니고, 옷에 몸을 맞춰가며 살아가고 있다. 비단 옷뿐만이 아니다. 비약적인 생각일 수 있겠지만, 각기 다른 삶을 살아가면서도 우리는 기성복과 같은 천편일률적인 생각과 행동에 자신을 맞춰가며 살아가고 있다. 조화로운 사회의 구성을 위해서 구성원들의 생각과 행동을 정해진 기준에 맞춰가면서 살아감도 때로는 필요하다. 적어도 그런 것은 국가가 정하고 조직에서 정하는 법이나 규칙들에 대해서는 말이다. 하지만, 개인의 인생은 다르다. 지문만큼이나 다른 자신의 삶을 정해진 틀에 맞춰 살아가야한다는 것은 이미 죽은 인생이나 마찬가지일거라 생각한다. 요즈음은 개성을 중시하는 사회임에도 학교에서는 여전히 입시위주의 비창의적인 학습여건을 고집하고 있고, 가정과 사회에서도 물질만능이 가져다주는 향락적인 의식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우리는 ‘인생의 진정한 행복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받게 될 때면 그저 ‘잘 먹고 잘 사는 게 행복이지!’ 라고 하며 실종된 자신의 행복을 향한 미래상에 대해서 자위할 것이다. 자신만의 미래는 결국 누구도 만들어 줄 수 없는 자신만의 고독한 행보이다. 이 행보의 끝이 희망적이고, 행복의 문에 한발 더 다가 설수 있느냐 아니면 내내 어두운 그림자를 등지고 막막한 행보를 거듭 할 것인가는 아마도 지금의 자신을 얼마만큼 다듬어가면서 정신적인 성장을 거듭하느냐에 달려 있는 것은 아닐까라고 생각해 본다. 인생에 행복을 그려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자신에 가장 잘 맞는 생활의 영위를 통해서 그려진다. 그 방법 중의 하나가 독서를 통한 자기 계발이다. 독서에 대한 예찬은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지만, 그런 만큼 사람들이 가장 간과하는 것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책<틈새독서> 역시 저자 김선욱의 실천적인 독서 예찬을 담고 있다. 책에서 말하는 15분. 일생중의 1% 남짓한 자기 성토(盛土)의 시간을 통해서 성공과 실패, 행복과 불행의 갈림길에서 살아남는 향기 나는 삶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5%의 인생을 만들자는 것이다. 책속에서 “독서는 여행이다. 과거로의 아름다운 추억 여행이며, 미래로의 행복한 상상 여행이다. 책은 기차가 되고 비행기가 된다. 지금 여기에선 소풍과 같은 즐거운 도보 여행이다. 우리를 원하는 곳으로 데려다주는 발길이 되어 주리라”(p.5) 라며 서두에 달았던 말이 어쩌면 이 책에 담았던 모든 독서에 대한 예찬을 아우르는 한 마디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가 일생이라는 여행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만들고, 행복한 상상을 하게 하는 것이 독서이고, 틈새독서는 생각의 변화를 이끌어가는 시발점에서의 소풍과 같은 도보인 것이다. 기차와 비행기도 좀 더 큰 세상을 바라보기 위해서 진정한 행복을 그려가기 위해서 내딛는 첫 발걸음인 것이다. 처음부터 세상에는 자동차가 있었고, 기차가 있었고, 비행기가 있었던 것이 아니다. 걷고 걷다가 편리를 추구하는 생각으로 만들어 낸 산물들이다. 이처럼 15분의 틈새독서를 하다 하다보면 우리는 자동차를 만들고 비행기를 만들고 우주선을 저 우주에 띄울 수 있는 생각의 확장과 더불어 희망의 날개 또한 커진다. 모든 일에는 시작이 있고 끝이 있는 법. 지금까지의 인생이 그리 불만족스럽고 불행한 삶을 살아왔다며 후회의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면, 15분의 틈새독서라는 새로운 시작을 통해서 지난 과거도 아름답게 만들 수 있고, 희망찬 행복의 미래를 그려볼 수 있다. 저자는 인생의 가장 튼튼한 기초가 건강’, ‘사랑’, ‘경제력’ 이라는 전제아래 틈새독서로 이러한 삶의 행복필수조건 하나둘씩 갖춰나가는 방법들을 담아 보여 준다. 평생 보험재정설계사답게 마치 틈새독서가 평생 자신을 성공과 행복 인도할 보험증서처럼 느껴지게 할 만큼 독서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을 자신의 경험을 통해서 그려내 보여 준다. 

 나 역시 학창시절 이후 독서에 본격적으로 빠진 것이 얼마 되지 않아서 나름의 특별한 계획없이 일단은 생활의 일부로 만들어 책과 관련된 일련의 활동과 더불어 즐기고 있다. 이 책은 틈새독서로 걸음마을 내딛게도 하지만, 걸음마 후의 빠른 발걸음과 더불어 행복한 미래로 여행길로 향하는 비행기 티켓을 선사하는 것 같다. 얼마 전 지금의 경계공황 위기 이전에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한 직장인들의 호주머니 사정을 보상한다는 차원의 3조원이 넘는 유가환급금을 지급했다. 어쩌면 떨어진 소비심리를 조금이나마 상승시키려는 의도에서 국민의 마음과 더불어 주머니를 열게 하려던 취지 같은데 결론적으로는 돈은 어디로 갔는지 3조원으로도 내수소비의 향상은 보이지 않는 다는 것이다. 개인과 가정, 사회 역시 물질과 정신의 균형적인 조화를 통해서 발전할 때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유가환급금을 현금이 아닌 도서상품권으로 지급을 했더라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을 해 본다. 적어도 24만원이면 20권의 책을 살 수 있을 것이고, 그 정도면 틈새독서의 저자가 의도한 독서습관을 들이기에 충분한 책의 양이 아닐까 싶다. 결과는 그 다음이다. 20권의 책을 읽고 아마도 1000만명의 사람들은 적어도 얇아진 주머니 사정만을 하며, 경제상황를 개탄하고, 자신의 처지를 못마땅 생각하며 지내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상황을 헤쳐 나가며, 슬기롭게 살아갈 수 있는 지혜를 찾으려 하고 그것을 실천으로 옮겨 갈 것이다. 그러다보면 그동안 기성복처럼 자신에게 제대로 맞지 않은 삶의 옷을 벗어 던지고, 자신에게 꼭 맞는 맞춤 인생을 그려갈 것이라 생각한다. 발칙한 생각이었을지 몰라도 왠지 상상해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결국 틈새독서가 생각지도 못한 이런 상상의 기쁨도 보여주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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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 Free 러브 앤 프리 (New York Edition) - 개정판
다카하시 아유무 지음, 양윤옥 옮김 / 에이지21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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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LOVE & FREE, 사랑과 자유 한꺼번에 만끽할 수 있는 방법은 과연 무엇일까...?
아마도 저자는 여행을 통해서 그 해답을 찾았던 것 같다. 저자 다카하시 아유무와 그 아내 사야카는 지루한 일상의 탈출로서의 짧은 여행이 아닌 여행을 마치 자신들의 인생중의 단편으로 삼고 즐겼다. 그렇기에 짧은 여행의 흥분과 기대가 담긴 느낌보다는 마치 생활속에서 얻을 수 있는 자신과 인생에 대한 작은 깨달음에 이르게 했던 것 같다. 이들에게는 촉박한 일정도, 마치 같은 교과서로 똑같은 내용을 공부하는 듯 한 유명관광지의 유람도 아닌 그저 발길 닫는 곳을 유랑하듯 일주일 단위로 새로운 환경과 음식과 문화를 체험하며 그때그때 이전에는 전혀 생각지 못했던 느낌들을 서술적이 아닌 고독한 시어로 전하고 있다.
이들은 때로는 낯선 길가에 서서 힘껏 달리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인생의 스타트라인에서 여전히 온갖 근심걱정으로 머뭇거리는 삶에 대한 스스로의 반성과 더불어 작은 깨달음을 전하기도 하고, 인도의 차마 사진으로 담을 수 없는 처참한 광경들을 보면서 애초에 갖고 있었던 보이는 것에 대한 생각이 전부는 아니라는 편견을 떨쳐내 버리면서 그런 모습 속에 숨겨진 행복의 그림자를 발견하기도 한다. 그리고, ‘어느 히피가 말한 어느 섬의 일생’에서는 도식화된 인간들의 물질문명과 상업성으로 병들어가는 대자연의 순수성에 대한 고발도 담고 있다.
책속의 사진들의 풍경들과 보통사람들과 아이들의 모습은 그저 평범하기만 하다. 물론 이것을 담아낸 디지털 카메라 역시 예술로서 담기 위한 것이 아니고 보통 사람들이 사용하는 정도의 광학도로 담아서 그 느낌이 더욱 가깝게 느껴진다. 아마도 한 나라에서 수년을 살아보지 않고, 일주일 남짓한 기간을 머물며, 그 나라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서 그 나라와 사람들이 일구어 놓은 문화를 한순간에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저자 역시 그런 점은 이미 간파하고 세계각지의 여행을 통해서 만나는 사람들과 광경들을 통해서 인종간의, 국가간의, 문화간의 다양성이나 독특함 보다는 그저 인간이 갖고 있는 보편적으로 희구하는 것들(사랑과 자유, 행복 등)에 대한 발견에 기울였던 것 같다.

 저자는 결혼과 더불어 아내와 커다란 배낭에 의지한 채 호흡하며 세계를 떠돌았다. 이 시간들은 어쩌면 앞으로 살아가면서 대면하게 될 시간보다도 많을지도 모른다. 그 시간들이야말로 서로의 내면에 있는 ‘결코 변하지 않는 부분’을 사랑스럽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간들이 아닌가 싶다. 그 부분을 사랑스럽게 생각하지 않고 남녀가 하나가 된다는 느낌의 사랑은 그리 오래 지속 되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인생의 진정한 반려자를 원한다면 서로에 대한 느낌으로서의 판단도 중요하지만, 긴 여행을 통해서 전혀 생각지 못한 상황에 직면해서의 대처하는 상대방의 면면을 보고, 때로는 충고도 하고 받아들이면서 하나 될 수 없는 성숙한 둘을 만들어 봄도 옳은 생각일 것 같다.
아프리카 여행 편에 담겨 있는 시를 담아 봤다.

‘핵심’

많이 먹을 필요가 없어.
한 마리의 생선을 뼈째로 모두 먹어봐.
그러면 참된 ‘맛’을 알게 될 테니.

많이 읽을 필요는 없어. 한 권의 책을
글자가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읽으라고.
그러면 참된 ‘재미’를 알게 될 테니.

많이 사랑할 필요는 없어.
단 한 사람을 마음껏 실컷 사랑해봐.
그러면 참된 ‘사랑’을 알게 될 테니.

가난한 나라의 넉넉한 사람들이
내게 그렇게 웃음을 건넸다.

제목 그대로 사랑과 자유에 대한 희구의 핵심, 무엇이든 한 가지 대한 참된 의미를 찾겠다 생각이 중요하다고 생각됐다. 우리는 물질만능시대에 편승하여 지나치게 넘치는 삶을 추구하기에 자신이 갖고 있는 많은 행복들을 불행으로 만들어 버릴 때가 많다. 인생도 사랑도 자유도 작은 행복을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의 여유에서 비롯됨을 또 한 번 <LOVE & FREE>을 통해서 곱씹어 가슴속에 바로 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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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오포노포노, 평화에 이르는 가장 쉬운 길
마벨 카츠 지음, 박인재 옮김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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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동서양인의 차이는 단지 피부색에서 기인되는 것이 아니라 생각의 차이, 관념의 차이에서 그 구분됨을 찾아볼 수 있다. 같은 사람이나, 같은 사물, 같은 상황을 접했을 때 관념의 차이에서 나오는 반응들은 분명 우리 눈에 다르게 보이고, 들린다. 무엇보다 모든 사물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다고 한다. 동양인들은 관계 중심적 사고를 가지고 있는 반면, 서양인들은 개체 중심적 사고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동양인들은 사람대함에도 남들을 지나치게 의식하며 행동하는 반면, 서양인들은 남들보다는 자신이나 그 상황에 맞는 합리적인 행동을 지향한다. 이런 동서양인의 관념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내면의 평화를 갈구하는 마음과 방식은 다소 종교나 이념적 차이만 있을 뿐 그리 다르지 않다고 생각된다. 마벨 카즈가 전하는 <호오포노포, 평화에 이르는 가장 쉬운 길>은 이러한 동서양을 망라한 내면이 이르고자 갈망하는 평화의 지향점에 대한 동질감을 느낄 수 있게 한다.

“나는 누구인가?” “무엇이 문제인가?” 라는 질문은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면서 자아에 대한 불분명함을 느낄 때나, 삶의 어려움에 봉착했을 때 수없이 던지는 첫 번째 자신에 대한 첫 번째 물음표이다. 이 책에서도 우리들의 생각처럼 그 물음에 대한 답으로부터 시작한다.
“나는 누구인가?” 편에서는 누구나 갖고 있는 영적인 측면의 초의식과 선택의 능력과 더불어 정신정인 측면으로 대변되는 의식 그리고, 감정적인 측면의 무의식에 대한 인식을 우선적으로 전한다. 그리고, 삼나무 이야기를 통해서 누구나 같은 듯 다르게 갖고 태어난 운명과 채워야 할 공간 즉 자신의 놀라운 존재에 대한 본질에 대한 접근을 유도한다.
그 다음은 제시되는 “무엇이 문제인가?” 라는 물음에는 주어진 사실에 선급한 판단과 의견에 집착함으로서 자신을 우물 속에 빠뜨린다고 지적하며, 그 우물 속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은 사실과 함께 생길 수 있는 문제들 또한 디딤돌로 삼아가는 마음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그 다음 마벨 카츠는 인생의 가장 큰 의문들, 가장 먼저 맘속으로 인식하고, 극복하며, 깨달아야 것들 중 ‘신념’ ‘돈’ ‘두려움’ ‘사랑’ 에 대한 평화로운 마음의 답을 전하려 한다.
결론적으로 묶어서 말하자면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진정한 자유로 이끌고, 이 자유가 행복을 불러오며, 부(富)는 사랑을 통해서 성공과 더불어 찾아오는 것이어서 무엇보다 돈을 받지 않더라도 행복하며 만족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두려움 또한 내면에서 비롯되는 것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용기 내어 돌지 못한 모퉁이에 행복이 존재한다는 생각으로 매사에 용기있게 도전하고, 거절의 아픔은 곧 승낙의 가능성 한 발자국 더 다가선다는 긍정적인 생각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끝으로 이해가 아닌 느낌으로 전해지는 사랑이 진정한 사랑이며, 모든 사랑의 시작은 바로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비롯됨을 전한다. 

 책의 전반적인 내용들은 이해를 돕는 짧은 일화들을 섞어 놓긴 했지만, 평이한 내용을 절제된 문장으로 나열해 놓아 다소 관념적으로 비춰질 수 있다. 하지만, 누구나 조금만 맘속으로 곱씹어 생각해보고 이해하려한다면, 전혀 이상적이거나 관념적으로만 보이지 않고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책 말미에 제시한 호오포노포노의 마음 정화 방법 중 “미안합니다. 이 상황과 문제를 창조한 나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들을 용서해주세요” 라든가, “라이트 스위치(light switch)”, “아이스 블루(ice blue)”, “플라이 페이퍼(flypaper)” 라는 짧은 문장과 단어들만으로 쉽게 마음의 정화가 가능할까 했는데, 비슷한 상황에서 마치 주문처럼 눈을 감거나, 혹은 마음속으로 되내어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안정을 가져다주어 스스로 놀라웠다.
“ 아이들에게 필요한 이야기는 당신이 그들을 사랑한다는 말과 당신의 삶 속에 함께 있어줘서 고맙다는 말뿐이다.” (p. 116)
아이들뿐만이 아닐 것이다. 주위에서 자신과 더불어 각자의 인생에 주연과 조연이 되는 사람들에게 늘 사랑한다는 말과 감사함의 마음, 바로 그것이 마음의 평화에 이르는 가장 쉬운 길이 아닌가 생각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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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칙한 세계사 - 교과서는 못 가르쳐주는 KODEF 안보총서 13
남도현 지음 / 플래닛미디어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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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문득 어린 시절 가슴속에 그려 보았던 꿈이 생각난다. 지금도 고향집 근처에 친척들이 여럿 모여 살고 있지만, 고등학교를 졸업 할 때까지 옆집이 할아버지가 사셨던 큰집이고, 앞집은 작은 고모집이, 또 그 옆집에 외삼촌집이, 뒷집에는 작은집이 있어 마치 작은 촌락을 이루고 살았었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그렇게 대가족의 유대관계가 보기 좋게만 느껴졌고, 내가 장성해서 경제적인 여유가 생긴다면 제대로 된 커다란 집을 짓고 그 집에 온 친척들이 모여 살면 좋겠다는 꿈을 그렸었다. 혈연으로 연결된 친족들은 작은 국가와 그리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집안에도 대통령과 같은 어른이 있고 그의 의중에 따라서 집안의 모든 일들이 결정되고 진행된다. 때문에 집안의 어른의 지혜로운 판단이 집안을 번영시킬 수도 있지만, 섣부르거나 잘못된 판단은 집안의 몰락을 초래하기 마련이다. 어느덧 세상이 변해서 핵가족의 단위를 뛰어넘어 결혼을 기피하는 1인세대가 늘어가는 시대이다. 하지만, 가족의 구성원이 줄어들었음에도 예전보다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해짐에 따라서 친인척의 개념은 마치 족보속의 기록으로만 이어가고 있는 것은 아니가 라를 생각을 하게 한다. 문득 요즘의 친족과 가족의 개념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된 것은 책<교과서는 못 가르쳐주는 발칙한 세계사>를 읽고 나서 과연 절대자중심의 국가 간의 피비린내 나는 전쟁사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이며, 현재의 내가 그 교훈을 발현할 수 있는 곳은 어디인가에 대한 고민에서였다. 결국 그 고민의 귀착지점은 가족이고, 친인척과의 관계로 잡게 되었다. 가족의 구성원이 줄어듬에도 불구하고 가족 내에서, 친인척간의 관계에서 크고 작은 전쟁은 끊이지 않고 있다. 비단 모든 가족들이나 친인척들 간의 관계가 그러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어쩌면 태평성대의 중간중간의 전쟁사가 있는것처럼 일촉즉발의 상황이 내재되어 있음은 사실이다. 무엇보다 이런 가족 내, 친인척간의 관계의 전쟁의 불꽃은 예나 지금이나 상속 등의 경제적인 문제에서 대부분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그 동안 오순도순 큰 문제없이 지내던 집안에서 갑자기 할아버지나 아버지가 돌아가시면 상속재산의 크고 작음을 떠나서 불협화음이 시작되고, 심지어 그로 인한 갈등이 깊어질 경우 가족간의 안면몰수는 기본이고, 패륜적인 행위까지 서슴치 않게 되는 것이 요즘의 세태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지난 세계사의 크고 전쟁들 또한 정치적이든 경제적이든 각자의 실리와 명분을 가지고 개전하고, 참전하게 되지만 결국 무고한 사람들의 희생들만 남겼을 뿐 긴 역사의 흐름속에 그리 도움을 주지는 못한다. 그래서 생각해보건대 결국 전혀 전체에 도움이 되지 않는 가족간의, 국가간의 전쟁을 막고 보다 평화로운 관계를 구축하고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다르아닌 헤게모니에 대한 지나친 집착을 버리고, 구성원들과의 부단한 대화와 타협을 통해 화합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지혜를 키워가는 것이라 생각 된다.

<교과서는 못 가르쳐주는 발칙한 세계사>의 내용은 주로 1,2차 세계대전의 전개과정과 독일중심의 추출국과 영국,프랑스,미국과 러시아 중심의 연합국의 전후사정, 주변국들의 면면까지 분석적으로 다루고 있다. 중간에 동서양간의 전쟁사도 들어있으며, 초반부에는 중국의 중원 쟁탈기를 소개하면서 중국과 일본의 역사왜곡과 더불어 부족한 우리나라의 부족한 역사의식에 대한 쓴소리도 담고 있다. 그 수 년에서 수 백년간을 이어 온 수많은 전쟁속에서 끝없이 몰지각한 지도자의 전쟁노름에 판돈이 되어 희생 된 무고한 국민을 통해서 전쟁의 무의미함을 전하기도 한다.

 요즘은 그나마도 바쁜 탓에 줄어든 듯 하지만 연말이나 명절 때 친척들의 모임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것중의 하나가 ‘고스톱’이다. 친목도모라는 미명아래 시작되는 푼돈이 오가는 게임이지만, 간혹 즐거운 만남에 감정이 상해서 다음 명절에 얼굴을 내밀지 않게 되는 악순환의 원인을 제공할 때도 있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은 고스톱의 가장 큰 룰에 대한 생각이 전혀 없이 접했던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본다. 고스톱에는 지역을 달리하며 다양한 룰이 있다. 하지만, 지역을 달리해도 변함없는 극명한 룰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낙장불입(落張不入)’바둑에서라면‘일수불퇴(一手不退)’일 것이다. 한 번 내놓은 패는 절대 거두어들일수 없다는, 한 번 놓은 바둑알은 옮길 수 없다는 신중한 선택을 강조하는 룰이다. 지난 세계의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국민들을 전장으로 내몬 권력자들은 낙장불입과 일수불퇴의 의미를 상기했을까? 아마도 전쟁을 게임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승리를 위한 포석을 다지기 위해서 나름의 신중을 기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기한 신중함은 이미 세상을 손에 쥐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힌 신중함이었지, 국민들의 평화에 기인한 신중함은 아니였을거라 생각한다. 그러다보니 평화의 기치로 그들을 막아선 연합군 또한 승리 후 실리적인 전리품을 차지하기 위한 승전국간의 또 한 번의 탁상전쟁을 치르게 된다.
저자는 책의 말미에 2차 대전의 패전을 눈앞에 두고도 마지막까지 국민을 판돈으로 삼아 욕망을 뿌리치지 못하고 마지막 전쟁의 도박판을 즐겼던 히틀러에 빗대어 표현하기를 “그것은 마치 빚에 몰린 가장이 회생절차를 밟아 가정을 일으킬 생각은 하지 않고 아기들 돼지저금통까지 들고 도박장으로 달려 나간 것과 같은 꼴 이었다”(p.291) 라고 했다.
자칫 <교과서는 못 가르쳐주는 발칙한 세계사>에 담긴 내용을 통해서 개인적으로 지나치게 윤리적을 해석한 것은 아닌가 싶다. 분명 전쟁에서 패자는 물론이고 승자 또한 얻는 것은 무고한 국민들의 희생뿐이다. 불가피한 방어를 위한 전쟁이라면 어쩔수 없는 일이겠지만, 그 또한 이전에 접경국과의 무던한 관계라면 전쟁을 그리 쉽게 촉발되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역사의 소요돌이를 바라보면서 우리는 적어도 빚에 몰리는 상황에서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는 지혜를 기르고 생각을 모아야지 아이들의 돼지저금통을 들고 도박장으로 달려가는 누를 범함으로써, 한 번 저지르면 돌이킬 수 없는 낙장불입(落張不入)의 인생을 헛되이 보내서는 안 될거라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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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지문 - 생명의 근원에 이르는 구도자의 인생산책
최민자 지음 / 모시는사람들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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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지문을 갖은 사람이 없듯 우리는 비슷한 듯 제각각의 삶의 그림자를 드리우며 인생을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다. 가끔은 반복되는 일상 중에 자신의 삶의 최종 도달점은 어디이고, 이 땅에 이 시대에 태어나서 해야 할 천명적인 사명은 혹시 무엇인가? 에 대한 미궁의 자문 속에 빠질 때가 있다. 분명 나에게도 어떠한 절대자가 의도하는 삶의 지문이 있을 텐데 과연 나는 그 삶의 지문을 따라서 잘 살고 있는 것일까? 책<삶의 지문>은 이 같은 질문에 대한 명확한 정답은 아닐 지라도 정답을 찾고자 하는 이들에게 짧은 이정표와 더불어 또 다른 세상에 대한 시야를 갖게 만들어 준다. 결국 세상의 만물을 바라보는 생각과 시야의 넓이가 커질수록 정답에 근접해 갈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삶의 지문>은 저자 최민자 교수의 구도적인 삶의 길의 발자취를 시간의 흐름순서에 따라서 크게 3부로 작게 12장으로 나누어 그려져 있다. 한 장 한 장 그 발자취를 보고 있노라면 마치 때로는 강의실에서 12가지의 다른 과목의 강의를 듣는 듯하다. 저자의 구도과정중의 깨달음과 더불어 책 중에 담긴 삶의 진리를 향한 정진의 열매와 같은 선지자들의 고매한 가르침들은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속된 마음이 치유되는 듯하다.
제1부 연꽃잎은 물에 젖지 않는다. 에서는 세상의 거울 속에 비추어진 삶에 급급하지 않고, 열린 마음을 담기 위한 삶의 진리, 세상의 진리를 찾아 때로는 선지자들의 가르침을 통해서 때로는 스스로 처연한 동굴수양을 통해서 도달할 수 있었던 깨달음의 긴 발자취를 담고 있다.

천지는 가장 큰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지만 말이 없다.
사계는 명백한 법을 가지고 있지만 따지지 않는다.
만물은 완전한 질서 원리를 가지고 있지만 말하지 않는다.              (p.69 장자-<지북유>편)

이렇듯 말이 없는 천지와 사계를 완전한 질서 원리를 담고 있는 만물을 향한 정진의 과정들을 보면 마치 유별난 사람처럼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런 정진의 열매들을 드러내 보였을 때는 지금의 세상과 자신에 대한 통탄을 금할 수 없다. 여해스승과의 선문답과 도가의 큰 성인 왕진인을 만나기 위한 여정이 남긴 깨달음 천천히 마음에 새기듯 읽어 내려가면 어느새 가슴속에 문이 조금씩 열리는 듯한 느낌이다.

“지고의 선은 물과 같은 것. 낮은 데로 흐르는 물과 같이 스스로의 처신을 낮추는 겸허함이 있고, 스스로의 형상을 고집하지 않는 물과 같이 상대를 거스르지 않고 대응할 수 있는 유연성이 있으며, 약함으로 나가기 때문에 도리어 강한 힘을 내는 것이다. 가장 이상적인 생활태도는 물과 같은 것. 물은 만물에 혜택을 주면서도 결코 상대를 거스르지 않고 사람들이 싫어하는 낮은 곳으로 흘러간다.” (p.139)

왕진인을 찾아 나선 발걸음 중에 만난 ‘상선약수(上善若水)’에서 느낀 이러한 감흥들을 접하면서 결국 자연의 만물 속에 진정한 삶의 진리가 살아 숨 쉬고 있구나 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피가 흐르는 생명체’ 라고 피력한 역사에 대한 고찰, 지난 나라의 수난으로 왜곡되고 버려지 유구한 우리나라의 상고사에 관한 부분을 접하면서 왜곡된 역사를 진실이라 믿으며 가르치고 배우며 살아가는 것은 ‘지금의 우리는 선조들의 거룩하고 의로운 목숨과 희생이 담긴 불멸의 정신을 무시하며 살아 왔구나’ 라는 회한을 느끼게 한다.
제2부 대륙에서 대륙으로 에서는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는 중국의 동북공정과 일본의 역사왜곡의 현 상황 속에서 자칫 우리의 상고사가 묻혀버린 것처럼 주객이 전도되어가는 역사의 사실들을 바로 잡기 위한 노력중의 하나인 장보고 기념탑의 건립에 담긴 과정과 역사적 의미를 전한다. 이는 분명 시작일 뿐이다. 고조선과 발해, 고구려에 걸친 대륙안에서 펼쳐놓은 우리 선조들의 불멸의 유산들은 분명 우리를 지켜보고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리고, 저자 최민자 교수는 1995년부터 현재까지 민간인신분으로 세계의 중심축의 이동과 다가올 정신문명시대의 도래의 첫 단추가 될 수도 있는 ‘황금의 삼각주’ 라 불리는 중국, 북한, 러시아 3국의 접경인 두만강 하구 일대에 가칭 ‘유엔세계평화센터’ 건립을 추진 중이다. 여기에 이를 추진하게 된 배경과 과정, 이러한 인류를 통합할 수 있는 상징을 통해서 국가, 민족, 인종, 계급, 종교 간의 모든 파열음을 하나로 묶어 태어날 생명장(生命場) 부활의 의미를 전한다.
제3부 지혜의 길 행위의 길 에서는 보통의 사람들이 비록 선지자들과 같은 깨달음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세상의 이치에 좀 더 다가가고, 마음수양을 통해서 우주의 원리를 이해할 수 있는 안식의 길을 보여 준다. 인간으로 살아감에 있어 필요한 개인의 자아발견과 성찰에서 제대로 된 국가관의 확립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물질계와 의식계의 상호소통을 인식하는 방법 등 진정한 삶의 패러다임을 제시하여 준다. 보이는 물형계(物形界)의 성과도 영적 진화 과정의 부산물이지만, 중요한 것은 그 과정에서의 동기와 의도의 순수성과 일관성, 성실성에 기인한다는 것과 삶과 죽음에 대한 의미, 더불어 영적확장의 결혼에 대한 의미등도 우주의 섭리를 통해 해석해 놓고 있다.

<삶의 지문>에서 어찌 생각하면 쉽게 보고 느낄 수 없는 사상계의 원리들을 접하다보니 왠지 내 삶을 세상과 동떨어진 삶으로 고착시켜주지는 않을까라는 생각도 갖게 한다. 하지만 저자 역시 오랜 구도와 수행을 통해서 얻은 깨달음일진데, 책 한권으로 그 만고의 원리를 이해한다는 것에는 무리가 따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결국 깨달음을 전함으로 받는 마음이 미동이 후에 나비효과처럼 커다란 삶의 진리에 대한 파도로 다가오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물론 자아발견의 시간도 중요했지만, <삶의 지문>을 통해서 전해들은 우리 선조들의 묻혀진 역사를 되짚어봄으로써 갖게 되는 자손된 자로서의 자부심과 사명감은 앞으로의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한층 더 넓혀주는 듯 했다.
늘 부족하다 생각하는 마음을 이해하고, 삶의 진리를 향한 작은 미동을 더해 준 글이 있어 나누고 싶다.

“가섭아, 마음은 바람과 같아서 획 지나가 붙잡을 수가 없다.
마음은 흐르는 물과 같아서 잠시도 머물러 있지 아니한다.
마음은 등불의 불꽃과 같아서 많은 인연에 의해 존재한다.
마음은 번갯불가 같아서 났다가는 순간에 사라져버린다.
마음은 원숭이와 같아서 여섯 가지 욕망에 한없이 얽매인다.
마음은 그림 그리는 사람과 같아서 곧잘 여러 가지 행동을 만들어낸다.
마음은 원수의 집과 같아서 온갖 괴로움과 번뇌를 준다.
마음은 미친 코끼리와 같아서 흙과 모래를 짓밟듯이 일체의 좋은 갚음을 받을 행동을 파괴해 버린다.
마음은 파리와 같아서 부정한 것을 깨끗하다 생각하고 집착한다.
마음은 악한 도둑과 같아서 온갖 착한 행동을 약탈한다.
마음이 항상 빛을 탐내는 것은 마치 여름밤에 부나비가 불에 달려드는 것과 같다.
마음이 항상 소리에 집착하는 것은 마치 군인이 승리의 북소리를 즐기는 것과 같다.
마음이 항상 냄새를 탐내 집착하는 것은 마치 돼지가 더러운 데 누워 있기를 즐겨함과 같다.
마음이 항상 맛에 집착하는 것은 마치 어린아이와 여인이 맛있는 음식 먹기를 탐내는 것과 같다.
마음이 항상 접촉하기를 탐내는 것은 마치 파리가 기름에 달려드는 것과 같다.
가섭아, 마음의 진상을 파악하기 어려움이 위에 말한 바와 같으니라.”
(p. 360~361) 

‘참나’를 찾아 나서는 발걸음은 먼저 이런 속된 마음의 헤아림부터 시작하여, “가고 가고 가는 가운데 알게 되고, 행하고 행하고 행하는 속에 깨닫게 된다.” 라는 여해 스승님의 말씀처럼 부단한 헌신하는 마음으로 세상의 이치를 공부해 나아갈 때 자신이 세상에 태어난 다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삶의 지문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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