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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몽의 변증법 - 철학적 단상 ㅣ 우리 시대의 고전 12
테오도르 아도르노 외 지음, 김유동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1년 8월
평점 :
“왜 인류는 진정한 인간적 상태에 들어서기보다 새로운 종류의 야만 상태에 빠졌는가?” 이것은 『계몽의 변증법』전체를 아우르는 질문이다. 히틀러의 유대인 탄압을 피해 미국에서 망명생활을 하면서, 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는 근대의 합리주의가 가졌던 진보사관을 회의한다. 그들은 계몽에 이미 퇴보의 싹이 내재해 있었다고 역설한다. 문제는 그것을 돌아볼 수 있는 올바른 이성이 실종되었다는 것이다. 그들은 이성이 “비판적인 요소를 포기하고 단순한 수단이 되어” 질서에 봉사하고 있는 상황을 지적한다. 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는 퇴보의 싹을 그 자신의 몸에 지니고 있는 계몽, 그 계몽이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비판적’ 사유가 검열당하고, 이성이 수단으로 작용하면서 인류가 정치적 광기에 문을 열어주었다고 말하고 있다.『계몽의변증법』은 “맹목적인 지배에 연루된 상태에서 ‘계몽’을 풀어내어줄 ‘계몽’의 긍정적 개념을 마련”하고자 ‘계몽’을 비판적으로 돌아본다.
『계몽의 변증법』의 각 장은 ‘계몽이 어떻게 야만으로 후퇴하고 있는가’의 매커니즘을 밝히는데 주력하고 있다. 첫 번째 장(章)「계몽의 개념」은 ‘신화는 이미 계몽이었고, 계몽은 신화로 돌아간다’는 명제를 중심으로 논지를 전개한다.「문화산업 : 대중 기만으로서의 계몽」은 계몽이 어떻게 이데올로기로 퇴보하는가를 보여주며,「반(反)유대주의의 요소들 : 계몽의 한계」장에선 계몽된 문명이 어떻게 야만 상태로 회귀하는가를 밝힌다.
『계몽의 변증법』이 그리는 지형도는 “지배”를 중심으로 살펴볼 수 있다. 계몽은 인간에 의한 자연 지배를 이뤘고, 이것이 파시즘에 가서는 인간에 의한 인간 지배로 이어졌다. 예술은 문화산업으로 포섭되면서 대중을 기만하는 이데올로기, 선전, 대량생산품으로 전락했으며, 파시즘은 문화산업을 통해 대중에게 순종성을 심어주려 하였다. 이러한 결과로 파시즘이 계몽된 세계 속에서 꽃 피울 수 있었고, 인간은 그 자신이 비합리의 전형으로 보고 벗어나려 했던 자연의 상태로 되돌아갔다는 것, 이것이 이 책의 개략적 지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