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안개꽃 빌라의 탐식가들
장아결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9월
평점 :
미스터리 팬으로 사회파 미스터리도 읽어보고 약간 잔인한 장면이 많이 등장하는 소설도 읽어봤는데요. 각자 나름의 재미는 있지만, 잔인한 장면 없이도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코지 미스터리도 재미있더라고요. 일본 작가들의 코지 미스터리는 여러 권 읽었는데요. 이번에 '안개꽃 빌라의 탐식가들'이라는 한국 미스터리 소설을 읽게 되었어요. '쉐어하우스 냉장고에서 자꾸 사라지는 음식의 미스터리'라고 하니, 왠지 대학교 때 기숙사 생활을 하며 공용 냉장고를 썼던 기억도 나고 사건의 진상이 궁금하더라고요.
여성 전용 쉐어하우스인 안개꽃 빌라에 함께 살게 된 경찰 공시생 소미, 음대생 나나, 먹방유튜버 보라, 승무원 준비생 유정, 베지테리언 한솔. 식성도 생활패턴도 제각각인데요. 소미가 이 안개꽃 빌라에 입주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어느 날 보라의 닭강정을 시작으로, 냉장고의 음식이 하나둘씩 없어지게 되는데요. 처음에는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던 냉장고 속 음식 분실사건이 자꾸 반복되면서, 소미를 중심으로 범인 색출에 나섭니다. 소미가 범인을 찾는 과정에서 쉐어하우스 주민들의 개인 사연이 나오는데요. 이전에 살던 곳에서 괴한의 공격을 받은 후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보안이 약한 셰어하우스 시설에 불안을 느끼고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유정, 고기 알러지 때문에 시작하여 점차 바뀌게 된 신념으로 쉽지 않은 채식 생활을 유지해나가는 한솔, 함께 바이올린을 하는 언니와 비교당하며 부담을 느끼는 나나, 전 세입자인 시연과 먹었던 떡볶이 맛을 잊지 못해 찾아다니다 먹방유튜버까지 하게 된 보라 등. 후반부로 가면 갈수록 각자의 사연에 반전이 있네요. 저마다 남들이 알지 못하는 속사정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냉장고 털이범의 정체도 나름의 복선과 반전이 있어요.
왠지 우리 주변, 우리 동네 어딘가에 있을 법한 안개꽃 빌라와 입주자들입니다. 각기 다른 직업과 연령의 다섯 여자들. 쉐어하우스에서 혼자 사는 이유도 제각각, 식성도 제각각입니다. 그런 다섯 사람이 끈끈해진 중심에는 소미의 오지랖이 있습니다. 그런 친절한 오지라퍼 탐정이라 잔잔한 재미와 감동이 있는 것 같아요. 일상과 밀접한 사건들이 등장하여 더욱 친근감이 들고 몰입감을 높여주는데요. 자취해 본 사람들이라면 공감할 내용들이 많아요. 거기에 다양한 음식들이 등장해서 재미를 더해주는데요. 소미가 처음 입주 결정을 하게 되었을 때 맡은 시금치 된장국 냄새를 시작으로 입주자들의 사연마다 등장하는 음식 묘사들을 읽다보면 배고파지는 느낌마저 듭니다. 무거운 분위기가 아니고 문장도 어렵지 않아서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좋은 것 같아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