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그리 빈테르의 아주 멋진 불행
얀네 S. 드랑스홀트 지음, 손화수 옮김 / 소소의책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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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그리 빈테르의 아주 멋진 불행은 어딘지 정신없고 답답하고 오지랖 넓은, '웃픈' 아줌마 잉그리 빈테르의 이야기이다. 진지하고 무거운 분위기를 연상시키는 다른 북유럽 소설들과 다르게 이 책은 어딘지 유머러스하고 밝은 분위기이다. 그렇지만 내 주변에 잉그리 빈테르같은 사람이 있다고 하면 마냥 웃을 수만은 없을 것 같기도 하다. 그만큼 정신없고 답답한 캐릭터다.



잉그리 빈테르는 변호사 남편과 딸 셋을 둔 워킹맘이다. 아이가 셋이나 되다니. 이것만으로도 그 정신없음이 조금은 이해가 가기는 한다. 아이 셋을 키우는 워킹맘에 직업은 대학 교수. 어떻게 보면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하지만 일처리가 똑부러지지 못하고 늘 허둥지둥, 걱정과 고민은 많고...... 용케도 아이 셋을 키우며 일을 하고 있다 싶은 정신없는 아줌마다.

그러는 와중에 남편과 정한 금액보다 100만 크로네나 초과하여 820만 크로네에 집을 사게 된다. 자신이 마지막에 금액을 얼마를 제시했는지도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10억이 넘는 집을 사면서...... 제정신인가!) 분위기를 풀어보겠다고 농담을 한다는 게 엉뚱한 얘기를 꺼내서 가족을 놀라게 하기도 한다. 예산을 초과해 집을 사버린 탓에 긴축재정을 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남편과의 사이는 더 악화된다. 직장에서는 또 어떤가. 구조조정으로 인해 대학에서 내몰릴 위기에 처하게 되자, 구조조정 반대활동의 선봉이 되어 학과장 눈밖에 나고, 뜬금없이 러시아에 사절단으로 출장을 가게 된다. 해외 국립대학과의 자매결연을 하라고 보낸 러시아 출장에서, 잉그리 빈테르는 성화 도난사건에 엮이기까지 한다. 가는 곳 마다 사건사고, 상황은 점점 악화되기만 하고...... 어쩜 이렇게 답답한 사람이 있을까 싶다. 자신의 삶에 대한 통제권을 잃고 점점 악화되는 상황이 우습기도 하고...... 그러다 문득 내게는 저런 면이 없는지 반성도 하게 된다.



재미있는 소설이었다. 나름 유머도 있고, 고구마같이 답답하기만 하던 잉그리 빈테르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결말에 사이다같은 부분도 있다. 정신없는 잉그리 빈테르의 삶을 든든하게 맏쳐주는 남편이 있기에 이 소설이 더욱 재미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아니었으면 잉그리 빈테르의 삶은 통제력을 잃고 나락으로 빠졌을지도 모르겠다. 읽다 보면 잉그리 빈테르의 영화로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잉그리 빈테르, 그리고 그녀의 남편 캐릭터를 어떤 배우가 어떤 연기로 소화해낼지 궁금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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