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전일도 사건집
한켠 지음 / 황금가지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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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탐정'이라는 직업이 참 낯설게 느껴진다. 사건을 추리해서 해결하는 그런 탐정이 아니라 흥신소가 먼저 떠오르는 탓인 듯하다. 그래서인지 한국 소설에서 본격 '탐정'이 등장하는 소설이 보이면 반갑다. 더군다나 제목이 '탐정 전일도 사건집'이라니, 상당히 본격적이 아닌가. 그런데 이 책의 주인공인 탐정 전일도는 셜록홈즈나 포와로처럼 밀실 살인의 트릭이나 살인범의 정체를 파헤치는 탐정은 아니다. 고졸 출신의 20대 생계형 탐정 되시겠다. 사건들도 피튀기는(?) 잔인한 살인사건 쪽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접하기 쉬운 생활밀착형 사건들이다. 




사실 책을 펴기 전에는 '전일도'라는 이름을 보고 주인공이 남자인 줄 알았는데 여자 탐정이다. 아, 그러고 보니 표지의 그림이 여탐정이다. 이런 사소한 단서들을 놓치고 착각을 할 줄이야. '전일도'라는 특이한 이름은 탐정인 할아버지가 일도 가정도 성공하라는 의미에서 쌍둥이 오빠에게는 '가정', 주인공에게는 '일도'라는 이름을 지어준 것이라고 한다. 할아버지의 네이밍 센스부터가 심상치 않은 소설이다. 주인공의 집안은 할아버지 대부터 대를 이어 탐정일을 하고 있다. 그것도 불륜 전문이다. 할아버지부터 아버지, 어머니, 쌍둥이 오빠까지 불륜탐정 일을 하고 있는 탐정 집안에서 전일도는 실종탐정으로 활약을 하게 된다. 









이 사건집에는 9가지 이야기가 등장한다. 9개의 사건이 완전히 개별적이기 보다는 등장인물이 연결되는 부분도 있고 해서 연작소설에 가깝다. 데이팅 앱을 통해 만나 계약결혼까지 한 가짜 아내가 사라졌다며 찾아달라는 한 남자의 의뢰를 시작으로 전일도의 실종탐정으로서의 수사가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전세금을 들고 잠적한 집주인을 찾아달라는 세입자의 의뢰에, 부모의 사랑이 필요한 8살 소녀의 실종사건, 결혼 못할 거면 그동안 자신이 뿌린 축의금을 받아내겠다며 사건 의뢰를 해온 비혼주의자, 자신을 실종시키고 싶다는 전 아이돌 연습생 여성, 자신의 사회 도중 갑자기 사라져버린 유명 웹툰작가의 이이야기, 절친의 자살로 괴로워하는 중학생, 명문대를 나오고도 취업을 못해서 부모 등골만 빼먹는 자식이 되어버린 미래의 이야기, 그리고 마지막으로 전일도 가족의 족보와 관련된 이야기까지 모든 이야기들이 재미있다. 그런데 그 재미 속에 뼈때리는 현실의 아픔이 도사리고 있다. 

미스터리 장르 소설은 다소 현실감 없이 사건과 트릭, 범인에 집중하는 작품들이 많은데, 이 작품은 지나치게 현실적이다. 그래서 웃프다. 코지 미스터리로 봐야겠지만 '미스터리'라고 하기엔 전일도가 번뜩이는 추리력을 자랑하며 사건을 해결하는 것도 아니라 뭐라 정의내리기 참 애매하지만, 그래도 재미있는 소설이다. 




* 리뷰어스클럽 서평단으로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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