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위크

어위크
강지영 외 지음 / CABINET(캐비넷) / 2019년 9월

추리소설을 좋아해서 일본 추리소설을 많이 읽다가 최근에 국내 추리소설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국내 작가들의 이름이 많이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알게 된 작가들의 이름을 한 권의 책에서 볼 수 있게 되었다. '어위크'는 편의점이라는 공통된 소재를 가지고 8명의 국내 장르소설 작가들이 각자 자기만의 색을 입혀 쓴 단편들을 모아놓은 단편집이다. '밤의 이야기꾼들','고시원기담' 등으로 이름이 낯익은 전건우 작가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쓰고, 정명섭, 김성희, 노희준, 신원섭, 강지영, 소현수, 정해연 작가가 각각 이야기를 풀어낸다.



이야기는 어설픈 세 청년이 우연히 손에 얻게 된 권총으로 현금수송차량 털이를 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간단할 것 같았던 현금수송차량 털이는 생각과 다르게 흘러가고, 세 청년은 수많은 목격자와 증거영상을 남기고 도주하다 한 편의점으로 숨어들게 된다. 편의점의 이름은 'a Week', 그리고 알바생의 이름은 한주...... 강도에게 인질로 사로잡히고도 지나치게 차분한 태도의 알바생과 어딘지 모르게 수상한 편의점. 알바생 한주는 느닷없이 이들에게 기묘한 7가지 이야기를 시작한다.



전건우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의 시작도 어딘지 기묘하고 빨려들 것 같은 매력적인 느낌이지만, 7명의 작가가 들려주는 7색의 이야기 또한 매력적이다. 정명섭 작가는 별세계 사건부와 유품정리사 두 작품을 읽으면서 역사 추리소설의 강자라 느꼈는데 역시나,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풀었다. 운현궁에 의문의 대화재가 발생하고, 평리원 검사 이준이 사건을 파헤지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궁궐을 불태워버린 대화재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지...... 김성희 작가의 단편도 재미있다. 산업스파이를 살해하기 위해 그의 옆집으로 이사 간 킬러가 층간소음 문제에 시달리고, 이웃들을 하나씩 처리해 나간다. 실제로 층간소음 때문에 살인이 일어날 정도라며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에 뭔가 웃픈 이야기가 되었다. 또 다른 단편들 중에는 다중우주와 차원이동을 소재로 한 SF도 들어있으며, 남편을 자살로 위장해 살해하려는 여자의 이야기도 있다.



위에서 다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각각 다른 작가의 작품들이 모인 만큼 각자의 색이 다 다르다. 다양한 느낌의 소설을 골라 읽는 듯한 재미가 있다.(물론 읽다 보면 골라 읽지 않고 순서대로 다 읽게 된다.) 단편이기에 호흡이 짧으면서도 작가의 매력을 압축시켜 담아낸 듯한 느낌도 든다. 각 작가의 책들을 일부러 찾아서 봐야겠다고 생각이 들만큼 재미있는 단편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