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의 막이 내릴 때 (저자 사인 인쇄본) 재인 가가 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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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추리소설 작가에게는 자신의 분신같은 캐릭터들이 하나씩 있는 것 같다.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홈즈, 아가사 크리스티의 미스 마플과 에르큘 포와로처럼 말이다. 가가 형사는 히가시노 게이고에게 그런 존재가 아닐까. <용의자 X의 헌신>이 나에게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작가를 알게 해준 책이라면 가가 형사 시리즈는 히가시노 게이고를 사랑하게 해준 작품들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 중에서도 이 시리즈만 열 편이 되며, 삼십년이 가까운 세월을 이어져 온 시리즈라고 하니 작가 역시도 애착을 갖고 있는 캐릭터이지 않을까. <기도의 막이 내릴 때>는 그런 가가 형사 시리즈의 마지막 이야기라서 더욱 관심과 애정이 가게 된 작품이다. 우리나라에는 최근에 출간되었지만 일본에서는 이미 출간된 지 좀 되어서 영화까지 만들어져 있는 것 같다. '트릭'에서 알게 되어 호감을 갖고 있는 아베 히로시라는 배우가 드라마 '신참자'에 이어서 가가 형사 역을 맡은 것 같다. 나중에 영화로도 꼭 보고 싶어진다.


이번 작품에서는 그 동안 베일에 싸여 있던 가가 교이치로의 가정사가 등장한다. 본격적인 사건 이야기가 나오기 전에 한 여인의 이야기가 먼저 등장한다. 남편과 아이를 버리고 외로이 집을 나와 한 술집에 정착하여 종업원으로 일하던 '타지마 유리코'라는 여인이다. 십년을 넘게 가게에서 성실하게 일하지만 사람들과의 거리를 유지하던 그녀는 와타베라는 남자와 정을 나누게 된다. 그러던 유리코가 자신의 집에서 쓸쓸한 죽음을 맞이하고, 가게 주인은 와타베에게 연락을 하는데, 그 남자 대신 어렵게 연락이 닿은 유리코의 아들이 유골과 유품을 수습하러 찾아온다. 바로 가가 교이치로다.

세월이 흘러 도쿄의 한 아파트에서 목졸려 죽은 오시타니 미치코라는 여자의 시신이 발견된다. 비슷한 시기에 노숙자의 오두막에서 불타 죽은 시체도 발견된다. 얼핏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두 사건에 의문을 품은 가가의 사촌 마쓰미야 형사는 가가에게 조언을 구하게 되고, 서로 관련이 없어 보이던 두 사건은 묘하게 연결이 된다. 그리고 오시타니 미치코의 중학교 동창이라는 아사이 히로미가 용의선상에 오르는데, 공교롭게도 아사이 히로미는 가가와 이미 아는 사이다. 게다가 사건 현장에 있던 달력에서 가가 형사 어머니의 유품에 있던 메모와 똑같은 내용의 다리 이름들이 발견된다. 우연이라기에는 가가 형사와 너무나도 많은 접접들이 보이는 사건. 이 사건은 과연 가가의 어머니와 어떤 연관이 있으며, 아사이 히로미는 어떤 사연을 가지고 있는 것인가.


가가의 어머니 이야기, 가가의 어머니와 사귀었다던 와타베라는 남성, 오시타니 미치코 살해사건, 노숙자의 오두막에서 불타 죽은 남자, 그리고 아사이 히로미. 서로 연관이 없을 것 같아보이던 하나하나의 퍼즐 조각이 한 점으로 모이면서 숨겨진 과거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 특히 가가 형사 시리즈를 읽다 보면 사건과 트릭 뒤에 숨겨진 범죄자들과 사건 관련자들의 슬픈 사연을 읽게 될 때가 많은데, 이번 작품 역시 등장인물들의 사연들이 가슴을 울린다. 특히나 가가 형사 시리즈의 마지막답게 가가 형사의 어머니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가가 형사가 내내 가슴 속에 품고 있던 응어리 같은 것들을 풀어낼 수 있어서 좋았다. 이것으로 가가 형사 시리즈가 막을 내린다고 하니 그 점은 좀 아쉽다. 이 이야기를 영화로 화면에 담아냈다고 하니 어떻게 표현되었을지도 매우 궁금하다. 시간이 될 때 영화도 꼭 한 번 찾아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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