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트 독식 사회 - 세상을 바꾸겠다는 그들의 열망과 위선
아난드 기리다라다스 지음, 정인경 옮김 / 생각의힘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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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재밌게 읽은 책. 아래는 (긴) 메모들.



제1장 그러나 세상은 어떻게 변화되는가? 

유복한 가정에서 자라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을 읽고 세상을 바꿔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힐러리 코헨이라는 한 여성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빌 클린턴이 대학을 다니던 시절인 1960년대와 70년대에 “많은 이들이 ‘시스템’, ‘권력’, ‘인류’ 등의 언어로 이루어진 사고를 추종하는 경향이 있었다”(35). 그러나 이후 사회 변화에 대한 표준적 어휘는 상당히 바뀌었는데, “그 효과는 코헨이 발견했듯이 2010년대 초 조지타운에서도 감지되었다. … 이들은 문제를 해결할 최선의 장소로서 정부보다는 시장에 끌리는 경향이 있었다. … 예로부터 전해오는 젊은이 특유의 세계를 달리 해석하려는 충동은 이제 이 시대를 지배하는 관념에 의해 주조되고 인도되곤 했다. 진정으로 세상을 바꾸고 싶다면 자본주의의 기술, 자원, 인력에 의존해야 한다는 관념이 그것이다.”(38) 그러한 견해에 따르면, 사회 문제는 “부유한 기부자, 비정부 기구, 공공 부문 사이의 협력을 통해 해결되어야만 했다. 부자들을 공공 문제 해결의 지도적 위치에 배치한 이와 같은 방법이, 이들을 위협할 수 있는 해결책을 저지하는 권력까지도 함께 부여한다는 사실은 언급되지 않았다.”(49) 사회 발전에 기여한다는 민간 부문은 또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기존의 사회 운동의 문법과는 많이 다른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한다. “새로운 센터에서 학생들은 사회적 가치 측면의 경력에 도움이 될 기금의 계획, 조직, 조성 방법을 배울 것이고, 소기업이나 비영리 기구를 위한 새로운 아이디어 육성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세계적인 지도자들도 소개받게 될 것이다.”(비크 센터의 홍보물, 49쪽). “공공 행위를 통한 공공 문제의 해결, 예컨대 법을 바꾸고, 법정에 출두하고, 시민들을 조직하고, 정부에 억울함을 청원하는 일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49). 집합행위(collective action)에서 기업가 정신(entrepreneurial spirit)으로의 변화. 

명문대인 조지타운의 다른 젊은이들처럼 1장의 주인공인 코헨 역시 컨설팅 회사에 취직하는데(조지타운 대학 학보사에 의하면, 조지타운 대학 졸업생 40%가 컨설팅, 금융 쪽으로 취직한다고 한다. 책 50쪽), 이것은 부분적으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대기업들의 선전(e.g. 골드만 삭스의 “1만 명의 여성” 프로젝트, “소셜 임팩트 채권”) 때문이기도 했고, 또 비영리 부문, 비정부 기구들이 규모가 작고 체계가 없어 보이기도 해서였다. 코헨은 맥킨지에 취업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과로와 현실로 괴로워하게 되었다. 프로젝트 대부분은 세상을 구원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단조로운 업무들이었다. … 그녀가 접한 프로젝트 대부분은 여기서 비용을 깎고, 저기서 시장 진입 전략을 짜는 등 그저 보통의 기업 자문 업무였다.”(51) 

저자 기리다리다스는 “마켓월드MarketWorld”라는 용어를 새로 만들었는데, 마켓월드는 “현 상태로부터 이익을 얻으면서, 세상을 변화시키는 좋은 일도 해내는 신흥 권력 엘리트의 세계다. 이 세계는 계몽된 사업가와 자선단체, 학계, 언론, 정부, 싱크탱크의 세계에 있는 그들의 동료로 구성된다. … 이들은 대중의 삶, 법, 그리고 사람들이 공유하는 시스템을 개혁하는 일에는 관심이 없다. 그보다는 자유시장과 자발적 행동을 통해 사회변화가 추구되어야 한다는 생각, 자신들의 욕구에 적대적인 세력이 아니라 자본주의의 승자와 그들의 동맹이 사회변화를 감독해야 한다는 생각, 그리고 현 상태의 최대 수혜자가 개혁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신봉하고 또 촉진한다.”(53) 마켓월드의 시장지향적 정신—주로 컨설팅 회사들의 조언과 자문에 의해 현실화되는—은 점점 많은 사회운동 부문에 침투하고 있는데(“코헨은 비즈니스 세계 외부에서는 이런 방법[컨설팅, 최적화]을 갈망한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55), 예컨대 오바마는 퇴임 후 민주주의 문화 촉진을 위한 재단을 세우고 그 직원들을 매킨지의 컨설턴트들로 고용했다(57-58). 


제2장 윈윈 

이번 장에서는 마켓월드의 주요한 행동 논리 중 하나인 ‘윈윈’을 다룬다. 이는 곧 사회 변화가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사이의 게임의 규칙이나 분배 룰을 개혁하는 것보다는 ‘덜 적대적인’, 모두에게 좋은 방식이 있을 수 있다는 믿음이다. 이상적인 ‘윈윈’ 상황에서, “승자는 돈을 벌고, 좋은 일을 하고, 우쭐해하며, 어렵고도 자극저인 문제에 몰두하고, 자신의 영향력을 느끼고, 고통을 줄여가고, 정의를 전파하며, 국적을 넘나드는 이력서를 작성하고, 세계를 여행하고, 시선을 끄는 칵테일 파티 초대장을 얻는 등 다양한 묘미를 누릴 수 있었다.”(68)

이번 장에 등장하는 인물 중 하나는 애셔로, 애셔 역시 다른 박애주의자들처럼 아프리카의 한 지역을 방문한 이후 주민들의 삶에 충격을 받고 자선 사업, 박애적 사업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애셔는 그들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 곰곰이 생각하기 시작했다. 마켓월드의 수많은 박애주의자들이 그렇듯이, 그녀도 자신과 주변 사람들, 그리고 그들이 소속된 기관들이 어떻게 하면 기존의 방식을 바꿀 수 있을지 고민하기보다는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하는 데 더 관심이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자문하면서 주변 사람들이 이미 했을 수도 있는 것은 배제했다(예컨대 헤지펀드들이 조세 회피에 그토록 엄청난 창의력을 발휘하지 않았다면, 정부가 해외 원조에 쓸 수 있는 세수가 더 많았을 것이라는 점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64) 

윈윈의 논리는 많은 기업들에게 수사로 채택된다. 69쪽부터 잠시 소개되는 저스틴 로젠스타인은 실리콘밸리의 개발자이다. 그는 협업용 소프트웨어 판매가 세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로젠스타인의 말: “기술의 영역에서는 수익을 좇으면서도 세상을 위해 좋은 일도 할 수 있는 엄청나게 많은 기회가 있습니다. 구글 검색은 역대 가장 엄청난 사례죠.”(73) 그러나 “이러한 식의 진보에 대한 믿음 덕분에 로젠스타인은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무시할 수 있었다. 예컨대 그가 신봉하는 부류의 도구를 만들 때, 당신은 사람들이 그것을 어떻게 이용할지 알 수 없다. … 그는 십대들이 페이스북 게시물의 ‘좋아요’ 숫자에 집착하고 안달하는 사실을 알고 있고, 자신이 어떤 영향을 미쳤을지 궁금해한다.”(74) 

이런 윈윈의 이념은 현대 민주주의 사회의 기본적인 관념—시민들은 서로 상이한 이해를 가지고 시민사회에서 활동하고, 제도 안에서 다투고 조정하기 위해 정치적 권력을 위해 경쟁한다—과 다른데, 이런 낙관주의는 “중세 시대를 지배했던 진보로서의 조화라는 전망에 귀를 기울인다.”(83). “그러나 사람들의 선호와 욕구가 겹치지 않으며, 나아가 사실상 충돌하는 상황은 언제나 있다. 그렇다면 패자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누가 그들의 이익을 보호할 것인가? 예를 들어 모든 미국인이 괜찮은 공립 학교를 갖기 위해 엘리트들이 말 그대로 더 많은 돈을 내놓아야 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86) 


제3장 베레모를 쓴 걱정에 찬 반란군 왕들

3장의 제목은 실리콘밸리의 혁신가들을 일컫는다. 그들은 자신이 현재 사회의 분배 구조에 책임이 있는 엘리트들이지만 마치 자신들이 소수파이고 혁신과 개혁을 위해 부패 내지는 기성 구조와 싸우는 것인 마냥 행동한다. “그러나 전체를 책임지지 않는 반란군은 자유롭게 자기만의 독특한 진리를 추구할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반란군의 핵심이다. 자신과 다른 욕구를 지닐 수도 있는 타인에 대한 걱정은 반란군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 피셔바의 관점에서 우버 같은 회사가 규제 당국이나 노조와 빚는 마찰은 상충하는 이익 때문이 아니다. 그저 반대파와 맞서 싸우는 독특한 진리, 부패한 기성 질서에 대항하여 봉기하는 반란군이 보일 뿐이다.”(112) 여기서 등장하는, 우버와 에어비앤비에 투자한 벤처 사업가 피셔바는 대표적인 예이다. 그는 “택시 카르텔”을 독점에 책임이 있는 기성의 구조로 언급한다. “그는 노조를 “카르텔”이라고 언급했다. 매우 표준적인 노동운동의 특색을 띠었던 시위를 “전쟁 지역”으로 묘사했다.”(113) 

“문자 포스팅에 비해 더 많은 광고 수입을 가져오는 비디오 포스팅에서 이윤을 창출하는 데 혈안이 된 어느 소셜 미디어 억만장자[저커버그]는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그가 소유한 강력한 알고리즘도 고쳐가며 자신의 바람을 마치 예언인 것처럼 제시했다. “나는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소비하는 콘텐츠 대부분이 비디오인 세상이 지금으로부터 몇 년 안에 도래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마크 저커버그가 이 예측을 발표한 이후에 「뉴욕」지는 “웹 콘텐츠의 대세는 비디오일 것이다, 이 같은 결정을 일방적으로 내릴 수 있는 사람이 말했다”는 기사를 실으며 정곡을 찔렀다.)”(109) 

3장의 이후는 대부분 플랫폼으로 이윤을 축적하는 기업의 묘사에 할애되어 있다. 그들은 자신들이 권력(여러 의미에서의)을 가지고 있다고 인정하지 않는다. 예컨대 에어비앤비의 경우, “흑인도 에어비앤비를 #AirbnbWhileBlack” 해시태그 운동에 대해, 자신들은 “플랫폼만 제공할 뿐, 웹사이트상의 자율적인 두 사람 사이에 일어난 일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없다는 주장을” 편다. 택시 기사와 자신의 관계를 자유롭게 계약을 맺은 동등한 계약 당사자인양 주장하는 우버도 마찬가지이다. 

“자칭 기업가 반란군이 실제로 추진하고 있었던 것은 사람들을 마을·교회·영지의 특수주의로부터 해방시키며 모두에게 적용되는 보편적 규칙을 발전시키려는 계몽주의의 주요한 프로젝트를 전복하는 일이었다. 아마도 이 엘리트들이 마음속에 그린 세계는 규칙이 약화되고 기업가들이 시장을 통해 지배하는, 영주의 사적인 지배의 복귀 같은 것이었다. 그곳에서는 페이스북 백작과 구글 영주가 민주주의의 바깥에서 우리 모두의 운명을 좌우할 중대한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다.”(133)


제4장 비판적 지식인(public intellectual)과 지식 소매상(thought leader)

* 지식인들이 축적한 상징자본이 어떻게 ‘마켓 월드’—컨퍼런스, TED 강연 같은 자리—에서 엘리트들이 쉽게 소화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전환되고 판매되는지. 학술장에서 요구되는 논리와는 전혀 다른 지식, 정보들이 ‘마켓 월드’에서 다루어지고 있음. -> 문제에 대한 쉬운 해결책 강조. 막연한 구조나 문화에 대한 비판 없는, 개개인이 받아들여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해결책 제시. Incentive structure를 강조하는 메커니즘 (합리적 행위자 인간관). e.g. 맬컴 글래드웰의 1만 시간의 법칙? 
* 176쪽: 커디라는 여성학 심리학자가 TED 강연으로 유명해진 후 이런저런 경영자들을 위한 컨퍼런스에 불려가는 대목. 선진적이고자 하는 조직은 다양성 프로그램을 강조하지만… 
* 마야코프스키 시 인용: 174쪽. 좋은 글쓰기 방식. 


“지식 소매상은 주로 TED 강연을 하는데, 여기에는 비판이나 반박의 여지가 거의 없으며 시스템의 변화보다는 희망에 찬 해결책이 강조된다. 공공지식인은 승자들에게 진정한 위협감을 준다. 반면 지식 소매상은 “혼돈, 자기역량 강화, 사업가적인 능력”을 부르짖으면서 승자의 가치를 홍보한다.”(152쪽)

뉴욕타임스 기자였던 두히그의 말. 

“「뉴욕타임스」 탐사 시리즈는 결코 좋은 책을 만들 수 없어요. 그들은 이 세계, 아니면 특정 기업이나 어떤 상황에서 잘못된 것들은 빠뜨리지 않고 모조리 지적하니까요. 하지만 당신이 책을 읽는다고 해 봅시다. 그 누구도 얼마나 많은 것이 엉망인지 배우기 위해서 책을 읽고 싶어 하지는 않아요. 물론 그런 책들이 존재하기는 합니다. 정말이지 매우 가치가 있어요. 하지만 당신도 알다시피 그런 책의 독자는 거의 한정되어 있어요.”(166쪽) 

“마켓월드 엘리트들은 그 어떤 것에도 도전하지는 않지만 희망을 주는, 마치 아이스크림처럼 흘러내리기 쉬운 아이디어를 사랑한다. 그들은 아무리 미약하고 논쟁적이더라도 과학적 권위에는 민감하게 반응한다. 엘리트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이들이 유용하고, 결과 지향적이며, 수익성 있는 아이디어를 요구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188쪽) 

197쪽 

“세상을 바꾸겠다고 애쓰며 선행을 하는 엘리트들이 너무 많다 보니 “만일 이들 모두가 한꺼번에 뛰기라도 한다면 아마도 지구의 축이 기울 것”이라고 기우사니는 농담으로 말했다. 그런데 정작 세상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보라. 들끓는 포퓰리즘, 분노, 분열, 증오, 배제 그리고 공포.”(199)


204-205쪽 스티븐 핑커

스티븐 핑커의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는 테러리즘이나 내전에 대한 미디어의 염려와는 다르게 인류의 폭력 수준이 시간이 갈수록 전반적으로 줄어들고 있음을 주장하는 책. 핑커의 강연은 “헤지펀드를 운영하는 사람들, 실리콘밸리의 사람들, 그 밖의 승자들 사이에서 ... 인기물이 되었다.” 핑커의 강연과 주장은 “시대의 불평등에 항의하는 사람들에게 불평을 그치라고 말하는 사회적 저항감이 덜한 방법을 제공했다.” 즉 사람들에게 ‘현실은 혼란스러울 수 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세상은 나아지고 우리는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라고 말하는 것이 일종의 이데올로기가 된 것이다. “기우사니[TED 강연 조직자]는 ... 그 행위를 표현하는 동사를 발명했다. 인간 역사의 장기적인 방향을 이용하여 권력이 없는 사람들의 염려를 사소한 것으로 치부하고 정당하지 않다고 여기는 그들은 "핑커링Pinkering"을 하고 있었다.”(205-206쪽) 예: 5억 명의 중국인들이 빈곤에서 벗어난 것은 "경제적인 핑커링." 책에서 기우사니는 이런 말을 한다. “하지만 일자리가 중국으로 넘어갔기 때문에 맨체스터 공장에서 해고된 사람에게 그런 말을 한다면 그는 아마도 다르게 반응하겠죠. ... 현재의 상황을 정당화하는 데 활용되는 이러한 종류의 이데올로기에는 다양한 면이 있는 겁니다.”(206쪽) 이 책은 다른 "핑커링" 전문가로는 조너선 하이트의 예시를 든다. 다음 인용문은 조너선 하이트의 글. “그래, ISIS도 있고 나쁜 일도 많지만, 상황이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 당신 같은 사람들은 지나치게 많은 진보를 기대하는 것이다.”(206쪽)


5장
장의 제목을 내가 다시 쓰자면, 컨설턴트처럼 보기Seeing Like a Consultant 라고 쓸 것 같다. 


맥킨지 입사 면접에 자주 등장하는 문제는 “보잉 747기에는 탁구공이 몇 개나 들어 가겠는가”, “호주에는 매년 면도날이 몇 개나 팔리는가?” 따위의 질문이라고 한다(222). 이런 질문은 답을 듣기를 의도한 것이 아니고, 핵심은 “자신이 한 가정에 근거해서 추론한 방식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추론은 “프로토콜”이라는, 컨설팅 세계의 일종의 사고방식 혹은 문제 해결 방식의 단면을 보여준다. “생각의 범위를 줄이고 참조하는 데이터의 양을 제한”하는 것이다. 

 

“프로토콜과 이를 채택한 이들은 사회문제로 가득한 세계에 제공할 다양한 무기들—예컨대 엄격함, 논리, 데이터, 신속한 의사 결정 능력 등—을 보유하고 있었다. … 그러나 항상 대가가 있기 마련이다. 프로토콜에 의해 다시 포맷된 문제들은 승자의 시각에서 규정되었다는 사실이 그 대가의 일부였다. 말하자면 문제의 해결사들이 문제를 정의한 다음, 이것을 벗어나는 다른 시각은 배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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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트 독식 사회 - 세상을 바꾸겠다는 그들의 열망과 위선
아난드 기리다라다스 지음, 정인경 옮김 / 생각의힘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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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박애주의적 행동에 경도된 엘리트들에 대한 충실한 묘사. 책 뒷표지에 빌게이츠의 추천사가 있는 건 좀 이상하긴 한데, 책 내용은 굉장히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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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한나 아렌트를 읽는가
리처드 J. 번스타인 지음, 김선욱 옮김 / 한길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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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170페이지 정도고 판형도 작아 읽기에 부담이 없는 책. 앞의 악의 평범성이나 권리를 가질 권리에 대한 장들은 관련 논의에 대해 약간의 이해가 있는 사람이라면 크게 새롭지 않을 수 있다. 아렌트가 제안한 권리를 가질 권리 관련 논의는 『권리를 가질 권리』(데구이어 외)를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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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한나 아렌트를 읽는가
리처드 J. 번스타인 지음, 김선욱 옮김 / 한길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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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번스타인, 『우리는 왜 한나 아렌트를 읽는가』, 김선욱 옮김, 한길사, 2018.

전체 170페이지 정도고 판형도 작아 읽기에 부담이 없는 책. 
앞의 악의 평범성이나 권리를 가질 권리에 대한 장들은 관련 논의에 대해 약간의 이해가 있는 사람이라면 크게 새롭지 않을 수 있다. 

흥미로운 부분은 아렌트의 시온주의 비판 장. 팔레스타인 역사를 잘 모르지만… (일란 파페, 『팔레스타인 현대사』를 읽긴 했는데 거의 다 까먹었다. 수업 때문에 급하게 읽은 것이라. 흑흑) 아랍-유대인 평의회를 수립하는 것을 팔레스타인 문제의 해결책으로 아렌트가 제시했다는 것을 몰랐다. 그리고 아래에 인용한 아렌트의 통찰—유대인들이 비록 건국에 성공한다 할지라도 “물리적 자기방어에만 몰입해 다른 모든 관심과 활동은 잠식당한 채 살아가게 될 것”이라는 논평—이 참 중요한 것 같다. 

이것은 아렌트의 행위/활동 이론과도 관련이 있다. “의견의 형성은 고립되어 있는 고독한 개인이 수행하는 사적 활동이 아니다. 관점을 달리하는 의견들과 진정으로 직면할 때 … 에만 의견은 검증될 수 있고 확대될 수 있다.”(110) 정치는 특정한 공적 공간을 필요로 한다. 

이 책은 매우 현재적인 맥락에서 쓰여졌다. 아렌트의 사상이 이해하기 쉽게 다이제스트 식으로 요약되는 동시에 그것은 도널드 트럼프 현상이나 난민 현상 같은 최근의 문제들과 같이 다뤄진다. 일반 독자들도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인 듯…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부분은 아렌트가 “정치와 공연예술의 유사성에 대해” 강조한 부분. (132쪽) “공연예술가—무용가, 연극배우, 음악가 등—는 자신의 기교를 보여줄 관객을 필요로 하는데, 이는 마치 행위자가 그 앞에 나설 수 있는 타인의 존재를 필요로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공연예술가나 행위자는 모두 자신의 ‘작품’을 위해 공적으로 조직된 공간을 필요로 하며, 행위의 수행 그 자체를 위해 타인에게 의존한다.”(132쪽, 아렌트의 글, 『과거와 미래사이 Between Past and Future』 국역본 210쪽) 제프리 알렉산더 생각도 난다. 

또한 아렌트는 칸트의 취미판단 개념을 인용하여 정치적 사유에 본질적인 판단이 무엇인지 생각을 전개한다. “판단의 과정은 내가 최종적으로 합의에 도달해야 할 사람들과의 예상되는 의사소통 속에 늘 우선적으로 놓여 있다. 이러한 잠재적 합의에서 판단은 그의 특수한 타당성을 도출한다. … 다른 한편으로, 이 확장된 사유방식은, 판단처럼 자신의 개별적 한계를 초월하는 방법을 알고 있기 때문에, 엄격한 고립과 고독 속에서 기능할 수 없다. 그것은 “그 관점을 대신해서” 사유해야 하고 그 관점을 고려해야 하며 또한 그 없이는 결코 작동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타인의 현존을 필요로 한다.”(146쪽. 아렌트의 글. 국역본 『과거와 미래사이』 294-29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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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 당신의 SNS 계정을 삭제해야 할 10가지 이유 - 실리콘밸리 구루가 말하는 사회관계망 시대의 지적 무기
재런 러니어 지음, 신동숙 옮김 / 글항아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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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대로의 내용을 담고 있는 책. 그런데 10가지 이유라고 한다면 각 장(章)들 별로 독립적으로 읽을 수 있을 것 같지만 내용은 연속적이다. 따라서, 내용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독자는 관심 있는 장부터 읽지 말고 그냥 처음부터 이 책을 읽는 것이 좋다. 


그리고 이것이 저자의 문제인지는 모르겠는데 중간중간 내용 이해가 쉽지 않다. 재런 러니어는 실리콘 밸리의 구루라는데 아무튼 원래 글쓰기 스타일이 이런지 좀 횡설수설하고(각 장의 논점을 감잡기가 쉽지 않다. 특히 7장이 그렇다), 소셜 미디어 알고리즘의 문제를 지적할 때 그것의 작동 원리를 다시 보충 설명하며 예시를 드는 것이 아니어서 페이지가 잘 넘어가지 않는다. 읽을 생각이 있는 사람들은 참고하기 바람.


아래는 요약.


소셜 미디어가 일으키는 문제의 핵심은 그것이 행동 수정을 유도한다는 것이다(논점 1). 소셜 미디어의 알고리즘에는 적응성이 있어서, 알고리즘은 사용자들이 더 잘 반응하는 내용을 보여 주거나 하기 위해 스스로 끊임없이 변화한다. 이런 알고리즘은 중독을 일으키는데, 왜냐하면 알고리즘은 “뇌를 마음대로 조종하는 데 가장 효과가 큰 매개변수를 찾아 나”서기 때문이다(31쪽). 보통 긍정적인 감정보다는 부정적인 감정(“두려움, 적대감, 불안, 분노, 혐오, 질투, 조롱하고 싶은 욕구”, 34쪽)이 사용자들의 관심을 끌고 행동을 수정하기에 효과적이기 때문에 페이스북 같은 회사가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소셜 미디어 알고리즘은 보통 부정적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내용을 띄우는 식으로 메커니즘이 변화하기 마련이라 한다. 


저자는 이런 행동 수저을 유도하는 알고리즘을 이용하는 서비스를 정리해 “버머Bummer”라고 부른다(논점 2). 버머는 Behaviors of Users Modified, and Made into an Empire for Rent의 약자이다. 버머의 작동에는 다음 여섯 가지 메커니즘이 있다: (A) Attention acquisition 즉 관심 얻기. 소셜 미디어 환경에서 평범한 이들이 얻을 수 있는 보상은 관심이다. 버머는 “관심 종자 근성을 유도”한다(55). (B). Butting into everyone’s lives. 모든 이들의 삶에 끼어들기. 버머는 스마트 기기로 사람들의 데이터를 스스로  혹은 앞서 말한 관심 유도를 활용해 수집한다. (C) Cramming content down your throat. 콘텐츠를 당신의 목구멍에 쑤셔넣기. 알고리즘은 각 개인에 맞춘 콘텐츠를 제공한다(=개인화). (D) Directing behaviours in the sneakiest way possible. 행동을 교묘하게 유도하기. 앞의 메커니즘들이 통합되어, 행동 수정의 장치를 구성한다. “사용자의 관심과 집중을 유도하는 데 최적화된 맞춤형 피드가 각 사용자들에게 전달되는데, 이런 맞춤형 피드는 감정에 강력한 자극을 주는 것이 많아서 중독을 유발한다”(57쪽). 사람들이 중독되면 버머는 행동을 수정하기 더 용이해진다. 예: 누군가 온라인에서 특정 종류의 글을 볼 때마다 슬퍼진다면, 알고리즘은 비슷한 글들을 제공해 그런 유형을 더 보게 한다. 이런 결과들이 통계적으로 누적되면 다음에서 설명할 것처럼 광고주 등이 자신의 이익을 얻는 데에 버머를 활용할 수 있다. (E) Earning money from letting the worst people secretly screw with everyone else. 최악의 놈들이 다른 이들을 조종하는 걸 내버려두며 돈을 벌기. 대표적인 것이 2016 미국 대선 당시의 페이스북이다. (F) Fake mobs and faker society. 가짜 군중과 가짜 사회. 행동 수정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버머에는 가짜 사용자들이 많다(예: bot).


저자가 일부러 외우기 쉽도록 특성을 A부터 E까지 적어 놓았는데, 사실 핵심적인 특성은 D와 E이다.


소셜 미디어(버머)는 사람들을 군중심리에 더욱 취약하게 만듦으로써 관심 등의 단순한 심리적 보상만을 좇는 “꼴통”이 되게 한다(논점 3). 소셜 미디어의 가짜 계정들(F)은 진실을 훼손한다(논점 4). 가짜 여성 계정으로 사이트를 홍보하고 회원제 가입을 유도한 애슐리 매디슨이 대표적이다. 소셜 미디어의 가짜 계정들이 가짜 뉴스를 만들어 증폭시킨 뒤 이런 것들이 폭스 뉴스 같은 편파적 주류 미디어에 등장해 ‘진실’이 되는 것 역시 버머의 폐해이다(97-98쪽). 소셜 미디어는 맥락이 삭제된 일화들이 왜곡되어 널리 퍼지기 좋은 환경이다(논점 5). 버머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싶어 하는 성향을 원료 삼아 작동하고 또 불쾌한 감정이나 자극적인 내용들을 더욱 잘 퍼뜨리게 만드는 알고리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언론 등 매체 역시 버머의 알고리즘에 맞춰 의도적으로 자극적이고 단편적인 일화만 부각된 기사를 퍼뜨리기 쉽다(110쪽). 개인적으로 한국에서 논점 5에 잘 어울리는 사례는 인터넷 언론 ‘인사이트’가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글 중에서 제일 흥미로웠던 통찰은 다음과 같다. 버머의 개인화 기능(C)은 “공적인 공간이라는 차원”을 사라지게 한다(논점 6). 무슨 말이냐면 이렇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 경험의 기반을 공유하”는데, “동호회에 들고, 스포츠 경기를 관람하고, 예배나 미사 같은 종교 의식에 참석하는” 것이 그 예이다(123쪽). 그런데 개인화 기능은 경험의 공유를 어렵게 한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생각을 받아들이고 공감하는 능력이 떨어지기 쉽다. “사람들이 모두 다른 자기만의 세상을 보고 있을 때는 서로 간의 이런 역할의 의미가 없어진다. 버머 플랫폼을 벗어나서 실제 현실을 자각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것이다.”(122쪽)


사람들은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을 하면서 종종 더 우울해짐을 느낀다(논점 7). 버머의 전략은 “사용자들의 참여 최대화를 목표로 시스템이 자동 조절되”게끔 하는 것이므로, “분명 사람들을 기분 나쁘게 만들 방법을 찾으려 들 가능성”이 클 것이다(136쪽). 그런데 문제는 단순히 안 좋은 감정을 느끼는 것에만 그치지 않는다. 이렇게 사용자들을 유도한 버머는 사용자들의 이용 데이터를 수집해 특정 범주로 분류하고, 그 분류된 사람들에 대한 알고리즘을 만들어 그것을 광고주들에 팔아 먹는다. 그런 알고리즘이라 함은 “가령 어떤 광고, 어떤 뉴스, 가족들에게 받는 소식에 섞여 나오는 어떤 귀여운 고양이 사진이 우리에게 특정한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가장 높은가를 가늠하는 것이다”(143쪽).


이런 버머의 수익 창출 전략은 논점 9(소셜미디어는 정치를 무력화한다)로 연결된다. 소셜 미디어, 버머는 민주주의의 기반을 침식시키는데 사례를 들어 설명하는 게 제일 편할 듯하다. 바로 최근의 Black Lives Matter [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 운동인데, 이 슬로건은 생기고 나서 소셜 미디어를 타고 널리 전파되었다. 처음에는 흑인 인권 운동이 힘을 얻는 듯했다. 그러나 소셜 미디어 상에서 흑인 인권 운동 관련 콘텐츠에 반응하는 사용자들의 데이터가 수집되고 처리되었다. “무엇이 이들을 짜증나게 만드는가? 어떤 사소한 대상, 일화, 동영상 등이 이들을 버머에 묶어 두는가?” “그러는 동안에 자연스럽게 흑인 운동이 얼마나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고 약 올리고 여타 인구 집단들을 경악시키는 능력이 있는가가 조사됐다. 다른 인구 집단들도 마찬가지로 알고리즘의 분석 대상이었다. 그러면서 알고리즘은 예전 같으면 서로 연결되어 집단적인 힘을 갖기 힘들었을 잠재적인 백인 우월주의자들과 인종차별주의자 계층을 맹목적, 기계적으로 찾아 모았는데, 처음에는 그저 수익을 얻기 위해 자동적으로 시작한 활동이었다. 그런데 이 일은 버머[가] 흑인 운동가들을 구조화하고 이들을 도발의 수단으로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알고리즘으로 계산한 바탕이 없었으면 불가능했다”(188쪽). 요점은 소셜 미디어의 알고리즘이, (수익을 얻기 위해) 흑인 인권 운동이 자극적으로 다가올 대상에게 관련 내용을 퍼뜨리거나, 혹은 광고주의 목적에 따라 특정 행동을 유도하기 위해(예: 힐러리 클린턴을 찍지 않게 하기 위해) 흑인 인권 운동의 몇몇 자극적인 순간을 유포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흑인 인권 운동은 지난 미국 대선 당시 러시아에 의해 이용되었는데, 트위터의 저명한 흑인 인권 운동가가 사실 러시아에서 정보전을 위해 만든 가짜 계정이었던 것이다(190쪽). 


앨런 래니어는 대안으로 돈을 내는 구독형 서비스를 제안한다(논점 8). 사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소셜 미디어가 무료로 운영이 되어야 한다는 사상적 기반은 ‘사이버히피’들이 추구하는 자유지상주의적 가치와 소프트웨어 무료 공개 운동이었는데(152쪽), 어쨌든 소프트웨어는 무료로 제공되어야 하지만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기업가가 돈을 벌어야 한다는 자가당착은(156쪽) 이용자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행동을 수정하는 수단인 버머의 탄생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벗어날 방법은 “검색이나 소셜미디어 같은 서비스가 직접 수익을 내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사용자들이 매달 약간의 사용료를 지불하는 대신 포스트나 동영상, 그 밖의 유용한 컨텐츠를 많이 올려서 기여할 경우 사용자들도 약간의 돈을 벌 수 있다. 현 시스템에서처럼 인기 있는 극소수 사용자들만 돈을 버는 게 아니라 대단히 많은 사람들이 돈을 벌게 될 것이다”(159쪽). 이런 제안은 버머 기업(구글, 페이스북)의 서비스 생태계 속에서 활동하면서도 대부분의 이용자가 자신이 기여한 데이터에 대해 전혀 대가를 받지 못하는 문제를 역시 지적하는 것이다. 




*한국에서 소셜 미디어(social media)=SNS인데 번역을 할 때 아무래도 용어를 통일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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