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티시 - 광신의 언어학
어맨다 몬텔 지음, 김다봄.이민경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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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가 지닌 파급력을 체감한 적이 있다. 이전에 시민단체에서 활동을 하였는데 ‘봉사활동’을 ‘자원활동’으로, ‘봉사자’를 ‘자원활동가’라고 불렀다. 그 의미가 매우 강조되었는데 사람은 부르는대로 사고하기 마련이라 ‘봉사’란 단어가 지닌 시혜적이고 수동적인 이미지를 탈피하고자 함이었다. 이는 봉사를 받는 대상은 불쌍한 자가 되고, 하는 대상은 착한 자가 되는 기존의 일방적 ‘봉사’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한 노력 중 하나였다. 나는 당시 언어가 지닌 힘을 느꼈고 그 의미에 매우 몰입되었다.

▪️언어가 지닌 힘은 여러 분야에서 드러난다. 일상생활부터 조직생활을 하는 학교, 회사, 정치, 종교 그리고 범죄에 이르기까지 그 파급력은 강하다. <컬티쉬>는 광신의 언어학, 즉 특정 인물이나 사물에 대한 예찬, 열광적인 숭배의 집단, 주교적 종교단체를 뜻하는 ‘컬트’ 집단의 언어적 영향력을 얘기한다. 미국에서의 컬트(cult)는 꽤 중요하게 다뤄지는데 광신의 언어가 사람들을 어떻게 장악하는지 그 과정이 참 흥미롭다.

📌공동체와 연대감을 조성하고, ‘우리’와 ‘저들’을 구분하고, 공동의 가치를 확립하고, 의심스러운 행동을 정당화하고, 이데올로기와 두려움을 유발함으로써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이한 방식은 컬트적으로 흡사하다.

📌언어는 단순히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묘사하거나 반영하기만 하는 게 아니라 우리 존재를 형성한다. 말 자체에 행동을 완성하는 능력이 있어서 어느 정도 내재적 힘을 지니기 때문이다.

▪️언어학자인 ‘컬티시’의 저자 ‘어맨다 몬텔’은 아버지의 영향으로 컬트에 관심을 갖게된다. 그녀의 아버지는 ‘시나논’이라는 컬트 공동체에 속해 있었는데 그들의 사회 통제 방식을 언어에서 찾았다.

▪️’컬트’의 옛 이야기부터 현재의 ‘컬트’가 가지는 의미까지 흥미롭게 읽었다. 한 사람이 어떤 집단에 소속되어 빠져들기까지 개인의 문제로 규정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나약한 정신 혹은 세뇌, 가스라이팅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왕국을 이루는 집단 및 언어적 힘이 가지는 영향을 고려해본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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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퀴즈에서 만난 사람들 - 모든 사람은 한 편의 드라마다
이언주 지음 / 비채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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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퀴즈 온 더 블록이 지금과 같은 위치에 놓인 것은 ‘유재석’이란 명MC의 역할도 크겠지만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는 ‘사람중심’의 예능으로 시청자들에게 감동과 재미를 선사했기에 가능했던 것 같다. 바쁜 일상 속 모두 제각기 내딛는 발걸음 하나하나에는 사연이 담겨있다. 그 사연에 귀 기울이는 사람, 유퀴즈의 작가 ‘이언주’가 직접 쓴 에세이는 사람에게서 받는 감동이 이렇게 클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유퀴즈에서 만난 사람들>은 작가가 직접 쓴 글을 통해 ‘유퀴즈’가 무엇을 가치있게 전달하고자 하는지 보여준다.

책을 읽다 보면 시 하나가 떠오른다. 바로 <방문객>이란 시이다. ‘사람이 온다는 건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이 구절은 한 사람의 생이 가져오는 영향이 얼마나 큰 지 알려준다. ‘유퀴즈’에서는 일상 속 평범하지만 특별한 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가며 메시지를 던진다.

사람을 귀히 여기는 마음이 느껴지는 프로그램이다보니 재미와 흥미를 이어 감동과 힐링을 선사한다. 함께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진심을 담은 한 마디에는 도리어 용기를 얻기도 했다. ‘사람 사는 이야기에 참견하는 오지랖도 나쁘지만은 않구나.’ 참견 좋아하는 작가와 MC 덕분에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프로그램을 만날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유퀴즈에서 만난 사람들>은 이언주 작가가 그 동안 출연한 이들 중 기억에 남는 사람들을 추려 자신의 생각을 입혔다. 기억저장소 저 끝에 묻어둔 사람들의 이야기를 오랜만에 만나 참 반가웠다. 앞으로도 ‘유퀴즈’의 활약을 오래오래 맛보고 싶다.

* 본 포스팅은 비채서포터즈로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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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코스 창작론
미우라 시온 지음, 김다미 옮김 / 비채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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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좋아하고 자주 접해서인지 어릴 때부터 종종 글을 쓰고는 했다. 일기나 에세이 형식이 흔했고, 간혹 소설이라 부를 만은 못하지만 이야기를 만들어 썼다. 소설가를 꿈꾸는 건 아니어도 내가 만들어낸 허구적 상상력을 쓰고 싶어질 때가 있는 것 같다. 소설 쓰기의 가이드용으로 읽으면 딱 좋을만한 도서를 알게 되었는데 바로 <풀코스 창작론>이다. 일본 코발트 단편소설 신인상 심사를 맡아온 ‘미우라 시온’은 소설이 맛있어지는 풀코스 레시피 총 24접시로 소설 쓰는 방법을 가이드 해준다.

이 책은 소설가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도 단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소설을 좋아해서 더욱 잘 알고 싶은 이들, 그리고 글을 잘 쓰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된다. 그것을 가장 많이 느낀 것은 첫 번째 접시, ‘정원 손질은 완벽하게’ 였다. 퇴고의 중요성을 정원 손질이라고 표현한 것인데 이 비유가 참 마음에 들었다. 이 외에도 원고지 매수에 따른 분량 및 이야기 구조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고 읽는 이의 입장에서 자신의 글을 바라봐야 한다는 점 등이 어떤 글이든지 쓰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

각 인칭의 특징과 장점, 이점 등을 잘 파악하고 쓰고자 하는 소설에 적합한 인칭을 적용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소설의 인칭’을 보며 크게 깨달은 점이 있었다. 대학시절에 쓴 나의 글들은 삼인칭 다중 시점, 즉 전지적 작가 시점이었다. 그런데 최근에 쓴 글의 전개는 삼인칭 단일 시점이 아닌가! 솔직히 조금 놀랐다. 왜냐하면 인칭의 고려 없이 쓴 것이였는데 최근 소설작들이 대체로 삼인칭 단일 시점으로 쓰여졌다는 것을 알았다. 아무래도 평소 소설을 많이 읽는 편이라 무의식 중에 같은 방식의 인칭을 선택했던 것 같다. 이래서 자주 접하는 것이 도움이 되는구나를 더욱 깨달았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내가 쓴 짧은 소설을 급하게 다시 읽어보았다. 당연히 글은 엉망이었다. 약간은 의기소침해졌지만 책을 읽고 나서 소설이 더욱 더 쓰고 싶어졌다. 꼭 소설이 아니라도 말이다.


* 비채 서포터즈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포스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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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그 자체의 감각 - 의식의 본질에 관한 과학철학적 탐구 Philos 시리즈 26
크리스토프 코흐 지음, 박제윤 옮김 / arte(아르테)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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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의 본질에 관한 과학철학적 탐구, <생명 그 자체의 감각>은 평소의 나라면 엄두도 내지 못했을 자연/과학 부문의 도서이다. 좋은 기회에 아르테 북서퍼로 참여하게 되어 설레이는 마음을 갖고 어려워도 조금씩 읽어나갔다. 모든 내용을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과학철학의 개념을 대략 알 수 있었고 그 한 꼭지로 의식과 경험에 대한 패러다임을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의식은 경험이다.’ 주장하는 크리스토프 코흐는 의식을 내가 경험하는 모든 ‘느낌’, ‘생생한 실재’, ‘생명 그 자체의 감각’이라 정의한다. 이 주장이 흥미로워 남편과 깊은 대화를 나눴다. ‘살아있는 모든 생명들은 세상을 경험하는데 식물, 박테리아 같은 인지가 불가한 존재도 의식이 있다고 할 수 있나?’ 와 같은 부가적 질문들이 따라왔다. 크리스토프 코흐는 이러한 다양한 질문들에 대한 답을 준비해놨다. 독자들의 의문을 이미 귀신같이 알고 있다는 듯 말이다.

▪️뒷장으로 넘어갈수록 어렵지만 중요한 주장이 등장한다. 바로 통합정보이론(IIT)의 내용이었는데 사실 제대로 이해하는데 실패했다. 이에 대한 나의 주장도 논하고 싶지만 제대로 설명하기도 힘든지라 느낌으로 받아들였다. 그래도 인공지능과 관련해 언급한 내용이 꽤 공감이 되었다. 인공지능은 ‘단지 영리한 프로그램일 뿐, 생물리학적 수준에서 사람인 척 모방하는 가짜의식’ 이라 주장한다. 그 외에도 인공지능은 ‘경험’을 하는 존재가 아닌 ‘지능’이 있는 것 뿐이란 글에도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다. 그의 주장을 보며 인공지능의 영향이 아무리 크다 한들 결국 인간의 영역을 전부 장악하지는 못할 것이란 안도감이 들었다.

▪️마치 하나의 논문을 상세한 설명을 곁들여 살펴본 기분이다. 매우 전문적이면서도 친절하여 과학철학, 특히 뇌과학 및 의식에 대한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필히 추천해봄직한 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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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의 나로 존재하는 법
헤르만 헤세 지음, 유영미 옮김 / 뜨인돌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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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헤르만헤세의 산문집을 읽고 생각의 깊이에 놀란 적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건강한 자기 철학을 견고하게 쌓아올린 이들의 삶이 훌륭하다 느끼고 있기에 그가 생각하는 ‘나로 존재하는 법’이 너무나도 궁금했다. 그렇게 <헤르만 헤세의 나로 존재하는 법>의 독서가 시작되었다.

📌우리 모두는 우리 자신을 위해 무엇이 허락되어 있고, 무엇이 금지되어 있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독서의 시작과 함께 밑줄과 필기가 난무했다. 1800년대를 살아간 사람이란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의 깨어있는 사고를 지닌 그의 철학은 지금 우리 시대에도 적용된다. 왜 그의 글을 고전으로 부르며 시간이 흘러도 찾게 되는지 단번에 이해할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나는 나의 관점에서 말씀드려요. “나는 인간이고 쉴러의 말마따나 ‘인격’이에요. 나를 배출한 것은 다만 자연(조물주)일 뿐. 그리고 자연은 나를 결코 나쁘게 대하지 않았어요. 나는 인간이고 자연 앞에서 보편적인 인권을 진지하게 요구해요. 아울러 특별한 인권도요.” 이렇게 주장하고 싶네요.

청소년기 정신병원에 보내져 부모에게 쓴 편지에는 14살의 사고라고는 절대 믿기지 않는 내용으로 가득하다. 정신병원에 강제 입소한 것이 자신을 얼마나 더 망쳐 놓고 있는지,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매우 상세하게 쓰여있다. 아마 내 아들이 이런 편지를 보낸다면 천재적이고 특별한 재능을 바로 알아봤을 것 같다.

헤르만 헤세는 인간에게 개성과 고집이 없다면 그저 사회적 관습에 따라 보통의 군중이 될테지만 고유의 개성으로, 고유의 삶으로 나아가는 길은 보호는 누리지 못해도 더 아름다운 삶과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고 말한다. 그에게 깨어 있는 사고는 살아있는 것이다. 깨어서 사고하고 인식하는 삶,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인지하고 살아가는 개성있는 삶에 대해 끊임없이 설파한다. 나는 또 다시 헤르만 헤세의 주장에 완전히 매료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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