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핑 더 벨벳 세라 워터스 빅토리아 시대 3부작
세라 워터스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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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가지 추천하고 싶은 이유가 많지만 다른 걸 다 떠나서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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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핑 더 벨벳 세라 워터스 빅토리아 시대 3부작
세라 워터스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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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들의 서평은 더 잘 쓰고 싶어 힘이 들어간다. 『티핑 더 벨벳』은 600페이지가 넘어가는 장수만큼이나 서평을 잘 쓰고 싶다는 중압감이 들게했다. 저자인 '세라 워터스'는 국내에서 '박찬욱' 감독의 작품으로도 널리 알려진 영화 『아가씨』의 원작 『핑거스미스』의 작가이다. '세라 워터스'는 영국의 소설가로 대학에서 퀴어에 대한 역사 소설에 관한 연구로 영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고 한다. 역시나 영화 『아가씨』의 성적 묘사가 책에서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아무런 정보를 얻지 못한 채 읽었던지라 외설적인 묘사에 흠칫했지만 이야기 전개가 흥미로워 감겨오는 눈꺼풀을 이겨내며 야심한 밤까지 읽고 또 읽었다. 열린책들에서 '세라 워터스'의 3부작으로 『티핑 더 벨벳』, 『끌림』, 『핑거스미스』를 출판하여 장바구니에 들어가 있다. 읽을 책들은 늘 쌓여간다.


바닷가 마을 윗스터블에서 굴 식당을 운영하는 부모님 밑에서 자란 낸시는 언니, 오빠와 함께 어릴 적부터 식당 일을 도우며 자랐다. 그러던 어느 날, 언니와 종종 가는 켄터베리에 위치한 연예장에서 남장가수를 보고 형용할 수 없는 감정에 휩싸인다. 혼자서는 가지 않았던 곳이었지만, 남장가수 '키티'를 본 후 매일매일 그녀를 보기 위해 기차를 올랐다. 무대에서 그녀를 볼 때마다 황홀감에 젖었고 소유하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기도 한다. 글을 읽으며, '이 책 퀴어에 대한 내용이구나.' 깨달았지만, 소설 속 낸시는 자신의 감정을 거부하지 않고 자연스레 따라가는 모습이다.

'낸시'가 런던으로 떠나는 '키티'를 따라가겠다고 가족에게 호소했을 때, 아버지의 반응은 참 따뜻한 것이었다. 좋은 가족을 뒀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낸시'는 열여덟 나이에 사랑하는 사람을 놓치지 않기 위해 먼 길을 떠난다.

총 3부작으로 되어 있는데 '낸시'가 겪는 세 가지의 이야기가 나뉘어 담겨있다. 마치 성장 소설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끈적하고 달콤한 연애소설 그리고 당시 시대를 반영한 줄거리로 역사 소설이라 해도 무방할 한 인간의 생애에 담긴 이야기는 실로 다이나믹하다. 인생에 큰 굴곡이 없는 나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웠으리라.


이 책은 언제나 이목을 집중시키는 '레즈비언'이란 소재인데다 자극적이고 파격적인 성 묘사를 표현함으로 단순히 외설적인 소설로 치부하는 사람들도 있으리라 생각된다. 심지어 부정적 견해를 가진 이들도 분명히 있을테니 눈쌀이 찌푸려질수도 있겠지만 관계가 변화함에 따라 달라지는 감정선들을 느껴보는 것이 참으로 재미있었다. 모든지 편견을 가지고 바라보면 중요한 것을 놓치기 마련이다. 영국의 풍경이 그려지는 것도 즐거웠고 '낸시'의 망설이지 않는 모험적 성격이 한편으로 부럽기도 했다. 처음 읽어 본 '세라 워터스'의 작품은 다른 걸 모두 떠나서 재미있었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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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 하루 - 캠핑의 모든 순간
생활모험가 지음 / 소로소로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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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로 여행을 좋아하는 이들은 상실감이나 우울감을 달고 있지 않을까 싶다. 대중교통 이용이나 실내에서의 활동에 대한 걱정이 많은 요즘엔 외부 접촉을 최소화한 여행이 각광받고 있는 추세이다. 그런 여행 중 하나가 바로 캠핑이다. 특히 차박은 상대적으로 짐이 간소하여 가볍게 떠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덕분에 차박이 가능한 SUV의 값이 꽤나 올랐다는 얘기를 들었다. 우리 부부도 이런 흐름에 합세하여 주말에 사용할 SUV중고차를 최근에 구입했는데 중고차값도 껑충 뛴 것을 알 수 있었다.

캠핑할 수 있는 차도 생겼겠다. 본격적으로 캠핑을 가기 위한 자료조사가 시작되었다. 캠핑과 관련된 자료들을 모조리 탐독하겠다는 열정으로 책을 찾아보던 중 『캠핑하루』가 손에 들어왔다. 표지부터 내지까지 감성적인 캠핑 사진들이 어디선가 본 것처럼 익숙했는데 알고보니 인스타에서 보았던 분이었다. 이런 우연이! 부부의 캠핑이란 소재가 우리 부부가 꿈꾸는 바와 비슷해서 읽기 시작했는데 쉽고 공감이 가는 글이라 빠르게 읽혔다.

여행이 좋은 이유는 돌아올 집이 있기 때문이란 글을 본 적이 있다. 이와 유사하게 주말마다 여행을 꿈꾸는 이유는 평일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얘기한 작가의 말에 깊은 공감을 했다. '조금은 삭막하고 답답한 도시의 시간이 있기에 숲의 하루가 더 다디달게 느껴지는 것일 테다.' 저자의 글에는 그의 가치관과 생활방식이 깊숙이 물들어 있었다. 그래서일까. 직접 만나 보지는 않았지만 이 부부가 어떤 분위기를 풍길지 어떤 말투를 사용하는지 상상해보았을 때 느긋함과 자연스러움이 느껴졌다. 자신만의 삶의 방식이 있는 사람들은 언제든 멋있는 법이니까.

『캠핑하루』는 캠핑에 대한 구체적 정보를 원하는 사람에게는 맞지 않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캠핑이 가져다주는 안락함과 가치를 배울 수 있는 멋진 책이란 생각이 든다. 캠핑에 대한 관심이 많은 이나 나처럼 이제 막 캠핑에 들어서려는 캠린이들이 읽어보면 마음이 포슬포슬해질 것이다. 본격적인 차박을 하기 전 캠핑의 기쁨을 간접적으로 맛보았다. 곧 시작될 나의 캠핑도 이처럼 소소한 기쁨으로 넘쳐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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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밥이 재테크다 - 오늘 뭐 먹지? 외식과 배달음식으로 지친 당신을 위한
김미진 지음 / 체인지업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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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한지 2년이 넘어 3년차로 접어들었다. 결혼 전에도 요리에 관심이 없고 간볼지를 도통 모르겠어서 자신이 없었는데 어거지로 몇 번 했더니 이제는 오징어 손질을 하게 되고 스테이크 굽기도 자유롭게, 레시피를 보지 않고 뚝딱 만드는 요리도 생겼다. 그런데 이놈의 요리라는게 궁리를 하지 않으니 한계에 부딪혔다. 내가 만든 요리가 딱히 와~ 맛있다. 란 생각도 들지 않고 매일 반복되는 메뉴에 남편은 진작부터 배달앱을 꺼낸다. 특히 요즘에는 코로나19로 식당도 가지 못하면서 '요기요'와 '배달의 민족' 주문내역만 늘어가고 있다.

'이제 배달음식 지겨워!' 내적 고함이 빗발치고 있을 때 내게로 온 『집밥이 재테크다』 를 처음 받을 때, 진짜 재테크 책인 줄 알았으나, '외식과 배달음식으로 지친 당신을 위한' 부제를 본 순간 '아! 이 책이다.' 싶었다.

 

 

  인트로 색감과 일러스트가 감각적이다. 블로그, 인스타그램 등 각종 미디어에서 유명하다는 MJ님의 후다닥 레시피는 그 이름만큼 간단하다. 식재료나 요리방식이 요린이인 내가 봐도 익숙하고 따라하는데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 1석2조 레시피 28가지, 간단한 한 끼 18가지, 국 찌개 메뉴 17가지, 반찬메뉴 26가지, 주말 별식 12가지, 디저트 9가지 꽤 많은 레시피가 담겨있다. '1석2조 레시피'는 하나의 요리 레시피에 몇 과정만 더해서 새로운 요리를 만들거나 한 재료로 여러 음식을 만들어보는 방법이 담겨 있는데 이건 진짜 꿀팁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간장돼지불고기'와 '분짜'를 동시에 만들 수 있다니 꼭 따라해보고 싶다. 

 

 

요린이들도 따라 할 수 있도록 채소부터 조미료까지 계량 가이드가 나와있고 요리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불 조절 가이드가 있다. 어떤 요리책은 이 중요한 걸 알려주지 않아 나를 절망에 이르게 했다. 여러 레시피 중에서 '라면 투움바', '황태미역떡국', '감자수제비', '쌍화탕 수육', '리코타치즈'를 꼭 만들어 보리라!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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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 박완서 작가 10주기 에세이 결정판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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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의 글은 그가 살아온 시대의 문헌자료로도 손색이 없다. 풍파 속 시대를 붙잡고 살아 온 역사의 산증인으로서 말이다.' 1931년생인 박완서 작가의 글은 내게 이런 생각을 가져다 주었다. 이 글을 50대, 70대에 읽는다면 완전히 다른 느낌으로 와닿을 것 같다. 여전히 살아갈 날이 많은 내게 살아온 날들이 더 많은 작가의 시선을 모조리 이해하고 담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노쇄한 어른들이 살아 온 지혜라고 일러주는 것들이 젊고 혈기왕성한 이들에게 터부시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는 옛 것들을 지닌 마음이었다. 일제치하에서 일본 이름을 써야했던 작가의 학교생활, 한국전쟁 이후 고향에 대한 그리움에 사묻힌 작가의 어머니, 깡시골에서 신여성이 되어야한다며 아들과 딸을 데리고 서울로 상경하여 삯바느질로 생을 이어온 이야기들을 읽으며 역사소설을 읽는 것만 같았다. 한 시대가 가한 전쟁이란 폭력이 개인의 삶에 어떻게 투영되는지 작가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한국의 정서인 '한'의 기원이 어쩌면 이 때부터가 아닐까 싶었다. 벗어나고 싶으면서도 그리운 고향에 대한 이중적 모순을 가지고 있었던 어머니와 자신을 떠올리며 쓴 그의 글에는 실상을 보려한 모습이 느껴졌다.

어머니는 90세의 장수를 누리고 돌아가셨지만 그리던 고향땅을 생전에 밟아보지 못하셨고 물론 고향땅에 묻히시지도 못했다. 이렇게 철천지한을 풀어보지 못하고 죽은 이가 어찌 어머니뿐이랴.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한을 품은 이들은 계속 죽어 갔다. 어떡하든 생전에 한풀이를 하고 싶은 세력이 그만큼 줄어들게 되고, 결국 통일을 지향하는 힘도 줄어 가는구나, 막연하게 생각해 왔다. 그러나 어머니의 죽음을 겪고 나서 나는 그런 생각을 고쳐먹을 수가 있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자식 된 자라면 누구나 느끼는 슬픔과 함께 멍에를 벗은 것 같은 홀가분함을 느꼈다면 너무 불효한 것일까. 그러나 솔직한 심정이 그러했다. 더는 모순된 이중의 고향, 두 개의 허상에 짓눌리지 않아도 된다는 게 그렇게 홀가분할 수가 없었다.

박완서 작가는 40대에 문인의 길에 들어섰다. 지금보다 여성에 대한 평가가 절하되었던 시대였고 성에 따른 역할이 규정되어 있다고 믿었던 때였다. 자녀를 여럿 낳아 기른 여성에게 우연히 『여성동아』 여류 장편소설 모집 공고를 본 후 글을 응모하게 된 것이 작가의 길로 들어서게 된 계기였다. 습작을 해왔던 것도 아니었으나, 위의 계기로 무척이나 많은 글을 썼다고 한다. 그는 '내가 하나의 작품을 이룩한 게 작가가 되기 위한 피나는 노력이나 준엄한 각오에서가 아니라, 순전히 중년으로 접어든 여자의 일종의 허기증에서였던 것 같다.'라 썼다. 어떤 일은 가득 차오른 열망과 집요가 아닌 작가가 언급한 허기증, 부재로 인해 행해지기도 한다는 것을.

내가 아직도 소설을 위한 권위 있고 엄숙한 정의를 못 얻어 가진 것도 '소설은 이야기다'라는 소박한 생각이 뿌리 깊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뛰어난 이야기꾼이고 싶다. 남이야 소설에도 효능이 있다는 걸 의심하건 비웃건 나는 나의 이야기에 옛날 우리 어머니가 당신의 이야기에 거셨던 것 같은 효능의 꿈을 꾸겠다.

인간은 언젠가 죽는다. 그리하여 특정 시대를 살아가며 그 시기를 자신만의 가치관과 태도로 이해하고 습득한다. 박완서 작가의 글을 읽으며 그 시대를 이해해봄과 동시에 시대를 가르지 않는 영원불멸한 것들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사람이기에 고민하고 후회하고 성찰했던 숱한 감정과 깨달음은 시대가 가고 새로운 인류가 탄생해도 사라지지 않는다. 그런 글들이 살아남아 계속해서 읽히고 고전으로 자리잡는 거겠지.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는 내 마지막 몇 달을 철없고 앳된 시절의 감동과 사랑으로 장식하고 싶다. 아름다운 것에 이해관계 없는 순수한 찬탄을 보내고 싶다. 그렇다고 아름다운 것을 찾아 여기저기 허둥대며 돌아다니지는 않을 것이다. 한꺼번에 많은 아름다운 것을 봐두려고 생각하면 그건 이미 탐욕이다. 탐욕은 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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