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뤼미나시옹 - 페르낭 레제 에디션
장 니콜라 아르튀르 랭보 지음, 페르낭 레제 그림, 신옥근 옮김 / 문예출판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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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튀르 랭보와 페르낭 레제의 콜라보
랭보의 마지막 시집인 일뤼미나시옹 이 출간되었다.
서재 한 켠에 있는 또 다른 랭보의 시집과
어떻게 다를지 빨리 읽고 싶었다.

랭보의 시는 주석이 본 산문시보다 길 때도 있다.
그만큼 해석을 요하는 신화 및 역사의 인물과 소재가 수시 등장하고 비약적 표현들로 인해 고개를 내젓게 만든다.

모든 문장들을 이해하고 해석하려기보단
읽히는대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니 오히려 좋았다.
물론 랭보의 작품을 조금 더 학문적으로 보고 싶기도 하다.
랭보를 더 알아갈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페르낭의 격동적인 색감의 추상화와
랭보 시집의 색채가 매우 잘 어울렸다 생각한다.
이런 콜라보는 언제나 환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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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년의 부 - 고대 점토 석판에서 발결된 세기의 책들 20선, 천년의 지혜 시리즈 경제경영 편 1
조지 사무엘 클레이슨 지음, 서진 엮음 / 스노우폭스북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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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우폭스북스에서 세기의 책들 20선, 천년의 지혜 시리즈 제 1편 경제경영 편을 출간했다. 총 4권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하나같이 부의 바이블이라 여겨진다. <5000년의 부> 는 고대도시 바빌론을 배경으로 부를 얻는 지혜를 전해준다. 전설과 역사의 보배로 불리우는 바빌론에서 가장 부유했던 아르카드의 돈 버는 지혜에 대해 5년전쯤 읽었던 기억이 있었는데 감회가 새로웠다.

내용은 아주 간단하다. 그리고 그 메시지를 끊임없이 강조하며 여러 번 반복해서 전달한다. 버는 돈의 10%를 저축하고 그 돈이 또 다른 부를 불러들일 수 있도록 일을 시키란 것이 핵심이다. 물론 잃지 않기 위해 돈 버는 능력을 키우란 내용도 포함해서 말이다. 매우 기본적이라 단순하게 느껴지지만 이를 당장 실천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자기계발 서적을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읽기만 해서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5년 전 같은 내용의 책을 보았지만 그대로인 나처럼 말이다. ‘행동하지 않는 건 무지보다 못하구나.’ 란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는 5000년의 지혜를 놓치지 않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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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일 블루 아이
루이스 베이어드 지음, 이은선 옮김 / 오렌지디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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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만의 추리소설인지 엄청난 몰입감으로 6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을 지루함없이 읽었다. 추리 스릴러 분야는 실패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고르고 골라서 읽게 된다. 이번 초이스는 다행히도 매우 성공적이었다. 원작인 <페일 블루 아이> 장편소설을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로 상영 중이라고 해서 슬쩍 봤는데 평점이 왜 높은지 알 수 있었다. 책과 영화 모두 추천한다.

배경은 1830년 10월 웨스트포인트 육군사관학교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젊은 생도가 밧줄에 매달려 발견되었는데 심장이 도려진 채였다. 은퇴 경찰인 랜도가 의뢰를 받아 사건을 파헤치게 된다. 반가운 이름이 등장하는데 바로 ‘애드거 앨런 포’ 이다. 뛰어난 관찰력을 지닌 그는 랜도의 조수로 활약하고 이 둘의 케미가 재미를 더한다.

이야기는 끝을 향할수록 긴장감이 고조되는데 마지막까지 전혀 예상을 하지 못했다. 한 번 시작하면 멈출 수 없는 <페일 블루 아이> 의 결말은 직접 확인하는 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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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라지는 마음 현대문학 핀 시리즈 에세이 3
김멜라 지음 / 현대문학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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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악도, 위선도 아닌, 그냥 너 자신으로 살아." (P.13)

다정하고 따듯함으로 가득 채운 에세이를 오랜만에 만나 한껏 말랑해졌다. 글은 온통 사랑을 담고 있다. 소설가지만 에세이로 먼저 만난 저자의 글은 따사로우며 유쾌했다. 글을 읽으며 빵빵 터져버렸는데 작가와 코드가 잘 맞는 걸지도 모르겠다. 오랜만에 마음을 물들이는 편안한 책을 만나 어찌나 행복했던지 그녀의 일상과 감정들이 내게로 번져오는 것 같았다.

나의 1이자 등뼈는 온점이다. 내 목과 어깨를 받쳐주고 몸 속 장기를 보호해주고, 내가 걷거나 눕고, 앉아서 글을 쓰게 해주는 나의 핵심 골조. 그리고 내가 가장 환하게 웃을 수 있는 사람. (P.36)

'소설가는 이런 에세이를 쓰는구나.' 몇몇 문장을 읽으며 감탄했다. 다른 시선으로 관찰하고 감상하고 기록하는 소설가의 삶이 섬세하단건 알고 있지만 오랜만에 에세이로 만나니 설레였다. 온통 1뿐인 세상에 살았던 작가에게 1은 자신의 등뼈이다. 나의 핵심 골조. 애인이기도 하다. 인생에 정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큰 행운이지. 그 사람이 나를 이루는 주요한 기반이라하면 더 없이 그렇다. 그래서인지 「멜라지는 마음」 에는 마치 작가의 근간을 이루는 듯한 온점이란 존재가 중요하게 등장한다.

어쩌면 그게 불안을 대하는 내 방식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불안을 이기지 못해 맨손으로 뚜껑을 열어젖혔다가 기어코 살갗을 데고 마는 무모함이랄까. (중략) 째깍째깍 초를 재며 다가오는 두려움에 두 손을 들고 마중 나가 맞아야 할 매를 다 맞고 어서 해방되고 싶은 열외자의 심정. (P81)

동물적이고 본능적인 다정함. 무리해 다가서지 않고 최대한 몸을 작게 한 다음 내 표정을 가만히 살피던 얼굴. (P.91)

에세이는 글을 쓴 사람을 앞에 두고 마주 앉아 얘기하는 기분이란 말에 공감한다. 마치 수다를 떠는 것 같다. 내가 경험한 주제일 때는 격하게 공감하며 반짝반짝 눈을 빛내다가도 잘 모르는 내용일 때는 아리송 눈알을 굴리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멜라지는 마음」 은 마음이 잘 맞는 친구와 오랫동안 일상을 나눈 느낌이었다. 맞장구를 치게 만들어주는 글은 더 없이 환영할만했고 그 시간에 푹 빠져버렸다.

나는 틈만 나면 "멜를 거야, 멜를 거야" 하면서 온점의 뺨에 내 뺨을 문질렀고, 온점은 자기 비하에 휩싸인 나를 위해 기꺼이 멜라져주었다. (중략) 신은 나에게 멜르기 좋은 사람을 주셨구나. 그러니 글을 못 쓰는 나라고 해도 괜찮다. 절절히 감사했다. (P301-302)

애정으로 범벅된 에세이의 마무리는 그 다웠다. 호기심을 일으키는 저자의 필명에 대한 의미를 전격 공개하는 것이었는데 그 과정 자체가 다정했다. 제주도 사투리 ‘멜르다’가 연인의 애정표현이 되고 필명이 되기까지 참으로 따듯했다. 내게도 멜라져주는 사람이 있다. 내밀한 곳까지 침범해도 허용되는 존재, 이런 사람을 내려주셨으니 부족하고 못난 나라도 괜찮다는 감사한 마음은 쉬이 오는 것이 아니다. 어떻게 보아도 작가의 글은 사랑으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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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달 안과
변윤하 지음 / 문학수첩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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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가 굉장히 매력적이라 생각했다. 오묘한 빛깔로 반짝거리는 거울 속 풍경이 을씨년스러우면서도 묘하게 궁금증을 가져다주었다. 판타지적 요소를 좋아하는 내게 붉은색 표지가 인상적인 「보름달 안과」 의 첫 인상은 꽤나 강렬했다. 다가오는 크리스마스와 어울리는 겨울의 색을 지녔다는 느낌마저 들었는데 개인적으로 표지가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이야기는 학교에서 까마귀를 쫓다가 거울 속 보름달 안과에 떨어지게 된 은후로부터 시작된다. 그 속에서 만난 도선생과 미나, 그들은 사람의 눈을 치료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사람의 영혼을 치유한다고 해야 될까.

「보름달 안과」 라는 제목에 의문을 품었는데 책을 읽으니 풀려버렸다. 사람의 눈을 입체적으로 생각해보면 마치 보름달과 같다. '동그란 구', '반짝반짝 거리는 빛남' 같은 것들이 동시에 떠오른다. 색이 바라고 상처난 눈을 치료하는 과정이 흥미로웠는데 더 흥미로웠던 것은 치료의 대가인 욕망이었다. 실명할 위기에도 욕망을 버리기 쉽지 않으니 그래서 인간이겠지.

끊임없이 증오하고 복수심에 온 평생을 바친 이에게 쉬이 그만두라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끝에 남는 공허함이 얼마나 클지 걱정되는 마음은 어쩔 수 없다. 왜 인간은 이토록 잔인할까. 왜 어떤 이는 존재 자체로 억압받고 상처 받는걸까. 참으로 불공평하단 생각을 종종한다. 도선생에게 구해진 미나의 운명, 그리고 도선생의 운명은 얽히고 설킨다. 모두가 원하는 방향은 아니지만 때로 운명은 냉혹하고 이는 사랑으로부터 시작되기도 한다. 그래서 더 아팠다.

가볍게 볼 요량으로 시작했지만 생각보다 무거운 주제에 여러 생각이 스친다. 은후에게도 아빠가 남긴 상처가 있다. 아빠가 떠나간 날을 기점으로 많은 것이 변했고 은후의 마음은 다쳤다. 그 시작도 결국은 사랑이었단 것을 깨닫지만 그럼에도 아프다. 한 사람을 너무 아껴서 죽음의 운명까지 받아들이는 사랑을 나는 생애에서 알길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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