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엔딩 (양장)
김려령 외 지음 / 창비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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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책의 뒷 이야기를 알 수 있다는 사실은 얼마나 설레는 일인가. 이야기의 결말 이후는 언제나 독자의 몫이었고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자유의 영역이었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마음이 갔던 인물들의 다음 이야기가 알고 싶었다. 이런 바램들을 흘려보내지 않고 담아 두었다가 실제로 책으로 내준 창비 출판사의 『두 번째 엔딩』. 우선은 출판사에 무한한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심지어 가제본으로 제작하여 서평 신청도 받길래 냉큼 신청했는데 선정되었다. WOW 진심 행복했다.

무려 8명의 작가들이 써 내려간 두 번째 엔딩의 원작은 『버드 스트라이크 , 『우아한 거짓말』, 『모두 깜언』, 『싱커』, 『유원』, 『아몬드』, 『1945, 철원』과 『그 여름의 서울』, 『페인트』였는데 모든 작품들을 읽었던 건 아니었지만, 어느 정도 대중에게 알려진 작품들이라 책을 펼쳐 읽는 내내 신이 나 있었다. 실은 위의 작품들 중 내가 읽은 것은 고작 『싱커』와 『아몬드』 뿐이라 다른 작품들은 별로 읽는 의미가 없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웬걸, 전작을 안 읽어도 내용을 이해하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었을 뿐 아니라 짧은 글 안에서도 함축된 힘이 있었다. 눈시울을 붉히게도 하고 미소짓기도, 긴장이 되기도 하며 속절없이 빠져들었다.

예상을 엎었던 것 중 하나는 전작의 등장인물이 나올 것이라 생각했다. 곧이 곧대로 그렇게만 생각했는데, 어떤 작품들은 전작의 등장인물과 엮여 있는 인물이 화자로 등장해 새로운 이야기를 꾸려 나갔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이야기에는 힘이 있다. 그래서일까, 전작의 등장인물이 포커스가 되지 않아 실망한 것도 잠시 새롭게 시작되는 전개에 흠뻑 빠졌다. 세상이 확장되는 느낌이랄까. 전작 주인공에게 맞춰있던 포커스를 그 주변으로 돌리는 것도 꽤나 재미있었고 결국 모든 사람이 소설의 주인공이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읽었던 『싱커』와 『아몬드』 의 다음 이야기를 듣기 위해 펼쳤다가 다른 작품들의 원작이 궁금해졌다. 출판사의 빅피쳐(?)인지는 모르겠으나, 읽어보지 않은 원작들이 속편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알고 싶어졌다. 역시나 한 권을 읽었는데 읽고 싶은 책이 수두룩 쌓이게 되는 마법이 일어났다. 책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지극히 자연스러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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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삼킨 소년
트렌트 돌턴 지음, 이영아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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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살 소년이 자라기에 좋은 환경은 아니랄 생각이 먼저 들 정도로 엘리의 주변 어른들은 걱정스럽다. 한 살 많은 함구증의 형과 마약에 빠진 엄마, 마약상인 새아빠, 악명 높은 전설의 탈옥수인 70대 베이비시터. 첫 등장부터 파격적이다. 탈옥수 베이비시터는 엘리가 아이의 몸에 어른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며 어른이 듣기에도 혐오스러운 잔혹한 범죄의 면면들을 동화책 읽어주듯 들려준다. 이야기의 복선 같기도 한 '너의 마지막은 죽은 솔새'의 말은 엘리와 형, 슬림의 입에서 오르내린다. 은유적 표현들이 꽤 많았는데, 함구증인 형이 오른 손 검지를 이용해 허공에 하고 싶은 말을 쓰는 장면은 마치 음악을 지휘하는 모습을 상상하게 한다.

전혀 평범하지 않은 환경 속에서 자라나는 어린아이. 분위기는 기묘하다. 탈옥수 70대 베이비시터인 슬림은 흔히 질이 안 좋게 보여질 수 있지만, 엘리에게 큰 영향을 주는 인물이다. 모자람 많은 어른들이지만, 삶의 지혜를 주는 슬림과 엘리에게 소중한 가족들. 어려운 상황 속에서 아이는 성장한다. 아이가 가진 힘으로 자라나기도 하고, 주변의 온정으로도 자란다. 600페이지가 넘는 『우주를 삼킨 소년』은 두꺼운 페이지를 자랑한다. 딱 보아도 두꺼운 위용에 쉽게 손이 가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표지와 제목이 매우 매력적이고 한 번 읽으면 가독성이 높고 흥미로워 생각보다 빨리 읽힌다.

흔하게 알고 지내기 어려운 사람들이 담긴 이야기는 엘리의 성장과 함께 흘러간다. 좋은 사람이 될까? 나쁜 사람이 될까? 그것은 선택의 문제라고. 과거도 부모도 출신도 상관없이 말이다. 이 말이 귀에 맴돈다. 그럼에도 자라온 환경은 중요하다. 어떤 사람이 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보기랄까. 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스스로의 선택 또한 중요하단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이야기의 끝은 언급하지 않겠지만, 부디 엘리의 시선을 만나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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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 유년의 기억, 박완서 타계 10주기 헌정 개정판 소설로 그린 자화상 (개정판) 1
박완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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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 타계10주기 개정판으로 더 예쁘게 돌아온 박완서 장편소설, 역시 명작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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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 유년의 기억, 박완서 타계 10주기 헌정 개정판 소설로 그린 자화상 (개정판) 1
박완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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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자유로웠던 유년시절이 존재한다. 그것이 찬란했던지 그렇지 않았든지 간에 말이다. 한국 문학의 거목, 박완서작가의 타계 10주기를 맞아 헌정 개정판이 출간되었다. 일전에 저자의 에세이 『모래알만한 진실이라도』를 읽어서인지 한결 친근하게 느껴졌다. 경계없이 마음의 문을 열고 읽기 시작한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는 박완서 작가의 수많은 작품들 중 가장 익숙한 장편소설이었다. 매체에서 워낙 홍보를 많이 하기도 했고 집에 책이 있었는데 읽어보진 못했던 참이었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는 1992년 출간된 박완서의 자전소설이다. 개풍 박적골에서의 어린 시절부터 전쟁으로 황폐해진 서울에서의 스무 살까지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유독 기억에 남는 장면은 박적골의 풍경에 담긴 이야기였다. 80년대 서울에서 나고 자란 나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종종머리를 딴 계집애들과 서당과 천자문 그리고 시골의 뒷간 괴담까지 행복으로 가득찬 유년시절의 기억들이 읽는 이의 입가를 미소짓게했다. 한편으로 어린시절을 이 정도로 기억하고 글로 표현할 수 있단 사실이 놀라웠다. 일정 부분 픽션이 가미되었겠지만, 엄청난 기억력이다.

억척같은 소설 속 엄마를 보며 자연스럽게 나의 "엄마"가 떠올랐다. 어린시절 내가 기억하는 엄마에 대하여. 나이가 먹은 지금은 또 다른 느낌이지만 말이다. 시대적 배경이나 살아온 환경이 쉽지 않은 것은 확실했다. 그럼에도 의지하고 기댈 수 있는 사람들이 항상 곁에 존재했다는 것이 다행이라고 여겨진다. 조부모님과 어머니, 오빠 그리고 주변 지인들까지. 혼자 성장하는 사람은 없다는 것을 보여주듯 말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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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용의 아트 내비게이션 - 대한민국 1호 도슨트가 안내하는 짜릿한 미술사 여행
김찬용 지음 / arte(아르테)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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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우 보통의 미알못(미술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다. 이유인즉슨 1,2년에 한 번 미술관에 가는 정도고 내 평생 어떤 작품을 보고 감명을 받아본 기억이 없다. 게다가 미술과 예술하면 떠오르는 난해함. '도대체 저 평범한 '변기'가 무슨 예술이라는거야?' 백남준 전시관에 갔을 때도 '테레비전 쌓아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하는거야?' 등의 물음표만 맴돌 뿐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실정이지만, 역설적이게도 예술에 대한 시각을 넓히고 싶었다. 종종 찾아가는 미술관에서 다른 이들처럼 벅차오르는 감동이나 희열을 느끼고 눈물을 흘리고 싶은 열망이 내겐 있다.

3,4년 전 '알베르트 자코메티'의 전시를 보러간 적이 있다. 당시 남자친구, 지금의 남편이 권유해서 가게 된 곳이었다. 도슨트란 단어가 생소했지만, 작품을 밀도 있게 관람하기 위해 해설을 해주는 사람이란 정도는 알고 있었다. 오랜만의 미술 전시관이고 미알못인 우리 커플은 처음으로 도슨트를 신청해 작품을 감상하게 되었다. 마치 고등학생 수학여행 때, 역사를 설명해주는 선생님을 졸졸 따라다니는 아이처럼 전시해설사의 안내에 따라 작품을 관람했다. 나의 첫 도슨트는 바로 '김찬용'님 이었다! 휘몰아치는 언변과 흥미진진한 화술, 게다가 해박한 지식까지 멋진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당시 남편은 '김찬용' 도슨트에게 흠뻑 빠져 아직도 인스타 팔로우를 하고 있다.

그런 분이 낸 첫 책이라니! 운명같은 느낌이었다. 당시 들었던 도슨트만큼 『김찬용의 아트 내비게이션』은 이야기꺼리가 가득해 흥미롭고 감동적이었다. 아무래도 잘 모르는 분야라 깨달음이 가장 컸다. 우선은 예술품이랍시고 떡 하니 한 자리 차지한 '변기'의 실재를 알게 되어 보이는 것 너머의 예술, 개념미술을 이해해볼 수 있었다. 한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 그의 인생을 알아야하는 것처럼, 예술가의 작품도 그 시대와 의미를 두루 살펴보아야함을 깨달았다. 그나마 좋아했던 예술가인 모네와 고흐가 인상파였단 사실과 함께 시대의 변화, 격동에 따라 새로운 도전을 감행하는 예술가들의 작품들을 알게 되었다는 즐거움도 있었다.

『김찬용의 아트 내비게이션』이란 책 제목처럼 미알못들도 길을 헤매지 않고 미술의 시대적 흐름을 이해할 수 있다. 가장 좋았던 문구는 아래의 말이었다.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삶 위에서 한 명의 예술가라는 것.

직장인이든 가정주부든 학생이든 그 무엇을 하든 간에 하고자 하는 일에 올바른 가치관과 신념을 갖고

그 일을 한다면, 결과가 작든 크든 혹은 유형이든 무형이든 그 모든 결과물은 예술과 다름없을 것입니다. 결국 우리 모두는 예술가가 될 수 있는 것이죠.

새로운 시대가 열릴수록 예술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 너머의 가치에 대해 탐구해했고 그것의 결과물들은 개념미술이나 행위예술 등으로 명명해왔다. '미술은 읽는 게 아니라 보는 것'이라고 말한 김찬용 도슨트의 글을 읽으며 전시에서 억지로 느껴보려고 노력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좋아하는 것에서부터 넓혀가는 것. 예술을 대하는 자세와 가치관을 배웠다.



*위 서평은 몽실서평단에서 지원받은 도서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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