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의 성별 - 가족은 어떻게 불평등을 재생산하는가 Philos Feminism 7
셀린 베시에르.시빌 골라크 지음, 이민경 옮김 / arte(아르테)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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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은왜가족안에서더빈곤해지는가

사회는 진일보하고 어느덧 우리는 인권을 얘기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렇다면 여성 인권의 현 주소는 어디일까. 예로부터 여성의 인권 신장은 여성으로부터 만들어져 왔다. 여러 방면(참정권, 노동권 등)으로 한 인간으로서 남성과 동등한 자격 및 대우를 받기 위해 목소리를 내왔다. 조금씩 변화하는 듯 하지만 글쎄… 2023년 여성의 날을 맞이해 여성 노동 현실을 다룬 취재 내용을 봤다. 여성의 절반이 비정규직이며 남성보다 평균 35% 적은 임금을 받는 것으로 조사되었다는 기사였다. 불과 1년전인데 말이다.

늘 이해하기 어려웠던 것은 ‘미용, 복지관련 직장들은 여성 노동자가 70-80%에 육박하는데 관리자는 왜 대부분 남성인가.’ 하는 의문이었다. 그 외에도 의문은 계속되었다. ‘왜 여성은 상대적으로 임금이 더 낮은 직종에 종사할까.’ ‘왜 임산부가 출산휴가를 내는데 어려움을 겪고 워킹맘이 아이를 맡길 수 없어 고군분투하다가 끝내 일을 그만두는거지?’ 끝없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다가 해결되지 않는 의문에 생각을 그만두고 만다.

「자본의 성별」 은 여성의 현 주소에 대한 의문을 확장시키고 파헤치는 책이다. 친밀한 가족 내에서 성별에 따른 부의 불평등이 여성에게 미치는 영향을 심도있는 인터뷰와 객관화된 각종 통계 및 수치를 제공한다. 일반적으로 가정 내 여성의 위치를 얘기할 때 가사 및 양육 주제를 논할 때가 많은데 이 글은 부의 불평등, 더 구체적으로 자산 불평등을 핵심으로 꺼내든다. ‘소득 불평등’으로도 할 말이 많은데 ‘자산 불평등’이라니 산 넘어 산이 이런 느낌일까. 애당초 자산의 불평등은 출발선부터 다르기에 간과할 수 없는 문제이긴하다. 그러니 주요하게 다룰 수밖에 없는 주제이고 많은 이들이 이러한 현실을 제대로 인식할 수 있어야한다.

여성은 이혼이나 상속을 통해 가족 내 자산에서 배제된다. 책의 배경이 되는 프랑스 뿐 아니라 한국 역시 남성, 특히 장남에게 많은 부가 옮겨가는 것을 볼 수 있다. 가업의 승계 역시 마찬가지다. 부는 남성에게 옮겨가고 축적되어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지만 상대적으로 여성은 적은 선택지와 침묵을 요구당한다.

자산 불평등은 상속 뿐 아니라 이혼에서도 발생한다. 이혼은 여성을 더욱 가난하게 만든다. 특히 아이를 양육하는 이혼 여성이라면 경제적 활동의 제약으로 더욱 그렇다. 왜 그럴까. 법의 허점이 여성의 양육 및 가사노동을 제대로 인정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가족 내 여성의 노동을 토대로 부는 굴러가고 축적되지만 그 결과는 희생뿐이란 현실이 아프다.

‘자본의 성별은 남성’이란 표현은 거칠게 말하면 여성 착취을 기반으로 한 가족 재생산 전략을 통해 남성 중심의 부 축적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본다. 이러한 사실은 굳이 전문서적을 찾지 않아도 가까운 ‘엄마’, ‘할머니’의 지난 삶만 들어도 체감이 가능한 현실이다. 매우 씁쓸하지만 안전하게 여겨지는 가족 내에서 성별에 따른 부의 차별이 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으며, 오랜 시간 공들여 관련 내용을 조사한 저자의 의지로 현실을 마주할 수 있어 다행이다. 부디 많은 이들이 불편한 진실을 똑바로 바라보길... 알아야지 새로운 걸음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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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옷의 어둠 모토로이 하야타 시리즈
미쓰다 신조 지음, 민경욱 옮김 / 비채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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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다 신조’의 새로운 책이 출간되었다. 바로 모토로이 하야타 세 번째 시리즈인 「붉은 옷의 어둠」이다. 사건이 발생되는 순서로 따지면 「검은 얼굴의 여우」 를 잇는다.

패전 후 미국에 점령된 일본은 윗선의 착복으로 극심한 식량난을 겪는다. 음식을 구하기 어려웠던 시절, 암시장은 유통이 자유로운 역 인근에 자연스레 등장했다. 그 중 규모가 꽤 큰 호쇼지의 암시장에기괴한 소문이 들려온다. 다닥다닥 붙어있는 암시장 특유의 구조로 인해 협소하고 복잡한 골목이 생겼는데, 사람들은 이를 ‘붉은 미로’라고 불렀다. 이 붉은 미로에서 ‘붉은 옷’의 괴인이 등장한다는 소문이다.

우리의 탐정, 모토로이 하야타는 건국대학 동기인 신이치의 부탁으로 붉은 미로에서 나타나는 ‘붉은 옷’의 실체를 밝히는데 도움을 주려다가 더 큰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이전에도 느낀 바 있지만 일본 패전 후의 역사적 고증이 잘 되어 있다. 이번 무대는 전쟁으로 발생된 굶주리는 국민들과 전쟁 고아, 정부 주도의 특수위안시설협회에서 미군을 대상으로 성매매를 하는 양팡 여성, 자의 또는 타의로 일본에 발을 들인 제삼국인까지 다양한 위치에 놓인 사람들의 삶을 암시장을 배경으로 보여준다.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하여 배경에 대한 몰입이 한층 깊어졌다. 「붉은 옷의 어둠」 역시 밀실 살인으로 꾸며졌다. 붉은 옷의 괴인에게 당할 뻔한 여성들 역시 빠져나갈 구멍이 없는 골목 밀실로 설정되어 극 전개의 궁금증을 유발한다. ‘도대체 범인이 누구인거야?!’ 결말이 궁금해서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읽어나갔다. 기대보다는 다소 아쉬운 마무리였지만 책을 놓지 못하게 하는 몰입과 스릴감이 괜찮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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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를 판 사나이 열림원 세계문학 5
아델베르트 샤미소 지음, 최문규 옮김 / 열림원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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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림원 세계문학 다섯번째 시리즈로 그림자를 판 사나이가 출간되었다. 뮤지컬로 더 친숙했던 이야기였는데 소설로 만나게 되어 반가웠다. 소설은 어떻게 이야기가 전개될지 설렘 가득 페이지를 넘겼다. 「그림자를 판 사나이」의 슐레밀은 회색 옷을 입은 남자와 거래하여 자신의 그림자를 넘기는 대신 금화가 마르지 않는 주머니를 받게 된다.

슐레밀은 금화가 마르지 않은 주머니 덕분에 엄청난 재력가가 되지만 그림자를 잃은 대가는 혹독했다. 어딜가나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과 조롱을 받게 되었고 끝내는 사람들을 피해 다니며 칩거생활을 하거나 그림자가 지지 않도록 조명을 세팅하여 간헐적으로 외출을 했다. 엄청난 부를 획득하여 저택을 짓고 많은 신하를 거느렸지만 잘못된 거래는 슐레밀을 암흑으로 밀어넣었다.

당연해서 그 소중함을 놓치는 우리들처럼 슐레밀은 자신의 그림자를 별 고민없이 내어주었다. 그리고 엄청난 부를 얻었음에도 사람들과 어울리며 지내지 못하고 사회에서 배척되는 처지에 놓인다. 돈이면 다 된다는 식의 사고가 만연한 시대에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소설이 쓰인 19세기에도 물질만능주의에 대한 비판이 있었으니 자본주의의 오랜 역사를 직접 체감한 듯 하다.

다행히도 그에게는 충실한 신하 ‘벤델’이 있었다. 그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외로움을 덜 수 있었지만, 사랑하는 연인 ‘미나’와는 결국 헤어지고 말았다. 악마는 끝내 그림자를 빌미로 또 다른 거래를 제안한다. 슐레밀이 끝까지 자신을 지킬 수 있을지 관전하는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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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얼굴의 여우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85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비채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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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르소설을 읽었던 적이 언제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그래서인지 '미쓰다 신조' 호러미스터리 「검은 얼굴의 여우」를 읽을 때 설렘이 가득했다. 일본의 추리소설 작가인 '미쓰다 신조'는 도조 겐야 시리즈로 이름을 알렸는데, 이번 책은 '모토로이 하야타' 시리즈의 새로운 출발을 알린 작품이다. 처음 접하는 작가에 대한 호기심이 언제나 충만한지라 「검은 얼굴의 여우」를 접한 뒤 '도조 겐야 시리즈'가 궁금해졌다.


  어느 추리소설이 그렇듯이 500쪽이 넘는 벽돌책을 자랑한다. 하지만 책장을 넘기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어느 순간 마지막 장에 다다랐다. 일제 치하에서 강제 노역을 하던 조선인들이 있었던 역사적 사실을 기억한다. 그 중에서도 탄광에서는 제대로 된 사람 취급을 받지 못한 채 노예로 전락해 많은 조선인들이 노역을 강요당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으로 미스터리가 펼쳐져 더욱 호기심이 일었다. 만주의 건국대학을 나온 엘리트였던 '모토로이 하야타'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패전한 일본의 재건에 관심을 가지던 그는 정처없이 돌아다니다 역사에서 '탄광부' 제의를 받는다. 썩 질이 좋아보이지 않는 위협적인 남성에게 끌려갈 뻔한 것을 '아이자토 미노루'가 재치있게 구해주게 된다.


커다란 사고와 불가사의하게 연속되는 죽음 때문에 넨네 갱 자체가 어둡게 가라앉았다. 탄광부도 기운이 없다. 기운은커녕 내빼야 할지 상담하는 사람이 나오기 시작하는 지경이다.


  '아이자토 미노루' 는 탄광부 일을 하고 있었는데, 둘은 이 후 이야기를 나누었고 '모토로이 하야타'는 그를 따라 탄광에서 일하기를 결정한다. 만류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본격적으로 넨네 갱에서 일하게 되며 사건이 시작된다. 스포가 될 수 있어 간단히 얘기하자면 탄광에서 의문의 죽음이 연쇄적으로 일어난다. 연쇄살인사건을 '모토로이 하야타'가 파헤치며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데 얽힌 실타래가 조금씩 풀려나갈 때 소름이 돋았다.


백여우님 혹은 백신님으로 모시는 여우 신은 풍요의 신이다. 농촌과 산촌에서는 결실과 수확을 의미하는데 탄광에서는 당연히 석탄 채굴량 증가로 연결된다. 흑여우니 혹은 흑신님으로 두려워하는 여우신은 흉작의 신이다. 여기서는 갱내에서의 모든 사고를 의미했다.


  탄광은 목숨을 걸고 하는 일임으로 예로부터 미신을 믿어왔고 입갱하기 전에 무사를 바라는 기도를 올린다. 민속학적 요소가 가미되어 있기에 사건의 실마리가 '사람'인지 혹은 '마물'인지 범인의 정체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하얀 여우와 검은 여우를 모시는 탄광 사람들은 특히 흉작의 신, 갱내 사고를 뜻하는 검은 여우를 두려워한다. 검은 여우에 홀려 갱내에서 사라진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오래 전부터 전해지며 그 두려움은 더욱 강화되었다. 이 추리는 미신적 요소와 함께 전개되어 더욱 흥미롭게 읽었던 것 같다.



*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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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이야기
이이지마 나미 지음, 홍은주 옮김 / 비채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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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이야기’가 가득한 푸드 스타일리스트 이이지마 나미의 에세이에 푹 빠져 버렸다. 이전에 감명 깊게 보았던 영화와 드라마 <카모메 식당><안경><바닷마을 다이어리><심야식당> 속 음식을 만들어 낸 사람이라니, 그녀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 영화 속에 들어가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영화 속 레시피와 비하인드가 글로 구현될 때마다 영화를 다시 보고싶어졌다. 조만간 <카모메 식당>은 다시 볼지도 모르겠다.


영화 일은 여느 요리책의 요리들과는 달리 원작이 있으므로 그 세계에 맞는 요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영화 현장은 라이브 감각이다. 아무튼 현장 상황을 보면서 임기응변으로 대응해야 한다.


영화나 드라마의 음식을 연출하는 푸드 스타일리스트는 역시 생각대로 멋진 직업이다. 하지만 역시 고민과 노력은 꾸준히 동반된다. 우선 극 전개의 분위기에 맞는 식자재, 레시피 및 식기를 선택한다. 이 과정도 녹록치는 않다. 이미지에 맞는 음식을 구현하기 위해 주문제작을 하거나 조리도구 및 식기를 찾기 위해 발품을 파는 등 갖은 노력을 들인다. 또한, 배우들이 편리하고 맛있게 먹으며 연기할 수 있도록 신경써서 준비하고 현장 흐름에 방해되지 않도록 눈치껏 음식을 준비해 내놓아야 한다. 음식이 단순 소품이 아니라는 사실을 글을 통해 여실히 깨닫는다.


’식’의 지혜와 문화가 사라지지 않도록 사회 전체가 고려해나갈 필요가 있지 않을까. 만드는 쪽도 요리하는 과정을 더 적극적으로 즐기면 좋겠다.


열 사람이면 열 사람 다 다른 우엉조림. 밖에서 사먹을 때는 쉬이 만날 수 없는, 문득 무한히 먹고 싶어지는 여러분의 ‘하나뿐인’ 요리는 무엇인가요.


요리하는 이에 따라 같은 요리도 그 맛과 향이 달라진다는 사실이 재미있다. 그리고 이를 반갑게 받아들이는 저자의 태도에 미소가 지어졌다. <맛있는 이야기>에는 일본의 식문화도 담겨있다. 왁자지껄 음식을 나누는 사가 현 가라쓰의 전통행사 ‘가라쓰쿤치’는 흥미로웠고 일본의 다양한 채소절임도 맛보고 싶어졌다. 한국의 음식도 등장해 눈길을 사로잡기도 했다. 아무래도 요리를 연구하는 직업이다보니 다양한 나라의 식문화에 관심을 기울이는 건 푸드 스타일리스트인 저자로서는 행복한 일이 아닐까싶다.


좋은 것을 발견하면 소문을 내고 싶어진다. 맛있는 것은 나누고 싶어진다. 입소문이 나서 가게를 찾아가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미지의 가게를 발품을 팔아 찾아가는 일은 ‘가는 길’ 캠페인과도 통하니까요.


정갈하게 담긴 저자가 직접 만든 음식 사진들은 어찌나 입맛을 다시게 하는지 야심한 밤에 읽게 된다면 식욕을 주체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저자의 맛있는 이야기가 정답고 공감가는 이유는 넉넉한 그의 인심과 마음 씀씀이 덕분인 듯 하다. 맛있는 걸 먹으면 나누고 싶어하는 인정, 안 해봤으니까 안 한다, 가 아니라 안해봤으니까 도전한다. 는 그만의 ‘가는 길’ 캠페인처럼 말이다. <맛있는 이야기>는 눈과 입의 즐거움 뿐 아니라 마음까지 든든하게 채워주는 영양만점 에세이다.




*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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