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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시아나로 가는 길
로버트 바이런 지음, 민태혜 옮김 / 생각의힘 / 2024년 4월
평점 :
옥시아나로 가는 길 / 로버트 바이런
'옥시아나'는 어디일까 해서 네이버 검색해 보니 '아시아나로 검색하시겠습니까?' 라는 제안이 나온다. 많이 검색하는 지명은 아닌가 보다. 옥시아나는 아프카니스탄 북쪽 국경지대를 흐르는 아무다리야강 주변 지역을 말한다.
원래 여행이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고 작가 김영하는 '여행의 이유'에서 여행에 있어 치밀한 계획이 따로 필요하지않다고 말했다.
1930년대, 치밀한 계획하의 여행은 과연 가능했을까?
<페르시아 여행의 시작은 대수 방정식과 비슷하다. 답이 나올 수도 있고 안 나올 수도 있다. 우리는 페르시아 여행을 위해 어제 하루를 전부 쏟아부었고 오늘 아침 6시에 출발했다. 하지만 그 이후 온종일 기병대와 말을 기다리며 이곳에서 시간을 허비했다.
p.298>
계획대로 순조롭게 흘러간 여행보다는 어떤 외부 변수에 의해 약간은 뒤틀리고 꼬인 여행이 더욱 기억에 남고 재미있는 건 사실이지만 1930년대의 장거리 여행은 너무 힘든 여정이었을 것이다.
이 책은 여행가인 작가가 1933년 8월 베네치아를 시작으로 1934년 7월까지 약 10개월간 키프러스, 팔레스타인, 시리아, 이라크, 페르시아, 아프가니스탄을 여행하고 영국으로 돌아오는 모험과 여정을 엮은 책으로 1937년 베이징에서 완성했다.
이 책은 단순한 여행 일기를 넘어 수천 년간 흥망성쇠를 거듭한 수많은 제국의 역사, 그들이 이룬 위대한 건축과 예술, 그리고 척박한 환경에서 삶을 이어온 사람들에 대한 기록이다. 또한 19세기 말부터 이 지역을 둘러싸고 이어져 온 서구 열강의 치열한 파워게임, 전간기의 복잡한 국제 정세에 대한 비판과 냉소, 그 정치적 격랑 속에서 근대화와 독립을 쟁취하려는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민족주의를 향한 연민과 비판도 함께 담아내고 있다.
<나는 유대인들이 미래의 평화를 위해서라면 불편을 감수해서라도 아랍인들을 달래는 편이 더 이익 아니냐고 묻자, 고든은 아니라고 대답했다. p.53>
저자는 자신이 본 위대한 건축과 자연 풍광을 그림처럼 그려낸다. 그의 글은 다채로운 색과 문양이 되고 화려한 모스크가 되고 험준한 산과 모래 들판이 된다.
<이스파한의 아름다움은 부지불식간에 마음을 훔쳐간다. 11세기부터 건축가와 장인들은 도시의 운명, 취향의 변화, 정부, 신앙을 기록해 왔다. 건물들은 이러한 지역적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기념물의 매력이며, 대부분의 구시가지가 갖는 매력이다. 그러나 그중 몇몇은 독립적으로 예술의 정점을 보여 준다. 이스파한은 아테네나 로마처럼 인류에게 공통된 신선함을 선사하는 희귀한 장소 중 하나로 손꼽힌다.
p.365>
이런 이스파한을 4월 19일 이스라엘이 공격했다. 모스크들은 별 일이 없길 바란다.
'타임스'와 함께 쌍벽을 이루는 영국의 신문 '가디언'은 역사서이자 소설같은 기행문인 이 책을 20 세기 최고의 여행서로 꼽았다. '가디언'의 안목을 높이 평가한다. 빙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