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일본 소도시 여행을 가장 행복하게 하는 방법》(허근희)은 단순히 관광 정보를 나열하는 여행 안내서에 머무르지 않고, 소도시를 통해 느낄 수 있는 일상의 아름다움과 여행 그 자체의 진정한 의미를 일깨워주는 감성 산문집입니다. 저자는 15년간 일본 전문 가이드로 활동하며, 여러 지역에서 직접 체득한 생생한 에피소드와 소도시만이 주는 따스함, 그리고 각 지역 사람들과의 인연을 담백하게 전합니다. 이 책은 오키나와, 홋카이도, 오사카‧나라‧교토, 도쿄, 규슈 등 일본 대표 소도시를 여행하는 경험을 다섯 개의 장에 걸쳐 풀어내며, 각 여행지의 자연, 골목, 미식, 온천, 걷기와 같은 소박한 즐거움 속에서 “행복이란 거창한 목표가 아니라 일상의 작은 찰나에 머문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가장 인상적인 점은 저자가 여행을 그저 ‘볼거리 소비’로 치부하지 않고, 오히려 여행이 자신과 삶을 재설계하는 계기임을 끊임없이 강조한다는 부분입니다. 저자는 “여행을 떠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큰 행복”이라는 사실을 책 전반에 강조합니다. 당연하게만 여겼던 두 눈, 두 다리, 그리고 잠시 일상을 벗어나 떠날 자유와 경제적 여유 자체가 전 세계 인구 80억 명 중 극소수에게만 허락된 특별한 선물임을, 누구보다 따듯하게 풀어냅니다. 오키나와의 맑은 바닷가, 홋카이도의 라벤더 꽃밭과 유빙, 교토의 오래된 골목길, 규슈의 온천과 료칸, 그리고 도쿄의 활기찬 거리까지 저자는 직접 마주한 풍경과 지역의 진짜 삶을 유려하게 그려냅니다. 단순한 동선과 맛집 안내가 아니라, 각 공간에서 흐르는 시간, 만나는 사람, 그리고 ‘지금 이 자리에 행복이 있다’는 깊은 안목이 담겨 있습니다.

여행지에서 만난 현지인들과의 대화, 지역 특산품을 고르는 순간, 한적한 골목길에서 조용히 커피 한 잔을 즐기는 일상의 순간들이 얼마나 커다란 치유이자 영감이 될 수 있는지도 일깨워 줍니다. 도톤보리 강변의 야경, 시부야의 스크램블 교차로, 장인의 손맛이 느껴지는 교토의 작은 찻집, 벳푸 온천의 따스함 등 다양한 풍경들을 걸으며 저자는 ‘여행의 행복은 장소에서 시작하지만, 결국 마음과 태도에서 완성된다’고 말합니다. 하루종일 바쁘게 움직이는 도시의 본질도, 조용한 시골에서의 사색도, 누구와 함께하며 무엇을 바라보는지에 따라 기억이 달라지는 것임을 자신만의 경험으로 녹여냅니다.
책을 통해 깨닫게 된 것은 여행에서 ‘행복’이란 여행지의 이름값이나 비용, 혹은 SNS에 보여지는 화려한 콘셉트가 아니라, 무심히 놓쳐왔던 일상에 경의를 표하는 시선임을 다시금 실감한다는 점입니다. 저자는 해외여행과 비교해 소도시 여행에서 느낄 수 있는 여유와 쉼, 공간에 대한 존중, 그리고 상대에 대한 배려심을 자연스럽게 강조합니다. 일본 소도시는 웅장함이나 자극 대신에 잔잔한 만족, 세심한 배려, 그리고 매순간 내 곁의 사람과 공간에 집중하는 태도에서 진정한 가치를 얻을 수 있음을 에세이처럼 이야기합니다.

총평하자면, 《일본 소도시 여행을 가장 행복하게 하는 방법》은 일상의 무게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누군가와 함께 나누는 시간, 사소한 것에서 피어나는 감동, 여행의 순간을 ‘지금 이 자리에서’ 충분히 음미하는 것만으로도 완전한 행복에 다가설 수 있다는 용기를 건넵니다. 여행 동선에 쫓기는 조급함이 아니라, 한 번쯤은 걸음을 늦추고 골목길의 풍경, 현지인의 인사, 온천수의 온기, 한 편의 찻집에서 스며드는 평온까지 온전히 자신을 위한 행복의 단서를 찾으라고 다정히 안내합니다. 이 책은 일본 여행정보서이기 이전에, ‘여행자의 눈으로 인생을 읽는 연습’을 위한 마음의 안내서로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