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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공주를 죽이시오!
정효찬 지음 / 이가서 / 2003년 8월
평점 :
품절


저는 학교 도서관에 자주 가는 편이며 새 책이 들어오는 서가에 가서 어떤 책들이 새로 들어오는가를 쭉 훑어봅니다. 그날도 신착코너에 가서 새로 온 책들을 쭉 훑어보고 마음에 드는 책이 있으면 꺼내서 이리저리 살펴보는데, 제목이 재미있어서 이 책에 눈이 갔습니다. 제목은 '백설공주를 죽이시오'이며 부제는 '미술의 이해'입니다. 백설공주를 죽이는 것과 미술의 이해는 무슨 상관이지 하며 책을 꺼냈는데 표지가 걸작이었습니다. 겉표지와 뒷표지에 만화같은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 그 만화가 너무 웃겼습니다.

특히 뒷표지에는 대학교의 강의실 모습이 만화로 표현되어 있는데, 교단에서 선생님이 수업을 하는 중임에도 불구하고, 각양각생의 학생들이 다양한 행위를 하는 것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제가 대학에서 강의를 하기 때문에 그 만화에 무척이나 공감을 했습니다. 출석을 다 부르고 난 시점인지, 몰래 강의실을 빠져나가기 위해 엉금엉금 기어나가는 학생, 강의실 문앞에서 '출석 불렀나?'고 묻는 학생, 강의실 의자에 앉아서 연인들끼리 사랑을 속삭이는 모습, 앞 자리에 앉은 머리 큰 학생 때문에 그 뒤에 앉아서 고초를 겪는 학생, 선생님의 교탁 바로 밑에 숨어 있는 학생과 그 학생을 주목하는 학생 등, 그야말로 대학 강의실 모습을 너무나도 코믹하게, 그러면서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한 컷이었습니다.

책을 빌릴 당시에는 몰랐는데 저자는 어느 대학의 기말시험 문제로 유명해져버린 정효찬 선생님이었습니다. 저도 그 당시에 인터넷에서 시험문제를 보았습니다. 시험문제가 특히 너무 신기하다고 생각했는데, 저는 그때 짐작하기를 '혹시 수업시간에 열심히 참석한 학생들을 위한 나름대로의 묘안이 아닐까' 생각을 했습니다. 강의노트만 입수한다면 매 수업에 출석하지 않아도 왠만한 성적을 거둘 수 있는 현실에서 그 선생님만의 노하우가 아닌가 하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그 후로 그 사건은 일파만파로 번졌지요. 저는 저자가 누구인지 알고 잠깐 감회에 졌었던 것입니다. '아, 이 분이 그분이구나' 하고 사실 좀 기뻤습니다. (저는 경상도 대구 사람이고 그 분도 저와 같은 지역 분이라 경상도 말로 하자면 '가가 가가?'(그 애가 그 애가?)쯤 되겠죠.)

이제 본문의 내용으로 들어가자면, 이 책의 내용은 선생님이 그 엽기 기말시험문제로 논란이 되었던 그 학기에 그 선생님과 그 학생들이 어떤 수업을 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이 과목이 미술의 이해라는 과목이었습니다. 책의 내용은 대학에서 한 학기 16주 동안 정 선생님의 수업이 매주 어떻게 이루어졌는가를 보여줍니다. 책 제목은 중간고사 기간에 있었던 시험문제가 '백설공주를 죽이시오'였기 때문에 이렇게 정해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수업에서 매주 각 조원들이 어떤 내용을 발표했는지를 책을 통해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학기의 마지막에 문제가 되었던 기말고사를 치르게 된 것이고요. 이 책을 읽어보면 왜 시험 문제를 그렇게 냈는지 이해가 되고 입가에 미소가 지어집니다.

저는 무엇보다도 정 선생님의 수업에 대한 열정과 학생들에 대한 애정을 높이 삽니다. 대학은 자유롭게 탐구하는 공간이라고 하지만 좋은 수업을 하기가 그렇게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모든 학생들을 수업에 참여시키기 위해 발표를 시키고 거기서 결론을 이끌어내는 열정이 대단한 것 같았습니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지 않는 이유는 공부가 재미없기 때문일 것인데 재미난 수업, 신나는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딱딱하게 여겨지는 학문에 접근하게 하고 있습니다. 대학에서 강의를 하는 저로서는 반성되는 점이 많았습니다. '내가 이만큼 열정적으로 학생들을 인정해주는가?', '학생들이 수업이란 정말 즐거운 것이고 학문한다는 것이 그렇게 딱딱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내가 전해주고 있는가?' 이런 생각들이 막 떠오르면서 저도 더 열심히 가르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의지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무엇인가에 열중하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은 아름다우며, 그것을 흐뭇하게 지켜보는 선생님의 모습도 역시 아름답습니다. 그 학기에 학생들과 정 선생님 모두 정말 행복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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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여성으로 변신하는 30가지 작은 습관
시마 카노코 지음, 김미정 옮김 / 주변인의길 / 2001년 9월
평점 :
절판


저는 20대에는 외모 꾸미는 데에 관심이 없었습니다. 마음 속에 무엇을 품고 있느냐가 중요하다는 조금 오만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20대 후반부터 외모에 대해서 생각이 변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스스로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사람들이 저의 겉모습에 대해 한마디씩 조언을 하는 것이 계기가 되어 제가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가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얻은 결론은 내면의 모습도 중요하지만 외모도 가꾸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은 외모지상주의는 아닙니다. 외면을 잘 가꾸는 것은 자신을 더 사랑하고 내면도 더 튼튼하게 다지는 것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변하기 위해서는 전문가의 조언을 듣는 것이 중요한데, 우연히 이 책을 보게 되었습니다. '멋진 여성으로 변신하는 30가지 작은 습관'이라는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책을 보게 되었습니다. 멋진 여성으로 변신하는 것이 옷을 잘 입거나 화장을 잘 하거나 성형수술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옷을 어떻게 입느냐, 화장을 어떻게 하느냐를 알려주는 부분이 있기도 하지만, 이 책에서 시마 카노코씨가 주장하는 가장 눈에 띄는 원리를 정리해 보라면 '젊으면 무게의 중심이 위로 가고, 늙으면 무게의 중심이 밑으로 간다'입니다.

이 원리가 처음에는 잘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이 말의 의미는, 나이가 들면 중력의 법칙에 의해 온통 힘이 아래로 당겨져서 어깨도 축 쳐지고, 머리도 앞으로 숙이게 되고, 눈도 아래를 향하고, 등도 오그라든다는 것입니다. 젊고 멋지게 보인다는 것은 사람의 실제 나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 무게의 중심을 위로 두는 것입니다. 늠름하게 등을 펴고, 머리를 들어 눈이 세상을 향하고, 어깨도 당당하게 핀다면 그 순간 다시 싱그러운 젊은이로 돌아오는 기분이 듭니다. 이원리만 안다면 여러 모로 적용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자, 여러분들도 거울을 한번 보고 자신의 등이 굽었는가, 입술이 아래로 축 쳐져 있지 않는가를 체크해 보십시오, 저는 제 책상 바로 옆에 창문이 있어서 수시로 저의 모습을 확인합니다. 너무 책상 앞에 수그리고 앉아 있다가 '저런' 하면서 다시 등과 배에 힘을 주게 됩니다.

한가지 더 눈여겨 볼 것은 '자신의 영역 축소로 정신의 노화를 방지한다'는 것입니다. 이 말의 의미는 책에 나오는 몇 가지 예를 통해서 알 수가 있습니다. 좁은 지하철에서 사람들 몸을 마구 부딪치면서도 자리를 차지하려고 애쓰는 사람, 사람이 앉아야 하는 좌석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짐을 떡하니 놓아두어서 다른 사람이 자리에 앉지 못하게 만드는 사람, 식당에서 큰 소리로 떠드는 사람 이런 사람은 공공의 영역에서 자신의 영역을 많이 확보함으로써 우리를 불쾌하는 만드는 사람입니다. 저자가 지적하기로 보통 나이 많은 사람들이 이런 일을 범한다고 합니다. 이런 사람을 저자는 '다른 사람 앞에서 긴장감과 위기감, 겸허함을 잃어버려서 이미 자신 이외의 것에 대해선 생각할 수 없는 상태가 된 사람'이라고 하였습니다. 나이가 젊을 때에는 그러지 않는데 나이가 들면 이렇게 되는데 자신 이외의 것은 생각할 수 없는 사람이 된다는 것이 참 무섭게 들립니다. 어디가서도 좀 편안해지려고 하는 제 자신에 대해 따끔한 충고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이 책의 내용을 정리하면 신체적 측면과 정신적 측면 둘 다에서 젊음이라는 것을 잃지 말아야 합니다. 일단 신체의 측면에서 몸을 최대한 직선으로 만들어 무게 중심을 위쪽으로 두어서 중력에 끌려 몸이 쳐지지 않도록 해야합니다. 그리고 이와 더불어 제게 더 큰 주의를 불러 일으킨 것으로, 이 책의 저자가 말한 자신의 영역 축소의 원리처럼 정신의 측면에서는 상대방에 대한 긴장을 늦추지 않고 상대방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으려고 배려를 잃지 않는 사람이 젊은 사람입니다. 우리 모두 젊고 싱싱하게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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