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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만에 흙집짓기 - 원형흙집짓기
고제순 지음 / 시골생활(도솔)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이 책만으로는 혼자 집짓기가 불가능하다. 조금이라도 실제로 몸을 움직여 배우고 경험을 쌓은 뒤에야 가능할 것 같다. 고제순 선생님이 운영하는 흙집학교에서 배우는 것이 가장 좋은 길이다. 그보다 내가 여기서 주목하는 것은 왜 스스로 집을 지어야 하는가이다. 고제순이 집짓기를 시작한 지점도 바로 여기다. 어느날 가만히 누워 생각해 보니 내 이 작은 육신을 먹이고 누이고 돌보는 일이 버겁다는 생각을 하였다. 고정적인 수입이 있어야 먹고 집을 구하고 건강을 돌보아야 하는데, 요즘 같은 시대에 안정적인 수입원를 구한다는 것을 소수에게만 부여된 특권이다. 게다가 모든 것을 돈으로 지불해야만 하는 것도 돈을 더 벌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먹을거리를 사는 것도 돈으로 해결해야 하고, 교육비도 돈으로 해결해야 하고, 집 특히 좋은 아파트를 구하는 것도 돈으로 해결해야 한다. 어릴 적 남들처럼 돈을 척척 못 벌어오는 아버님을 보면 무능하다고 생각했는데, 어느덧 내가 그런 무능한 사람이 된 것이다. 나는 비로소 사는 일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어디에 이 몸 하나 운신할 수 있을지 나는 이제서야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결론은 다소 어이없게도 흙을 낀 곳에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도시에 아파트에 살면서 도시의 분위기를 좋아하고 쭉 그렇게 살 것 같았지만 결국 나의 운신을 위해서는 도시 그리고 아파트는 안 된다는 것이다. 흙 위에 우리가 먹을 거리를 조그맣게 심고, 우리가 살 집을 짓고, 우리의 건강을 스스로 돌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고제순의 이 책 서론 부분에 동감하며, 흙집학교에 다녀오고자 한다. 내가 독립하여 자유인으로 살아가기 위한 작은 행보를 이 책에서 시작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