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골을 찾아서 샘터어린이문고 83
김송순 지음, 클로이 그림 / 샘터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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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골을 찾아서』라는 제목을 처음 접했을 때, 나는 할아버지의 숨겨진 보물을 찾아 떠나는 모험 이야기를 상상했다. 표지에 그려진 손에 닿을 듯 말 듯한 소년의 모습은 연약함보다는 오히려 강인함을 느끼게 했다. 이 소년은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을까 궁금해졌다.



이야기는 점차 사라지는 기억 속에서, 자신의 소중한 무언가를 꼭 찾아야겠다는 할아버지의 간절함으로 시작된다.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잘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화독화독, 보물보물"을 중얼거리는 할아버지. 나는 그런 할아버지를 보며, 보물을 찾아드리면 할아버지가 건강을 되찾을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 결국 보물을 향한 여정은 자연스럽게 '바람골'을 향해 나아가게 된다.



주민들의 "그곳에는 사람이 살지 않는다"는 말에도 불구하고, 소년은 포기하지 않고 바람골의 입구까지 다다른다. 바람골은 어떤 곳일까? 처음에는 어린 독자들에게 전쟁을 어떻게 그려낼까 걱정도 되었지만, 책을 읽는 동안 나 역시 바람골의 보물탐험대가 된 듯 이야기에 깊이 빠져들었다.
막내가 먼저 100페이지까지 읽고는 나에게 책을 권했다. 단숨에 마지막 장까지 읽은 나는, 이번에는 남은 부분을 막내에게 권했다. 그렇게 책은 우리 사이를 오가며 이야기의 흥미를 더 했다.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어린 시절의 전쟁 경험이 그 땅에 여전히 남아있다는 사실이, 보물찾기를 넘어선 아픔으로 다가왔다. 사람은 살아가고 또 죽어간다. 그러나 땅과 그 땅을 딛고 사는 사람들의 기억에는, 전쟁의 흔적이 깊숙이 남아 지울 수 없는 고통을 남긴다.



사실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 그리고 아이들 역시 전쟁을 '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이 책은 단순히 과거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전쟁을 몰랐던 우리에게도 조용한 질문을 던진다. '당신의 보물은 무엇인가'라고.



드디어 할아버지의 보물을 찾는 순간, 나는 깨달았다. 보물은 어쩌면 늘 우리 곁에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소중함을 알아채지 못해 더욱 간절해지지 않았던 것뿐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아이들과 함께 '우리의 보물 목록'을 작성해보는 활동을 추천하고 싶다. 보물이란 먼 곳이 아니라, 지금 우리의 일상 안에 있다는 것을 함께 나누고 싶다. 현준이와 종문(성문)할아버지의 연결고리 보물과 덕칠아재. 현준이가 '새 형', '더벅머리'를 이름으로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은 아픈 역사의 시간과 같다. 아픈 역사의 바람골이 아니라 웃으며 추억할 수 있는 바람골이 많아지기를 바란다.

​할아버지의 보물 덕분에, 나는 삶의 가장 참혹했던 순간을 글로나마 간접적으로 경험했다. 할아버지가 보물을 품에 안고 눈을 감는 장면은 오랫동안 마음에 남았다. 아프지만 감사한 순간이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곳곳에서는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또 다른 더벅머리와 새 형이 만들어지고 있는 현실 속에서, 우리는 역사를 잊지 말아야 한다.



『바람골을 찾아서』는 전쟁을 모르는 아이들에게, 기억해야 할 아픔과 지켜야 할 소중한 것을 알려주는 귀한 책이다. 많은 이들이 이 이야기를 읽으며, 잊혀진 보물의 의미를 다시금 새길 수 있기를 바란다.





샘터출판사 샘터 물장구3기 서평단으로 참여해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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