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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린 책, 산 책, 버린 책 3 - 장정일의 독서일기 ㅣ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 3
장정일 지음 / 마티 / 2014년 1월
평점 :
품절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3
책의 표지가 꽤 입체적이다. 제목과 어울리는 간결한 표지와 함께 내용 또한 정교하다. 게다가 이 책은 총547페이지로 꽤나 두껍기까지 하다. 2010년, 2011년 1,2권이 출간되었고 벌써 2014년에 세 번째 책이 출간되었다. 그러나 난 3권인 이 책으로 저자의 책을 처음 접한다. 책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책을 좋아하고 아끼는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그런 제목이다. 그들은 빌려서 보는 책, 구입해서 보는 책, 그리고 버린 책 등으로 구분하여, 본인의 취향에 맞게 다양한 방식으로 책을 본다. 이런 의미에서 사람들마다 책의 종류에 대한 선택과 결정여부는 자유롭게 달라지기 마련이다.
저자는 다독가이다. 그리고 장서가이자 애서가다. 그가 2011년도부터 2013년 동안 쓴 독서일기를 토대로 지난 3년 동안 한국사회가 어떤 일로 고민했는지를 돌이켜 살펴 볼 수 있다. 날짜별로 배치하되, 수많은 책 중에 왜 하필 그 시점에 그 책을 읽고 썼는지를 유추할 수 있도록 저자의 생각과 함께 엮어 놓았다. 발췌된 신문기사를 통해 한국사회의 사건과 자신의 서평이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거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동안 독서의 ‘쾌락’을 위해 써온 독서일기를 토대로 저자의 생각이 담긴 서평으로 구성 된 책이다.
이 책에서는 지난 3년 동안 우리나라에 있었던, 사회적인 문제들을 거론하고 언급함으로써 그 당시에 있었던 문제들을 되돌아 볼 수 있다. 그동안 우리의 삶에서 일어나는 사회적인 주요쟁점들이 책으로도 많이 출판되었고, 라디오 연설과 각종 신문들을 통해 우리나라의 문제들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책에서 나열한 그 예로는 청춘의 시급한 문제 청년실업, 그리고 경복궁 담장에 대한 논란, 한국 하우스 푸어의 급증, 연예계 데뷔 성추행 관련사건, 자본주의의 문제, 서울시장 당선, 소설가 공지영 샤넬백 헤프닝, 쌍용차 투쟁, 대통령 독도 전격 방문 등의 전반적으로 여러 분야의 사회적인 문제점들을 토대로 저자의 생각을 나름의 방식으로 잘 풀어놓았다.
예를 들어 우리에게 익숙했던 한 가지 사건을 그 당시에 출간되었던 책과 연결지어본다. 2011년 11월15일 한국일보에 기사화 되었던 “DJ DOC 전 멤버 박정환, 이하늘·김창렬 명예훼손 고소” 라는 타이틀로 시끌벅적 했던 뉴스를 기억할 것이다. 이때 당시에 출간되었던 <애도와 우울증: 푸슈킨과 레르몬토프의 무의식>이라는 책과 연관 지었다. 애도와 우울증이라는 이 책의 첫머리에는 ‘뭔가 억울하게 당했다는 느낌 없이, 모든 것을 빼앗겼다는 감정 없이 예술을 창조할 수는 없다.’라는 글로 시작하면서 특히 낭만주의의 예술에서는 예술가의 상실체험이 가장 큰 창작 동기가 된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 사건을 보고 한마디로 사족이라 한다. 신문의 기사화 되었던 사건은 즉, 박정환의 쓸데없는 군짓으로 도리어 잘못되게 함을 이르는 말이다. 자신이 퇴출당한이유가 옛 멤버들이 ‘박치’라고 했다는 말 때문이었다는 그는, 본인이 완벽한 애도에 실패를 했고 곧 그 애도는 우울증이 된 것이다.
여기서 애도와 우울증은 이렇게 해석 된다.
애도: 새 애인이 옛 애인을 완벽하게 대체하지는 못하지만 옛 애인의 형상을 차츰 철회한 끝에 아픈 만큼 성숙해진 경우다.
우울증: 옛 애인을 끝내 잊지 못하고 헤어진 옛 애인을 나와의 동일시 속에서 보존하는 경우다. 그 사람의 사랑을 얻지 못하고 그 사람에게 버림 받은, 못난 ‘나’이다.
생각보다 내용이 책의 두께만큼이나 무거웠다. 이 책을 이해하는 데는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 과거의 사회적인 문제와 쟁점들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서평이 쉬울 리가 없다. 그래서 그런지 내가 소화하는 데는 조금 역부족이었다. 아직 배경지식도 많이 부족하고, 책을 읽어나가는 지혜가 부족해서 일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누구도 아닌 우리 사회전반에 일어나고 있는 우리의 문제이다. 사실 한국경제와 사회에 문외한인 나에게 이 두꺼운 책은 위화감까지 느껴졌다. 그래도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제들을 알아야할 권리를 쥐고 있는 나에게 도전의 의지를 주는 책이다. 우리나라의 한 사람으로써 당연히 알아야 할 기본적인 문제들을 외면하고 있었던 건 아닌지. 한편으론 그런 내 모습이 부끄러웠다. 이 책을 통해서, 우리나라에서는 왜 과거 그 시기에 그런 책들이 출간이 되었고, 국민들에게 그러한 정보를 알리려고 했는지에 대해 조금은 올바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책을 이해하는데 어렵기는 했지만 그래도 한번은 읽어볼만한 책이라 생각한다. 아직은 나 스스로가 우리나라에 대한 애정 어린 관심과 여러 가지 배경지식이 부족한 탓에 견문과 지식을 쌓는데 더 노력이 필요할 듯싶다. 이 책을 통해서 2011년도부터 그간에 주목을 받았던 일들이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 다시 살펴볼 수 있었고, 무관심 했었던 우리 사회에 한 발짝 다가설 수 있었다. 어렵다고 피하지만 말고 부딪쳐본다면 자신의 의견과 비교해볼 수도 있고, 이렇게 저자의 서평을 통한 생각도 공유할 수 있다. 서평을 쓴다는 것은 책을 얼마만큼 잘 이해했고, 나의 생각을 얼마만큼 잘 표현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저자는 이러한 점에서는 물론이고, 우리나라 사회의 주요한 정보들을 토대로 제대로 된 서평을 쓰고 있는 분이 아닌가 싶다. 오랫동안 독서일기를 써온 저자의 시선과 가치관을 통해, 책을 많이 읽고 책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을 통해서만 들을 수 있는 새로운 독서지식을 얻을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