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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속눈썹에 걸린 세상 - 허허당 인생 잠언록
허허당 글.그림 / 북클라우드 / 2014년 2월
평점 :
그대 속눈썹에 걸린 세상
짧은 글이 긴 울림을 남기는, 허허당 스님의 통쾌한 삶의 지혜! 허허당 스님의 인생 잠언록.
새가 날개를 펴면 허공이 놀이터이듯 사람은 마음을 펴면 천하가 놀이터이다.
좋은 뜻을 갖고 있는 글이 아무리 길다고 해도 그 뜻을 제대로 담고 있지 못하면 소용없다. 그래서 난 촌철살인 같은 짧지만 강렬한 글을 선호한다. 긴 글 속에 담긴 메시지는 그 뜻을 알기도 어려울뿐더러 글 속에 담겨있는 주요 내용을 파악하기도 힘들다. 하지만 우리 삶에 깨달음을 주는 글의 대부분은 짧지만 확실한 메시지를 남긴다. 대표적으로 종교를 갖고 있는 분들이 그렇다. 그분들의 글을 읽어보면 아무래도 수행을 통해서인지 일반인들에 비해 좀 더 자유롭고 지혜로운 생각을 담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바쁜 하루에 익숙해져있는 현대인들에게 세상은 그리 바쁘지 않으니 쉬어가도 괜찮다는 말로, 우리에게 마음의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준다. 비교적 어렵게만 생각했던 인생살이를 그분들의 메시지를 통해 조금이나마 힘도 얻고, 지금보다는 여유롭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슬기로움도 얻을 수 있다.
책을 처음 봤을 때, 제목에 담긴 의미가 무척 궁금했다. 뜻을 알고 싶었고, 참 멋진 표현이라 생각했다. 그대 속눈썹에 걸린 세상이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책을 읽다보면 그대 속눈썹에 걸린 세상이라는 제목으로 첫 번째 그리고 두 번째 글이 펼쳐진다.
<그대 속눈썹에 걸린 세상1>
아무리 세상이 아름다워도
그대 마음이 아름답지 않으면 모두 헛것이다
살며시 눈을 뜨고
그대 속눈썹에 걸린 세상을 보라
모두 사랑하고 싶지 않은가
<그대 속눈썹에 걸린 세상2>
천천히 눈을 떠라
세상을 처음 보는 기분으로
너의 눈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신비롭다
그 눈으로 세상을 보라
그대 속눈썹에 걸린 세상
얼마나 아름다운가?
(p.54)
허허당 스님의 그대 속눈썹에 걸린 세상이라는 글을 읽어보면, 대강 어떤 뜻인지는 이해가 될 것이다. 눈을 뜨고 내 속눈썹에 걸린 세상을 바라볼 때를 참 멋지고 독특하게 표현했다. 세상은 매우 아름답고 신비로운 곳인데, 내가 사랑스럽게 바라보지 않는다면 모두 헛것이 되어버리는 무서운 양면성을 갖고 있는 그런 곳이다. 그렇기 때문에 세상을 얼마나 긍정적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우리의 마음 또한 달라진다.
이 책의 저자 허허당 스님은 해인사로 출가해 향훈이라는 법명을 얻었으나 “깨달음은 결코 찾아서 찾아지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비워버리면 스스로 찾아오는 것”이라는 깨달음 뒤에 ‘비고 빈 집’이란 뜻의 ‘허허당’으로 스스로 이름을 바꿨다고 한다. 허허당 스님은 출가 수행자이자 선화가이다. 책에는 선으로 된 그림이 많이 나오는데, 여기서 선화란 선을 주제로 하여 그린 그림이다. 그래서인지 붓을 이용한 선의 그림에서 여백의 미가 잘 느껴진다. 비록 그림과 글은 간결할지라도 깊이가 있고 여운이 느껴진다. 사실 그림에서 표현하고자 한 것이 무엇인지 잘 느낄 수는 없었다. 같은 모양의 그림이 매번 반복되고 있는 형태가 어떤 메시지를 남기고 있는 것 같기도 했으나, 그림을 보는 눈이 부족해서인지 무엇을 말하고 있는 건지 알 수 없는 그림도 몇몇 있었다. 그래서 한참 바라본 그림도 있었고, 그래도 모를 땐 글에서 깨달음을 얻었다.
팍팍한 인생에 한줄기 빛이 되는 글을 만난 것 같아 조금은 마음의 짐을 덜어낼 수 있었던 편안한 시간이었다. 짧지만 긴 울림을 주는 글을 통해, 우리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그리고 조금 더 나아가 결국은 우리의 인생을 낙관적으로 바라볼 때, 비로소 아름다운 마음과 여유로움을 얻게 된다. 허허당 스님에게서 얻은 삶의 지혜를 통해 인생을 그리 어렵게만 바라보지 말고, 즐기면서 놀다간다는 기분으로 마음만은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지는 않을까?
인생은 노는 것이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며 가슴 뛰게 노는 것이다
이 세상은 내가 놀기 위해 만들어진 것
무엇이 잘못되었는가? 노는 사람 앞에서
이 세상이 내 앞에 펼쳐져 있는 것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열심히 놀라는 것
다른 의미가 아니다
(p.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