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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로운 은재 ㅣ 사계절 아동문고 100
강경수 외 지음, 모예진 그림 / 사계절 / 2021년 5월
평점 :
나의 변하지 않는 철학이 있다.
'아이들은 싸우면서 큰다.'
2019년 말부터 시작된 코로나19로 많은 일상이 바뀌었다.
교실 속 아이들은 각자의 책상에서 각각 떨어진 외딴 섬처럼 고립되었다.
공존하고 함께 살아가기 위한 여러 가지 상황을 마주할 일이 줄어들었고
아이들은 화날 일도, 기뻐할 일도, 즐거울 일도 줄어들었다.
싸우면서 큰다고 생각하던 나의 철학은
싸울 수 없는 환경이 되자 당황했다.
아이들은,
준비물을 가져오지 못한 친구에게 준비물을 빌려주는 기회를 잃었고
준비물을 빌려 고맙다고 말해야 하는 법을 배우는 기회를 잃었다.
모둠활동을 할 때 어떻게 친구들과 소통해야 할지
축구를 하다 몸싸움이 일어나고 말다툼이 일어날 때,
쉬는 시간 신나게 놀며 친구들과 다툼이 생길 때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 지
다툼이 생긴 것을 보고 있는 친구들은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지.
아이들은, 그 나이에 자연스레 배워야 할 것을 배우지 못하고 있었다.
지난해, 나는 코로나19로 정상적인 수업이 힘든 교실에서 나는 아이들에게 어떤 것을 가르칠 수 있을까?
지금 이 시기에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우리 아이들이 어떤 것을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할까?
라는 질문을 1년 간 고민했다.
다행히도, 이 고민은 나만하고 있지 않았다.
13명의 어린이문학계 동화작가님들께 사계절이 물었다.
지금, 오늘의 어린이들에게 어떤 사람, 어떤 사건, 어떤 시공간이
자신을 이전과 다른 '나'로 만드는 계기가 될까요?
사계절아동문고 100권 기념을 맞아, 13명의 작가가 응답했다.
저마다의 생각이 담긴 13개의 메세지들이 이야기가 되어 날아왔다.
사계절 아동문고 100_'정의로운 은재' 속에 6개의 응답을,
사계절 아동문고 101_'다이너마이트' 속에 7개의 응답을 실었다.
다이너마이트는
이 시기를 이겨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조금 더 위로가 되는 느낌의 책이라면,
그 중 '정의로운 은재' 라는 책은
이야기를 읽고 아이들과 토론 거리가 가득한 책이다.
정의로운 은재의 이야기를 읽으며 '정의'가 무엇일지,
열린 이야기 결말 속 뒷이야기는 어떻게 될지.
그날 밤, 홍이와 길동이 이야기를 읽으며
부모님을 따라 떠날지, 혼자 남아 일상을 구할지 선택하기,
'주체적으로 사는 것'에 대하여 이야기 나눠보기.
골목이 열리는 순간 이야기를 읽으며
마법 같은 일에 대해 이야기 해보기.
살아 있는 맛을 읽고
함께 동물 복지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기
손톱 끝만큼의 이해를 읽고
세대 간의 갈등이 원인과 해결 방법은 무엇일지 고민해보기
바이, 바이를 읽고
소년이 마지막까지 지키려던 것은 무엇일지,
나라면 어떤 것을 지키려고 했을지 고민해보기
이러한 부분들을 책을 읽고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 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고 있지만
델타 변이 사건으로 인해 다시금 긴장하는 이 시점에서
'우리의 삶의 변곡점에서 무엇이 우리를 자라게 할 수 있을까'
라는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사계절이 준비한 6명의 작가의 이야기들을 통해
던진 질문에 답을 해본다면, 해결의 열쇠의 방향을 어렴풋이 알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