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봐
최민지 지음 / 창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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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와 등을 기대어 있어 본적 있나요??
서로 등을 기댄 다는건 서로 진심으로 믿는 다는 의미예요
내가 혹은 상대가 힘 조절을 제대로 못하면
둘다 벌러덩 누워 버릴 테니까요~
친구라는건 이렇게 걱정없이, 맘껏, 편하게 기댈 수 있는 사이가 아닐까요?

최민지님의 그림책 나를 봐는 표지부터 눈에 띕니다
서로를 바라보는 두아이
그들의 눈동자에 비치는 친구의 얼굴~

두 아이의 얼굴을 보면 위의 아이는 뭔가 불만이 있는 듯하고
아래의 아이는 궁금함과 놀람이 가득해 보입니다.
그런데 눈동자속 얼굴을 가만히 보세요~
둘다 미소를 짓고 있어요~

표지를 펴면 많은 사람들 속의 두아이가 걸어갑니다.
둘은 친구가 될 수 있을까요?

외롭고 마음이 아파도
위로 해주는 친구가 있다고 말해주는~
그림이 너무 제 스타일인~
진정한 친구에게 외치는 사랑스러운 주문 "나를 봐"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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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페이지, 나를 사랑하게 되는 독서의 힘
변은혜 지음 / 굿웰스북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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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이 저와 같은 40대 아이키우는 엄마이기 때문일까요? 읽는 내내 너무 공감이 됐어요

왜 결혼하고 똑같이 직장 다니는데 나는 집에서 쉬지도 못하고 육아에 살림에... 몸이 열개라도 모자란 기분...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내가 왜 이런 불평등을 감소해야 하는지 하루에도 열두번씩 속에서 부하가 치밀어 오를 때의 분노...셋째를 낳을때 회사를 그만두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하염없이 흐르던 눈물... 그땐 왜 눈물이 이렇게 나는 걸까 싶었는데 아마 상실감이었겠죠. 이제 나는 아무것도 아닌가? 하는 그런 기분....

작가님은 20대, 30대, 40대 때마다 상처나 분노를 책으로 이겨냈다고 해요~ 저도 그랬던것 같아요. 아이에게 젖을 먹이면서도 그 긴시간이(기본 40분) 너무 아깝고 나는 뭔가 하는 생각에... 책을 읽으면서 수유를 했을 정도이니까요~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다고 생각하는 편이었다. 이유는 나만의 확고한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생각의 게으름 때문이다. 사고의 훈련이 부족하면 자신만의 기준, 삶의 철학이 흐려지고, 타인이 정해주는 경로에 내 자신을 쉽게 내어 맡긴다. 생각의 수고 없이 사는 것이 편할 수는 있겠지만 내 인생은 내것이 아니라 다른이의 것이 쉽게 될 수 있다. 45p

통제 할 수 없는 것을 바꾸려 자신의 자원을 낭비하지 말라. 통제 할 수 있는 것을 바꾸어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당신의 인생을 변화시킬 수 있다. 90p

한가지 독서법으로만 읽는 것은 한가지 재료로 하나의 레시피로만 먹겠다는 것과 같다. 준비된 다양한 장르의 책들을 시간과 속도, 목적에 따라 다양한 독서법을 활용해서 신나게 읽어보자 215p

독서는 실천으로 완성된다. 내 삶에 변화를 주지 않는 책 읽기는 100권이든 1000권이든 소용없다. 243p


얼마전 읽은 독서관련 책은 너무 읽고자 하는 초보자용 기준이라 나에겐 맞지 않았다. 이 책은 나처럼 책을 어느정도 읽은 사람에게 꼭 맞는 책이다. 책을 읽으면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야 읽었다고 생각하는 나에게, 꼭 완독해야 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는 큰 부담을 떨꿔주는 이야기였고, 소개해주신 여러가지 독서법이 나에겐 꾀 많은 도움이 되었다. 챕터마다 있는 명언 한구절은 이 책의 또 다른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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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왜 사라졌는가 - 도시 멸망 탐사 르포르타주
애널리 뉴위츠 지음, 이재황 옮김 / 책과함께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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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가 모이고 번성하여 문명의 중심이었던 도시들은 왜 사라지게 되었을까?그 해답을 찾아 수년동안 사라진 도시의 흔적을 찾아다닌 탐사 르포르타주!


<도시는 왜 사라졌는가>는 인류 과거의 비극에 관한 이야기고, 그것은 죽음에 관한 이야기다. 그러나 그것은 또한 상실로부터 회복하는 일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중략)

오늘날 우리는 세계의 여러 도시에서 우리 조상 도시인들이 직면했던 것과 똑같은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중락)

우리가 21세기에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 한다면 우리 지구 전체의 모습을 바꾸어 놓을 어떤 유해한 도시 생활이 확산할 위험성이 있다.(중략)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오래전의 역사가 도시와 그를 둘러싼 자연환경의 소생에 무엇이 필요한지 보여줄 수 있기를 바란다. 결국 우리는 우리의 잘못으로 가장 좋은 방법을 배운다.(프롤로그)



1. 차탈회윅 - 출입구

9000년전 신석기 시대에 건설됐다. 수십만년 동안 유목 생활을 하던 인류는 이즈음 농경생활에 들어갔다. 서기전 제 6천년기에 중반에 가뭄, 사회 구조 문제, 도시 구획 자체 문제등으로 도시를 버리고 떠나 새로운 형태의 도시를 찾지 않고 다시 마을 생활이나 유목 생활로 돌아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차탈회윅은 출입구가 옥상으로 나있고 아래로 내려가는 구조로 되어있다. 이들은 가까운 가족이 죽으면 침대와 방바닥 아래에 시신을 묻었다고 한다. 유골을 어떤 금기나 불결한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과 집에 함께 하는 것으로 본것이다.


농사는 도시를 지탱하게 했고, 도시는 농사를 가능하게 했다. 이런 상호 관계에서 도시 생활이 탄생한 것이다. 디도는 농사를 도시 생활의 일부로 간주했을 것이다(72p)


차탈회윅 시기의 도시는 지금의 시골과 비슷한 것 같다. 유목생활을 하던 인류가 정착을 했으니 지금의 도시와는 조금 다른 의미인 듯하다. 현대의 도시는 개인화의 개념이 큰 반면 그 당시의 도시는 공동체 개념이 주를 이룬다. 정착을 통해 도시를 이룸으로써 공동체 내에서의 기술 발전등 더 나은 삶이 가능해졌다.


2. 폼페이 - 거리

서기 79년 베수비오산 분출뒤 화산 재 속에 깊숙히 묻혔다.

도시가 딱딱하게 굳은 재 아래 온전하게 보존돼 있었기 때문에 화려한 신전 봉헌물에서부터 구매자를 위한 가격표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보존 될 수 있었다. 위 그림도 굉장히 디테일하게 표현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폼페이의 특징은 거래의 소매점 '타베르나'다 조리한 음식, 포도주 빵등을 판매했는데 160개 이상이 있었다고 하니 가히 '폼페이의 소매혁명'이라고 부를만 하다.


폼페이 파괴에 대한 로마인들의 침묵은 이 분출이 얼마나 충격적이었는지에 대한 가늠자로 생각할 수 있다. 로마를 파괴한 여러 화재와 공화국을 강타한 전쟁들과 달리 이는 돈이나 인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재난이었다.(164p)


3. 앙코르 - 저수지

앙코르는 1100년 전에 백만 가까운 주민, 관광객, 순례자가 모여드는 세계 최대급의 대도시였다. 앙코르는 폼페이가 단 하루에 겪은 재난을 아주 천천히 당했다. 이곳은 백년 동안 홍수 같은 환경 재난으로 인해 도시 주민들 대다수가 살 수 없는 곳이 됐고, 도시의 생명선인 수로망을 재정비 할 수가 없어 소멸의 길을 걷게 됐다.


지나고 보니 분명한 것이었지만, 그것은 너무 늦었다는 생각이 들기전까지는 아무도 알아차릴 수 없었던 점진적인 재앙이었다.(182p)

조금 정도가 약한 앙코르의 파국 속에서 우리은 정치 불안이 기후 재난과 겹쳤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직접 볼 수 있다. 그것은 현대 세계에서 도시들이 겪고 있는 것과 오싹할 정도로 비슷해 보인다. 그러나 우리는 크메르 문화의 융합과 생존의 극적인 역사 속에서 똑같이 강력한 무언가를 볼 수 있다. 바로 심각한 고난에 처한 인간의 회복력이다.(183p)

거대한 도시 기반시설 사업이 모두 그렇듯이, 앙코르의 운하와 저수지 시설은 거듭, 그리고 떠들석하게 실패했다. 이는 도시가 어떻게 생태계를 만들고 파괴할 수 있는지에 관한 교훈적인 이야기다.(200p)


작가의 말처럼 현세에 도시들이 겪고 있는 문제들과 너무 비슷한 것을 보면서 지금처럼 환경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이때에 섬뜩한 느낌마저 들었다. 앙코르의 운하와 저수지 시설의 실패는 마치 우리나라 4대강 산업을 보는 듯하다.


4. 카호키아 - 광장

900년에서 1300년 사이에 카호이카는 위스콘신에서 루이지애나에 이르는 미시시피강 유역의 도시와 마을들을 묶어준 사회 운동이자 영적 운동이었던 '미시시피'문화의 중심지였다.

카호키아인들은 한 시설을 다 사용하면 하나의 의식으로 그 운명을 봉인한다. 이런 의도적 폐기 의식은 주거 구역 전체로 확대되기도 했다.


광장은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장소다. 운동 경기를 보거나 설교를 들을 수 있다. 이것들이 카호키아 사회를 규정했다.(259p)

카호키아인들에게 도시의 폐기는 실패나 손실이 아니었고 오히려 예측된 도시 생명 주기의 일부였다(260p)

카호키아인들은 의례를 통해 이전 집의 바닥을 봉하고 바로 그 위에 새로운 집을 짓는 것을 좋아했다(279p)


도시의 멸망 이야기를 읽으면서 정말 역사는 반복되는구나 하는 생각을 다시 한번 했다. 지금도 정치적인 이유로 혹은 개인의 부를 위해 개발이라는 이름하에 자연이 마구 회손 되고 있다. 이러한 난개발로 이상기후가 나타나고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도시도 언젠가는 옛 도시들 처럼 사라져 버릴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우리에게 이러한 질문을 던진다.


여러 현대 도시에서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기후 변화와 정치 불안정의 조합은 우리가 전세계적으로 도시를 버리는 시기로 향하고 있음을 시사한다.(중략)

그러나 역사에서 무언가를 배웠다면 몇몇 도시가 사라졌다고 해서 세상이 지옥으로 떨어진다는 의미는 아님을 알 것이다. 우리는 도시의 종말 이후에도 살아남을 것이다. 그 많은 사람들이 차탈회윅, 폼페이, 앙코르, 카호키아를 버린 이후에 그랬듯이 말이다. 문제는 이거다. 우리가 다음에 어떻게 할 것인가?(에필로그)


우리가 다음에 어떻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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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인의 위대한 패배자들 - 한니발부터 닉슨까지, 패배자로 기록된 리더의 이면
장크리스토프 뷔송.에마뉘엘 에슈트 지음, 류재화 옮김 / 책과함께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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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서 추락까지는 단 한 발짝이다" 패배의 그늘에 가려진 13인의 진실을 만나다 영광의 정점에 올랐다가 지옥 같은 암흑세계로 떨어진 두명의 여성과 열한명의 남성의 이야기!! 한때 위대하다 일컬어졌던 이들은 패배자가 되어 추방을 당하거나 유형을 떠나거나

암살되거나 자살했다. 비록 실패했지만, 자기 길을 똑바로 걸어갔던 이가 승자들이 지어낸 어두운 전설 때문에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할 때도 있다. 역사는 대부분 이런 식이다.  (서문 中)


어릴때부터 워낙 역사에 관심이 없었다보니, 역사책을 읽을 때 가장 먼저 책에 나오는 사건을 일단 검색을 통해 사전 지식을 어느 정도 갖고 읽어야 한다. 하지만 그러한 노력도 근대에나 좀 통할 뿐 중세, 고대등의 이야기는 도저히 집중이 안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13인의 위대한 패배자들'은 다양한 시대의 다양한 인물이 나오다 보니 찾아 볼 사전 지식도 많고 미리 좀 보고 들어가도 도통 집중이 되지 않아 읽는 것이 참으로 힘들었다. 역사에 관심이 많고 지식도 많은 사람이라면 정말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인데.... 나는 언제쯤이면 역사서적을 편히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까.....


그중에서 가까운 과거라 이해가 쉬웠던 '리처드 닉슨'에 대한 내용을 요약해 보았다.


459p

제 37대 백악관 입주자는 미국의 위대한 대통령 중 한 사람이었다. 국내에서는 빈민과 흑인에게 가장 관대한 사회 정책을 폈다. 대외적으로는 베트남 전쟁을 종식시켰다. 마지막으로, 특히 외교에서 주도권을 잡고서 중국공산당을 직접 만나 25년간의 냉전 체제를 끝냈다.  


이렇게 위대했던 그가 추락의 길로 들어선 것은 그 이름도 유명한 '워터게이트 사건'

워터게이트 사건은 1972~1974년에 미국에서 일어난 최대의 정치스캔들로 대통령이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스스로 물러난 미국 역사에 길이 남을 대사건이다.

1972년 워싱턴D.C 워터게이트 호텔의 민주당 사무실에 도청 장치를 설치하려던 괴한 5명을 현행범으로 체포된다. 체포된 범인들은 끝까지 단순 절도임을 주장하였으나 닉슨 대통령의 재선위원회 실무자이던 하워드 헌트가 개입되 있었다. 단순절도 사건이 아니라는 의혹이 커지자, FBI가 직접 수사에 착수했고, 닉슨은 CIA에 FBI의 사건 수사를 방해하고 최대한 은폐하라고 지시했지만, 잘 되지는 않았다.

대통령 집무실에 녹음장치가 설치되어있고 닉슨이 사건의 은폐 공작에 관여하는 내용이 녹음되어있다는 증언으로 녹음테이프 제출을 요청했지만, 닉슨은 '행정 특권'을 이유로 들어 거절한다. 닉슨 대통령은 테이프를 제출할 수 없다며 워터게이트 도청을 조사하던 청문위원회를 와해할 목적으로 특별검사를 해임하기로 마음먹고 법무부 장관에게 특별검사를 해임할 것을 명령하지만 법무부 장관은 명령을 거부하고 사임한다. 닉슨은 이번에는 장관 대행을 하게 된 부장관에게 해임을 명령했지만, 부장관도 명령을 거부하고 사임한다. 결국 장관과 부장관 모두 닉슨의 명령을 거부하고 사임하자 대행의 대행이 된 법무부 서열 3위 송무차관까지 해임명령이 내려왔고, 결국 특별검사는 해임된다. 토요일 단 하루만에 닉슨의 수사방해 때문에 특별검사가 해임당하고 법무부 장관과 부장관이 사퇴한 초유의 사태를 두고 토요일 밥의 대학살이라고 부르게 됐고 미국인들은 닉슨에게서 등을 돌렸다.

결국 녹음된 테이프를 제출하게 되고 닉슨이 개입한 일이 확인되면서 탄핵직전까지 몰리게 되고, 탄핵이 가결되기 하루 전날 닉슨 스스로 자진 사퇴를 한다.


p. 493~494

세월이 흘러가면서 이 '배척자'는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혔다. 그러나 배척자는 신탁으로 부활한다. 그의 외교적 비스타(통찰력, 감각)를 이유로 점점 더 그의 견해를 원하고 그의 말을 경청하는 사람이 늘어난 것이다. (중략)

워터게이트 사건 20년후, 그간 페스트 환자 취급받던 그가 이제는 정치의 베테랑이자 현자로 통한다. 1994년 4월 27일, 그의 장례식에 현직 대통령 빌 클린턴을 비롯해 생존한 전직 대통령 거의 모두가 참석했다.(중략)

위대한 미국 대통령 중 한 사람으로 그를 다시 복원하는 듯한 이 최후의 이미지는 매우 인상적이다


만약 워터게이트 사건이 터졌을때 처음부터 잘못을 인정하고 대국민 사죄를 했다면 그의 인생이 조금은 달라졌을까? 정치의 현자로 퇴임이후의 삶 내내 존경받는 사람으로 살 수 있었을까?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을 생각해보면 퇴임이후 본인의 잘못이든 가족의 잘못이든 재판을 받지 않은 분이 있나 싶다.(있나요???) 한 나라를 이끄는 수장으로서 쉽지 않은 삶이라는 건 알지만, 작은 흠도 없는 무결점의 인간상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그저 퇴임후 법적인 추궁을 당하지 않는 그런 대통령이 한번 쯤은... 언젠가는 나오시길 바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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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 간첩단 조작 사건
황병주 외 지음 / 책과함께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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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6월 14일 강원도 삼척에서 농약을 치던 진항식과 부인 윤정자,
다음날 진항식의 고종사촌 형 김상회가 영문도 모른채 낯선 자들에게 잡혀갔다.
그로부터 6월 21일까지 1주일 사이에 총 19명이 체포되어 남영동 대공분실과 강원도 대공분실에서 최장 38일간 잔혹한 조사를 받게 된다.

치안본부는 이들을 간첩단으로 보고 재판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어 진항식, 김상회 사형, 나머지 피고인들에게는 무기와 유기 징역형을 선고했다. 추후 사형당한 김상회의 딸 김순자와 진실화해위원회의 노력으로 2013년 재심청구를 했고 2016년 대법원은 전원 무죄라는 최종 판결을 내렸다.

전쟁 당시 인민군 점령하에 강원도 삼척 지역에서 부역행위를 한 것으로 알려진 진충식, 진현식 형제가 인민군을 따라 월북한다. 그중 진현식이 1965년과 1968년 남파되어 모친을 모시고 있던 동생 진항식을 찾아왔고, 이에 모친과 동생 그리고 가족들이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돌아온 피붙이를 보호한다. 그런데 북한으로 복귀하던 중 부상을 당한 진현식이 인근에 살고 있던 고종사촌 형 김상회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하여 그의 가족들까지 연루되면서 이 사건의 얼개가 그려진다.(13p)

한국현대사는 이렇게 평범한 사람들이 어느 날 갑자기 사회에서 증발하듯 사라졌다가 방대한 분량의 수사기록과 함께 간첩이되어 나타나는 경험들을 수없이 반복해왔다.(20p)

삼척 간첩단 사건은 비민주적인 국가체제가 잔혹한 폭력의 주체였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건 중 하나다. 그것은 민주주의, 인권, 사법정의 같은 가치의 소중함을 여실이 보여준다. 또한 이 사건은 평범한 사람들의 생활세계에 대한 국가의 전면적 침투를 잘 보여준다는 점에서 중요하게 기억될 필요가 있다.(127p)

새삼 참 좋은 세상에 태어났다는 생각을 한다.

남북간 이념적 갈등으로 말 한마디만 잘못해도 간첩으로 몰리던 그 시절...
이들은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고 나와서도 제대로된 사회생활을 할 수가 없었다. '간첩'이라는 낙인은 항상 따라다니고, 보안관찰이라는 명복으로 형사들이 늘 주변을 어른거렸다.

만약 그 시대에도 지금처럼 인터넷이 발달해 있었다면 어땠을까? 억울함을 호소할 곳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말도 안되는 간첩혐의를 받고 고문을 당해 거짓 진술을 하게 했습니다.' 하며 국민청원에 글을 올렸다면 어떻게 됐을까?

삼척 간첩단 조작 사건이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짓밟는 국가폭력'이라는 결론을 내린 이 책에서, 재심 청구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김순자의 말이 계속 뇌리에 남는다.

아버지 어머니는 북에서 내려온 그 사람한테 밥을 해준 게 죄다, 해서 붙잡혀 갔는데, 아니 자기 형제를 밥 안 해주면 그게 죄지, 패륜이죠(14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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