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머의 세상
주원규 지음 / 새움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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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하지 않은 지역 조정으로  8학군에 속하는 바람에 유명하단 강남의 고등학교에 다니게 된 우빈은 자신과 같은 처지의 어릴 적 친구들과 함께 지호란 친구의 거짓말에 속은 학교 측으로부터 제학처분을 받고 친구들과 지호가 있는 타워팰리스 B동의 집으로 그를 혼내주기 위해 향한다.

 

유빈의 배다른 누나인 세영은 아빠 현수의 빛을 갚고 다시 복학하기 위해서 마트에서 비정규직도 아닌 용역업체에서 파견나온 사원으로서 힘든 생활을 해 나간다.

 

세영의 새 엄마이자 우빈을 데리고 온 지수는  세영의 할아버지, 지금은 별거중이지만 남편인 현수의 아버지이자 시아버지, 치매에 걸린 최인보를 쪽방에 모시고 살면서 타워팰리스 C동에 근육무기력증으로 고생하는 정여사의 간병인으로 살아간다.

 

남편 현수는 사업이 망하고 빛더미에 오르자 테헤란로에 있는 회사의 경호업체 부장으로 일하다 하루 아침에 일방적 해고를 통보받고 직원들과 농성을 벌이고 있는 것이 벌써 여러 개월째-

 

생계를 위해서 어쩔 수없이 시아버지를 바깥 문에 자물쇠를 잠그로 출근해야 하는 지수는 집에 들어오지 않는 우빈, 남편 현수, 딸 세영과 함께 시아버지 생신을 맞아 행복했던 지난 날 약속하던 그 장소에 모두 모이기로 하자는 전화를 걸어보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응낙을 받아내기 어려운 버거운 삶이다.

 

이렇듯 이 가족의 모습은 무거운 한 숨이 절로 나오게 한다.

 

하우스푸어니, 워킹푸어니 모두 이런 말들은 이들에겐 사치에 해당하는 말이다.

 

돈 있고 권세있는 사람들이 남용하는 힘 앞에서 자식의 한 마디로 온 학교를 들어놨다 하는 강남학부형의 세태, 비정규직이라도 좋으니 이번 만은 제발 자신이 바라는 대로 마트에서 장기 일할 수있길 바라는 세영에게 직위를 이용해 세영에게 접근하는 지저분한 상사, 지호의 집에 들어갔지만 친구 석구의 지나친 행동 저지를 막다 자신도 모르게 살해해버린 우빈, 화장실을 간다는 말 한마디에 열어주다 집을 나가버린 할아버지, 해고의 정당성에 대한 이유를 들어보고자 하는 현수의 몸부림-

 

이 모든 일들을 뒤로하고 이 가족들이 겪는 세태의 고민들과 방황 속에서 해결책은 무엇을 먼저하고 뒤로해야할 지 결정할 수없는 그야말로 막막함이다.

 

막다른 골목길에 다다르면, 사람들은 극단적인 생각을 하기 쉽다 .

이들 가족도 그렇다. 세상 모두가 변해버려서 전혀 다른 세상으로 바뀐다면 지금보다야 나아지지 않을까?

 

그런 일이 정말 생겨버린다.

바로 강도 9.0에 해당하는 지진-

타워팰리스가 엿가락처럼 휘어지면서 우빈이 겪는 사투, 정여사를 도저히 모른 채 할 수없었던 엄마 지수의 탈출, 비록 미운 사람들이지만 20층에서 구해달라는 고위층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뛰어든 현수의 행동은 극도로 불안에 떠는 상황에서도 가족들을 생각하게되고 휴대폰을 연일 연결하려는 몸부림 속에 비로소 가족간의 정을 그리워하게 되는 과정이 애잔하게 그려진다.

 

성산대교의 무너진 모습, 119의 모습처럼 무너져버린 모습의 아파트와 그 뒤로 자연의 현상으로 산이 무너지면서 흙으로 매몰되가는 섬뜩한 모습이 현장감있게 그려진다.

 

 열심히 살고자 했으나 끝이 보이지 않는 일반 서민들의 힘든 모습을 투영하고 있기에 비단 소설이라 할지라도 작가의 세심한 생활포착의 모습들이 잘 표현되고 있다.

 

딸과의 통화, 아들과의 통화 속에서 자식과 부모간의 많은 말은 필요없지만 느낄 수있는 모든 인간들의 감정인 후회와 안심의 말 한 마디 속에 어쩌면 우빈이나 세영이도 그런 위안을 서로가 서로에게 주고 받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지긋한 생활일지도 가족끼리는 서로 같이 있어야함을,  모든 것이 뒤바뀌길 바라지 않는 맘을 비로소 자연의 위대한 경고를 통해서 알게 된 사실이 이 가족들을 소설 속에선 하나의 대표로 표현되고 있을 뿐, 실제 이 소설을 읽노라면 지금의 내 가족간의 구성과 대화를 생각해보게 한다.

 

저 너머의 세상에선 마냥 행복할 것 같지만 현재의 이 세상 자체가 행복, 그자체임을 새삼 깨달아가는 과정이 안타까움 속에 이뤄지고 있기에 마냥 소설 속 이야기라고만은 할 수없은 어떤 아련함이 다시 전해져오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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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아내 - 상처와 기만 집착으로 얼룩진 사랑
로버트 굴릭 지음, 공보경 옮김 / 팩컴북스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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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년 위스콘신 주에 사는 랄프 트루잇은 쉰이 넘은 나이에 이미 20여 년간 홀로 외로이 살아가고 있다.

 

젊은 시절 방탕에 젖은 생활을 하다 이탈리아에서 에밀리아란 여인을 만나게되고 결혼하면서 딸 을 낳고 아들을 낳았지만 딸은 병으로 죽고, 아내가 피아노 선생과 바람을 피윘단 것을 알고 내쫓는다.

 

그런 생활이 20여 년간-

마을의 유지로서 부족할 것 없지만 이내 외로움을 느낀 그는 신문에 아내를 구한단 광고를 내고 자신이 단순하고 정직한 여자란 설명을 곁들여서 사진을 보내 온 캐서린이란 여인을 아내로 맞는다.

 

비밀에 쌓인 채 간간이 자신의 자라 온 환경을 얘기해 주는 그녀에게 랄프는 어릴 적 집을 나간 아들인 안토니오를 집으로 데려와 줄 것을 부탁하게되고 캐서린은 그런 그의 부탁으로 세인트루이스에 있는 아들이 있다는 곳으로 향한다.

 

그 곳에서의 두 사람과의 만남은 결국 집에 오게 하려한 계획을 뒤로 접어둔 채 다시 돌아온 캐서린은 랄프를 서서히 죽이기위해 천천히 비소를 사용하기 시작하고 이를 알고는 있지만 비로소 따뜻한 가정의 품이 무엇인지를 캐서린을 통해 알게 된 랄프는 이를 거부하지 않은 채 마시길 마다 않는다.

 

안토니오와는 또 다른 품성을 가진 랄프를 대하는 캐서린 또한 마음에 양심을 느끼고 계획을 수정, 그를 살려내게 되면서 작은 행복을 느껴가지만 안토니오가 집에 온 순간 긴장감을 고조가 된다.

 

 

일명 철면피를 두른 두 남녀의 재산 가로채기 계획으로 시작된 음산하고 우울하고 눈과 바람이 연신 날리는 외떨어진 위스콘신 주의 한 부호 남자와 그를 둘러싼 자신의 아들은 아니지만 아들임을 인정하고 그를 받아들여 자신의 뒤를 잇게 하려는 회한의 부정을 내보이는 랄프, 그의 마음을 이용해 서서이 죽여 안토니오와의 밝은 미래의 청사진을 꿈꾸었던 캐서린이란 여인간의 심적인 욕망, 치정에 얽힌 인간의 끝없는 욕심과 복수, 그리고 죽음, 용서를 그린 소설이다.

 

미국 대도시의 몸을 팔아 살아가던 캐서린이란 여인에겐 아무 쓸모는 없었지만 미래의 담보가 확실한 안토니오란 연하의 남자가 있음으로 해서 이 지긋지긋한 삶을 마감하고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으로 랄프란 남자와 아무런 감정도 없이 그를 속이고 결혼을 하지만 점차 랄프란 사람이 20년간 외로움과 고독에 쌓인 심정을 고백함으로서 보인 그의 진실된 맘에 캐서린도 동화가 되어가는과정이 캐서린 자신이  갈등을 느끼는 부분과 또 다른 욕망인 부의 삶을 원하는 양 갈래길에서의 고민의 행동이 상반되게 보여진다.  

 

그런 두 사람의 관계를 지켜보는 안토니오의 어긋난 아버지에 대한 복수심과 캐서린이 변한 맘을 돌리려고 한 행동 모두가 극에 치달은 불행을 자초하지만 소설 속에서 나오는 말처럼 이 모두가 사람들은 또 그렇게 살아가기 마련인 것이다.

 

그녀의 과거 행적과 안토니아와의 관계를 모두 안 랄프의 행동은 언뜻 이해하기도 어려운 면도 있고 그녀와 안토니아와의 깨끗지 못한 관계 청산의 과정도 이해를 하기엔 어렵지만 겨울을 거쳐 봄에 이르기까지 그 세 사람이 겪어야했던 감정의 소용돌이 속엔 인간사의 세상사엔 결코 쉽지만은 않은 인생의 여러가지 애증을 보여준 작품이 아닌가 싶다.

 

작가의 첫 작품으로 크게 유명해진 작품이라고 한다.

 

세 사람간의 보이지 않는 심리전과 갈등, 그리고 결실의 과정이 1907년에서 1908년대의 미국의 삶 모습을 그리고 있단 점에서 배경만 다를 뿐 근본적으로 인간이 가지고 있는 원초적인 욕망의 모습이 잘 표현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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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번의 시선 1 모중석 스릴러 클럽 2
할런 코벤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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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검사보 스콧 덩컨은 생면부지의 죄수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을 받고 그로부터 자신이 죽인 사람들 중에 스콧의 누이인 , 제리를 죽였단 말을 듣게된다.

 

3개월 후-

화가인 그레이스는 가족사진현상을 맡긴 사진가게에 사진을 찾으러 가게되고 사진들 중에서 처음 본, 남녀가 섞인 오래 된 사진이 끼여있음을 발견한다.

그 사진 속엔 젊은 시절의 남편얼굴로 보이는 잭의 모습과 함께 그를 쳐다보는 , 한 여인이 있었으며, 그 여인의 머리 위로 금이 그어진 상태의 표시가 있음을 알게된다.

 

퇴근 후 도착한 잭은 그 사진을 보게되고 이후 집을 나서면서 연락이 끊기게되고, 그레이스는 남편을 찾기위해 그의 누이를 찾아가는 일부터, 자신이 보스턴의 대학살이라 불린 지미 엑스가 소속된 밴드의 공연에서 누군가 총을 난사함으로써 군중들이 광란의 아수라장이로 변한 당시의 피해자로 다리를 절면서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을 뒤로하고 그 당시의 현장에서 아들이 죽은 슬픔을 갖고 있던 마피아계의 인물인 베스파의 도움까지 받게되는 상황으로 번진다.

 

여기에 남편을 끌고 간 북한출신의 에릭 우가 자신까지 납치하면서 그간 그녀와 스콧의 만남으로 이어진 사건의 본 실체를 파악해나가는 과정이 긴장감을 조이면서 시종 독자들의 눈을 현혹시킨다.

 

 이 작가의 큰 특징이라고 한다면 결코 영웅을 내세우지 않는단 점이다.

 

일개 평범하기 그지없는 그레이스만 해도 그렇다.

자신의 아픈 트라우마를 지닌 채 새로운 인생을 사는 그녀에게 잭이란 사람과의 사랑과 결혼의 생활은 보통의 가족들이 누리고 사는 그런 삶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한 장의 낯선 사진 때문에 모든일이 뒤죽박죽이되고 자신이 기억하고 있던 과거의 일이 사건의 본 실체가 드러나면서 다시 한 번 ,아니지, 두 번씩이나 범인이라곤 생각하지 않았던 인물의 실체와 스콧이 말한 마지막 에피소드의 반전은 다시 한 번 곰곰히 생각을 해 보게 만든다.

 

젊은 시절, 푹 빠진 밴드의 공연이 있던 날에 과연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스콧이 말한대로, 아니면 자신의 기억 속엔 알지못했던 사건의 실체를 보여주고있는 사진이 증명해주는 그것이 말한대로 진실은 과연 무엇인가?

 

두 권으로 이뤄진 책이지만 눈동자가 흐트럼이 없이 몰아치는 그 만의 속도 높은 가독성은  말 할것도 없거니와, 스릴이 주는 궁금증을 넘어선 독자들로 하여금 같이 사건에 동참하게 만드는 묘한 맛이 일품인 작품이다.

 

뭐든 첫 작품이 가장 끌리는 법일까?

 

이 작가의 작품은 결백을 먼저 읽었던 탓일지도 모르겠으나, 기존의 소설의 기법에서 크게 벗어난 점은 없지만 결백만큼은 못하단 느낌이 들었다.

 

한 등장인물의 설명이 너무 길고, 촘촘히 엮여져나가는 글의 마무리 단계에서 여지없이 독자의 상상을 허물다는 점에선 탁월하다 할 수있겠으나, 억지로 꿰어맞추어져간단 느낌이 들었으니까.

 

 

복수를 꿈꾸며 가석방이 된 사람이나, 유일한 동양인으로 나오는 에릭 우란 존재에 대해서도, 글쎄 미국독자들이 이 책을 읽었다면 아마도 북한에 대한 다른 상상을 할 수도 있었지 않을까 싶다.

 

용서와 후회, 고통과 좌절, 그리고 복수가 선사하는 보통 사람들의 한 단면을 드러낸 사건치고는 참으로 허망하단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그렇기에 사람들은 그 고통조차도 이겨내고 그레이스처럼 또 다시 일상의 삶에 스며들 듯 살아가는 것이 아닐런지...

 

스릴의 맛을 아는 독자라면 이 작가의 작품에 대해선 두 말이 없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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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뺄셈 - 버리면 행복해지는 사소한 생각들
무무 지음, 오수현 옮김 / 예담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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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현대인들은 태어나면서부터 경쟁의 시대에 돌입한다.

 그것이 타의든, 자의든 간에 문명과 문화, 각종 IT가 발달이 되면서 낙오자가 되지 않으려면 태어나면서 부터 죽을 때까지, 어쩌면 저 세상에서까지도 계급층이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정말 급박하게 살아간다.

 

 에세이스트인 무무란 저자가 지은 책을 처음 접해보았다.

기존에 나온 책이 좋은 호평속에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던데, 이 책을 접하고나서 그것이 십분 이해가 된다.

 

 처음 제목을 접하고선 어려운 수학문제를 좀 더 쉽게 적응할 수있는 방법의 노하우를 담은 내용인 줄 알았던 나에겐 이 책은 정말 여러가지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 준 책이다.

 

나이대에 따라서 느끼는 바가 다르겠지만, 글 속엔 생활 속에서 나오는 정말 내 이야기를 다룬것 같은 착각이 들정도로 소소한 일들을 가지고 그 안에서 우리가 미처 놓치고 바라보지 못했던 철학을 들려준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에서의 나의 기대치가 커짐에 따라 상대방을 바라보는 시각, 사랑의 여러가지 형태의 모습, 인생에서의 계좌잔액을 다룬 이야기들은 가슴이 뭉클하게 다가오게 만든다.

 

과거에 이런 일을 했더라면 좀 더 나았을텐데의 후회보단 현재의 즐거움을 느끼라는 말, 정말 앞만 보고 과거에 집착했던 누구나 한 번쯤은 그러한 일들 때문에 후회를 하면서 지냈을 일들을 겪은 보통의 사람들 맘 속을 무무란 작가는 어쩌면 이리도 세심한 통찰속에서 글을 뽑아냈는지 놀랍기만 하다.

 

수학에서의 덧셈도 중요하고 인생에 있어서 나의 포트폴리오를 갖추어나가는 데 있어서 덧셈도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작가는 덧셈만 있다면 미처 그것을 채우다 못해 넘쳐서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고 바라는 삶에 도달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덧하는 삶이 있다면 거기에서 집착을 벗어나 포기를 할 줄 알아야함을, 그래서 오직 그 곳에 모든 것을 바친다면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 수있고 또 그러기위해선 인생에서 과감히 버릴 것은 버릴 수있는 뺄셈의 미학을 갖추어야 함을 알려주고 있다.

 

스님이 가르쳐준 두 개의 호수의 이야기가 있다.

갈릴리 호수와 사해 호수는 발원지는 같아도 다르게 제각각 다른 호수가 된 것은 갈릴리 호수는 물을 받아들여서 다른 곳으로 흘려보낸 반면, 사해는 받아들이기만 할 뿐 내보내지 않았기에 그렇다는 것이다.

 

우리네 인생에도 버릴 줄 알아야 소중한 것을 얻게된다는 교훈적인 말은 경쟁에서 이겨야하고, 밀고들어오는 후배들에게도 선배로서의 자릴 지키려는 현대사람들의 생활에 어느 정도의 버리고 비워두기의 철학이 필요함을 각 짧은 소개의 글을 통해서 들려주는 이 책은 그간 내가 살아오면서 같은 경우도 있어 비교해 볼 수도있고, 깊은 생각을 더하게 만들어준다.

 

그래서 지금 우리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뺄셈 철학이다. 뺄셈 철학이란 소중한 것들을 잃기 전에, 필요치 않은 것들을 자발적으로 버리는 방식이다. 우리는 필요 없는 것들을 자신의 의지로 비움으로써 소중한 것들을 잃지 않을 수 있다. 뺄셈 철학은 세계관이다. 복잡한 것을 단순화해서 바라보며, 많아서 넘치는 것들 틈에서 작지만 소중한 것들을 찾아낸다. 그래서 뺄셈 철학은 우리 삶의 무거운 짐을 덜어내는 출발점이다.
- p60, 영혼을 위한 뺄셈 철학

 

저자가 말하고 싶은 뜻이 위의 구절로 통할 수 있는 이 책은 나와 나를 둘러싼 환경과 내 주위를 다시 돌아봄으로써 다시금 나의 맘 구석에 한 곳은 뺄셈의 공간으로 남겨두되, 다시 가득참으로 충만한 공간을 만들어둬야겠단 생각을 해 본다.

 

특히 챕터 1의 "마음속에 차오른 슬픔을 빼내고", 와 마지막 챕터의 "릴리 이야기"는 눈물이 나도 모르게 흘러나오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두고두고 읽어도 소중함이 느껴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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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의 묘지 1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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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0년 이탈리아 피에몬테에서 태어난 시모네 시모니니는 "나는 증오한다. 고로 존재한다"란 삶에 전철된 인생을 살아가는 인간이다.

 

 그가 관심을 갖는 대상은 오로지 음식, 그가 다니던 레스토랑의 음식이며 조리법의 나열을 하는 그가 얼만큼 미식가인가를 알 수가 있을 정도로 훤하다.

 

그런 그는 할아버지가 죽으면서 아버지와는 상반된 이념 사이의 두 어른에서 낀 자신의 유년시절을 보내게되고 할아버지의 유산을 공증인 해 준 사람이 위조 문서로 자신의 재산을 가로챈 것을 알고 그 밑에서 직원으로 일하는 것을 시작으로 세월이 흘러 역으로 그를 곤경에 빠드리고 위조문서가로서 생활을 해 나간다.

 

 어느 날 그의 명성을 듣고 찾아 온 사람에 의해서 그는 위조문서가로서, 전방위적인 활동을 펼치는 가운데 프랑스로 망명을 하고, 거기서 소개로 만난 사람들에 의해서 역사의 한 장면으로 기억될 히틀러가 자행해 온 유대인 대 학살의 전조의 시작을 알리는 문서를 만들기까지의 모든 일생을 담고 있는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

 

세계적인 석학인 움베르토 에코가 6년 만에 내 놓은 신작이란 말이 과연 나올 법하다.

 그가 써온 소설의 흐름을 보더라도 이번엔 전혀 색다른 관점에서 관망 할 수있는 소설의 흐름은 독자들로 하여금 한 번만이라도 흐름을 놓치면 다시 되돌아가서 읽어야하는 수고스러움을 아끼지 않게 만들었다.

 

어느 날 깨어보니 신부 님의 옷차림으로 있는 자신을 본 시모니니는 그것을 추적하기 위한 일환으로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는 식의 일기를 써 나가가고, 그와는 다른 피콜라라는 신부가 또 다른 화자로 나서면서 시모니니가 기억하지 못하는 부분을 채워서 이어져주는 형식으로 이끌어 나간다.

 

여기에 다시 제 3자인 화자가 이 둘의 이야기를 들여다봄으로써 다시 독자들에게 글의 흐름을 이끌어주는 식이기에 소설에서도 서로 다른 글씨체로 구분이 되어져있고, 시모니니가 거둔 거짓 위서문서가 어떻게 역사의 한 흐름 속에 한 획을 긋게되는 과정이 그 자신만 제외하고 실제에 존재했던 다양한 층의 이름있는 사람들을 등장시켜서 서로 연관이 되어지고 있기 때문에 읽어내려가면서 이것이 허구인지, 실제인지를 구분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시모니니의 가장 두드러진 점인 위조문서의 활약을 이용한 당시의 유럽의 정치세계인 프랑스, 러시아, 독일의 움직임이 서로 연관이 되어 이들이 노리는 대중의 눈을 어디에 쏟게 하는 것이 권력유지에 도움이 되는지을 두고 벌이는 그의 활약은 목적을 위해서라면 살인도 서슴지 않는 그의 행동에도 눈길이 간다.

 

나폴레옹의 제정시대를 유지하려는 자들은 공화주의자들의 체제 전복위협에 직면을, 러시아 당국은 차르를 향한 민중의 두려움을 피하기 위한 일환으로 그들이 필요로 하는 적이 필요했는 바 바로 유대인을 대상으로 삼는다.

그들은 위조의 위력을 발휘하게 만들어내게 된 원동력이 나중에 그 유명한 훗날 시온 장로들의 프로토콜이란 위서로 만들어지게 되는 경위를 그려낸다.

 

 평소 프리메이슨, 유대인, 카톨릭, 예수회를 미워한 시오니니에겐 더 없는 기회였고 그는 이 기회를 이용해서 프라하의 공동묘지에 모인 유대인들의 세계지배의 사악한 음모를 꾸미고 있단 이야기를 만들어내게 되고, 이것은 뒤이어 유럽에 유대인들을 바라보는 시각과 역사의 한 획을 긋는 데에 일조를 담당한다.

 

그렇다면 하고많은 위조 중에 어떤 것을 대상으로 삼아야 대중에게 먹히는가?

 

-인간은 저마다 뭔가를 열망한다. 운명의 여신에게서 사랑을 받지 못한 사람일 수록 갈망도 크다. 사람이 불행한 것은 그 자신이 무능한 탓일 수도 있으련만 아무도 그런 생각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래서 자기들을 불행하게 만든 죄인을 찾아내려 한다. (음모론의 요체)

 

- 어떤 음모를 만들어 팔아먹으려면 독창적인 내용을 구매자에게 제공해서는 안되고 오히려 구매자가 이미 알아낸것이나 다른 경로를 통해 쉽게 알아낼 수 있는 것만을 제공해야한다.

사람들은 저희가 이미 알고 있는 것만을 믿는다. 음모론의 보편적인 형식이 빛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P147

 

- 민중이 어떤 새로운 정치적 행동 노선에 눈뜨지 않도록 우리는 체육 대회, 여가 활동, 다양한 취미 생활, 음주 문화 등 온갖 종류의 오락거리로 그들의관심을 딴 데로 돌려야 하고, 그들이 예술 경연과 운동 경기에 참여하도록 권장해야 합니다. ....우리는 대중이 과도한 사치를 좋아하도록 부추길 것이고 노동자들의 봉급을 올려주되 작황이 좋지 않다는 핑계로 식량과 생필품 가격을 함께 올림으로써 그들의 부담을 경감시키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우리는 노동자들 사이에 무질서의 씨앗을 뿌리고 애주의 성향을 부추김으로써 그들의 생산성을 근저에서 약화시키고자 합니다. 우리는 일견 진보주의나 자유주의와 비슷해 보일 법한 갖가지 이론을 지어내어 여론을 그런 쪽으로 몰아갈 것입니다. -p726~727 (시모니니가 자신의 문서의 장점을 설명하는 부분)

 

결국 시저가 말한대로 대중들은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싶어한다는 그 점을 이용한 위정자들의   대중심리파악의 눈은 대중의 눈을 어디에 둬야 그 관심 밖에서 자신의 기득권을 유지할 수있음을 보여주는 이 소설은 비단 유대인들만 나쁘게 보아서가 아닌 가짜를 진짜처럼 믿게 만듬으로써 대중들이 허구 자체을 진실로 믿어버리게 만드는 매커니즘에 초점을 맟추어 글을 쓴 작가의 오랜 노력의 결실이라고 볼 수가 있겠다.

 

출간이 되고서 고국인 이탈리아는 물론 유럽 전역에서도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고도 하는 이 소설은 소설이 갖추는 형식은 제쳐두고서, 작가의 역량에 걸맞게 현란한 지식의 향연으로 초대를 함은 물론 실제의 역사에서 일어난 사건을 시모니니가 곁에서 활동을 함으로써 그런 결과를 초래하게끔 만드는 허구의 세계가 실제의 역사란 사실을 염두에 두고 읽는다 하더라도 그의 창작의 촘촘한 짜임은 혀를 내두르게된다.

 

 실제 당시의 삽화를 간간이 삽입을 하고 19세기의 레스토랑의 모습, 거리의 모습의 표현이 아주 자세하게 묘사가 되어있기에 새삼 그 당시의 시대로 돌아간 듯한 느낌도 들게한다.

 

피콜라와 자신이 자아분열이 된 상태임을 책 두권을 엮어나가면서 둘 사이를 시종 궁금증을 일으키게 만들고 프로이트를 남색자로, 뒤마를 요리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임을 모네의 그림솜씨를 혹평하는 일색, 뒤프레스 사건, 그 밖의 유명인사들이 시모니니와 만나고 그 안에서 모종의 글을 발췌해서 위조로 엮어나가는 과정을 보는 것이 실감이 나게 만든다.

 

다만 유럽의 역사의 한 면을 장식하고있다보니 읽는 도중 이 19세기 격동의 이탈리아의 통일과정과 프랑스의 혁명과 제정시기의 대립, 러시의 정치, 독일의 첩보전 같은 것의 내막을 좀 더 알고 접했더라면 그 맛을 더 느끼면서 읽지않았을까 싶은 아쉬움이 남는다.

 

책 2권의 뒤편에 작가가 글의 이해를 돕기위해 실제와 허구의 사이를 쉽게 알 수있는 표 참조는 읽기 전에 다시 한 번 훝어보고 정독을 한다면 이해면에서 도움을 받을 수있지 않을까싶다.

 

장미의 이름 이후에 그의 매력에 빠진 이후 그간 그가 써온 지적의 세계를 다루는 폭의 넓이에 나의 많은 모자람을 느끼게 하는 작가 중 한 사람이지만(푸코의 전자 같은 경우 극도로 나를 미치게 만든 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뭔지 모를 오기가 생겨 끝까지 정독하게 만드는 그의 힘은 뭔지...)이 책의 경우에도 한 번 읽기 시작하면 도중에 끊지않고 쭉 읽어보길 권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도로 아미타불이 되어 다시 새로 시작되어 찬찬히 시모니니의 발자취를 더듬어야하므로, 하지만 확실히 그의 글은 정말 도무지 뿌리치지 못하는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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