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마음
크리스티앙 보뱅 지음, 김도연 옮김 / 1984Books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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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란 단어에서 유래된 이름을 가진 '뤼시'-


그녀가 첫사랑에 빠진 대상은 아주 어린 시절 서커스단에 있던 늑대였다.


날카로운 이빨과 풍성한 털을 가진 늑대의 본모습을 알아본 아이는 부모와 서커스단의 떠돌이 생활을 하면서도, 늑대가 죽었어도 그 자신의 자유를 향한 욕구를 끝내지 못한 가출을 감행한다.



 이후 다시 부모 곁으로 돌아오는 패턴이 이어지고  기숙사 생활을 하고 로망을 만나 결혼을 하는 과정, 이웃의 첼리스트 알방(괴물)과 사랑에 빠지는 그녀에겐 곁에 음악이 있었다.



엄마의 말소리는 새소리, 새는 슈베르트, 결정적으로 가출했을 때 잠시 만난 간호사 집에서 들은 바흐는 뚱보라 부르며 그의 음악에 심취한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음악가를 연상하듯 부르는 그녀는 이혼과 이별을 거치고 영화배우로서 경력을 이루지만 이마저도 거부한 채 홀로 자신만의 시간을 갖는다.



에세이스트로서 한 문장마다 따뜻한 감성을 불어넣는 저자의 이번 작품은 소설을 통해 독자들에게 따스함을 전한다.







은유가 넘치는 문장은 여전하고 그 문장이 주는 은유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한 곳에 머무는 것이 아닌 가벼운 깃털처럼 마음마저 가벼워진다.



삶에 대한 인생의 각 부분마다 마주치는 감정들의 솔직함, 그 솔직함은 음악과 함께 하기에 선율이 흐르는 듯 이어짐은 작품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선물처럼 다가온다.










자신 안에 '수호천사'가 이끄는 대로 그 직감을 믿으며 요양원 할머니와 함께 떠나는 여정은 삶이 주는 자유와 그 자유를 느끼며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서는 뤼시의 모습을 통해 작가가 표현하고자 한 환희를 느껴볼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건 즐거움이야. 누구도 너한테서 즐거움을 빼앗아 가지 못하게 해라.”







뤼시처럼 자기가 하고자 하는 선택의 결정이 부럽기도 했다. (현실에서 이런 꿈을 향해 모든 것을 내려놓을 수 있다는 용기는 쉽지가 않기에 대리 만족처럼 느끼는 부분)




자유를 그리워하고 사랑에 대해 솔직했으며(이 부분은 남편에 대한 자신만의 사랑을 피력한 부분이 이기적이었지만) 그럼에도 과감히 모든 것을 털고 다시 새롭게 나선 여정들은 무겁고 신중할 수도 있는 삶에 대한 결정을 가벼운 마음으로, 후회하기 전에  “가끔은 일단 저질러야 한다. 이해하는 것은 그다음이다. 시간이 지난 후에야 비로소 그 일을 왜 했는지 깨닫게 된다’는 믿음으로 어떤 제약으로부터도 해방된 그녀는 "그 후엔, 그때 생각하자”(본문 내용)를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저자의 글을 읽노라면 메모를 하지 않을 수없는 문장들이 많은데 이 작품 또한 읽고 쓰고 음미하는 시간을 갖게 한 책, 보뱅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이번에도 그가 들려주는 감성에 빠져들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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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러울수록 풍요로워진다 - 삶을 회복하는 힘, 팬데믹 이후 우리에게 필요한 세상
목수정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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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 거주하며 팬데믹 이후 우리들의 생활에 필요한 주제들을 다룬 책, 제목이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타국인 프랑스에서 행해지고 있는 각종 사회적 제반 제도에 관한 것들에 대한 내용과 이에 우리나라와 비교해 볼 수 있는 여러 가지 정책사안들은  광범위하면서도 이 시기에 적절하게 다가온 글이란 생각이 든다.




다양한 사레들이 들어 있지만 인상 깊었던 부분은 프랑스의 출산 제도와 동네 서점과 온라인 서점과의 차별을 둔 정책이다.




우리나라도 현재 다출산 가정에 대한 지원이 이뤄지고 있지만 프랑스의 경우엔 일찍이 출산 장려 정책을 통한 다방면의 행정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 아이가 18세가 될 때까지 지원이 되고 셋째 아이는 모든 부분이 무상 지원된다는 점은 출산과 자녀 교육이라는 부담감이 훨씬 줄어들 수 있는 정책이 부럽게 다가왔다. 

(내가 알기로는 결혼을 통한 부부관계가 아닌 동거 커플이 출산을 해도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안다.)




그만큼 자국의 인구 증가에 대한 적극적인 정부의 개입과 주도하에 이뤄진 성과는 유럽에서 최고의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과 이를 참고로  우리나라에서도 수용할 수 있는 제도들은 적극 방영해도 좋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런가 하면 동네서점에 대한 글은 지역 주민들의 편의를 고려해 공적인 기관과 분담을 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우라 나라의 경우도  지역 도서관  안에 각 동마다 작은 도서관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것 외에  동네서점과 온라인 서점과의 차별화를 통해 인근에 접한 서점을 이용하는 정책이 보다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이 외에도 오징어 게임 같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소재를 택해 사회적인 현상을 비유한 설명 부분들, 코로나 19ㄹ 인한 백신 연구에 투자해온 기업들이 받는 많은 수입금에 대한 이야기, 공공 영화관 운영, 주택을 무조건 개발하기보다는 고쳐 쓰는 정책, 음식 쓰레기 줄이기를 위한 정책...




물론 프랑스에서 행하고 있는 제도라 우리나라와 같다고는 할 수 없지만 공공정책이란 부분에 있어 무엇을 가장 우선시하고 이를 토대로 발전하려는 행동들을 통해 정부와 시민들이 함께 한다는 의도는 충분한 공감이 될 부분이란 다가왔다.





사회에서 다루는 사안에 대해 많은 의견들이 나오고 이들의 의견이 나와 같은 방향이 아니더라도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며 듣는 태도, 더 나아가 이 모든 일들의 목적이 보다 잘 살기 위함이란 사실을 염두에 둔다면 보다 성숙한 사회로 가는 지름길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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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동남아 - 30개의 주제로 읽는 동남아시아의 역사, 문화, 정치
강희정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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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여행하는 곳 중의 하나가 동남아시아가 아닐까 싶다.



휴가, 추석, 설은 물론이고 연차를 이용해서 갈 수 있는 곳, 같은 듯하면서도 다른 모습을 지닌 동남아에 대한 역사,  문화, 정치를 통해 각 나라마다 지닌 특징을 알아보는 계기를 주는 책이다.



알고 보면 제국주의 식민지로써 겪었던 나라들의 역사는 열강이 원하는 것들을 채워주기 위한 장소로 실제 국민들이 겪었던 고달픔은 비단 이들 나라만이 아닌 우리 역사와도 겹치는 시기가 있기에 읽으면서 공감되는 부분들이 많게 다가온다.



 17세기 말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가 자바 섬에 심은 커피나 베트남 커피, 19세기 영국이 행한 고무와 팜오일 같은 경우가 바로 이런 소산의 일부로서 여행 시 동남아 커피와 라텍스 소개를 할 때의 생각이 나는 부분은 이런 내력을 지니고 있다.







특히 싱가포르의 경우(거리가 깨끗하다 못해 부담스럽게 다가온 기억이...) 조그만 땅에서 이룬 발전 뒤에는 식민지 시절 전염병이 일상적인 일로 안과 바깥의 유동인구가 많았다는 점, 정치와 외교 부분에서 실리를 취하면서 이룬 성장들,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겠지만 문화재 약탈과 회수를 위한 노력들을 하고 있는 캄보디아 정부와 국민들의 화합은 타국의 일이지만 좋은 결과란 생각이 들어 좋은 느낌을 들게 한다.







한국의 기업들이 동남아에 많이 진출한 지금, 가볍게 여행을 목적으로 다녀오는 동남아에서 각 나라들이 지닌 역사와 정치, 문화를 조금 더 알고 있다면 더욱 가깝게 느껴질 부분들이 많음을 다시 느껴본다.




처음 동남아 여행지로써 간 곳도  생각나고 이후 이 책에서 보인 각 나라들에 대한 기억과 함께 그곳을 여행하면서 듣던 내용이 나올 때는 반가움으로 다가온 책, 순서대로 읽어도 좋고 읽고 싶은 부분들을 먼저 선택해 읽어도 흐름에 지장을 주지 않는 책, 동남아에 대해 알고 싶다면 즐겁게 읽어볼 수 있을 것 같다.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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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도는 별의 유령들
리버스 솔로몬 지음, 이나경 옮김 / 황금가지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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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장부터 이렇게 강렬하게 다가오는 문장을 읽어보는 것도 오랜만이다.



첫 장면에 이어 전체적인 흐르을 받아들이도 전에 몰아치는 다양한 설정들의 혼합으로 인해 애스더를 따라가려니 조금은 벅차다.



새로운 곳으로 정착지인 약속의 땅을 찾아  떠난 마틸다호, 그 시간의 흐름이 325년에 이르렀지만 여전히 우주를 떠돌아다니고 있다.



자연스럽게 그 우주선 안에는 피부색이 다른 층으로 나뉜 계급들이 형성되었고 상층부와 하층부로 나뉜 그곳엔 상층부에는  백인들의 거주지와 권력층들이 이에 속한다.




하층인 타르랜드는 짙은 피부색을 지닌 자들의 세계, 시간이  흘러가면서 남성과 여성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고 그들이 하는 일이란 농경 구역에서 작물재배. 인공 태양을 유지하고 보수하는 일에 참여하며 경비대들로부터 감시당하는 삶을 살아가는 구역이다.




하층 부류인 애스더가 상류층 시오 의무관의 조수로서 의료 일을 돕는 가운데 절대 권력자인 니콜라스가 중금속 중독에 감염돼 사경을 헤맨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에 자신의 엄마가 죽은 것과 연관성이 있다고 생각한 애스터는 엄마가 남긴 메모를 통해 진실을 향해 한걸음 내딛는다.




전혀 예측하지 못한 전개의 이야기로 진행되는 방식은 배경만 우주공간이라는 것일 뿐 전제 군주주의 체제 속에 신분이 나뉘고 피부, 인종, 편견이 다름 아닌 오랜 역사의 한 일부분을 연상하게 한다.







한없는 감시 속에 인원을 파악하고 농장에서의 노동을 강요하며 수시로 폭력에 시달리는 삶, 더군다나 정전으로 인한 전기공급이 끊긴 하층부 사람들의 고난은 노예제도가 따로 없는 모습을 그린다.



엄마가 남긴 메모를 통해 우주선에 얽힌 비밀을 캐내는 애스더의 모습을 따라가는 동안 아픈 장면들을 마주할 때마다 읽기 힘든 부분도 있었고(인간 이하 취급의 폭력성이 너무 극명하게 표현된 점) 영혼의 별을 따라 마틸다 호에 대한 비밀을 알아가는 과정들 속에 새로운 군주의 출현은 그들의 앞날에 희망인지 죽음인지에 대한 막막함이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극명하게 갈린 두 층의 삶을 통해 여성, 소수자, 어린이, 노약자, 혼혈인들의 밑바닥 삶을 그린 내용은 소제목도 우주과학, 물리학, 천문학을 연상케 하는 배치를 통해 우주의 기원과 별들의 영혼, 마지막 애스터가 도착 한  세계까지, 광활한 우주 시대를 엿보는 듯한 느낌을 들게 한다.




약속의 땅을 찾아 나선 애스더가  지젤, 엄마와 함께 한 그곳에서 한 일은 죽은 자를 묻어주는 일, 그 흙이 주는 생명의 기원이 마틸다호에서 자신이 기른 식물들과는 다른 울창한 나무를 보는 장면은 역경을 이기고  찾아온 여정을 통해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희망을 드러낸다.




독특한 캐릭터 형성을 통해 우주에서 펼쳐지는 서사를 다른 각도로 그린 작품, 새로운 SF 여성 작가의 만남을 기억하기에 충분한 작품이다.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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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삶의 음악
안드레이 마킨 지음, 이창실 옮김 / 1984Books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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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은 눈보라가 연일 휘날리는 우랄 지역의 어느 기차역-


 모스크바행 기차가 연착으로 이어지면서 하염없이 기다리는 '나'는 같은 기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무기력한  각각의 모습을 보며 뮌헨의 철학자가 말한 용어인 "호모 소비에티쿠스'를 떠올린다.



그런 그들 사이에서 나는 그들과 다른다는, '처한 인간으로서의 조건을 명명할 수 있기에’ 그 무리로부터 떨어져 나왔다고 믿는다.



그렇게 지치도록 기다리다 (존재하지 않는 장소, 끝없이 이어지는 밤, 시간의 갓길로 내던져진 하룻밤-p13) 속에서 음악 소리를 듣는다.



추위 속에 울리는 음악, 그 음악 소리에 이끌려 간 곳에는 어두운  곳에 피아노 앞에 앉은 한 노인을 보게 된다.



잠깐 한순간에 본 그의 손은 피아노를 치기엔 어울리지 않는 손을 갖고 있었고 익명성으로 만난 그들은 모스크바행 기차가 도착하자   허름한 객실에서 함께 마주하게 된다.



그곳에서 담담히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며 들려주는 이야기, 화자인 나는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음악을 사랑하고 그 음악을 통해 자신의 재능을 갖고 있는 자가 급변하는 체제 속에서 꽃을 피우지 못하게 될 때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촉망받던 그가 피아노 연주회를 하려던 그때, 공포 속  체제는 전반적으로 모든 것을 변화시켜버린다.


한 집에서 삼 개월 이상을 살지 못하는 이웃을 보기 쉬웠고 그 자신도 부모와 함께 수용소로 끌려가기 직전 탈출을 할 수 있었던 경험을 갖게 된다.



살기 위해  자신의 이름을 버리고 죽은 병사의 신분인 세르게이 말체프로서  전장에 나가 적과 싸운 일에서   장군의 운전병이 되기까지 그가 격은 세월은 음악과 동떨어진 삶이었다.


하지만 장군의 딸이 피아노를 치고 그에게 피아노를 가르쳐주는 시간을 통해 잊었다고 생각했던 음악에 대한 사랑을 갈구하게 된다.


인생을 살아갈 때 원치 않은 삶을 살아가야만 했던 남자, 사랑하는 부모, 사랑하는 여인, 전장에서 언제 탄로 날지 몰라 불안에 떨던 감정, 저자는 구 소련 체제에서 음악을 사랑하는  한 인간의 삶을 통해 부서지고 깨진 파편의 인생의 부침을 베르그란 인물을 통해 그려낸다.


 모든 것을 드러내지 않는 삶에 익숙했던 그가 그 스스로 피아노 연주를 통해 자신의 본래의 모습을 드러내는 장면은 거대한 체제 앞에서 굴복하면 살아갈 수박에 없는 미약한 인간의 형상이 음악이란 매개를 통해 다시 자신의 삶으로 환원되는 이야기를 시적인 감성을 풀어냈다.




오선지 위에 정해진 악보대로 인생의 길을 향했더라면 좋았겠지만  어느 순간 미지의 강한 힘에 부딪쳐 다른 악보대로 연주할 수밖에 없었던 운명을 지녔던 남자-



자신의 감정을 속이고 외면했던 음악에 대한 열정과 사랑이 피아노 앞에서 선 순간 본연의 자신을 드러냈을 때의 모습은 미세한 떨림마저 느끼게 한다.






전 작인 '프랑스 유언'이 러시아인으로서 프랑스어를 통해 자전적인 내용으로 기억에 대한 이야기를 서정적으로 그렸다면 이번 작품은  구 소련을 배경으로  삶 속에 드리운 지난 기억에 대해  음악과  철학적인 느낌으로 다가서게 한다.








작품 속 화자인 '나'가 듣는 것이 아닌  독자가  베르그 앞에서 듣는 것처럼 다가온 문체의 부드러움과 피아노를 치는 장면 묘사는 영화  '피아니스트'를 떠올리게 한 작품, 베르그가 사랑한 음악과 피아노 연주를 듣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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