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금 1 - 왕의 목소리
임정원 지음 / 비욘드오리진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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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금 (中禁)


고려의 7대 왕 목종 때(재위 : 997~1009)인데, 『고려사』, 『세종실록』, 『경국대전』 등의 사서와 법전을 통해 그 실체를 추정할 수 있다. 고려 때 중금의 주요 임무는 국왕과 왕실의 주요 인사를 호위하는 것이었고, 병력은 24~40명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왕을 호위하고 궁을 지키던 친위 부대를 금군(禁軍)이라고 하는데, 중금을 중금군(中禁軍)으로 표현한 기록으로 보아 금군에 속한 특수 부대였을 가능성이 있다. 『세종실록』에 이르면 중금에 대해 어전에서 왕의 음성(어성)을 대신한 것으로 기록하고 있으며, 용모가 단정하고 목소리가 좋은 자를 선발했다고 자격 기준을 명시하고 있다. 그리고 조선의 법전인 『경국대전』에는 궁궐의 관리와 안내, 왕명 전달을 담당한 기관인 액정서의 심부름꾼으로 기록되어 있다. 이상의 기록으로 추정하건대 중금은 고려와 조선 초를 거쳐 조선 후기에 이르면서 차츰 그 역할과 위상이 축소된 것으로 보인다.



조선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당파와 당쟁 싸움, 그중에서 숙종부터 영조에 이르기까지 각 당파들의 지난한 경쟁은 그들의 사활이 걸린 문제였다.



알고도 당하고 억울하게도 당하던,  파리보다 못한 목숨을 부지하던 그 시절을 배경으로 하는 역사소설 '중금'은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 우수상 수장작으로 드라마화로 결정 난 작품이다.



 소론과 남인의 세력을 업고 왕위에 오른 경종은 노론이 지지하고 있는 연잉군(영조)을 왕세제로 책봉하고 이어 대리청정 요구까지 하는 노론의 압박이 펼치는 정세 속에서 관료들의 권력 위주의 정치를 혁파하기 위해 비밀리에 국금(國禁)을 중금 이재운에게 남기며 후세 왕에게 전할 것을 명한다.




국금(國禁)이란  임금의 유지이자 그것을 전하는 사람이란 뜻으로  중금이란 직책을 지닌 재운은 이를 지키기 위해 어명을 받든다.




- "국금이라고 들어보았느냐?"


'나라에서 금하는 '일'을 두고 묻는 것은 아닐 것이었다. 재운이 뭐라 대답하기 전에 왕이 먼저 입을 열었다.


"왕이 남긴 비밀을 목숨을 걸고 지키는 자를 일컫는다."



그러나  숙종 때부터 시류의 흐름을 타고 상선내시로 있는 서승을 비롯한 노론 세력들이  국금이 발동했음을 감지,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이재운에게 왕 시해에 가담했다는 음모를 씌워 죽이고자 한다.



하지만  재운의 동료이자 친형제같이 지내던 신효명이 그를 살리기 위해 대신 죽음을 자처함으로써 재운은 국금을 간직한 채 달아난다.

 



조선이란 나라 태생 자체가 고려말의 왕권으로 인한 폐해가 어떻게 진행되고 멸했는지를 알고 있었던 자들의 힘으로 세워진 나라였던 만큼 왕권 강화에 대한 견제를 통해 균형 있는 정치를 우선시했지만 이는 곧 반대로 관료들의 막강한 힘이 왕이 하고자 하는 정치에 간섭하고 좌지우지하는 형태로 변해버린 시기를 허구와 사실이 적절히 섞인 역사소설로써 그려낸다.




국금을 받든 이((國禁)는   왕의 사후 10년이 지난 후 차기 왕에게 선왕의 국금을 알려야 하는  중금이란 직책이 얼마나 중요하며 왕의 뜻이 곧 자신의 입으로 발설하는 순간 정치권력 판도에도 큰 변혁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자각하며 숨어 살던 재운이 그의 아들 지견에게 대물림하는 진행 과정은 촘촘히 역인 인물들 간의 관계도를 통해 경종부터 정조에 이르는 시대를 긴장감  있게 그린다.





 영조가 사도세자를 죽일 수밖에 없었던 그때의 상황들과 아들을 죽임으로써 왕권 강화에 대한 기조를 다지기 시작했다는 점에 주안점을 두고 중금이란 직책을 통해 왕과 백성들의 관계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하는 소설은 정조에게 국금이 전해지기까지 목숨을 걸고 지킨 이들의 사연이 아프게 그려진다.

 




왕은 하늘이 내린 자라 했지만 중금이란 직책을 지닌 자 또한 하늘이 내린 자가 아닐까 싶었다.



그 모진 세월을 견디고 왕의 국금을 지키기 위해 목숨마저 버릴 수 있다는 책임감, 혀를 깨물고서라도 발설하길 거부해야만 했던 사명감은 군신유의요, 붕우유신의 전형처럼 다가왔고, 마지막 반전의 허구 창작은 진정한 나라의 근간을 세우고 백성이 주인인 나라여만 한다는 경종의 국금을 통해  오늘날 우리들이 살고 있는 시대에도 많은 것을 생각해보게 한다.




읽는 동안 연신 각 등장인물들이 누가 캐스팅될지 생각해보기도 했는데, 드라마로 만난다면 모처럼 역사 사극의 재미를 느끼면서 볼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상대방의 음성, 음색, 말투는 물론 구화술, 문, 무를 겸비한 중금의 세계를 통해 역사 속에서 사라져 간 이들의 각 사연들이 아프게  전해지는 소설 작품, 대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거둔 그들의 세계가 어떻게 드라마로 나올지 정말 궁금하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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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샐린저 이어 - 영화 《마이 뉴욕 다이어리》 원작 소설
조애나 라코프 지음, 최지원 옮김 / 잔(도서출판)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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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후반 작가의 꿈을 안고 뉴욕에 온 조애나는 'J. D. 샐린저'가 속한 에이전시에 취직한다.


그녀가 하는 일이란 상사에게 전화를 연결해주거나 녹음된 테이프를 듣고 타자를 치는 일, 여기에 샐린저 팬들로부터 온 편지에 대한 답장을 쓰고 보내는 일이다.



샐린저가 누구인가? 그 유명한 '호밀밭의 파수꾼' 저자가 아닌가?



취직할 당시만 해도 몰랐던 사실이기도 했지만 차츰 팬들로부터 온 내용을 읽으면서 그녀는  틀에 박힌 답장 대신 자신의 온 마음을 다해 독자들에게 정성 어린 답장을 써 보내기 시작한다.




온종일 그 책장을 보면서도 타이핑에 집중하느라 제대로 살펴보지 못했다. 거기에 꽂아 놓은 책은 겨자색, 적갈색, 청록색 표지에 볼드체로 까만 글자가 각인돼 있었다. 여태껏 살면서 수없이 봐 온 책들이었다. 부모님의 책장에서, 고등학교 때 영어부 벽장에서, 내가 다닌 모든 서점과 도서관에서. 그리고 친구들의 손에도 당연히 들려 있었다. 나는 읽어 본 적이 없는데, 처음에는 어쩌다 보니 기회가 없었고, 나중에는 의식적으로 피했다. 현시대에 존재하는 모든 책장에 꽂혀 있는 이 책들을 나는 이제야 알아보았다. [호밀밭의 파수꾼] [프래니와 주이] [아홉 가지 이야기].


샐린저, 여기가 J.D. 샐린저의 에이전시구나. _ p53




그러는 사이 정말 자신이 꿈꿔왔던 일이 무엇인지를 깨달으며 샐린저가 쓴 책들을 읽기 시작한다.





- 누군가 어딘가에서 첫걸음을 떼야한다. 내게는 벽면 가득 책으로 빽빽한 어두운 공간이 그런 장소였다. _ p 18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초년생인 조애나가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읽고 한 사람의 사회인으로서 적응해가는 모습이 마치 우리들이 사회란 조직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는 듯 그린다.



누구나 하고 싶은 일에 관련된  직업을 택하면서 살아가는 꿈을 갖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지 않다는 것을, 그렇기 때문에 소설 속 조애나를 보면서 대리만족처럼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고, 작가의 작품을 읽어나가면서 자신의 목소리를  찾는 과정들이 책 소개에서 보인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문학 버전으로 만난 듯한 기분이 들게 한다.



문학 출판계의 다양한 분위기와 1990년대의 레트로 감성들을 물씬 풍기는 장치들은 그 시대를 연신 떠올려보게 되고 샐린저의 작품에 대해 다시 눈길을 돌리게 한 시간이기도 했다.



사회 초년생으로서 여러 가지 부딪치는 난관 속에 오는 외로움들, 꿈과 현실 사이에서 낭만이란 것은 결코 달콤하게 오지 않는다는 사실들을 생생하게 그려낸  모습들이 와닿은 작품이다.



영화 [마이 뉴욕 다이어리]의 원작 소설로써 영화와 함께 읽어도 좋을 것 같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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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 드 보통의 영혼의 미술관 (보급판)
알랭 드 보통.존 암스트롱 지음, 김한영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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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국내에 고정팬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되는 작가 중 한 사람인 알랭 드 보통-



이번에 그가 다룬 내용을 읽는 동안 그가 지향하는 예술을 바라보고 생각하는 관점이 작품을 대하는 데에 있어 많은  도움이 됐다.



보통 미술 작품을 볼 때 첫 번째로 다가오는  느낌을 위주로 감상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저자가 바라보는 예술의 참 가치에 대해서 다룬 내용들은 같은 작품을 보더라도 좀 더 심오하고 모든 관계의 연결성을 생각해 보게 한다.




우리들은 어떤 일을 계기로 마음의 큰 상처를 받거나 충격을 받을 때 치유의 일환으로 시간의 흐름과 함께 어떤 계기를 통해 위안을 삼는 경우가 있다.



문득 떠오르는 장소, 맛난 음식, 대화를 통한 마음속의 아픔들을 쏟아냄으로써 위로를 받는 경우도 있지만 그림이나 건축들을 통해서도 치유가 됨을 느낄 수가 있다.



국내 출간된 미술 관련 책들 중에서도 이런 제목과 그림을 통한 내용들을 접할 수 있는데 저자의 이 책을 통해서도 감상을 통한 마음의 치유가 또 다르게 다가온다.



그가 바라본 미술의 7가지 기능인 기억, 희망, 슬픔, 균형, 회복, 자기 이해, 성장, 감상이란 키워드를 를 통해 그림에서부터 건축, 도자기에 이르기까지  이것들을 통해 나쁜 기억을 교정하고 희망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그만의 글로 독자들에게 다가간다.






예술에 대한 심미안을 폭넓게 지닌 그가 직접 선택한 책 속의 각 사진들은 사랑에 대한 느낌을 다룬 파트에서 더욱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첫인상으로부터 매혹을 느낀 상대방이 어느 순간 같은 육체의 모습이라도 식상하게 느껴질 때 에두아르 마네가 그린 아스파라거스 그림을 통해 들려주는 사랑에 대한 노력과 보이지 않던 부분들에 대한 매력들을 어떻게 생각해볼 수 있는지를 다룬 글은 '사랑'의 실체에 대한 예술적인 부분들이 이렇게도 달리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는 것을 느껴본 시간이 된다.








예술작품을 순수하게 바라보고 수집하는 것에서 어떤 비자금이나 뇌물로 이용될 수 있는 가치를 이용하는 사례들도 있지만 이는 예술 자체로서 즐기는 것과 그 가치를 생각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정치미술)




따라서 독특한 방식으로 예술을 바라본 저자의 시각은 기존의 저자의  출간작들과도 일관 연관되는 부분들도 있어 연장선으로도 볼 수 있겠단 생각이 든다.








책의 원제가 Art as Therapy이다.


예술을 통한 치유를 담은 그의 사색적인 글들은  영혼의 미술관이란 한국 제목처럼 지친 영혼과 마음의 상처를 보듬어 줄 수 있다는, 미술관이 지닌 따뜻한 손길을 느껴보고 싶단 생각이 들게 한 책이다.




다만 아쉬운 점은 보급판의 형태로 출간된 것이라 그런진 몰라도 활자가 보통 책들에 비해 작다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다.






***** 예술은 습관에 반대하고, 우리가 경탄하거나 사랑하는 것에 갖다 대는 눈금을 재조정하도록 유도해 그 소중한 것을 더 정확히 평가할 수 있게 우리를 되돌려 놓는다.






***** 사랑은 당연히 인생의 큰 즐거움이어야 하지만, 나와 가장 쉽게 상처를 주고받는 사람은 다음 아닌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이다. 연인들 사이에 오가는 잔인함의 정도는 철천지원수 저리 가라다. 우리는 사랑이 충만함의 강력한 원천이길 바라지만, 사랑은 때때로 무시, 헛된 갈망, 복수, 자포자기의 무대로 변한다. 우리는 부루퉁하거나 째쩨해지고, 성가시게 잔소리를 하거나 화를 내고, 어떻게 혹은 왜 그런지 이해조차 못하고서 자신의 삶과 한때 자신이 좋아한다고 맹세했던 사람의 삶을 망가뜨린다.





***** 예술은 사랑의 교훈을 담은 이미지를 창조하고 우리의 마음 앞에 붙들어놓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랑에서 생각, 습관, 태도, 통찰은 항해에서 닻, 육분의, 기타 장비에 해당한다. 미래의 이상적인 문화에서는 먼저 올바른 장비를 손에 넣고 그 사용법을 익히지 않으면 누구도 사랑의 들판에 나서도록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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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1~2 세트 - 전2권 - 문지원 대본집
문지원 지음 / 김영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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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를 딛고 변호사로서 한 발 한 발 성장해나가는 과정이 사건을 통해 따뜻하게 그려진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총 1.2세트를 통해 순수하고 열성적으로 자신의 맡은 바 본분을 다하는 모습이 인상적으로 남은 우영우란 인물에 대해 모처럼 시청과 대본집을 읽으면서 감동을 느꼈다.




2권에서 로펌에서 일하는 우영우가 좋은 사람들을 만나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도 좋았고 고래 이야기가 등장함으로써 또 다른 작품들을 검색해 읽어보는 시간을 준 점도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제목이 이상한 이란 말이 붙지만 어쩌면 세상에는 우영우가 지닌 자폐보다 더 이상함을 지닌 사람들도 있을 수도 있다는, '차별'과 '편견'이란 시선에서 우리들은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는지를 생각해보게 한 시간이기도 했다.



고래 등장의 사연과 드라마 비하인드 스토리를 읽는 재미도 있었던 대본집,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지닌 박은빈 배우 캐스팅을 기다린 제작자들의 안목이 옳았음을 입증한 드라마, 방영이 끝났지만 진한 감동은 한동안 이어질 것 같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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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2 - 문지원 대본집
문지원 지음 / 김영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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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권에서는 9화부터 마지막 16화까지의 에피소들들을 다룬다.



1권을 읽고 나서 다음 회차가 궁금해 2권부터는 각 회마다 드라마와 함께 보면서 읽었는데 확실히 영상과 대본집에서 주는 느낌이 같은 듯 사뭇 달리 느껴진다.



자페 스펙트럼이란 장애를 지닌 우영우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저자의 세밀한 감정선 표현도 좋았지만 뭣보다 작가가 기존의 세상에서 바라보는  시선에서 보면 다른 차원의 사람으로 여기는  사람들의 관점을 달리 바라볼 수 있는 희망으로 대본을 쓴 것이 아닌가  싶다.



웃음도 나오고 각 파트마다 때론 화도 나기도 하면서 결과에 종착하기까지 겪는 우영우와 주변인들의 모습들을 통해 드라마가 인기를 끌 수밖에 없었구나 하는 것을 생각해 본 시간이었다.








명함이란 굿즈가 함께 들어있어 탁월한 발상이란 생각도 들게 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대본집, 드라마와는 다른 감동을 느끼고 싶은 독자들에겐 좋은 시간이 될 것 같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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