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섬
쥴퓌 리바넬리 지음, 오진혁 옮김 / 호밀밭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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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를 대표하는 작가 하면 바로 떠올리는 오르한 파묵 이후 노벨 문학상에 가장 근접하고 있는 작가라는 쥴퓌 리바넬리의 작품을  접해본다.



지상낙원이라 불리는 자급자족이 가능한 독립된 섬, 그곳에 살고 있는 40호여 가구의 사람들이 평화롭게 살아가던 그곳에 어느 날 '그'가 나타난다.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전직 대통령 출신인 그는 섬에 오자 평화롭던 그 섬을 한순간 파멸에 이르는 행동들을 보인다.


처음부터 작은 부분에서 시작된 어긋남들이 미세하게 균열을 일으키며 섬을 바꿔버리는 그에 대해 섬사람들은 아무런 의심 없이 행동에 옮기지만 그를 따라 행한 일들은 점차 생태계의 혼란까지 이르게 만든다.



나무를 베어버리고 갈매기들 때문에 손녀가 사고가 나자 갈매기를 없애버리는 것들, 이런 일들이 점차 번지고 커지면서 섬의 평화가 일순간 사라지는 진행은 저자가 담고자 한 내용인 권위주의와 정치에 대한 무관심이 평화롭던 섬을 어떻게 무너뜨리게 되는지를 우화로써 그린다.



2008년 튀르키예의 에르도안 독재 정부를 비판하기 위해 쓴 작품이라고 하는데 어디 터키에만 해당되는 것일까?



평범한 사람들의 무관심이 권력에 귀속되고 뒤늦게 깨달아가는 과정들을 보인 작품은 뻔해 보이지만 뻔해 보이지 않는 진행으로 그려져 더욱 흥미롭고도 생각할 부분들이 많은 작품이다.




-"우리는 굴복에서 패배했다. 점차 수위를 높여가던 권력의 폭압이 얼마나 더 극에 달할 수 있는지 예상하지 못했기에 패배했다. 그 나무들이 잘려나갔을 때, 그리고 구멍가게 아들이 얻어맞았을 때, 우리는 우리의 목소리를 냈어야 했다. 저항했어야 했다. 우리는 그러지 않았다.... 이 상황에서 고개를 숙인 인류가 더 똑똑했던 건가, 아니면 저항한 갈매기가 더 똑똑했던 건가라는 질문을 던져야 맞지 않을까?" - p286




그동안 오르한 파묵 작가의 작품이나 타 작가들이 보인 터키 내 여성들의 삶을 조명한 작품을 대해왔던 문학작품에서 정치적 우화소설을 접한 계기를 통해 새롭게 알아간 또 하나의 좋은 작품을 만났다는 생각이 든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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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엔 마진이 얼마나 남을까 - 작가정신 35주년 기념 에세이
김사과 외 지음 / 작가정신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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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책을 좋아하는 계기가 있겠지만 나에겐 어릴 적 아버지께서 사주신 전집 동화책이 계기가 되었다.



홀로 서재에 들어가 아버지 책상에 방석을 깔고 앉아서 읽거나 바닥에 앉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던 그 시절은 이사 온 친구와 친해지면서 더욱 가속이 붙었다.


그때  친구 아버지께서 시내에 책방을 운영하셨기에  그 덕분에 우리 집에 있는 전집과 친구 집에 있던 전집 출판사가 달라 서로 바꿔가면서 읽었던 것이 지금까지 이어져왔다.



책의 장르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무작정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던 시절, 중고시절을 지나면서 공부에 비중이 커지고 책에 대한 관심이 그전보다 조금씩 덜어지던 시기를 빼면 책은 늘 집안 곳곳에 있었다.



그러는 가운데 책 타입이 나와는 맞지 않는다는 분야도 차츰 알아가면서 소위 말하는 베스트셀러에 대한 생각과 실제 접하는 독자의 입장에서 묻혀 있는 보석 같은 책에 대한 생각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더 떠오른다.



글을 취미로 쓰지 않는 이상 업으로 살아가는 작가들에겐 창작의 고통이 있기 마련이고 그 이후에 자신의 손을 떠난 작품에 대한 독자들의 호응들도 당연히 궁금할 터, 이 책에서 보인 23인의 작가들의 글에 대한 단상들은 제각각 색깔을 달리한다.



한 작품당 인세는 얼마이며 샐러리맨처럼 일정한 고정급이 아닌 프리랜서의 속성상 솔직히 말하면 정말 궁금했다.


그런데 실제 책의 내용은 나의 상상력을 무너뜨린 작가들의 마음을 글로 쓴 에세이로 만나니 조금은 머쓱함이 다가온다.



현재 이름만 들으면 떠올려볼 수 있는 작가들의 개인적인 면들도 글을 통해 접하니 어떤 심정으로 글을 썼는가에 대해 이해도 가고 개인적인 스케줄을 스스로 만들어 개인 사무실이나 카페에 가서 글을 쓰는 시간을 할애한다는 모습이 요즘 시대의 작가들이란 생각이 들었다.




한때는 대하소설이 인기가 있었던 시절과  짧지만 긴 여운을 남기는 에세이도 읽은 기억들을 생각해보면 소설은 그저 허구에 지나지 않는 창작이 아닌 실제 우리들 삶에 한 부분이며 그 부분들을 통해 많은 공감들을 갖는다는 데에 23인 작가들의 글은 고른 감상을 느껴보게 한다.





한 바구니에 여러 가지 컬러의 사탕들이 듬뿍 들어 있고 그 가운데 마음에 드는 사탕을 골라서 먹는 재미처럼 각양각색의 저자들이 펼치는 글들을 통해  읽는 내내 입안에 사탕이 조금씩 사라져 가는 아쉬움을 남긴 듯 한 작품집이다.






- 소설이란 결국 골방에서 혼자 쓰는 일. 세상에서나 혼자 외롭고 쓸쓸한 시간을 견뎌가며 언어를 쌓아 올리는 일인데, 누군가 나처럼 오늘도 변함없이 외롭고 고독한 소설 쓰기를 하고 있으니 얼마나 반가웠을까. 혼자가 아니라는 안도가, 내가 하는 소설 쓰기가 영 소용없는 일이 아니라는 확신이, 동료가 선배가 후배가 아직 지치지 않고 여전히 쓰고 있다는 든든함이 얼마나 반가웠을까. 그 반가움에 덥석 손을 먼저 내민 것이라는 걸 누구보다도 내가 더 잘 알겠는 것이다. -P. 35~36

_(김이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여섯 시간」





-무엇보다 소설가는 직업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정체성 같은 것이어서 오래 아무것도 쓰지 않아도 자격이 유지된다. 주기적으로 갱신해야 하거나, 만기가 있어서 재계약을 필요로 하는 것도 아니다. 결정적으로 직업이 아닌 탓에 정해진 출근 시간이 없어서 따로 퇴근도 없는데, 그러니까 세간의 오해와 달리 아무것도 쓰지 않는 소설가란 진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자신의 정체성을 부단히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굳이 직장 생활에 비유하자면 수당도 없이 초과 근무 중인 상태와 같은 것이다. - P. 96~97

_(임현, 「공백의 소설 쓰기」)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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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다이브 소설Q
이현석 지음 / 창비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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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살이 되던 해, 태경은 버킷리스트를 실행하기 위해 발리에 오면서 그곳에 머문 지  3년 차, 좋아하던 서핑을 하다 민스서프의 강사로 일하고 있는 청년이다.



관광객들도 많아지고 사업도 확장할 겸 사장은 유명 인플루언서인 다영을 초대하면서 둘은 만나게 되지만 다영의 행동을 보면서 느낀 불편함이 태영에게 느껴진다.



그러던 중 태영과 다영이 오래전 한 병원에서 근무했던 동료였단 사실을 기억하게 되고 간호사였던 다영은 당시 일명 '태움'의 피해자로 태경은 이를 알고도 지켜보기만 하던 방관자였다.



병원에서 함께 일했던 그 당시의 과거의 이야기는  둘 사이의 암묵적인 사실이자 드러내 보고 싶지 않은 일들이지만 어느 날 다영이 꺼내면서 수면 위로   과거가 올라온다.




일찍부터 알바를 경험한 태경이 한 곳에 온전히 정착하지 못한 것은  일 자체를 통해서 성취감을 느끼지 못한 채 오로지 생계를 위한 목적과 그 생계를 다하기 위해 제 역할을 잘해야만 하는 진행들이 어떻게 무너지게 되는지를 그림과 동시에 다영의 경우 또한 피해자로서 겪은 상처는 태경과 별반 다르지 않다.




서로가 갖고 있는 상처들, 기만이 방관 혹은 가해였다는 사실은 두 사람이 과거를 통해 현재의 모습들을 마주하는 것을 통해 삶의 고민들을 다룬 진행은 문장에 담겨 있는 글들로 인해 더욱 와닿는다.




덕다이브란 서퍼 용어가 (파도 아래로 잠겨 들어가 파도를 흘려보내는 기술)  태경뿐만이 아니가 우리들의 인생 자체도 파도에 지지 않는 역경을 헤쳐나갈 수 있는 용기, 그 용기를 갖고 몸을 물속에 잠겨 있다가 다시 수면 밖으로 나오는 것은  자신 및 타인을 구하는 일이 아닐까?


  

그것이 비록 실패를 하더라도 파도에 흐름을 맡기면서 다시 새로운 파도를 맞을 수 있는 용기를 얻는 것 또한 필요한 부분처럼 태경이 지금까지 겪어온 일들을 되돌아볼 때 다시금 일어설 수 있는 희망이 되리란 생각이 든다.




여러 장의 형식으로 구성된 소설이라 옴니버스처럼 여겨지는 느낌과 함께 실제 현직 의사로서 서핑과 태음이란 직장 내 괴롭힘을 잘 연결시킨 내용들이 인상적이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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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시대정신이 되다 - 낯선 세계를 상상하고 현실의 답을 찾는 문학의 힘 서가명강 시리즈 27
이동신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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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공상과학 만화나 책을 무척 좋아했다.


지금은  희미하지만 지구를 떠나  우주를 항해하는 주인공들의 활약과 로맨스가 곁들인 작품은 당시 이렇게 재미와 호기심을 불러 넣는  과학을 이용해   흥미를 적절히 잘 버무려  그려졌다는  상상력에 대해  무척 즐거웠던 기억이 난다.

 


서가 명강 시리즈  스물일곱 번째인 이 책의 주된 내용도 영화나 소설 속에 등장하는 SF를 문학적인 측면에서 어떻게 봐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을 들려준다.



우선 SF라는 시. 공간을 훌쩍 넘어 이 세계와 저 세계를 넘나 든다는 점은 현실과는 다른 세계란 점과 판타지와 그 시작점이 비슷하면서도 다르다는 것을 말한다.



판타지는 SF에 비해 순수성이 더 짙은 마법이나 악마들이 출현한다는 점과 달리 SF는 과학적인 접근성의 시도가 훨씬 더 가깝게 그려진다는 점에서 비교된다.



이런 다른 점이란 사실 아래 SF가 되기 위한 조건으로 저자는  노붐(novum)과 인지적 낯섦을 말한다.



노붐이란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한  발명이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의미하며, 인지적 낯섦은 인지는 하지만 어딘가 익숙지 않음을 의미한다.



특히 여기서 타임머신이 SF의 새로운 소재로 등장했다는 설명은 기존의 작품들이나 영화들을 생각해볼 때 이해하기 쉬운 부분으로 다가왔다.



과거와 현재, 미래를 넘나드는 시간에 대한 여행을 개척하는 부분에서 SF의 역할은 상당한 영향을 끼쳤으며 이는 곧 인류의 과학적인 발전이 영향을 끼쳤음을 알 수가 있단 점이 인상적이다.




- 과학기술의 흔적이 직간접적으로 남아 있지 않은 삶은 상상하기 어렵다.

의식하든 못하든 상상하든 못하든 간에 과학기술은 우리 시대를 만들어가고 있다.

그렇기에 우리 시대에 관한 이야기는 어떤 면에서 전부 SF라 할 수 있다.

과장해서 말하면 모든 문학과 문화가 SF라고 할 정도다.




이어 문학적인 발전 부분으로 이어진 SF는 현실 문제에서부터 소재의 다양성, 여기에 등장인물들 간의 복잡하고 정교한 플롯이 더해지면서 독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은  하나의 보편적인 SF 장르라고 불리는 문학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저자는 독자들이  SF에 대해 기대하는 부분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점을 들며 독자들 나름대로 현실과 공상의 세계를 잇고 상상과 비판을 동시에 수행하는 능동적인 독자로서의 책임감에 대해 들려주고 있다.

 



책을 접하면서 SF가 주는  매력 이면에 문학적으로 세분적인 부분들을 통해 달리 바라볼 수 있어 단순히 공상으로만 즐기는 것에서 벗어나 좀 더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여러 가지 주제를 통한 강의의 내용을 듣는 것처럼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서가 명강 시리즈인 만큼, SF 장르에 대한 관심을 두고 있는 분들이라면 새롭게 접근하며 즐길 수 있는 책이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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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언스 페이지터너스
그레이엄 그린 지음, 이영아 옮김 / 빛소굴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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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되는 작가의 잓품을 만나볼 수 있다니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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