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이 닮았다 - 과학적이고 정치적인 유전학 연대기 사이언스 클래식 39
칼 짐머 지음, 이민아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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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말로 부모와 자식 간의 닮음을 표현할 때 '붕어빵'이란 말을 쓴다.



연초에 가족행사에서 반가운 사촌들을 만났을 때 정말 놀라웠던 것은 중년에 접어든 사촌들의 모습이 그들의 부모님 모습과 정말 닮아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나 또한 그런 말을 사촌들에게 들었고 우리 모두는 웃어가며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가 없었는데 이처럼 나의 모습 속엔 속일 수 없는 부모로부터 받은 유전이 들어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또 한 번 느껴본다.




겉모습만이 아닌 하는 행동의 어떤 제스처에 이르는 것들을 망라해서 우리들은 조상대대로의 유전형질을 이어받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저자 또한 태어날 아기에 대한 유전검사에 대한 관심을 두게 되면서 이 책을 쓰게 된 경위를 들려주는데, 딸과 아내의 웃음이 닮았다는데서 착안한 제목이 잘 어울린다.



유전이란 용어가 지금처럼 우리가 받아들이는 의미로써 이해하기까지에는 시대별로 달랐다.



상속자 신분을 뜻했던 법률용어로 1700년대까지 사용되고  1800년대에 이르서는 다윈에 의해 유전이란 근대적 개념으로 확장되었으며 1900년대 초에 들어서 유전학이란 개념이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유전의 특성을 대표적으로 드러난 사람들이라고 한다면 합스부르크 가의 사람들의 턱을 생각해 볼 수 있는데 자신들만의 고유한 세계를 이어가고자 고안해 낸 제도의 특성의 결과물이란 점에서 유전형질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해보게 된다. 



이어  멘델의 법칙이 바로 떠오르는 것은 학창 시절 배운 내용도 있지만 만일  동시대 다윈이 멘델의 존재를 알았더라면 어떤 결과를 낳았을까에 대한 상상을 해보게 된다.



또한 저자가 그동안 바인랜드 훈련 학교에 찾아가 섭렵한 조사 내용들은 과학과 역사적인 분석을 통해 유전 과학이라 불리는 학문에 대해 그만의 통찰력을 엿볼 수 있는 내용들이라 흥미롭게 읽을 수가 있다.



같은 쌍둥이라 할지라도 같은 듯 다른 형질을 갖고 있다거나 아 책에서 보인 다양한 사례들을 담은 이야기들을 통해 유전을 넘어 우생학, 인종차별에 이르기까지 편견과 차별에 이른 역사의 한 부분들도 들어있어 우리 안에 내포된 유전에 대한 폭넓은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게 한다.



확실히 방송이나 기타 매체, 책을 통해서 접하는 유전학에 대해 일반인들이 개인적으로 관심을 두지 않는 한 이해하는 데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이 책을 접해봄으로써 어렵다고 생각하는 유전학에 대해 상당히 흥미롭고 지루하지 않게 쓴 내용들은 신기, 신비롭다는 말을 연발하며 읽은 시간이었다.







과학저널리스트이자 칼럼니스인 저자가  단순히 유전학에 대해서만 그치는 내용이 아닌 이를 통해 우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나아가는 데에 이를 어떻게 발전시키고 의학에서 보다 원활한 방안은 무엇일까에 대한 생각을 독자 스스로 묻는 시간을 주기도 한다.




800페이지가 넘는 책이지만 부담 가질 필요 없이 읽을 수 있는 내용이라 저자가 이끄는 대로 유전학의 연대기 여행 속으로 빠져들었던 책이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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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라이터
앨러산드라 토레 지음, 김진희 옮김 / 미래지향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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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로서 유명한 길을 걷고 있는 헬레나 로스-



부와 명성을 갖고 있는 그녀는 죽음을 앞두고 있으며 곧 그녀의 마지막 작품이 될 글을 출간하기 위해 대필 작가를 필요로 한다.



자신의 작품에 대한 출간을 전적으로 맡아왔던 대리인 케이트에게 요청한 인물은 다름 아닌 앙숙처럼 서로의 작품에 대해 신랄한 비난을 서슴지   않는 사이인 마르카 반틀리다.



실제 만나본적도 없는 사이였지만 자신의 글 취향과 같다는 공감대 형성,  말 못 할 비밀을 풀어내기 위한 적격자로서 그만한 인물이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바, 마르카는 이에 응한다.



처음부터 헬레나는 자신의 기억을 반추하며 4년 전 남편을 죽였다고 고백한다.(이는 독자들에게 들려주는 말이자 후에 책이 완성되는 말미에 마르카가 알게 되는 진행으로 생각한다.)



추리소설상 처음부터 범인이 누구인지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나가는  진행으로 향하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이 작품처럼  이미 자신의 죄를 고백함으로써 왜 그래야만 했는지에 대한 상황에 대한 물음을 던지며 읽게 되는 소설들이 있다.



넓은 저택에서 남편과 딸 베서니의 존재는 없는, 휑한 저택에 친구도 없고  엄마마저 거리를 두는 그녀의 사연은 과연 무엇일까?




처음 이 작품에 대한 제목을 대했을 때 어떤 대필작가가 자신의 작품처럼 사용하려는 목적 하에 진짜 작가를 어떻게 한다는... 뭐 이런 상상을 하며 읽기 시작했는데, 그런 상상은 말 그대로 상상으로 남겨질 뿐, 엄마란 위치에서 소중함의 원톱이 무엇인지, 소설가로서의 글 쓰는 일과 엄마란 위치에서 자식을 돌보는 일, 그런 과장에서 부딪치는 현실감의 괴리들이 차후 이 모든 결과의 한 부분으로써 차지했다는 데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물론 행복했던 순간, 이 세상에서 오직 나만을 사랑해 줄 사람을 만났다는 기억, 딸의 웃음과 표정을 바라볼 때의 모든 것을 가진듯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치면서 병마와 싸우는 그녀의 모습이 한 가정의 미묘한 변화의 바람을 천천히 그려나갈 무렵 생각지도 못한 반전이 깃들어 있어 타 추리소설의 느낌과는 달리 받아들여졌다.




순간의 선택이 행복을 좌우한다?



 헬레나의 경우엔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과연 행복한 가정을 겉으로 유지한 채 살아가는 모습이었을 것이란 생각도 들고, 엄마의 냉철한 판단(?) 일지는 모르나 적어도 딸의 입장을 한 번쯤은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특히 고스트라이터와의 우정으로 이어지는 흐름들은 같은 상처를 안고 있던 이들로서 공감을 느끼며 헬레나를 이해하려 한 마르카의 행보도 그렇고 그녀가 자신의 마지막 양심을 걸고 죄에 대한 죄책감을 조금이나마 덜어내고자 행한 일들은 여전히 아련한 아픔이 전해져 온다.




끝까지 말하지 않았다면 그 누구도 몰랐을 비밀, 그 비밀을 풀어내기까지 용기가 필요했음은 말할 필요도 없지만 그녀가 남긴 글을 읽는 동안 내내 슬픔으로 벅찬 소설이었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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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
데이먼 갤것 지음, 이소영 옮김 / 문학사상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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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부커상 인터내셔널 수상 소식을 접하면서 수상작품에 대한 관심을 둘러보게 되는 작품들이 있다.


이 작품 또한 2021년 부커상 수상작으로 자신의 고국인 남아프리카 공화국을 배경으로 다룬 이야기를 풀어낸  소설이다.



이야기는 정말 단순하다.


오랜 시간 동안 자신의 집에서 일하던 가정부에게 그녀가 살고 있는 집을 물려주라는 '약속'에 대한 이야기-



언뜻 보면 약속이 지닌 의미에 담긴 어떤 명문화된 문서도 아니고 그저 오랜 투병생활 동안 자신의 모든 수발을 다 들어준 살로메란 가정부에게 집을 물려줄 것에 대해  엄마 레이첼과 아빠 마니가 나눈 이야기를 들은 막내 아모르의 주장으로 시작되지만 모두  일말 모르쇠로 일관된다.




특이하게도 이 약속에 대한 이행절차에 대해 말이 나오는 계기는 모두 네 번의 장례를 거치면서 진행된다.



엄마, 아빠, 그리고 재혼한 언니의 피살, 마지막 자살로 삶의 끈을 놓아버린 오빠에 이르기까지 아모르는 자신이 듣던 그 약속에 대한 얘기를 꺼내지만 당시 사회적인 분위기 핑계, 약속에 대한 기억이 없다는 행동과 말들로 무산되어 버린다.



소설 속 아모르의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과정은 성인이 된 후 가족과 형제간의 해후를 통해 반복과 지속적인 요구사항이 들어 있지만 남아공 현대 역사의 한 궤를 이들 가족의 삶을 통해 약속이란 중점을 두는 부분 이외에도 아파르트헤이트 정책, 만델라가 대통령이 되고 흑백의 화합이 어울리는 시대에 대한 희망들을 엿보는  부분들을 함께 드러내 보인다.



마지막 아모르가 고향에 돌아왔을 때 비로소 약속을 이행하지만  이 또한 아모르의 입장에서 바라본 약속에 대한 지킴을 의미할 뿐  반대로 살로메의 아들인 루카스가 말한 대목은 의미심장하다.




“우리가 너한테 감사해야 하는 거야? (…) 부서진 지붕에 망할 놈의 방이 세 개인 집. 우리가 고맙게 생각해야 한다고?”  - p473~474



- “아직도 네가 모르고 있는 게 있는데, 네 것을 주는 게 아니야. 이 집은 이미 우리의 것이니까. 이 집뿐만 아니라 네가 사는 그 집도 그렇고, 그 집이 서 있는 땅도 그래. 우리 거야! 네가 정리해서 호의로 나눠 줄 수 있는 네 소유물이 아니라고. 백인 아가씨, 네가 가진 모든 것은 이미 내 것이야. 내가 요청할 필요도 없이.” p475



원래 그들의 땅이었음을 인식하고 있는 루카스의 입장에서 바라본 위의 대화는 아무것도 아닌 당연한 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소유욕, 결코 바라지 않을 것이란 인식이 자리 잡고 있던 백인들의 관점 차이들을 유려한 문장으로 이끈 진행이 매끄럽게 다가왔다.



특히 문장의 서술 부분들이 실에 구슬을 꿰매듯 연이어 이어지는 풍경과 등장인물들의 유연한 사고들은 종교와 사회관습, 정치적인 일들과 함께 어우러져 이 소설에서 주는 변화의 흐름들을 잘 포착한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미 터를 잡고 내 땅과 집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던 사람들, 선한 마음을 지닌 아모르가 아니었다면 그들의 삶은 어쩌면 지속가능한 희망만을 지닌 채 살아갔을지도 모르지만 작은 희망의 불씨를 행한 이들이 있음으로 앞 날에 대한 변화를 기대하게 한 작품이다.




 매해 세계 3대 수상작 발표에 대한 관심을 두고 있는 독자라면 이 작품을 통해  좋은 소설을 읽었다는 생각을 할 것 같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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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민 토킹
미리엄 테이브스 지음, 박산호 옮김 / 은행나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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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를 바탕으로 다룬 작품이란 기대감, 여성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 울림을 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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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토럴리아
조지 손더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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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단편의 거장이란 말이 괜한 말이 아니란 것을 느낄 수 있는 작품집이다.



총 6편의 단편 이야기를 통해 저자가 그린 세계는 현실 속의 불협화음과 그런 껄끄러움이 실상은 보고 싶지 않아도 살아가는  인생의 한 이면에 있는 부분이란 것을 그만의 유창한 문장의 세계로 독자들을 이끈다.



책 제목인 '패스토럴리아'만해도 그렇다.


테마파크에서 동굴 속 야만인 흉내를 내며 염소를 구워 먹고 '인간 폐기물'을 처리하며 영어  금지, 벌레를 잡아먹는 척하며 살아가는 '나'-



동료에 대한 심사평을 올려야 하는 과정 속에 해고의 불안이 닥치면서 결단을 내려야 하는 입장의 불편함이라니...



그런가 하면 종교에 빠진 여동생과 살고 있는 와중에 자신의 인생이 풀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주인공(윙키), 가장 현실적인 백인 저소득층의 삶을 그린 '시오크'는 손님들이 정하는 기준에 따라 퇴물이 되고 쫓겨날까 봐 전전긍긍하는 스트리퍼 '나'의 삶을 이모의 죽음과 마주하며 가난과 위험한 환경에 노출되어 살아가는 모습을 그린다.

 


외에도 자시을 괴롭힌 아이들에게 복수를 상상하는 망상에 젖은 이야기, 중년이 되도록 엄마와 살고 있는 이발사의 눈물겨운 데이트 이야기, 소아성애자로 오해받을까 아이들에게 미소조차 조심스러워하는 소심형의 끝판왕 모스의 이야기인 '폭포'까지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분뇨이야기로 분위기를 깨는 초반부터 염세적으로 비친다.




목가적이란 뜻의 패스토럴'pastoral’을 비틀어 만든 '패스토럴리아'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각 등장인물들의 삶은 정상적인 부분들이 거의 없고 외부의 힘에 의해 적응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현실의 갑갑함과 불쾌함을  비틀고 부족함으로 가득한 세상의 부조리함으로 비친다.



때론 코믹한 부분을 통해 웃음도 나지만 그 상황 자체 또한 겉만 우스울 뿐 내면의 세계는 잔인하며 살아가기 위해 자신의 자존심마저 접어야 하는 현실성의 비참함들이  전체적인 분위기를 통해 느낄 수가 있다.



읽는 동안 저자의 '작가는  어떻게 읽는가'를 연신 떠올릴 수밖에 없었는데, 특히 조지 손더스 자신이 쓴 단편이란 점에서 내내 작품의 의도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첫 번째 작품인 '패스토럴리아'에서 보인 상황파악 분위기도 그렇고 전체적인 내용 자체가 뒤틀린 부분들을 정면으로 마주 보면서 읽어야 했기에 이는 저자가 의도한 바라면 불쌍하기에 우습다는 이율배반적인 상황을 공감하게 된다는 점에서 그만의 유머식을 이해하는 시간이 된다.




이것도 유머라면 유머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다 읽고 난 후엔 유머가 지닌 그만의 저 깊은 속내 마음만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이런 식의 단편을 쓸 수도 있구나를 느껴본 작품집이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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