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미쳐 있는 - 실비아 플라스에서 리베카 솔닛까지, 미국 여성 작가들과 페미니즘의 상상력
샌드라 길버트.수전 구바 지음, 류경희 옮김 / 북하우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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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의 미친 여자들' 출간 이후 40년이 지나 다시 펼쳐낸 그들의 이야기는 1950년대부터 2020년까지 자신의 영역에서 목소리를 들려준 여성들을 만나볼 수 있는 책이다.









페미니즘 비평의 지평을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전 작의 시대를 넘어 그동안 여성들의 진취적인 삶의 방향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여자, 여성, 딸, 아내, 주부, 사회인으로서의 여러 모습으로 대변되는 오늘을 살아가는 여성들의  삶에 과거로부터 사회적으로나 관습적으로 꾸준히 목소리를 들려준 그녀들의 이야기는 지금도 이어짐을 알 수 있게 한다.



1950년대를 대표로 하는 전형적인 모습의 여성관을 이어가면서도 자신만의 영역을 이루고자 했던 실비아 플라스를 비롯해 에이드리언 리치, 오드리 로드, 1960년대의 베트남 전쟁에 대한 사회분위기와 글로리아 스타이넘이란 페미니스트의 활동을 통한 성혁명에 투쟁이라고 불릴 수 있는 활동들은 가부장제도와 그 제도에 대한 부조리에 대해 그녀들만의 행동들을 엿볼 수 있다.



이어 1970년대의 수전 손택이나 앨리스 워커를 거쳐 80년대와 90년대에 이르면 친숙하게 다가오는 토니 모리슨을 비롯해 혼혈인으로서의 위치를 자신만의 주장을 글로  펴낸 글로리아 인살두아를 비롯해 정체성과 후기구조주의란 연구로 확장되는 시대를 펼쳐 보인다.







주디스 버틀러, 이브 세지윅의 연구활동은 문학적 활동에서 청학적인 담론으로 이어지며 누스바움, 스피박 캐리 길리건은 교육 쪽으로 연구를 하는 시대로 들어섰다.




특히 책의 앞부분에서 다룬 트럼프 행정부에서 행한 일들과 후반부 힐러리 클린턴, 낸시 펠로시로 대표되는 현시점의 여성들의 활발한 정치적 활동은 유리천장의 벽을 깨부수는 데에 있어 과거의 페미니즘과 오늘날의 페미니즘의 변화의 흐름들을 짚어볼 수 있다.








세대가 바뀌면서 페미니즘들 간의 의견 차이와 분리를 겪으면서도 다양한 연대를 모색하는 부분들은 여성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더욱 그 의미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부분들이 인상 깊었다.




레즈비언, 백래시, 자신의 주된 활동영역은 물론 그 너머의 사회활동을 적극적으로 했던 여성들의 행보는 책 제목처럼 왜 여전히 미쳐있지 않음 안되는지에 대한 다각적인 의견을 들려주기에 오늘날 페미니즘 이론이나 학문이란 이름으로 붙은 여성학에 대한 발전을 되돌아볼 기회를 제공한다.








그렇기에 이 책은 단순히 여성이란 이유만으로 제한적이고 차별로 점철된 한 인간으로서의 존재를  나타내는 목소리만이 아닌 문화부터 정치적 변혁기를 거치면서 성적 불평들, 인종차별주의에 대한 변화의 필요성을 요구하는 변화의 과정을 보인 책이다.




세기가 흐르면서 기존보다는 변화가 있어 보이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제한적인 것들이 우리 주위에는 많다.



페미니즘을 내걸고 주도적인 삶의 변화를 이루기 위한 노력들의 행보는 여전히 여성들의 지난한 미래의 희망이기도 하지만 '여성'이란 이름 속에는 누군가의 딸, 아내, 어머니란 존재가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아무래도 과거보다는 현대의 대중문화 예술작가들 이름이 쉽게 익숙했고 그녀들이 다룬 작품 속에 담긴 내용들을 다른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좋았다.(물론 미처 접하지 못한 작품은 메모하기 바빴지만...)








한 순간에 모든 것이 바뀐다고 할 수는 없으나 제도적 불합리와 편견에 맞서는 행동들이 여성 연대의 힘으로 더 나은 발전으로 이뤄지길 바라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전히 미쳐있는....









**** 출판사 도서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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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교사들
안 세르 지음, 길경선 옮김 / 은행나무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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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교사라고 하면 보통 어떤 집에서 그  집에 살고 있는 학생을 대상으로 가르치면서 주거 생활을 함께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영화나 타 작품에서도 이런 등장인물들이 있고 제인에어가 떠오를 만큼 익숙한 면도 있는데, 이 작품은 이런 기존의 생각들을 허문다.



세 명의 가정교사들을 고용한 집주인 오스퇴르 부부와 아이들, 하녀들과 함께 살아가는 그녀들의 행동은 기존의 여성스럽다는 이미지를 확 깨부수며 자기 주도적인 행동을 보인다.



답답한 집구석에서 미지의 남성을 기다리며 사랑을 꿈꾸지만 이들이 사는 공간에서는 희망이 그다지 보이지 않는다.


그렇기에 그녀들은  저 철문을 넘어 건너오는 남자를 자신의 성애적 존재로 삼고 만족을 느끼면서 그를 내치는 행위들은 수동적인 과거의 가정교사들의 면모가 아니라서 파격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녀들은 알고 있다.


자신들의 행위를 알고 있으면서도 묵인하는 오스퇴르 부부, 멀리서 망원경을 동원해 자신들의 행동을 관음 하는 노인이 있음으로 해서 자신들의 행위를 더욱 드러내 보이는 모습은 그들 사이의 어떤 보이지 않는 권력구도의 팽팽한 기운마저 느끼게 한다.



엘레오노르, 로라, 이네스의 일탈은 어떤 한 사람의 파트너만을 대상으로 욕망을 갈구하는 것이 아닌 완전히 자신의 우위를 내세움으로써 그들을 아래에 놓았고 소비하고 정복한 후 다시 새로운 남자를 사냥하러 가는 행동들은 현실인지 미래의 희망인지를 모호하게 만드는 배경을 통해 일명 잔혹동화라 불릴 만큼  읽는 순간순간들이 저자가 품고 있는  의미를 생각하기 바쁘게 만든다.



이미 열정의 감정은 사라진 결혼이란 제도에서 부부로 살아가는 오스퇴르 부부를 대변하는 장치는  감정이 소멸된 채 기능적으로 빠져버린 모습과 이와는 반대로 자신의 성적 욕망을 취하는 가정교사들은 그녀들을 지켜보는 관음 하는 자세를 취한 이들 앞에서도 당당하게 노출을 감행한 행동을 통해  보는 이나 행하는 이들 모두에게 어떤 기대를 하게 만든다.




하지만 그녀들 중  한 명이 출산을 하고 아이를 중심으로 양육의 기운으로 돌자 이 모든 욕망들이 상실한다는 것은 타인의 시선에 자신을 노출시키고 존재의 가치를 느끼는 현대인들의 자화상처럼 보이기도 한다.(여성의 성욕망, 페미니즘, 가정과 육아, 타인의 시선, 부부, 결혼제도...)




뚜렷한 장소, 가정교사들의 대사도 없고 그들의 행동과 타인의 관음 시선만을 통해 그린 작품은 많은 부분들을 의도적으로 감추되 그 의도적인 부분들에 대해선 상징하는 바가 읽는 시선에 따라 달라질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출간 시기를 참고하더라도 낯설지 않은 의미를 품고 있는 작품, 영화로 만난다고 하는데 작품 전체에서 느낄 수 있는 분위기나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영상에선 어떻게 해석해 보여줄지 궁금하다.








**** 출판사 도서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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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교사들
안 세르 지음, 길경선 옮김 / 은행나무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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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하고 마술적인 흐름들, 생각했던 것처럼 흘러가지 않은 전개가 영화에서는 어떻게 들려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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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드리 씨의 이상한 여행
마르크 레비 지음, 이원희 옮김 / 작가정신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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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푹 빠져 읽었던 작가의 작품들이 거의 비슷한 주제를 갖고 있었던 부분들이 있어 신작이 출간되었어도 거리를 두던 차, 이번에 다시 새로운 신작으로 만나게 됐다.




동양에서도 그렇지만 서양에서도 점쟁이가 자신에 관한 이야기들을 듣는다면  한쪽으로 흘려 넘기기엔 유혹을 떨쳐내기란 쉽지가 않은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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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남자, 그 남자가 방금 전 네 뒤를 지나갔어.

그를 찾으려면 여섯 명의 사람을 만나야 해.”




조향사인 앨리스가 그랬다.


오래전부터 자신의 인생을 기다리고 있다는 곳으로 향하기에는 제삼자의 눈엔 이해하기 어려울 듯도 하지만 당사자 입장에서는 그의 말을 믿고 운명의 남자를 만나러 떠나는 행보가 파격적이다.




앨리스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엔 주변에 달드리라는 같은 이웃사촌인 화가가 등장한다.



화가의 주된 그림들이 교차로를 그린다든 점이 이색적인, 독특한 화가의 설정도 그렇지만 유산을 물려받고 자신이 그려보고자 한 그림을 그리기 위해 앨리스의 여행에 도움을 주는데, 그의 본심을 무엇일까?





저자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부드러운 분위기가 시종 즐겁다.



무겁지도 않고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은 이스탄불을 향한 여행의 여정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소통과 그 안에서 깨닫는 앨리스의 인생행보는 그녀의 탄생의 비밀까지 밝혀지는 연결선이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시대적 벼경이 1950년대를 축으로 이스탄불, 앙카라, 여기에 아르메니아의 아픈 역사까지 그려진 내용은 앨리스란 등장인물을 통해 인생에서 행운이란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그녀에게 운명의 남자라고 생각하던 남자를 만나게 되는 과정이 로맨틱에 어울리는 장면과 함께 코미디를 함께 곁들여 기분 좋게 읽을 수 있다.




한번 맡은 냄새는 영원히 기억하고 냄새 또한 잘 맡는 조향사 앨리스가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  자신의 사랑 찾기와 인생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은 읽는 동안   그녀가  방문한 이스탄불을 함께 따라다닌 느낌이 컸다.




로맨스와 여행일기 같은 느낌이 많이 와닿은 작품, 훌쩍 이스탄불로 다시 가보고 싶다.




 


**** 출판사 도서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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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어의 눈물
시즈쿠이 슈스케 지음, 김현화 옮김 / 빈페이지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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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부간의 갈등이 서양보다는 동양 문화권에서 많다는 것은 서로 남남인 사람들이 가족이란 이름으로 출발하면서 겪게 되는, 특히 여성들 사이에서의 위계질서 내지는 전통적인 문화권 차이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다르다고 생각되는데, 저자의 이번 작품에서도 와닿는 부분들이 많았다.



도자기 노포점 운영을 자부심 있게 운영하던 구노 사다히코와 아내 아키미, 그리고 곧 가업을 이을 아들 고헤이를  둔 그들에겐 청천 벼락같은 일이 벌어진다.



며느리와 손주가 친정에 간 사이 아들이 괴한에게 죽음을 당한 사건은 곧 범인이 며느리 소요코가 사귀던 사람이었던 사실이 밝혀지면서 빠른 전개를 보인다.




마지막 법정 선고에서 범인이 내뱉은 말과 아들의 장례를 치르면서 쇼오코의 남다른 행동에 의심을 두던 아키미의 생각들은 이후 매사에 며느리에 대한 의심을 거두지 못한다.




인간은 내가 보고 싶은 대로 보고 생각하며 자신만의 기준을 통해 타인을 해석하고 판단하려 한다.



이 작품에서 보인 아키미의 설득력 있는  의심 부분에서도 그렇고 쇼오코가 보인 행동도 읽는 독자의 입장에서 이해를 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는 점을 그린 전개는 하루아침에 며느리와 관련된 일로  아들의 죽음이란 형언할 수 없는 비애에 잠긴 엄마의 존재와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며느리와의 상반된 어긋남들은 저자가 그려보고자 한 주요 부분에서 극에 치닫는다.








모든 일에 연관성이 있는 며느리 쇼오코의 성정이 그렇다고 인정하면 그녀를 이해하려는 입장이 좀 더 쉬운 길이 있었지도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고 반면에  쇼오코가 시부모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표현했더라면 사소한 오해를 벗어나기에도 쉽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읽는 내내 나 또한 쇼오코를 전부 이해했다고는 말할 수 없는 상황 장면들이 작가의 의도대로 긴장감과 스릴의 추이를 지켜보려는 의도에서 그렸다면 성공은 했다고 말할 수 있지만 계속 이어지는 사건의 전개상황이 조금은 답답한 부분도 없지 않았다.




이 부분에서 독자들로 하여금 끊임없이 아키미처럼 쇼오코에 대한 의심을 거두지 못하게 만든 작가의 심리 변화를 그린 것은 마지막에 이르러 밝혀지는 내용이 인간이 지닌 선입견에 대한 많은 생각들을 던진다.




그렇지 않을까, 정말 그렇다고?, 그러면 그렇지, 정말 이것이 사실일까?, 이제는 믿기가 어렵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의심의 연속성을 치밀하게 묘사한 장면들이 가족 간의 불신에 이르는 과정이 인상적으로 그려진다.




- 거짓 눈물 말이지. 악어의 눈물. 영어로 '크로커다일 티어스'라고 해. 악어는 먹잇감을 포식할 때 눈물을 흘리거든.- p 114




고부간,  아내와 아내로서 서로의  입장, 남으로 만나 가족이란 이름으로 맺어진 가족 간의 진실게임을 긴장감을 놓치지 않게 그린 미스터리 작품이다.








**** 출판사 도서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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