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에 관한 모든 것
파스칼 보니파스 지음, 정상필 옮김 / 레디셋고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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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세계의 하루하루가 나날이 커다란 변화를 겪고 있다고 느끼는 요즘이다.

한 때는 태양이 지지 않는 나라 란 명칭답게 세계를 호령했던 강대국 영국의 이미지는 예전의 명성만큼 크게 다가오지 않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영연방이란 테두리를 갖고 있고 있는 현실에서 갖는 의미는 상징적으로나마 그 여파가 여전함을 느끼게 된다.

 

이렇듯 한 나라가 자신의 나라를 제외하고 식민 국가를 건설하면서 얻게 된 부차적인 이익을 역사에서는 그저 가만 놔두질 않게 된다.

바로 두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유럽은 커다란 역사적인 변화를 겪게 되는데, 이 책은 그런 관점에서 다룬 책이요, 현대사에서 일어난 주된 사건과 전쟁들을 지정학이란 토대를 두고 근접해서 다뤘다는 점이 눈에 띈다.

 

20세기에서 21세기에 일어난 사건들의 주요 면밀한 점들을 역사 속의 한 테두리 안의 분류를 치면서 다룬 책이기에 현대사에서 중요 부분들을 바로 읽을 수 있는 저자의 글이 독자들로 하여금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한다.

 

저자는 지정학을 크게 냉전과 데탕트, 양극화 세계의 이후인 다극화 세계의 출현으로 나누어  분류하고, 그 시대 안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를 흐름에 따라 보여준다.

2차 세계 대전 후가 끝난 시대, 냉전이라 불린 시대는 강대국 유럽이 호령했던 그 이미지는 실추하고 먼 곳에 있는 미국이란 존재가 활약하면서 소련이란 나라와 이념서부터 갖가지 대립관계를 통해 역사적인 그 시간대로 몰입하게 한다.

 

독일의 분단, 미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유럽의 경제 피폐와 재건에 따른 마셜플랜은 유럽을 다시 일어나게 만들었지만 독일에 대한 트라우마가 깊었던 유럽은 독일을 분단이란 체제를 두면서 다른 길을 모색하게 하고 자신들의 이익에 따라서 두 진영으로 분류된 유럽의 체제를 이루어 나간다.

 

하지만 이런 냉전의 시대도 베를린 장벽 건설과 저비용 고효율’을 가능하게 한 핵무기의 등장으로 인해 서서히 데탕트란 용어를 쓰면서 시대를 맞는다.

긴장완화, 휴식을 뜻하는 말이지만 이 시대적인 데탕트는 결코 안정적인 휴식이 아닌 '잠시'란 기간의 짧은 긴장감 해소 정도라고나 해야 할까? 이런 시대를 맞지만 유럽 쪽에선 오히려 평화를 유지하게 된 반면 소련은 공산주의라는  자신들이 고수하던 체제를 좀 더 보존하려다 오히려 붕괴되는 결과를 도출한다.

 

이로써 뜻하지 않게 강대국의 자리로 우뚝 선 미국은 적대할 나라가 없었기에 초 일류 강대국이란 호칭도 듣게 된다.

데탕트 이후 다원주의 세계화로 진입하면서 여러 나라들, 특히 아시아, 라틴 아메리카, 아프리카에 이르는 많은 나라들은 각기 저마다의 역사적인 특징과 속성, 그 안에서 파생된 여러 분류의 정치 세력들의 다툼이 이어지면서 숨 가쁜 레이스를 아직도 펼치는 중이다.

 

 

 

 

 

특히 일본의 경제적인 부국을 이루는 과정들과 경기불황, 중국의 대두는 곧 미국을 추월한 것이란 전망을 내놓게 되는 역사적인 과정들이 보인다.

 

유럽의 단일화 이후 그리스의 그렉시트는 한숨을 돌렸지만 결국 영국은 탈퇴 결정이 나면서 또 다른 유럽의 변모된 시대로 도래할 것이란 예감을 하게 하고, 우리나라의 사드 배치에 관한 주변국들의 이견들이 대립각을 세우는 가운데 저자가 쓴 글을 토대로 한 나라의 주권의식과 책임감, 강대국들이 무엇을 원하면서 타국들에게 어떻게 자산들의 취지를 이행했는지에 대한 커다란 숲을 보게 되는 책이라고 느끼게 된다.

 

이제 더 이상 냉전을 없다고 생각했을 즈음에 터진 걸프전이나 쿠웨이트 침공의 속사정들, 미국의 이라크 전을 대했던 관점과 속사정, 더 나아가 이제는 금융과 무역에 이르기까지 서로가 얽히고섥킨 이해타산적인 방식의 외교전들을 읽고 있노라면 우리나라가 처한 현시점에서 과연 어떤 것을 취해야만 이로울 수 있는지와 유일무이하게 분단국가란 이름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의 통일을 대비하는 준비 과정들을 독일을 토대로 삼아 많은 생각을 해보게 하는 책이기도 하다.

 

탄탄하고 견고했던 소련이 그처럼 쉽게 무너지리라고 상상했을까만은 실제 연방국들이 서로 다른 독립된 나라로 거듭났을 뿐만 아니라 유고슬라비아의 분열된 전쟁의 사례에서 보듯이 민족, 종교가 끼어들게 됨으로써 인류사에 커다란 상처를 입힌 점, 아랍의 지금도 해결되지 않고 있는 갈등들은 결국 강한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국제적인 정서의 논리, 그 안에서 어떤 자세를 관철하고 세계정세를 관망하고 결정을 내려야 하는지에 대한 외교 안보적인 문제도 생각해 보게 한다.

 

 

 

 

 

저자의 현대사를 다룬 책인 만큼 먼 시점이 아닌 바로 얼마 전까지 일어났던 역사이기에 강대국과 약소국, 제국주의 식민지에서 탈퇴를 하되 여전히 이념과 자원문제에 얽혀 있는 문제들, 종교, 이 모든 것을 완전히 해결할 수 있는 날들이 오길 희망하면서 저자가 책 끝 마무리에 한 말은 누구나 그렇게 바라지만 결코 실행하기에는 여전히 현실적인 어려움들이 도처에 있음을, 그렇다고 손을 놓고 바라보기엔 지구가 정말 가까운 이웃사촌이 돼버린 까닭에 부단한 노력이 필요함을 알려주는 책이다.

 

“인류를 짓누르는 중대한 위협에 적절하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대응하기 위해 결국 단 하나의 길이 있을 뿐이다.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고 지구 온난화에 대항하며 보편적 인권을 보호하고 모두의 의식주가 보장된 체제를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 그곳에 이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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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잔의 칼럼 - 남무성, 볼륨 줄이고 세상과 소통하기
남무성 글.그림 / 북폴리오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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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가끔 라디오나 방송에서 유명 연주자들이 연주하는 것을 들을 때면 이런 음악에는 뜻이 맞는 친구와 같이 한 잔의 여유를 즐기면서 듣게 된다면 더 좋을 것 같단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만큼 날씨와 분위기에 따라서 음악이 주는 위안감과 포근함은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모두 수긍할 것이다.

 

저자의 이력이 화려하다.

남들은 한 가지로 노력을 해도 힘든데, 저자는  전무후무한 음악 역사 만화 'Jazz It Up' 시리즈와 'Paint It Rock' 시리즈의 작가, 다큐멘터리 영화감독, 신문과 잡지에 칼럼과 그 밖의 일상적인 이야기들을 기고해 온 작가다.

 

저자가 생각하는 음악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들, 그 안엔 유명 작가인 하루키가 알려진 재즈광이란 얘기와 함께 노르웨이의 숲에 얽힌 이야기의 진실, 그러고 간간히 만화적인 그림이 곁들여 있어서 때로는 킬킬 웃다가도 잔잔하게 흐르는 물처럼 일상의 소박함을 전달해주는 이야기들은 같은 공감대를 불어 일으킨다.

 

 

 

사실 우리가 사는 일상이 그다지 변화무쌍한 게 아니어서 사소한 찰나를 되새겨 보는 정도만으로도 재미가 있다- 본문 중에서

 

음악인들의 여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유명인들의 음악에 대한 열정과 고집, 전문적인 이야기도 들어있지만 쉽게 접근할 수 있게 글을 쓴 점이 인상적이면서도 저자 자신의 어린 시절에 얽힌 LP와 전축, 어머니에 대한 추억거리는 옛 추억의 장소를 떠올리게도 한다.

 

발 빠른 문명에 적응해 가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어찌 보면 그런 기계문명에 나도 모르게 빨려 들어가 나 자신의 여유로움조차 돌아보지 못하게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스마트폰에 대한 지인의 생각과 정말 만나보고 싶게 하는 용순 이형의 캐릭터는 기막힌 연구대상이 아닐까?

 

 

 

전원생활에서 오는 단조로움과 외로움, 고독에 대한 저자의 생각과 이 생활에 대한 낭만적인 것에 대한 환상에 대한 경고, 그리고 마을로 내려오게 되면서 마주치는 사람들과의 관계도 여전히 따뜻한 시선을 담게 한다.

 

 

 

제목이 한잔의 칼럼인 만큼 정말 따뜻한 차 한잔을 곁에 두고 읽기 시작하니 벌써 찻잔이 비었다.

짧은 챕터 속에 저자가 생각하는 음악 인생에 대한 주변인들의 이야기, 작은 일상 속에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글들이 긴 여운 향을 남기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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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어처리스트
제시 버튼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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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에 가지고 놀던 것 중에 하나가 장난감 인형이나 로봇 인형이었던 기억이 난다.

어느 특정 성별에 얽매이지 않고 사촌들이 사용하던 대물림 형식의 무작위 장난감을 갖고 놀다 보니 다시 한 번  이 책을 읽으면서 고스란히 당시의 기분이 전해져 옴을 다시 느낀다.

 

지금은 여자 아이들이 갖고 노는 종류를 보면 바비 인형을 비롯해서 화장대, 부엌 세트, 침대 피아노,,, 없는 것 없이 구색이 갖춰져서 판매되는 것을 보면 성인이라 할지라고 신기하고 만져보고 싶은 유혹을 가지게 되는데, 실제 우리가 살고 있는 동시대의 똑같은 작은 형태의 미니어처를 가지고 있다면 나이를 떠나 들여다보는 순간은 무척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만약 이런 미니어처가 곧 일어날 미래의 어떤 일들을 예시하고 있다면? 무심코 전해받은 그것들이 실제적으로 벌어질 상황과 맞아떨어진다면 소장의 가치는 둘째치고 무척 섬뜩할 것 같단 생각이 든다.

 

이 책의 배경은 17세기 네덜란드다.

네덜란드 하면 지형적인 불리함을 극복하고 일찍 무역으로 눈을 돌려 자구적으로 한 때나마 강대국으로 들어선 나라답게 이 시기에 어울리는 등장인물들의 조합들은 당시의 구도와 사회정서에 맞는 배경에 부합된다.

18살의 넬라는 자신보다 나이가 훨씬 배나 많은 요하네스와 결혼하고 자신의 고향을 떠나 요하네스가 살고 있는 집에 들어서게 된다.

들어선 곳은 냉랭한 시선의 요하네스 여동생인 마린, 고아 출신 코넬리아, 노예 출신인 검은 빛깔의 오토 란 인물이 살고 있다.

세 사람의 보이지 않는  차가운 시선과 첫인상에서부터 자신과의 관계에 있어서 안 집 여주인으로서의 기강을 보이는 마린을 보면서 이제나 저제나 남편 요하네스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린다.

 

어린 소녀의 꿈, 그것은 동시대의 모든 여성들이 당연히 받아들이고 살아오는 삶의 척도인 결혼을 통해서 출산을 하고 안집 주인으로서 남편에게 순종하는 삶을 받아들이라는 친정 엄마의 말과 자신 또한 그러한 결혼에 대한 기대를 품고 있었지만 요하네스의 자신을 대하는 태도와 마린의 비밀스러운 행동과 말, 어두운 밤이 되면 소리 없이  듣게 되는 발자국, 말소리, 숨소리,,,,

모든 것이 자신의 생각과는 다르게 돌아가던 중 남편으로부터 결혼 선물을 받게 되는 넬라는 자신의 키에 반 정도로 올라오는 미니어처를 받는다.

 

총 9칸으로 나눠져 있는 미니어처의 공간을 채워둘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넬라, 결국 결혼 기념으로  광고에 나온 문구에 이끌려 미니어처 리스트에게 자신의 물품을 주문한다.

 

 

 

마지팬과 류트 그리고 결혼 기념 컵을  기다린 넬라는 정말 기막히게도 잘 만든 미니어처를 손에 넣게 되고 그 외에 자신이 주문하지 않은 것들이 속속들이 도착하면서 전혀 예기치 않는 사건과 비밀에 휩싸인 진실들을 알게 되는데....

 

 

 

 

 

                 (네이버 발췌 : 파트로넬라 오이트만의 미니어처 하우스) 

 

 

17세기의 네덜란드가 자유무역으로서 성공한 나라이며, 종교적으로도 구, 신교 간의 대립이 있었던 시대였기 때문에 그 시대에 살고 있었던 사람들, 특히 여성들의 삶의 모습들은 상반된 인물들을 통해 그려진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지만 결혼을 함으로써 자신이 꿈꾸던 것을 포기하기 싫었던 마린은 결국 오빠 곁에서 남자 이상의 실력을 가진 여자로, 어린 나이에 신부로서 요하네스와의 아름다운 결혼을 꿈꾸었지만 요하네스의 비밀을 알아버린 후에 요하네스 가문의 여주인으로서 성장해가는 넬라, 왜 하고 많은 사람들 중에서 넬라를 선택해 미니어처를 통해 자신의 안목과 관찰과 예지를 통해 그녀의 불행한 삶을 예견한 미니어처 리스트, 그녀는 남자들의 세계에서도 월등히 뛰어난 실력을 가진 여성으로서 또 하나의 자립적인 삶을 이어나가는 여성으로 그려지고 있기에 이 책에서 보이는 전통적인 시대물 로맨스물의 느낌과 더불어 어떤 미스터리한 비밀들에 감추어져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서 그것을 파헤치고 이를 이용해 자신들의 복수와 야망을 이루려는 사람들의 탐욕들을 엿볼 수가 있게 하는 책이다.

 

시대적인 흐름의 표현과 당시의 건축 구조와 종교와 재판, 사회에서 주를 이루는 인식의 패턴의 영향이 한 인간을 어떻게 몰락해버리게 하는지와, 반전의 비밀들은 미니어처 리스트에게 전해받은 인형들 하나하나, 소품들 하나하나를 통해 제대로 실현이 된다는 사실이 미스터리 스릴과도 어울리게 조합이 그려진 책이다.

 

실제 책에서 나오는 넬라의 이름은 페트로넬라 오트만이다.

저자가 네덜란드 여행 중 위의 인물이 소장했던 미니어처를 보고 이 인물에 대한 상상력을 덧붙여 이 책을 썼다고 하는데, 상상력의 토대가 실제의 당시 상황과 어울리면서 전달되는 분위기와 스릴, 안타까운 로맨스들의 이야기가 고루 들어  있는 책이다.

 

세세한 미니어처의 표현대로 실제로 이런 미니어처 한 개쯤은 갖고 싶다는 생각도 들게 한다.

상류층이 많이 소장했다고 하는 만큼 정교한 솜씨의 총체합적인 미술품이란 생각과 더불어 미니어처 리스트에 대한 자신의 이야기가 넬라와 끝까지 이어지지 않고 그녀 자신에 대한 마무리를 제대로 짓지 못한 부분들은 독자의 입장에서 볼 때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세세한 미니어처의 표현대로 실제로 이런 미니어처 한 개쯤은 갖고 싶다는 생각도 들게 한다.

상류층이 많이 소장했다고 하는 만큼 정교한 솜씨의 총체합적인 미술품이란 생각과 더불어 미니어처리스트에 대한 자신의 이야기가 넬라와 끝까지 이어지지 않고 그녀 자신에 대한 마무리를 제대로 짓지 못한 부분들은 독자의 입장에서 볼 때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하나하나 문을 열 때마다 비밀이 밝혀지는 미니어처의 진실-

실제와 허구가 잘 맞물린 이야기를 통해 당시의 사랑의 풍속과 로맨스, 그리고 미스터리함이 결합된 환상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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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벌레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2
요 네스뵈 지음, 문희경 옮김 / 비채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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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통해 저자가 출간한 시리즈를 통해서 주인공의 성장을 엿볼 수 있게 하는 책들이 있다.

거의가 대부분 성장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고 일례로 '빨강 머리 앤' 시리즈를 들 수가 있을 것이다.

어린 소녀에서 어른으로 성장해가는 이런 일련의 시리즈를 접하는 기쁨도 있지만 어느 특정 캐릭터의 청춘에서부터 나이가 들게 되면서 더욱 노련해지고 자신의 삶에 대한 지친 듯한 모습 속에 독자들도 같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책,  그런  주인공들 또한 예외는 아닐 것이다.

 

북유럽권의 특색 있는 소설의 맛을 제대로 느끼게 해 준 해리 홀레 시리즈를 접해 본 독자라면 그동안 출간된 책들을 통해 어느 정도 해리 홀레란 캐릭터를 같은 시간대, 같은 동지로서 세월의 흐름을 느낄 수가 있을 터, 국내에 출간된 책들의 역행이라고 해야 하나? 바로 '박쥐'에 이은 두 번째 해리 홀레 시리즈인 '바퀴 벌레'가 출간이 됐다.

 

해리 홀레의 알코올 중독성 있는 상태에서 수사관으로 날카로운 활약을 보는 맛이 이 책에선 30대 중반의 해리를 만나게 된다.

전작인 '박쥐'가 호주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을 다뤘고, 여동생의 성폭행 수사를 진행하려 하던 중 여전히 그의 친구요, 유일한 낙은 술이다.

 

이제는 이름이 익숙한 볼레르와 그의 상사와의 만남이 이 책에서 그려짐으로써 독자들은 뒤의 이야기 이긴 하지만 기존에 출간된 책들을 통해 이미 그들의 관계를 짐작해 볼 수 있는 기회도 되는, 신선함이 넘치는 책이라고도 할 수 있다.

 

오슬로가 아닌 방콕 주재 노르웨이 대사가 태국 모텔에서 등에 칼이 꽂힌 채 죽어 있는 것을 매춘하러 온 태국 여성에게 발견이 되면서 사건이 시작이 된다.

 

오슬로 현지에선 자국 내의 당파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고 죽은 대사의 개인적인 소아성애자란 사실이 퍼질까 봐 긍긍하던 차에 해리를 불러들임으로써 이 사건에 대한 수사를 맡게 한다.

 

너무 자세한 내막을 알려고도 하지 말고 그저 양국 간의 좋은 것이 좋은 것이란 뉘앙스를 풍기는 고위층의 언질에 태국으로 날아간 해리-

그곳에서 혼혈인 리즈 형사와 태국인 수사관들과 함께 사건의 내막을 파헤치면서 자신도 모르게 깊은 곳으로 발을 담그게 된 해리는 이 사건의 뒤 실체와 내막에 얽힌 일들의 연관 고리를 파헤치면서 지금까지 해리 홀레란 인물이 왜 망가진 인간의 삶을 살게 되는지에 대한 배경을 설명해 준다.

 

양파처럼 한 꺼풀 벗기면 그 안에 또 다른 전혀 다른 진실이 숨어 있고 그 안에 담긴 사실들을 파헤쳐 가면서 알게 된 개인들마다 간직한 비밀들, 탐욕을 통해 범죄의 온상을 알게 되는 과정들이 마치 바퀴벌레를 연상시키듯 음침한 구석에서 모습은 보이진 않고 서서히 조여 오는 범인의 치밀한 범죄행위와 맞닿아 있는 설정이 기가 막히게 그려진다.

 

 

 

 

죽여도 결코  그 자체의 뿌리는 죽어지지 않는 바퀴벌레의 존재처럼 범죄는  한순간에 없어지지 않는다는 사실, 그저 숨쉬기만 고를 뿐, 숨을 곳을 택해 때가 오면 인간의 욕심과 이기심이 맞물릴 때 이를 저지하려는 자와 이를 이용하려는 자들의 숨 막힘만 진행될 뿐이란 사실을 깨닫게 해 준다.

 

찌는 듯한 숨 막히는 더위와 매춘, 마약이 벌어지는  방콕의 묘사와 함께 초년의 해리 홀레의 치밀함을 가장했다고는 하지만 실수 한 번으로 여러 명이 피해를 입게 될 수밖에 없었던 경험 부족의 해리를 볼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전작들처럼 가독성이 상당히 좋으며 책을 읽는 순간 무더위와 함께 하는 해리 홀레의 만남이 여전히 흥분을 쉽사리 삭이지 못하게 하는 책이다.

 

범인이 전혀 예상치 못한 인물로 드러나기에  더욱 재미를 주는 책이기도 하므로 읽으면서 맞혀보는 재미도 쏠쏠할 듯~

 

책장을 둘러보니 그동안 해리 홀레 시리즈를 출간된 순서부터 꽃아 두고 있는데, 이 기회에 출간 순서대로 바꿔야 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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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스토리콜렉터 46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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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시리즈를 집필한 작가답게 이번에도 여전히 으스스한 소름이 끼치는 글들로 가득하다.

전 작인 '흉가'를 읽었을 때와는 같은 비슷한 느낌이면서도 이번의 작품이 더욱 무섭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보이지 않는 실체의 존재감, 그것을 어느 때인지는 모르지만 기시감이란 말로 대체할 수 있는 섬뜩한 느낌을 마주하고 있다면 과연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고 할머니와 같이 살게 된 코타로는 이사 온 지역과 자신이 살 집을 둘러보다 문득 어디선가 본 듯한 기억, 체험 같은 것을 느끼지만 실제적으로 무사시 나고이케라는 낯선 지역에 있는 우누키 마을 히가시 4번지인 이 일대  지역은 처음이다.

 

같은 동네 정체모를 숲 앞에서 의미심장한 환청을 들었다는 사실, 무언가 쫓기듯 자신의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안개 같은 물체,  "이것도 운명이겠구먼" "다녀왔니"... 같은 말을 듣게 되는 때, 집 안 곳곳에 스스륵, 철퍽철퍽, 머리가 없는 사람의 형상이 자신에게 다가오고 목욕탕에서 원인 모를 뒷 머리 부근이 이상한 기운을 느낀다는 점...

 

이 모든 일을 두고 할머니에게 이사를 가자고 하고 싶지만 형편상 그럴 수는 없다는 현실의 문제 때문에 고민하던 중 같은 나이의 레나란 여자 아이와 함께 이 문제에 대해 의논을 하기 시작한다.

 

가끔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기시감을 느낄 때가 있다.

전생이나 운명론 같은 것에 얽매이지 않는 사람들일지라도 아마 주인공인 코타로처럼 집에 들어가기 무서울 정도의 섬뜩함을 지닌 느낌을 받는다면 그 집은 잠을 편히 자고 모든 것을 내 집이란 생각 하에서 이룰 수 있는 일을 할 수 없는 공포의 대상이 될 것이다.

저자가 설정한 주인공들은 이러한 눈에 보이지 않은 그 무언가를 향해 스스로 해결의 실마리를 풀어 나가려고 노력하는 가운데 쉽게 속단할 수만은 없는 미지의 어떤 혼령 내지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실체에 의해 인간들의 삶이 어떻게 혼란에 빠지게 되는지, 그  대상을 마주하고 이를 뿌리치려는 주인공의 당찬 의지력을 통해 미신을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미신, 또는 혼령은 정말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자아내게 한다.

 

화를 부르는 집, 그 속사연들을 밝혀내는 과정과 과거 10년 전에 벌어졌던 그 집과 근방 집들에 얽힌 사연들을 통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위협을 당할 수도 있다는 설정이 팔에 소름이 끼칠 정도로 으스스한 기분을 전달해 준다.

 

한국에서는 흉가가 먼저 나왔지만 실제 일본에서는 이 '화가'란 책이 먼저 출간이 됐다고 하는 만큼 같이 읽는다면 같은 재앙을 부르는 집의 소재 구성과 설정, 그 안에서 희망적인 이야기도 들어 있지만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다는 저자의 나름대로의 글이 달리 받아들여지게도 한다.

 

이 무더운 여름, 한 글자, 한 글자를 읽어나가면서 내 뒤에 마치 이러한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쳐다보고 있을 것만 같은 느낌!...

정말 이 여름에 이런 종류를 좋아한다면 읽기에 딱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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