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가 지은 집
정성갑 지음, 행복이 가득한 집 편집부 기획 / 디자인하우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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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직하면서 왠지 두고두고 보고 싶게 만든 양장본 형태의 책, 마치 건축의 기초에서 처음 공사를 하기 시작하기 전 설계도를 다시 펼쳐 들고 상상의 완성작을 생각해 보게 되는 책이다.



오랜 시간 동안 단독주택 생활을 경험한 이후 아파트라는 공동주택에서 살고 있는 나에겐 이 책이 마치 잠시 힐링처럼 다가왔다.



단독주택만이 주는 공간과 시간적인 제약 없이 얼마든지 내가 자연이 주는 공기와 향기를 누릴 수 있었던 시절을 떠올려 보게 하는 것과  공동주택으로 아파트라는 형태의 비교는   서로 장단점을 갖고 있는 가운데 누가 살고 있느냐에 따라 집이 갖는 성격은 달라질 것이다.



한때는 내가 살고 있는 집을 짓는다면 어떤 구조와 자재, 공간의 활용을 어떻게 해야 만족할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을 한 적이 있는데 그런 면에서 방송에서 다루는 집에 관한 프로를 즐겨보고 있다.



방송에서 개인들마다 추구하는 집에 대한 생각들이 건축으로 만날 때 보인 완성작은 품고 있는 생각에 따라 전혀 다른 방향의 새로운 건축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에 배울 점이 많다는 것을 느끼곤 했는데 이 책에 보인 집은 또 다른 간접 경험을 누릴 수 있다.



저자는 하이엔드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럭셔리> 에디터로 일한 경험과 3년 전부터 매거진 [행복이 가득한 집]의 칼럼 '건축가가 지은 집'을 연재하고 취재하면서 만난 집들 중 주제별로 채택해 책을 엮여냈다.


  





가장 궁금했던 것은 과연 건축가는 손수 지은 자신의 집을 어떤 생각으로 지었을까였다.



첫 번째 챕터에서 들려주는 이야기 속에 담야 낸 각 건축가들이 생각하는 자신만의 철학과 자연과의 조화, 그 안에서 무엇을 가장 중시하며 설계하고 지었는가를 읽는 과정이 무척 재밌었다.



땅이 가진 성질과 그 성질에 맞는 주택의 설계과정부터 어떤 자재를 사용하느냐에 따른 집의 형태는 비단 이들 건축가들의 집만이 아니라 건축주가 무엇을 생각하며 집을 그리는지, 거기에 따른 소통과 집이 주는 아늑함과 그 안에서 오로지 행복함을 느낄 수 있도록 적재적소의 포기할 부분과 빼고 더하는 과정이 건축에 대한 관심을 이끌게 한다.







책 속에 담긴 개인별 취향과 스테이 하우스, 가족 구성원이 독립적인 공간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공간 이용에 대한 의미들, 한옥이 지닌 매력과 현대 건축자재의 이용 활용도 또한 서촌이나 북촌 한옥 형태를 넘어 개인이 목적하는 바에 따라 새로운 집으로 거듭나는 모습에서 절로 감탄이 나온다.



만약 집에 대한 건축을 생각하고 있거나 계획을 세우고 있는 분들이라면 이 책에서 보인 각 건축물들과 건축가가 생각하는 '집'에 대한 철학을 함께 들여다 보수 있어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아름다운 공간과 시간이 함께 머무는 곳으로 불리는 '집' -







뒤편 김대균 건축가와 나눈 대담이 인상 깊게 다가온 책, 건축이란 말이 함축하고 있는 그 영역엔 인간 중심의 모든 인문과 과학, 철학이 깃들어 있음을 다시 느껴본 책이다.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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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비치
레이철 요더 지음, 고유경 옮김 / 황금가지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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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능력을 잘 발휘하던 직장생활과 결혼,  출산을 겪으면서 두 살배기 아이와 독박육아라고 표현해도 될 듯한 환경에 처한 여성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엄마라는 자리에 있는 분들에겐 많은 공감을 이끌어내는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남편의 직업상 출장일이 잦고 자신이 하던 일을 그만두고 아이에게 올인하며 지내는 엄마란 자리, 그녀는 모성이란 이름으로 아이가 자신에게 매달리고 그 아이를 사랑하지만 집 안에서의 삶은 직장생활을  하던 그 시대의 자신 모습과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끼며 살아간다.




그런 자신의 내면에 어느 순간부터 느끼기 시작한 신체의 변화, 털이 나기 시작하고 혹이 나오는 모습에서 흡사 '개'를  떠올리게 하면서 그녀는 어느 순간 진짜 '나이트 비치'가 되어 잠시나마 자유에 대한 해방감을 느낀다. (카프카적 변신!)

 



소설은 같은 선에서 출발한 남편과 자신의 위치가 어느 순간 출산이란 이름으로 명명된 고통스러운 체험을 마치고 자신의 이름이 아닌 새로운 이름인 '엄마'란 자리에 있게 되면서 겪는 나 자신과의 싸움과 사회에서 받아들이는 자신의 위치에 대한 위축감들이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면서 자조적인 농담으로 들려준다.




정작 자신의 자리는 정체되어 있는데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남편에게 자신의 육아에 대한 지침과 도움 요청들을 하지 않았던 이유에는 가장이란 이름으로 실제 가정생활의 경제력을 담당하고 있다는  이름이 있었고 점차   환경 매너리즘에서 빠진 자신의 경력단절은 그녀를 더욱 몰아가며  동물의 강인한 이빨을 숨긴 채 점차 강한 분노력을 폭발한다.








과거와는 달리 워킹맘이란 이름이 낯설지 않은 시대에 살아가고 있는 여성들  삶의 한 단면을 들여다보듯 이어지는 내용은 삶에 지친 여성 스스로가 억눌린 야성의 분노와 본연의 자신으로 돌아가길 희망한 과정 속에서 사랑과 결혼, 출산, 그리고 자신의 능력이 더 이상 빛을 발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우화적으로 표현한다.










특히 여성이 갖고 있는 '모성'이란 주제를 현실에 기반한 부조리한 사회제도에 대한 비침과 어머니란 존재가 지닌 힘에 의해 스스로 여성이란 한 사람의 주체자로서 갖는 딜레마를 밤이면 개로 변할 수밖에 없는 '나이트 비치'란 것으로 형상화해 그린 점이 인상 깊었다.





아이를 사랑하지만 나만의 시간도 필요한 엄마란 존재, 그런 엄마들이 겪는 좌절들을 작가 자신의 자전적 경험을 토대로 그린 작품이라 그런지 더욱 실감 나게 다가온 작품이다.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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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마인더스 오브 힘
콜린 후버 지음, 박지민 옮김 / 미래지향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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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로맨스 소설의 작가를 꼽으라면 콜린 후버다.



국내에 출간된 소설들을 읽어본 독자라면 그의 전매특허인 로맨스 감성과 에로티시즘을 넘나드는 필력에 빠지지 않을 수가 없을 것 같은데 실제 소설 속의 상황들이 비현실적인 것이  아닌 누구나 일상에서 볼 수 있는 부분들을 그려낸 점이 공감을 산다.



유년시절부터 엄마의 사랑을 제대로 받아보지 못하면서 성장한 케나 로완이 남자 친구 스코티를 태운 채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운전한 그 일은 스코티의 죽음으로 결국 과실치사죄로 5년을 복역한다.



복역 이후 그녀의 인생에 오직 단 하나 목표는 감옥에서 출산한 이후 양육권을 스코티의 부모에게 넘긴 채  얼굴조차 모르는 딸 디엠을 만나기 위한 것-



이후 디엠과 스코티의 부모가 살고 있는 가까운 지역에 자리 잡은 그녀 앞에 또 다른 운명의 남자를 만났으니 바로 스코티의 절친인 렛저 워드다.



우연히 들른 술집 주인인 그와의 만남은 디엠을 사이에 두고 서로 다른 날 선 감정선이 자리 잡은 가운데  점차 서로에게 빠지게 되는 설정은  서로의 시선으로 교차되면서 그려지는 구도로 독자들에게 다가간다.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는 법이고 그 실수를 통해 반복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삶이 인생이라고 하지만 케나가 겪은 상실감과 후회, 죄책감, 고독, 그 밖에 아들을 잃거나 친구를 잃은 사람들이 상실의 아픔을 이겨나가면서 살아가는 모습들이 서로의 위치에서 생각하고 바라본 진행은 누가 이기적이거나 나쁘다고 할 수 없는 저마다의 사정이 설득력을 지닌다.




저자의 특징인 인간관계에서 어떤 선을 긋고 그에 따른 행동과 말을 하고자 하지만 결국 진심 어린 감정 앞에서는 과거의 아픔들을 지닌 사람들이 서로에게 용서와 화해를 할 수밖에 없는 긍정의 시선으로 그려나간 점은 이 작품에서도 빛을 발한다.




겉으로 보인 사건에만 치중해 그 사람을 단죄하고 판단한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사실 겪어보지 않은 입장에서 소설 속 등장인물들에 이입돼 그 마음을 십분 이해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한계는 있겠지만 이 소설 속에서 두 남녀가 느끼는 사랑이란 감정은 정말 불가항력적이란 것을 느끼게 한다.




로맨스 장인답게 모든 감정선들을 담아낸 작품, 저자의 작품을 신작을 기대한 독자라면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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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과 정전
오가와 사토시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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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르는 별로 주목받고 있는 작가의 SF 6편의 단편을 모은 작품집이다.



시간과 공간의 관한 타임머신을 소재로 한 작품들은 각기 다른 이야기 구성장치와 함께 과거와 현재, 미래를 통해 상상력과 그 상상력의 한계를 넘어선 '만약'이란 가정이 실제로 존재하는 현실이 된다면 기존의 역사를 인간 스스로 변화시킬 수 있을까에 이르기까지 매력적인 내용들을 담고 있다.



다케무라 리도 마술사가 스스로 타임머신 마술을 선보인 뒤에 자취를 감추어버린 이야기를 담고 있는 첫 번째 작품 '마술사'는 그의 딸인 리도가 아버지 마술에 감춰진 비밀을 풀고 스스로 아버지와 똑같은 행보를 보이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단편이다.



그런가 하면 아버지가 남긴 유일한 유산인 경주마에 얽힌 발자취를 더듬어 올라가는 여정을 그린 '한줄기 빛', 과거는 바꿀 수 있어도 미래는 바꾸지 못한다는 말로 진정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오펜하임의 이야기, 이밖에도 음악으로 소통하고 음악이 하나의 화폐이자 재산으로 통용되는 일족을 찾아 아버지가 남긴 음악에 관한 의미를 찾아 나서는 이야기인 '무지카 문다나', 오토바이를 타고 마지막 불량배 차림으로 나서는 편집장 이야기, 마지막 책 제목인 '거짓과 정전'이란 작품까지  시간여행을 통해 등장인물들의 동선을 함께 여행하게 된다.



특히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은 [무지카 문다나], [ 거짓과 정전]이다.



작은 섬에서 독자적인 삶을 이루고 살아가는 루테아족을 찾아 아버지의 음악과 연관된 부분들을 찾고자 하는 주인공의 여행은 우주를 뜻하는 다이가란 말이 함축하고 있는 그들의 삶의 태도와 시간의 과거와 현재를 오고 가는 의미를 담아낸 듯 한 작품이라 기억에 남는다.



또한 인류의 역사에서 공산주에 관련된 이야기를 담은 [거짓과 정전]은 숨 막힐 듯 그린 소련 내 모스크바 CIA 직원과 소련의 전자전파 연구소 직원 간의 첩보작전을 통해 만약 과거의 그 시대로 돌아가 이미 발생한 역사를 막을 수 있다면 오늘날 인류의 역사는 어떻게 변했을까를 공상하며 그려볼 수 있었던 작품이다.




정말로 인간이 '시간'을 다스릴 수 있다면 과거의 불편한 역사는 미연에 방지할 수 있고 만나고 싶은 사람에게 궁금한 점들을 다시 물어볼 수 있겠다는 희망 아닌 희망처럼 다가온 소설집으로 매 작품들마다 독특한 세계관을 보임으로써 일본문학  SF장르를 읽어보고 싶은 독자라면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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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경관 마르틴 베크 시리즈 4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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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틴 베크 시리즈 네 번째로 만나는  작품, '웃는 경관'-



로재나부터 시작해 추천사가 점차 주인공들과 그 주변인들의 특징과 행동들이 더욱 부각되면서 이어지는 사건의 이야기는 지금까지 읽은 작품들 중 가장 좋았다.



어느 것 하나 뚜렷한 단서가 없는 상태에서 범인 추적이라니, 지금처럼 발달한 장비들을 이용한다는 것과 비교하면 느리고도 느린 시대격차를 느끼게도 하지만 왠지 고전의 느낌이 물씬 나는 이 작품 라인들이 정겹게 느껴지는 것은 점차 이들 수사기법에 길들여진 것은 아닌가(?)하는 기분도 든다.



아무튼 1967년대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베트남전 반대를 하는 시위대로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비가 내리던 밤  순찰하던 두 경관이  이층 버스가 승객을 태운 채 사고를 낸 현장에 도착하고 이 사건에서  운전사를 비롯한 승객전원이 사망한 것으로 기록된다.



그 승객들 중 동료인 오케 스텐스트룀이 사망한 가운데 그는 무엇을 하고 있었으며 왜 그 버스에 타고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부터 총기 난사로 인해 얼굴 식별이 불확실한 승객, 죽어가는 승객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들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무엇하나 단서의 흔적마저 오리무중인 사건으로 흐른다.



이후 베크와 콜베리의 조합, 군나르 외에도 각자의 개성을 지닌 동료들이 사건에 다가서기까지 시간이 흐르는 과정은 여타 어떤 특정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길 기대하는 국민들의 바람과 경찰 스스로 한계에 부딪치는 모습들이 세밀하게 그려진다.








전체적인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기까지 하나의 기대감을 품고 주변인들을 탐문하면서 예상치 못한 사건에 이르기까지 사건의 전개와 그 뒤의 감춰진 인간의 나약함과 이기심에 찬 비열함들이 스톡홀름의 을씨년스러운 날씨와 함께 여전히 그들의 세계에서 나름대로 부단히 노력하는 모습들이 흡입력 있게 다가왔다.



또한  경찰 개인들의 가정사는 물론이고 기억력이 뛰어난 멜란데르를 떠올릴 때면 에이머스 데커가 생각나기도 하며,  자동차에 관한 추리이론 또한 지금 추리미스터리의 한 테마로써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 추리작가협회 대회 대상 수상작에 걸맞은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 시절에도 이미 타국에서 온 사람들의 모습이나 거리의 여자, 폭력이 난무하고 도둑과 술은 기본인 스톡홀름이란 도시의 묘사가  그다지 낯설지 않게 다가온 것은 여전히  현시대에도 익숙하게 느껴진다는 사실에서 변화의 바람은 그다지 크게 다가오지 않음을 느껴볼 수 있다.




고전적인 방식으로 이어진 수사망의 범위, 문득 한국드라마 '수사반장'이 새롭게 1958년을 배경으로  반영된다고 하는 소식이 있던데  이 작품을 읽는 동안 시대는 달라도 수사방향에서는 어떤 모습들이 펼쳐질까 비교해도 괜찮을 듯싶다.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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