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빛 (리마스터판) 창비 리마스터 소설선
정지아 지음 / 창비 / 202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08년도에 출간한 작품집을 새롭게 개정판(리마스터판)으로 읽은 소설들, 가슴 한편에 몽글몽글  뭐라 말할 수 없는 시린 감정들과 함께 모든 작품들이 기억 속에서 한동안 떠나가질 않을 것 같다.



그동안 작가가 그려온 작품들의 배경들을 생각해 보면 이 단편집들의 토대가 차곡히 쌓였음을 느끼게 되는데 등장하는 인물들이 들려주는 인생 이야기가 녹록지 않음을 다시 느꼈다.



한 폭의 풍경이 주는 그 섬세함의 표현들과 문 밖에만 나가면 바로 마주 볼 수 있는 자연의 조화들은 시대적인 흐름 속에 옳다고 생각하고 행동했던 이들의 청춘과 늙음이 비교되면서 어느 누구의 마음속에라도 시원함이 없는 강물처럼 흘러 흘러 살아왔음을 그려냈다.



빨치산과 여수 14 연대의 이야기도 나오지만 아들이 늙은 아버지를 바라보는 마음들, 뭔지도 모른 채 남편이 좋은 세상을 만든다니 따라나선 아내의 말들은 역사 속에서 이름 없는 이들의 알려지지 않은 인생이 담겨있다.








 마음속에 봉인했던 아픔들이 봉인해제되면서 느끼는 마음의 파편들을 그린' 양갱이'는 말할 것도 없지만 '봄빛'에서 만난  치매를 매개로 한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를 되돌아보는 것 또한 '풍경'에  이어지면서 타의에 의한 것이 아닌 자의 반, 환경에 의해 살아온 자신의 한평생을 생각하는 글들이 뒤이은 '소멸'과 '순정'에 물 흐르듯 이어진다.








토속적인 전라도 사투리를 근간에는 조정래 님의 작품을 제외하곤 읽을 기회가 없었다.



오랜만에 접한 찰진 사투리 속에 담긴 문장 속에 담긴 글들이 읽기가 수월하진 않았지만 정말 좋았다.




울타리 밖에서 핀 자운영의 모습, 구수한 된장국이 먹고 싶은 마음이 들만큼 저자가  그린 리얼리즘의 시각으로 다져진 인생의 깊은 사유는 묵직함 그 자체로 여운을 남기고 인물들에게 연민의 감정을 새긴 저자의 단편집들은 독자들에게도 자취를 남긴다.






**** 출판사 도서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타니오스의 바위
아민 말루프 지음, 이원희 옮김 / 교양인 / 202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레바논 출신의 프랑스 작가로 문학을 써온 저자의 작품인  '타니오스의 바위'는 전 작품에서도 보인 바 있는 신화와 전승이란 키워드를 적절히 녹여낸 수작이다.



근래 들어 프랑스 관련 문학을 접하다 보면 제국 시대의 뿌리란 영향으로 민족에 대한 소속은 달라도 프랑스 문학권이란 통일안에서 그들이 토해내는 글들은 모두 영향을 받으며 성장한 작품들이 있음을 느끼게 한다.



이 작품 또한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는 레바논이란 나라를 배경으로 족장의 사생아란 출생의 비밀을 갖고 있는 타니오스의 삶에 대한 여정을 녹록지 않게 그린 진행으로 보인다.



영국, 프랑스, 이집트, 프랑스, 오스만 튀르크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산악지대에 살고 있는 이들을 어떻게 이용하며 교육이란 명목 아래 자제들을 자국으로 데려가 공부를 시킨 점들은 미래 그들이 자국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도록 뒷받침할 예비 자원으로서 이용한 점을 염두에 두었다는 점에서  타니오스 또한 이런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함을 그린다.



대대로 부모의 신분에 종속되어 그 자신도 영주의 아들 라드에게 복종해야 한다는 사실에 반기를 들었던 것이나 영국과 프랑스 간의 싸움의 전장이 레바논으로 옮겨지고 여기에 이집트까지 가세해 상관도 없던 그들의 삶에 영향을 끼친 부분들은  종교는 물론 교육의 이면에 감춰진 세뇌의 결과물들이 어떻게 흐르는지를 보이며 피는 피를 부르는 연이은 복수극으로 치닫는  현장들이 아픔으로 다가온다.



타니오스란 인물을 통해 레바논이란 나라가 당했던 그 많은 역사적인 현장의 포착이 지금도 여전히 뜨거운 중동의 한 부분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과 특히 산악지대에 살고 있는 이들의 삶이 전제적인 통치가 분명 좋은 정치체가 아니었음을 알았더라도 그저 이 순간처럼 별 탈만 없다면 작은 불편함은 넘어갈 수도 있다는 폐쇄된 공동체가 갖는 인식에 대한 부분도 간과할 수 없게 그린 점이 인상 깊었다.





대대로 내려오는 전설에 따라 타니오스가 겪은 자신의 인생 여정이 살인자의 아들로 그 땅을 떠났다가 영웅처럼 돌아오고 다시 그 땅을 떠났을 때 그는 과연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땅이란 무릇 인간이 발을 딛고 지탱하며 살아갈 수 있는 기초이며 그 땅에서 태어나고 언젠가는 떠나게 될 그 모든 것들에 대해 '인생'이라고 말하는 우리들은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통해  타니오스란 인물로 대변되는 레바논의 정세를  허구와 실제가 결합된  좋은 작품을 만날 수 있었단 점에서 의미가 깊다.















**** 출판사 도서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프랭크 허버트 단편 걸작선 1962-1985 - 생명의 씨앗 프랭크 허버트 단편 걸작선
프랭크 허버트 지음, 유혜인 옮김 / 황금가지 / 202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독보적인 작품에 관한 인기로 기타 많은  작품에 영향을 끼친 작품 중 하나인 '듄' 시리즈는 저자의 창작 시기를 고려할 때 상당히 획기적인 발상이란 생각을 하고 있다.



SF라는 장르의 특성이 주는 미지의 세계를 탐험한다거나 인간들의 군상들이 여지없이 드러나는 캐릭터들의 활약은 이 작품들이 탄생하기까지 연구 대상이란 점에서도 알 수 있듯 이번 단편 걸작선은 일부가 프리퀄처럼 다가온다.



짧은 단편들이 주는 빠른 결말들이 지닌 특징 외에도 저자가 상상한 세계 속에 포함된 다양한 소재는 공상과학 영화를 보는 듯했다.



이 모든 것의 근본이 지구라는 행성에서 살던 인간들이 타 위성이나 행성에 도착하고 겪는 일 외에도 과학의 발달로 인해 벌어지는 인간들의 오래전 기억의 데자뷔, 유전을 통해 기억이 전이된다는 발상들, 우주선을 타고 착륙한 곳에서 살아가는 암울한 디스토피아 세계까지... 많은 상상의 창고처럼  그려낸다.



언젠가 지구에서 더 이상 살아갈 수 없다면 과연 인간들은 어떤 해결 방안을 내세울 수 있을까에 접근한 이야기들은 '듄' 시리즈에서 보인 연결된 점들도 있고  다른 이야기들을 통해 과거의 근원을 따라 거슬러 올라가 인류의 가장 원초적인 원시인의 등장까지 설정한 부분들이  광범위한 확장의 세계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1962부터 1985에 이르는 시기에  단편들을 들려줬던 작품 내용들은 모두가 매력적이었지만 책 제목인 '생명의 씨앗'에서 보인 디스토피아의 세계 안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이  옥수수를 통해 생명에 대한 희망으로 보인 부분일지라도 더 이상 자신들의 후대나 인간으로서의 형상을 지니고 살아갈 수 없다는 암울한 시점을 그렸다는 데서 다채로운 장르의 힘을 느끼게 했다.



특히 가장 마지막 작품인 '듄으로 가는 길'은 '듄'이 탄생하기 전초전의 밑그림처럼 느껴진다.







가장 기초적인 설계도처럼 들려주는 내용은 이미 '듄'에 등장하는 가문에 관한 저자의 생각들을 엿볼 수 있었다는 점과 그림을 통해 '듄'과 연결 지을 수 있는 부분들이 친근감이 들게 했다.







먼 미래의 일들이 최우선으로 실행될 수도 있다는 가정을 생각을 해 볼 수 있었던 작품 속 내용은 저자가 이런 이야기들을 들려줄 수 있는 가장 기초적인 토대가 바로 우리 인간들의 삶이 바탕이 되었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왠지 상상에만 머물지 않게 다가왔다.




'듄'이 있기 전 이 작품들을 통해 저자가 그린 세계관을 들여다볼 수 있었던 시간, '듄'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그가 초대한 시대로 들어가 보시길~






**** 출판사 도서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북극을 꿈꾸다 - 우리의 삶에서 상상력이 사라졌을 때
배리 로페즈 지음, 신해경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구상에서 가장 마지막 천연의 자연을 간직한다고 생각해도 무방할 곳 중 하나인 북극-



방송 다큐나 책에서 북극에 대한 지극히 기초적인 생각을 하고 있던 독자들에게 많은 울림을 주는 책이란 생각이 우선 들었다.



자연주의자의 대표주자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를 떠올리게 하는 배리 로페즈 작가의 북극에 관한 내용들은 자연과 인간과의 유대, 그에 앞서 하루 24시간 개념을 넘어선 광활한 자연에 경도됨을 느낄 수 있는 글로 가득하다.



총 9장으로 구성된 파트마다 남겨진 그의 시선을 따라 북극이란 지대를 천천히 걸어보거나 햇빛을 보는 행동,  동물마다 자연의 환경에 맞는 생태 보전력에 관한 이야기들은 지구상에 북극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소중하며 귀중한 곳인지를 깨닫게 한다.



지구본이나 지도를 펼쳐보면 가장 윗부분에 위치한 덕에 인간의 힘이 미치지 못할 것으로 생각되던 곳이 인간의 무한한 탐험 정신 덕에 오늘날 여러 가지 위기를 맞는 모습들이 포착된다는 점은 많은 안타까움을 자아내는 부분이기도 하다.







자연에 대한 존중과 그 자연 안에서 서로 공존하면서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에스키모인들의 삶의 방식이나 기타 동물들의 생태계에 대한 우려는 이런 인식조차 하지 않은 채 인간의 삶만을 위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들의 잘못된 모습들을 연신 떠올려보게 된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탐구가 인간의 생존 방식과 맞물릴 때 적어도 그곳에 대한 존중과 미래에 대한 생각들이 들어있어야 함을 여실히 느낄 수 있는 내용들은 한 발 한 발 그가 내딛는 북극이란 땅 자체가 지닌 숭고함에 대한 마음과  함께 인간으로서 우리 또한 자연의 일부란 생각을 갖게 한다.



수시로 보도에서 연일 각 나라마다 경고처럼 들려오는 자연의 이상 현상은 더 이상 안전한 지대로 살아가는 곳은 어디 있는가에 대한 물음과 함께 그 책임감에 대한 무게가 절로 느껴졌다.








언 동토의 땅인 툰드라, 그 안에서도 계절을 맞는 저마다의 동식물들의 생명력은 자연생명에 대한 신비함을 드러내고, 이에 걸맞은 저자가 그곳에서 마주한 생명력에 대한 찬사는 그 어디에도 볼 수 없는 자연에 대한 진솔한 마음으로 다가왔다.



자연을 사랑하지 않고서는 이런 진실을 담은 글이 나올 수 없다는 생각과 함께 북극이란 존재 자체가 우리들에게 얼마나 귀한 곳인지를 알 수 있었던  내용들이라 읽는 내내 마음 한편에서는 뭉클한 감동이 일었다.




 개인적으로 정말 좋았던 책이라 읽어보길 추천합니다.










-  "인류의 가장 오래된 꿈 중 하나는 살아 있는 모든 존재를 아우르는 존엄을 찾는 것이다.


그리고 인간의 가장 위대한 바람 중 하나는 그런 존엄을 우리 각자의 꿈으로, 많든 적든 본보기로 삼을 수 있도록 각자의 삶으로 가져오는 것이다. 이를 위한 투쟁이 투쟁이 된 이유는, 성인의 감수성이 삶의 모든 어두운 맥락들을 포괄할 수 있는 어떤 방법을 찾아야만 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나의 방법은 인간의 계획이 닿지 않는 땅, 원초적인 질서가 충만한 땅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다." - p 622-623






**** 출판사 도서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발코니에 선 남자 마르틴 베크 시리즈 3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17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배경이 60년대라는 것만 빼고 읽는다면 지금의 현실적인 이야기들을 드러낸 듯 보인 작품이다.



서문에서 요 네스뵈가 썼듯 그가 애정하는 이 두 작가에 대한 경외심은 물론이고 작품 속에 처음 등장한 군나르에 대한  이미지가 '해리 홀레'의 모습을 연상케 했는데 혹시 이 작품을 통해 캐릭터 설정을 했는지도 궁금해진다.



사건의 발단은 은퇴한 노인이 개를 산책시키러 나왔다가 강도를 당한 사건이 일어나고 이후 유사한 수법이 연일 발생하던 중 8세 여자아이가 실종되는 사건이 일어난다.



그리고 연이어 벌어지는 여아 유기 살인사건...




전 작에서 보인 수사의 특징이 이 작품에서 등장한 소재보다는 무난하다(?) 싶을 정도로 현대의 이유 없는 살인이나 정신이상으로 인한 살인 사건의 토대를 이루는 배경은 강하게 와닿는다.



어린아이의 시신을 두고 펼쳐지는 수사방향에서 좀체 범인의 흔적조차 찾을 수없는 설정이라든가 단순한 신고처럼 여겨졌단 그 순간의 정보가 이렇게 큰 사건 해결에 결정적인 한방일 줄이야 누가 알았을까?



홀로 수사를 해왔다고도 생각할 수 있는 전 두 작품에서 보인 행보와는 달리 이번 작품에서는 보다 많은 동료들과의 협동 조사를 하는  모습들, 사건 해결에 대한 수사방향이 난항을 겪으면서 시민들로부터 원성을 듣게 되는 경찰계의 모습이 사실적으로 그려진다.



공무원 신분으로서, 한 가정의 가장이자 아빠인 그들이 갖는 심신 피로와 누적된 수사 난항을 한 동선마다 실린 세심한 묘사로 인해  마치 우리 이웃들의 모습을 곁에서 관찰하듯 그린 점들이 지금의 경찰 소설이자 추리소설로서의 원형으로 자리를 잡았는지를 알 수 있게 한다.




지금의 추리물가 비교해 보면 많은 부분들이 허술하고 틈이 보인다는 것이 독자들 눈에 비치지만 이 작품 라인들이 지금의 기라성 같은 추리작가들의 모태가 됐다는 사실에서는 그들의 창작성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복지 국가의 시스템이 감춰버린 속에서 곪아터지고 있는 약의 남용과 복용, 주거지가 없는 노숙자들의 비참한 생활상들을 보인 부분을 통해 사건해결과 함께 사회적인 문제점과 모순들을 드러냈다는 것 또한 사건의 방향과 함께 사실성에 기반을 둔 작품이라 읽는 동안 시종 흥미로웠다.




당시 실제 사건을 실화로 기초로 해서 쓴 작품이라는데 이런 일들은 제발 소설 속에서만 존재했으면 하는 바람이 더욱 커진다.



작품성과 대중성이란 두 가지를 모두 잡은 작품, 이 시리즈에 대한 기대가 더욱 커지는 이유다.






**** 출판사 도서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