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감지 마라 마음산책 짧은 소설
이기호 지음 / 마음산책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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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트가 넘치는 문장, 그  문장 안에서 울리는 가벼움이 아닌 많은 단상들을 느끼게 하는 작가의 신작이다.


그동안 연재했던 글 중 49편의 짧은 단편의 연작소설을 통해 그린 내용들은 지방 청년들의 삶을 그린다.


지방대학을 졸업한 박정용과 전지만 두 청년의 삶을 쫓아가 그린 이야기는 갓 대학을 졸업했지만 취업은 이루어지지 않는 가운데 남은 것이라고는 빚더미뿐이다.


월세를 줄이기 위해 함께 살기 시작하는 두 청년의 고단한 삶은 취업을 하기 위해 일단 생활전선에 뛰어들게 되는 과정을 그린다.



택배 상하차, 뷔페 아르바이트로 알고 간 곳에서는 회사 폐업이란 분위기 속에서 암담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분위기, 편의점 알바, 고속도로 휴게소, 치킨 알바 등 요즘 젊은이들이 하루하루 살아가기 위한 모든 노동의 현장을 답습하듯 그린다. 







더군다나 여유롭지 못한 가정형편을 지닌 두 청년들의 앞날은 막막하다.


코로나 19로 인해 고용주들이 힘들어하면서 알바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 현장도 경쟁이 심해지고 이런 현상은 하루하루를 누가 더 오래 버티며 사는가를 시험하는 듯하다.



저자가 그린 곳곳의 문장들은 두 사람이 겪는 일상의 일들을 통해 여전히 위트가 넘치는 가운데 웃픈 현실을 그대로 드러낸다.



가난함은 왜 더 가난한 사람들에게 시험을 하는지, 그들 주위에 있는 이웃들도 모두 같은 처지임을, 모든 군상들의 다양한 성격을 마주하고 기대어 살아가는 이들에게도 희망의 날은 있을까?



- “너 왜 가난한 사람들이 화를 더 많이 내는 줄 알아? 왜 가난한 사람들이 울컥울컥 화내다가 사고 치는 줄 아냐구!”

진만은 숨을 죽인 채 가만히 정용의 말을 듣기만 했다.

“피곤해서 그런 거야, 몸이 피곤해서……. 몸이 피곤하면 그냥 화가 나는 거라구. 안 피곤한 놈들이나 책상에 앉아서 친절도 병이 된다는 헛소리를 늘어놓는 거라구!” _112~1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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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으면 안 되는데, 정말로 웃으면 안 되는 그 현장에서 읽는 동안 나도 모르게 웃게 만드는 글의 향연(황토에서 나오는 양파머리... 정말 참을 수가 없었다)은 잠시 숨 고르기처럼 다가오는 가운데 그들의 마음이 어떠했을지 구구절절 공감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특히  일말의 그들의 고통이 내내 잊히지 않는 현실들은 특히 요즘 젊은이 같지 않은 순진하고 어리숙한 면들을 지닌 그들이라서 더욱 가슴에 와닿았는지도 모르겠다.



 사회 재난을 통해 고른 평등의 기회마저 얻기 쉽지 않음을, 청년과 취약계층들이 점점 살기 힘들어하는 과정들은 그나마 두 사람이 함께 있을 때 이겨나갈 수 있었단 사실이 내내 아파왔다.



일하고 싶어도 일할 수없는 상황, 기계가 인간을 대체하면서 사람과 사람이 만나지 않으면 가격이 내려간다는 현실(P168)은 이들에겐 더욱 힘든 현실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게 한다.



사소하게 쌓인 어긋남의 시작은 후반부에 이르서 더욱 안타까웠고 저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젊은이들의 고뇌와 방황들이 현시점에 맞물려 더욱 숙연함으로 다가왔다.



가벼운 문장으로 인해 오히려 더욱 묵직한 메시지를 안긴 작품들은 청년 문제가 하루 이틀 거론된 것은 아니지만 서로의 경쟁시대를 통해 각박하게 돌아가는 사회 시스템에서 보인 내용들이라 두 청년의 이야기가 내내 쉽게 지워지지 않을 것 같다.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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