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방
알렉스 존슨 지음, 제임스 오시스 그림, 이현주 옮김 / 부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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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하는 독자나 글쓰기를 하는 사람들이라면 모두 유명 작가의 집필실이 궁금하다.

작가의 문장과 작품이 태어난 공간에는 어떤 특별함이 있을까? 그들은 어떤 환경에서 작품을 작성하고, 어떤 습관이 있을까? 그런 궁금함 때문에 작가의 고향을 방문할 때면 관광지로 구경하기도 한다.

영화나 드라마 상에서 묘사한 집필실은 실제와 얼마나 비슷할까 늘 궁금했었다.

그런 궁금함을 해결해 줄 책인 <작가의 방>.

영국의 저널리스트이자 블로거인 작가 알렉스 존슨이 애서가 입장에서 섬세하게 작가의 방과 그들의 집필 습관, 소품 등을 묘사했다. 직접 모두 방문했는지는 모르겠으나(대신 방문 정보를 따로 정리한 정보가 책 뒤편에 나와있다.), 작가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는 것만큼을 알 수 있었다. 무엇보다 책을 좋아하는 독자의 한 사람이며, 최근 목적에 맞는 글쓰기와 단어 선정에 대해서 통감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50인의 작가들의 창조적 영감이 탄생한 공간을 엿본다는 것 자체가 흥미로웠다. 국내 출판본은 예술가의 색인 자줏빛을 띄는 보라색에 포근한 공간 속의 그림책 작가 주디스 커의 방을 내세웠다. 비교해서 원서는 실비아 플라이스의 집필공간을 배경으로 좀 더 차분한 색깔인 민트 색인 점도 재미있다.




 

책은 오직 5가지의 방으로 작가를 분류했는데, 다음과 같다.

첫 번째 방 홀로, 영감에 귀 기울이는 곳

두 번째 방 추억과 개성이 가득한 공간

세 번째 방 온 세상이 나의 집필실

네 번째 방 자연이 말을 걸어오는 곳

다섯 번째 방 자신만의 스타일로 고집스럽게

작가의 방

제임스 오시스의 감각적인 작가들의 집필실과 서재에 관한 일러스트를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두근거린다. 각 작가들만의 개성이 뚜렷이 보이는 느낌이고, 어떤 상황 속에서 집중해서 글을 쓸 수 있었는지, 그들에게는 어떤 글쓰기 루틴과 생활 습관이 있었는지 정말 궁금하다.

글쓰기는 기본적으로 고독하다. 글쓰기를 배울 수 있고,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지만, 누가 대신 내가 써야 할 글을 작성해 주지 않는다. 요령을 배운다고 해도 그것을 활용하는 건 또 다른 문제다.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문장과 단어, 덜어내야 할 표현은 어떤 건지 알아보기가 쉽지 않다. 머릿속에 맴도는 생각들을 잘 붙잡아두기도 힘들어서, 그나마 팁이라면 핸드폰 메모장에다가 기록하거나 작은 수첩에 적어두는 정도인데 나중에 정리가 잘 안된다.

글쓰기가 취미에서 서서히 일적인 영역으로 다가오게 되면서, 좀 더 체계적으로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이 책으로부터 작가의 영감을 나눠 받고 싶었다. 물론 좋아하는 작가의 습관이 나와 맞지 않는 경우도 있겠지만, 비슷한 습관이나 환경에서 글을 잘 쓰는 걸 보면서 공감을 느끼기도 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책을 읽을 때 순서대로 읽기보다는 선호하는 작가 순으로 읽었다.

주로 여성 작가의 방이 많았고, 무라카미 하루키나 로알드 달을 좋아해서 그들의 공간에서 온전하게 느끼는 시간을 가졌다.


 


영화 디 아워스의 집필실과 책 속 일러스트

누구보다도 작가들은 테이블 의자, 커튼, 카펫 같은 소유물을 자신의 이미지로 만들어 내며, 그곳에 지워지지 않는 정체성을 남김다.

버지니아 울프 <위인들의 집>

작가들에게는 글을 쓰기 위한 의식이 있다고 한다. 글을 쓰기 위해 특별한 장소, 온전히 혼자가 되고 집중할 수 있고 편안한 공간을 조성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그중에서도 버지니아 울프의 이야기로 시작하는 책은 "자기만의 방"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여성에게는 정말 혼자만의 공간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미혼이든 기혼이든 여성은 혼자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고 있기 쉽지 않다. 버지니아 울프의 <위인들의 집>에서 집과 방은 사람의 성격에 큰 영향을 미치니 누군가를 자세히 알고 싶다면 전기를 여러 권 읽는 대신 그가 살던 집을 한 시간 둘러보라고 했다고 한다. 작가의 공간을 방문하는 것은 곧 작가의 삶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라고 한다. 여행을 자주 갈 수 없기에, 영상에서 봤었던 작가의 공간을 글과 그림으로 느끼는 상황이 너무 편안했다.

당신이 쓰고 싶은 것을 쓰는 것, 중요한 것은 오직 그뿐이다.

그것이 오랫동안 가치 있을지,

아니면 몇 시간 만에 사라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버지니아 울프

위대한 작가들이 글을 쓰던 공간에서 어떤 공통점이 있는지 작가는 서문에서 3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첫째, 오두막이든 침실이든 도서관이든 차 안이든, 쉽게 방해받지 않을 공간을 확보한다.

둘째, 활용할 수 있다면 무엇이든 최대한 활용한다.

셋째 어디서든 오전에 쓴다.


 


추리 소설 작가 중 가장 좋아하는 애거사 크리스티의 서재가 맨 처음으로 나와서 반가웠다.

흔들리지 않는 책상과 타자기를 필요조건으로 뽑은 그녀의 집필실에서 가장 돋보이는 건 아무래도 피아노다. 그냥 작성할 때는 탄탄한 책상 역할을 하는 피아노이고, 타자기로 작성할 때는 편안한 안락의자를 선호했다고 한다. 남편과 여행을 다니면서, 혹은 목욕을 하면서 틈틈이 아이디어 노트에 자료를 작성해서 나중에 그것을 모아서 작품으로 썼다.


 

나는 나만의 스타일을 고수하고 나만의 방식대로 계속 써야 한다.

그렇게 해서 다시 성공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반드시 실패한다고 확신하니까.

제인 오스틴

제인 오스틴의 집필실 그림에서 가장 돋보이는 건 확실히 티포트와 찻잔이다. 그리고 하루 종일 글을 쓰기에는 너무나 작은 테이블과 의자가 눈에 띈다. 과연 그 작은 곳에서 얼마나 글을 썼는지 모르겠지만, 영화 속에서 혼자가 되는 시간대에 조심스럽고 비밀스럽게 글 작성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당시에 여성이 글 쓰고, 돈을 번다는 건 일반적인 상황이 아니었기에 더욱 몰래 쓰지 않았을까 싶다. 책에서는 이사 와 이동으로 글쓰기를 제대로 하지 못했던 에피소드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우울증이라는 원인도 있지만, 바뀐 환경으로 글쓰기 루틴을 무너뜨리고 글을 쓸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나중에 다시 글쓰기 루틴을 회복하는 걸 보여주는 에피소드도 있다.


 

조용한 열정에서의 에밀리 디킨슨

사교생활의 분주함으로부터 거리를 두고 싶어서 침실 속에서 스스로 은둔하면서 글을 썼던 시인인 에밀리 디킨슨. 침실 속에서 거의 나오지 않고 자기만의 세상 속에서 글과 언어로 사람들과 교류했던 그녀다움이 묻어나는 방이다. 세상 속에서 온전히 떨어져서 고요한 상태로 글 쓰는 데만 몰두한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한 번쯤 체험하고 싶은 공간이었다.


 


미스 포터에서의 비아트릭스 포터

이야기의 첫 문장을 쓰는 것은 어딘가 달콤하다.

다음 문장이 나를 어디로 데려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비어트릭스 포터

세상 모든 동물과 식물들을 유심히 관찰했던 호기심 많은 동화 작가답게 밝고 환한 채광과 알록달록함이 느껴지는 비아트릭스 포터의 집필실. 방문자들이 자기가 잠시 자리를 비운 것처럼 생각하길 바란다며, 살아있을 때의 상태를 유지해 주길 바랐다고 한다. 그래서인가 앉아서 기다리고 있으면 어디선가 나타나서 농장을 안내해 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집필실이다.


 

비커밍 아스트리드에서의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스웨덴의 국민작가이자 삐삐 롱스타킹의 저자인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집필실은 어딘가 모르게 스웨덴의 "라곰"(LAGOM)이 떠오른다. 소박하고 균형 잡힌 생활과 공동체와의 조화를 중시하는 삶을 의미하는 단어처럼 일상과 일의 균형이 잡힌 공간이 돋보이는 집필실이다. 아침에 침대 속에서 연필로 머릿속 생각을 글로 적은 뒤에 타이핑을 빠르게 했었다고 한다. 작가의 직업이 속기사이자, 타이핑을 칠 수 있었기에 비교적 빠르게 작성할 수 있었다고 한다. 오전엔 작가, 오후엔 출판사 편집자의 삶을 살았다는 그녀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했을 것이다.


 


 



그 외에도 굉장히 부러운 작가들의 집필실이 너무나 많았지만, 멋진 카페에서 해리 포터를 완성한 J.K. 롤링, 재즈가 가득한 모던한 집필실이 돋보이는 무라카미 하루키, 안락의자에 가장 편안한 간의 탁자를 두고 열심히 글을 작성했다는 로알드 달, 침실에서 반려견과 함께 글을 쓴 이디스 워튼 등 많은 작가들의 영감을 공간을 바라보면서, 쉽게 글 쓸 수 있기를 바랐다. 현실에서는 물론 쉽게 글을 쓸 수 없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어디든 글 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세 번째 장 "온 세상이 나의 집필실"이 가장 공감 갔다. 그중에서도 마거릿 애트우드의 집필 방식이 가장 맘에 들었다. 최근 그녀의 에세이를 읽고 있어서인지 더 관심이 가기도 했다. 1일 1글쓰기, 1일 1그림 그리기를 강박적으로 집착하는 경우가 많고, 매일 써야 루틴이 유지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꾸준히 하는 건 중요하지만, 안 써지고 스트레스 쌓일 때는 일단 생각을 비워내야 한다. 애트우드는 하루에 1000~2000단어를 쓰는 걸 목표로 하지만, 그 시간은 짧아지기도 길어지기도 한다. 집중을 하기 위한 수단으로 커피와 음악을 들으면서 작업하지 않고, 트위터를 좋아하기에 글 쓸 때는 하루 10분만 하는 걸로 제한한다는 규칙들도 유용했다.


 


 



글 중간에 이렇게 작가들의 글쓰기 루틴이나 생활 습관, 중요하게 생각했던 도구들이나 팁을 정리해놓은 부분을 보면서 나의 루틴은 어떤가 돌아보게 된다. 글쓰기 이전에 방 정리가 참 시급하다고 생각되는 요즘이지만, 도무지 시간이 나지 않아 늘 정글 속에서 글을 쓴다. 글을 쓰는 시간을 잘 분할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건, 점차 루틴 없이 생활한다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세월이 흐를수록 자신을 위한 시간을 쓰는 게 적어진다. 하루의 할 일을 계획해도 종종 함께 하는 가족과 다른 일이 갑작스럽게 터지면 바로 여유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글쓰기에 무엇보다 중요한 건 건강한 심신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글쓰기는 길고 긴 작업이다.

체력적으로 많이 고단하고, 글을 쓰다가 한없이 다운되기도 하고 슬럼프가 자주 찾아온다.

이럴 때, 활발한 신체활동을 하거나 다른 활동을 하면 기분이 맑아지면서 잘 집중할 수 있다.

좋지 않은 생각이 나 스트레스를 털어내고 글에는 그런 느낌을 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책에 적혀있는 말들은 아니지만, EBS E 클래스에서 대통령의 글쓰기로 유명한 강원국 작가님이 글쓰기 전 어떻게 시작하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하신 적이 있었다. 얼마 전 책 축제에서 참여했을 때, 정유정 작가님이 꾸준히 운동하시고, 될 수 있으면 아침 시간에 글을 쓰기 시작한다고 말씀하셨었다. 장강명 작가님은 집필 실없이 부엌의 식탁에서 작성하신다고 들었다. 작가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창작의 영역은 역시 작가분들에게도 어려운 부분이구나를 실감하게 되어서 위안이 된다.

책을 읽으면서 왜 글쓰기가 어려운가에서 곰곰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글을 좀 더 짧은 시간에 효율적으로 작성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만큼 작가들의 공간과 루틴에서 영감을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

이 글은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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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지옥에서 왔습니다 - 방송월드에서 살아남은 예능생존자의 소름 돋는 현실고증
김주형 지음 / 북폴리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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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닝맨pd분이 쓰신 에세이라니 내공과 컨텐츠 제작하는 기술이 궁금합니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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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이지 가드너 4
마일로 지음 / 북폴리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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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망의 마지막! 솜이 인형은 덤!

크레이지 가드너의 마지막 권을 읽으면서, 맨 처음 접했던 마일로 작가님의 극한견주가 떠올랐다. 읽으면서 이분 정말 뭔가에 진심이라고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넘치는 에너지로 집중해서 좋아하는 걸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면서, 귀차니즘의 절정인 나는 부럽기도 했다. 극한견주를 보면서 대형견에 대한 로망은 일찌감치 버렸지만, 주변 견주들을 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견주들은 참 부지런하구나, 그러니 부지런하지 못한 나란 인간은 애당초 견주는 꿈에도 꾸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생명체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작가의 마음은 전해져서 나도 모르게 길냥이를 한동안 열심히 돌봐줬던 기억이 있다. 웹툰의 진심이 전해져서 나 같은 귀차니즘의 소유자를 움직이다니 놀라운 경험이었다.

크레이지 가드너를 보면서 어떤 영향을 받을까? 생각해 보면, 작가님을 통해서 식테크라는 분야가 있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되었고, 식물 똥 손의 자신감을 뭔가 시도해 보게 하는 쪽으로 유도해 주셨다. 일찌감치 포기하고 있던 식물 키우기에 대해서 작가님의 작품들을 읽으면서 시도해 볼까를 생각해 보게 했다. 무엇보다 주변에 존재했던 식덕인 아빠와 친구의 마음과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를 이해하게 되었다. 식물이 엄마와 나보다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아빠가 은근 서운하기도 했는데, 그렇게 피우기 힘들다는 난이 꽃피웠을 때 환하게 지으시던 미소가 아직도 생생하다. 아빠가 식물을 가꾸면서 찾았던 건 마음의 평온이었나 보다.



 


 

이번 작품에서는 식덕 생활 중수를 넘어 고수로 넘어선, 꿀팁들이 수록되어 있었다. 키우기 까다로운 식물들을 여럿 저세상으로 보내면서 직접 터득한 지식과 소위 장비 빨 지식에 대해서 상세하게 나와있다. 검색만으로는 알 수 없는 팁과 장비를 개조할 정도의 고수로 능수능란해진 작가 마일로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절로 웃음이 나온다. 요즘처럼 넘쳐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이상한 정보는 어떻게 골라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차근차근 알려주고 있다.

설마 호기심으로 직접 다 해보신 건 아니겠지? 떨어진 입이나 나뭇가지나 정보를 모르던 시절엔 그냥 버렸지만, 살릴 수 있다는 걸 알고부터 증식시키다가 감당할 수 없어진다. 인류의 문명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데, 농업의 발견을 이제서야 하기에 문명에서 뒤떨어진다고 생각하는 작가. 하지만, 그것 아시는가? 디즈니 애니메이션 <월-E>에서처럼 인류의 문명의 시작은 농업으로부터 시작된다는걸. 식량 위기와 자연재해와 질병 속에서 생명공학이 유망직으로 떠오르는 것처럼 농업은 모든 것에 기초다.


 



그래서인가, 작가의 꿀팁 중에 과일 씨앗들을 심어서 예쁜 화분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이 확 와닿았다. 지난 작품들 속에서도 집과 텃밭에서 키울 수 있는 채소나 과일의 노하우를 알려줄 때마다 쏙쏙 들어온다. 최근 과일과 야채 가격이 너무 많이 올라가니까 자급자족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작가가 공유하는 찐 정보 등을 읽고 있노라면, 그동안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기에, 이렇게 친절하게 공유하는 것일까 싶다.

그냥 버리기만 했던 과일씨들, 버리지 말고 다른 화분에 심어서 새싹이 자라면 소분하면 된다는 팁까지 알려준다. 지속 가능한 환경을 위해서, 자원의 재활용에 대해서도 알뜰살뜰하게 알려준다. 먹던 물이나 수조 속의 물의 재활용부터, 화분의 흙의 뒤처리 방법까지 꽤 실용적인 부분을 상세하게 설명해 준다.


 


 



작가가 식덕으로 살아가면서 변화하게 된 상황들도 재미나게 감상했다.

윤종신의 환생이라는 노래 가사처럼 식덕이 된 이후의 세계는 너무나 다르게 보였다.

예전엔 무심하게 봤던 풍경들도, 실은 애써서 누군가 가꿔놓은 공간이라는 걸 알아서 감동받기도 한다.

식물원에 가서는 집에서 키우는 식물들과 달리 큼직큼직한 모습에 감탄하기도 한다.

여행 갈 때도 동선에 있으면 보고, 아니면 생략했었던 예전과 달리 이제는 집 앞에 새로 생긴 식물원은 꼭 방문해 보게 되었다. 커다란 식물원을 보면서 꿈을 꾸기도 하고, 식물에 좋은 환경 조성도 눈여겨본다. 아는 만큼 더 보인다고, 식덕이 되어 본 세상은 모두 아름답기만 하다.


 

 




다시 태어난 것 같아요

내 모든 게 다 달라졌어요

그대 만난 후로 난 새사람이 됐어요

관심도 없던 꽃 가게에서 발길이 멈춰져요

주머니 털어 한 다발 샀죠 오늘은 아무 날도 아닌데

오 놀라워라 그대 향한 내 마음

오 새로워라 처음 보는 내 모습

매일 이렇다면 모진 이 세상도 참 살아갈 만할 거예요

윤종신 - 환생


 

 




꽃 선물을 이해하지 못했었던 나도 최근엔 예쁜 꽃을 구독해서 매주 다른 꽃을 꽂아두고 싶다.

한동안 꽃 구독 서비스에 잠시 혹했었던 기억이 난다. 주변 지인 중에 양재동이나 고속터미널에서 꽃을 부지런히 구입하시고, 꽃 클래스를 진행하시는 분도 있다. 예전엔 관심이 제로였지만, 요즘은 관심이 간다. 삶이 퍽퍽하고, 안 좋은 일들이 주변에서 자주 일어나서인가 아름다운 것들을 곁에 두고 보면서 마음을 힐링 시키고 싶다. 예쁜 것들을 눈에 담으면, 마음도 덩달아 정화되는 기분이 들어서일까? 산책이나 공원을 가서도 예쁜 꽃들을 보면 자꾸 사진을 찍어오게 된다.


 

 



식물로 꽉꽉 찬 상황 속에서도 계속해서 식쇼(=식물쇼핑)하고 싶은 식덕의 깊은 마음까지는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좋아하는 것에 푹 빠진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 나도 다른 취미 생활로 덕질을 하고 있으니까. 작가의 식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작품 전반에 절절하게 그려져 있어서, 숨은 잔재미를 선사한다.

같은 식덕이신 분들은 십분 공감하실 내용들로 가득하다. 하지만, 확실히 사람들이 식물을 좋아하는 이유는 계속 이야기해왔듯이 마음의 평온을 얻기 위해서가 클 것이다. 사람에게도 충분한 광합성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요즘이다. 광합성을 하지 못한 인간들은 어딘가 모르게 몸과 마음이 서서히 고장 나는 거 같다. 최근 그래서 사회적 문제가 커지는 게 아닐까 싶다.

이럴 때일수록 자연 친화적인 공간을 가까이하거나, 마음의 평화를 위해 집안에 아름다운 식물들로 가득 채워보는 것이 어떨까? 비록 물시중 드는 것 쉽지 않고, 식물을 잘 키우기 위해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할지도 모르지만. 식물을 키운다는 것만으로도 지구를 구하는 위대한 첫걸음 아닐까?


 

 



일명 영화 <튤립 피버> 속 상황도 설명해 주시는데, 현재의 코인이나 블록체인 시장과 다를 께 뭐가 있는가. 도박처럼 하루아침에 알거지 되는 상황을 영화 속에서 보았는데, 상당히 무서웠다. 일확천금을 바라는 세속에서 멀어지면서, 식물나라에 푹 빠져보자. 그러다가 또 식테크도 해보고, 요샌 좋아하는 덕질로 나름 재테크도 겸사겸사한다고 하니 대단하다.


 



마지막으로 작가님의 한마디가 마음속에 확 와닿았다. 왜 식물 이야기하다가 인간관계에서의 교훈을 얻게 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딘가 뼈 때리는 한마디였다.

이번 편에서는 웹툰에는 없었던 완결 기념 특별 에피소드까지 수록되어 있다고 하니, 팬분들은 어서어서 구입해서 읽어보도록 하자. 마감을 끝난 작가를 기다리고 있던 건 과연 무엇일까?

궁금하시다면, 꼭 읽어보시길.

작가님은 존 윅을 흉내 내 신 걸까? 레옹을 흉내 내 신 걸까? 궁금하다.

이 글은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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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콘 : 유병재 대본집
유병재 지음 / 북폴리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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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평] 쿠팡플레이에서 재미나게 봤던 한국 스타트업의 풍자드라마여서 각본집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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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여신
임지은 지음, 오천사 그림, 김은하 원작 / 북폴리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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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에 앞서 학창 시절에 남들이 한 번쯤은 빠져봤던 하이틴 로맨스 소설이나 할리퀸에 잠깐 발을 들여놨다가 뺀 기억이 있다. 1~2권, 시리즈를 처음 접했을 때의 충격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하지만 정형화된 캐릭터들과 판에 박힌 스토리 전개에 실증이 나서 금세 읽지 않게 되었다.

무엇보다 학창 시절 국어선생님들의 말을 잘 듣는 학생이었는데, 그때 유행했던 유명 작가의 책에 대해서 언급하시면서 "언어파괴하는 책이니까 읽으면 안 된다."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그 작가 귀여니의 책은 영화와 드라마로 제작되었다.

굉장히 큰 주목을 받으면서, 또래 친구들은 모두 그 책을 자율학습시간에 몰래 읽곤 했다.

요즘의 국어, 문학 시간엔 재미난 지문이 많은지 모르겠지만, 우리 땐 굉장히 오래된 고전소설들 밖에 없었다. 그 작품들을 읽거나 접할 기회는 많지가 않기에, 그런 시간이 있었던 게 때론 고맙게 느껴지지만 상대적으로 한국소설에서 멀어지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친구나 오빠를 통해서 접하게 되었던 일본 문학이나 영미소설을 열심히 읽었던 것 같다.

장르소설만 해도 SF과 추리소설, 과학소설 쪽으로 치중되어 있었고, 친구들과 공유할 만한 건 순정만화였지, 로맨스 소설은 아니었다. 로맨스 소설, 특히 영 어덜트 장르의 소설을 접하게 된 건 몇 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작품 <복수 여신>이 궁금해졌다. 숏폼 콘텐츠가 유행이라는 건 예전부터 알고 있었고, 웹드라마는 좋아했지만 특정 장르로만 접해본 적은 없었다.


 

© cheezeFilm

얼마나 재미있길래, 공개된 지 하루 만에 조회 수 150만 뷰, 누적 5000만 뷰를 돌파하며 화제성을 일으켰을까? 웹툰, 웹 소설, 웹드라마 등등 웹이 들어간 콘텐츠는 아이디어가 신선하지만, 자극적인 콘텐츠가 상대적으로 많다는 생각도 들었다. 짧은 시간에 참을성이 제로인 구독자들의 화제를 끌어모은다는 건 쉽지 않기에 그 비법을 배우고 싶기도 했다.

소설을 먼저 읽고, 원작인 웹드라마를 찾아보았다.

비슷한 듯했지만, 드라마와 소설은 확실히 느낌이 다르게 다가왔다.

특히 엔딩으로 향해갈수록 다른 메시지를 전달하는 기분이었다.

짧은 시간에 눈을 사로잡아야 하기에, 시각적 비주얼과 자극적이고 감각적인 대사를 잘 살린 웹드라마적 특색의 원작 작품은 엔딩이 약간 아쉬운 감이 있었다. 마지막까지 쫄깃함을 놓지 않았고, 218만 명 구독자가 선택한 웹드라마 채널 치즈 필름의 명성답게 재미있고, 신선한 구조였다. 소재는 흔하디흔한 학원 로맨스 스토리지만, 그것을 구성하고 변주하는 과정이 굉장히 독특하게 느껴졌다. 분명히 학원폭력에 대해서 이야기하다가도 어느 순간 로맨스를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이야기를 뒤집어놓는 강력한 반전이 존재한다. 이 느낌이 생각보다 억지스럽지 않고 자연스럽게 흘러간다는 것도 신기했다.


 



 

© cheezeFilm

총 5화로 구성된 웹드라마와의 차별점은 아무래도 오리지널 스토리로 들어간 <그해 여름>, <여름은 돌아온다>이다. 사실 초반부를 읽으면서, 약간 유치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타깃층이 확실한 소설이었다. 요즘 청소년들의 학교에서의 현실이 나름 잘 그려져 있어서, 아이들의 상황을 간접 체험할 수 있다. 외모가 권력이자 무기가 되는 세상, 아무렇지도 않게 타인을 괴롭히는 상황들은 예전에 학교 다닐 때와 많이 달라졌음을 느끼게 해줬다.

학창 시절 한 번쯤 경험했을 법한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에서 가볍게 시작한 작품이었는데, 주인공 민선은 어느 순간 학원 폭력과 가스라이팅의 심각한 희생양이 되어 있었다.

통통한 여고생인 민선은 학교에서 가장 잘 생긴 일진인 호태에게 고백을 받게 된다.

소녀답게 설렘을 가지고 있는 순간, 알고 보니 가장 친한 친구는 셔틀에서 벗어나고파서 일진 패거리들에게 합류한 상태였다. 친구들 앞에서 공개적인 망신과 함께, 일진 패거리의 셔틀로 새롭게 괴롭힘을 당하게 되어버린 민선.


 



 




한 달 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누워있자, 단짝 친구인 진희의 특훈으로 복수를 위해서 다시 살아가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열심히 살을 빼고 외모에 공을 들여서, 다른 사람으로 탈바꿈한 민선은 여빈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난다. 그리고, 자신을 절망하게 만든 모든 것의 원흉인 호태를 향해 복수의 칼을 겨누게 된다. 여빈의 복수는 과연 성공할까?



모두에게 익숙한 키워드인 외모 콤플렉스, 학원폭력, 가스라이팅, 학원 로맨스 등등을 잘 조합한 작품이다. 이야기 속엔 몇 번의 반전이 있는데, 장르가 다르게 느껴질 정도다.

웹드라마는 재미있고, 자극적인 방향으로 이끌어나갔다면, <트와일라잇>, <헝거게임>, <잘못은 우리별에 있어>의 영 어덜트를 담당 편집했던 임지은의 표현은 유려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가장 주목했던 부분이 바로 앞선 소설들을 편집담당했던 분의 글이었다는 점이다. 오리지널 스토리로 들어간 <그해 여름>, <여름은 돌아온다>이 이 소설의 차별화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데, 드라마와는 다른 성장과 힐링을 주는 부분이기도 해서 완성도를 더 높인 기분이다.

무엇보다 실물을 100% 잘 살린 오천사의 감각적인 일러스트도 웹드라마 팬들에게 충분히 선물처럼 다가올 수 있는 작품이다. 무엇보다 웹 콘텐츠에 관심 있는 분들이 꼭 읽어보시길 바라는 작품이기도 하다. 요즘의 트렌드를 나름 경험해 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평범한 작품으로는 더 이상 따라잡을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또한 드라마와 소설의 차이를 확연하게 알 수 있었다. 텍스트로 처음 접했을 때 반전 속에서의 당혹감과 신선한 구조는 나름 충격이었다.

많이 읽어본 분들에게는 아닐 수도 있겠지만, 장르를 처음 접할 때 보기 좋을 거 같다.

초판 한정으로 여빈과 호태 포토카드와 탑로더도 증정하고 있으니, 기념으로 남기고 싶은 팬분들은 주목하시길!



이 글은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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