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젊은 뇌 - 자꾸 깜빡깜빡하는 당신을 위한 처방전
손유리 지음 / 책이라는신화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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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우리에 남기고 간 좋지 않은 후유증이 있다.

사람들 간의 관계가 끊어지고 고립되고, 상호작용이 둔화되었다.

코로나를 앓고 난 뒤에 눈에 띄게 약해진 체력과 면역력, 백신의 후유증인지 모르겠지만 무기력증과 우울증이 심각하게 다가왔다. 물론 사망자 정보로 시작하는 아침이 유쾌할리 없었고, 주변 친척이나 친구들이 세상을 떠난 사람들도 많았었다. 외출 대신 테이크아웃이나, 배달음식, 밀키트 등으로 한 즉석요리들로 연명했고, 집안에 처박혀서 먹고 고립되니, 자연스럽게 근 손실과 비만을 불러왔다.

몸 상태가 좋아지지 않으니, 예전만큼 어딜 가도 체력이 예전 같지 않음은 금세 느낀다.

특히 나이가 많은 부모님의 건강의 걱정이 날이 갈수록 커진다. 막연히 걱정만 하다가 나 자신의 비롯한 부모님의 삶을 윤택하게 하기 위한 방법은 뭐가 있을까 생각해 보다가 이 책을 보게 되었다.

재테크가 중요한 시대라지만, 가장 중요한 건 자기 몸을 관리하는 방법을 제대로 알고 실천하는 것이다.

나이 들수록 모든 신체의 기능이 떨어져간다지만, 가장 중요한 뇌 테크에 대해서 사람들은 알고 있으면서도 잘 실천하지 못한다. 관심은 있지만, 습관을 고치지 못하는 현대인의 생활습관들.

서울대학교 신경과 전문의이자, 뇌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이야기하는 유튜브 채널 <브레인 튜브>을 운영하는 손유리 뇌 건강 주치의는 뇌 테크 하는 방법 3가지를 명쾌하게 제시한다.

EAT : 뇌에 좋은 음식을 먹는다.

SLEEP : 충분한 수면을 통해 뇌를 개선하고 맑게 유지한다.

PLAY : 사람들과 정기적으로 만남과 접촉을 갖도록 하고, 신나게 열정적으로 운동을 한다.

ESP 하라.

평생 젊은 뇌 - 손유리

이 책 외에도 몇 권의 뇌 관련 서적들을 읽어봤지만, 아무리 쉽게 적었다고 해도 읽다 보면 힘든 전문용어와 이과적인 내용에 두 손 두 발 다 들게 된다. 문송하세요의 문과생인 사람이어서인지 읽기도 이해하기도 힘들었다.

하지만, 별 기대 안 하고 읽게 되었던 <평생 젊은 뇌>는 이해하기도 쉽고 간편하게 술술 잘 읽히는 장점이 컸다.

당장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든든한 입문서이자, 머릿속에 쏙쏙 넣어서 기억할 수 있는 지식으로 쌓을 수 있다. 작년까지 요양원으로 가셨던 집안 친척 두 분이 돌아가셨던 상황을 돌아보면, 나이 드신 부모님 곁에 있는 나에게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되었다.

앞서 이야기했던 코로나 상황으로 뇌에 좋지 않은 생활습관이 일상이 되었고, 아마도 현재 많이 좋지 않은 상태가 된 게 아닐까 싶다. 새로운 자극이 없는 상황에서 어딘가 뒤처진 기분이 들기도 한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풀리면서 서서히 새로운 자극을 위해 엄마를 모시고 외출하거나 산책하기도 한다.

이 책에 나와있는 내용은 정말 생소한 부분을 빼고 모두가 어느 정도는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사람들이 몰라서 자기관리 못하는 게 아니라는 걸 새삼 책을 읽으면서 깨달았다.






나이가 들면 뇌세포는 잃어가는 것이라 생각했지만, 나이 들어도 뇌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서 뇌세포가 커질 수도 있다. 치매나 알츠하이머 증상이 왔을 때 인지 예비력이 있다면, 나이 들어서도 잘 살아갈 수 있다.

책에서는 수녀들을 예로 들었다. 술과 담배를 하지 않으며, 규칙적인 생활을 하면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생활한 수녀들 중 101세가 되어도 인지검사를 했을 때 정상이었던 수녀의 뇌를 부검한 결과 알츠하이머가 굉장히 많이 진행되었음을 발견했다고 한다. 70세 이후에도 본인의 영역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며, 주변인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균형 있는 습관을 실천하고, 스트레스를 줄여 뇌를 건강하게 지킨다면 인지 기능에 별다른 문제 없이 잘 지낼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 60세에 코딩을 배워서 80세에 노인용 게임 앱을 개발한 마사코 할머니, 76세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모지스 할머니, 자연과 함께 살면서 옛날 방식으로 규칙적인 생활을 했던 타샤 튜더 등이 있다. 그 외에도 할리우드나 국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시는 황혼의 배우들에게서 그들이 늙었다는 느낌은 받을 수 없다.



© 구글 검색, 위키 아트, 마노엔터테인먼트

와카야마 마사코, 모지스 할머니, 타샤 튜터


인지 예비력을 기르기 위해서 우리가 당장 습관화해야 할 잘 먹고, 잘 자고, 잘 놀기.

책에서는 단순히 이야기하기보단 왜 이걸 먹어야 하는지 알려주고, 어떻게 먹어야 할 것인지, 좋은 것과 나쁜 것을 구분하면서 좋은 습관으로 대체하라고 이야기한다.

최근 치매와 뇌 건강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식습관에 대한 관심이 많다.

책을 읽으면서 놀랐던 부분은, 물로 대체 불가능한 차를 먹기보다 물로 대체 가능한 차를 마시라는 점이었다.

차에 관심이 많고, 물의 대부분을 차로 섭취하는 나에게 꼭 필요한 지식이었다.

탄수화물의 경우엔 바람직한 탄수화물을 보면서 섭취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다수 내가 너무나도 좋아하는 것들인데, 밥상에서 당장 치우고 끊어야 할 음식들이라는 말에 충격받았다.

몸에 안 좋은 거 모르고 먹지 않는다. 안 좋은 거 알면서도 가끔 먹게 되는 건데, 이젠 그 가끔도 서서히 줄여나가면서 좋은 음식으로 대체해나가야 한다. 이미 좋지 않은 걸 너무 많이 먹어서, 앞으로 남은 나날들은 좋은 것들을 먹으면서 나가야겠다.






코로나 기간 동안 너무 움직이지 않아서 둔해짐 몸 때문이라도 비상이 걸렸다.

늘 다이어트하자, 말만 하고 실천은 작심삼일이었다.

올해부터는 아래 나온 부분과 식단 관련 다른 책과 병행하면서 건강하게 먹고, 나 자신과 부모님을 잘 돌봐야겠다. 저 법칙들도 모두 알고 있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부분이다.

올해는 한 가지 먹어도 몸에 좋은 성분과 음식을 골라야겠다.



우울함과 무기력함이 지속되었을 때, 가장 좋지 않았던 습관이 수면습관이었다.

스마트폰에 빠지고, 침대에서도 계속해서 TV를 보면서 늦게 자고, 일어나는 습관이 불면증으로 오면서 더 좋지 않은 상황으로 몰고 갔었던 것 같다. 책을 보면서 좋았던 부분은 운동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대단한 운동보다는 생활습관 속에서 꾸준히 할 수 있는 운동을 즐겁게 하라고 나와있다.

운동도 요즘은 유튜브나 앱의 도움을 받으면 쉽게 할 수 있다.

안 하는 건 역시 습관화를 하지 않아서인 것 같다.

책에서는 루틴과 습관화를 하는 걸 중요시하고 있는데, 건강 앱이나 명상 앱 등 하루를 시작하는 루틴을 짜주는 건강 앱들의 도움을 받거나 챌린지로 함께 도전하는 방법도 나쁘지 않다.





잘 놀아라 부분에서는 뇌에 좋은 자극을 주는 활동을 많이 하라고 한다.

외국어 배우기, 새로운 지식 배우기, 게임 등을 예로 들었다.

거리 두기가 풀리면서, 체험학습이나 전시회를 많이 열리고 있다. 모두 집안에만 있는 걸 지금까지 어떻게 참았는지 궁금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모두 경험하기 위해 모여있는 것을 직접 목격했다.

젊은 사람들이 쉽게 새로운 것에 익숙해지는 반면, 나이 들면서 발달되는 것은 지식을 종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나이 들면서 알게 되는 점들이나 경험에서 오는 지식들이 헛되지 않았다는 걸 느낄 수 있는 건, 젊은 시절 한 경험의 지식들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4차 산업, 인공지능은 코로나를 지나면서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종종 빠른 발전 속에서 적응 못하고 소외받는 경우도 많이 보고 있기에, 이를 위해 적응하는 훈련도 필요하다. 최근 중년과 노년층을 위한 디지털 학습이 눈에 뜨게 늘고 있다.

나이가 들면 뇌는 다른 방식으로 일을 하면서 노화에 대응한다.

젊은 사람들은 주로 한 번에 뇌의 한쪽만을 사용하는데 비해, 나이가 든 사람들은 양쪽 뇌를 모두 사용하는 것이다.

뉴런 자체는 노화되면서 처리 속도는 느려질 수 있으나, 사고 방법이나 활용 능력에 있어서는 오히려 연륜이 있는 중년이 유리하다.

평생 젊은 뇌 - 손유리

또한 관계를 위한 사회적 상호작용을 정기적으로 하면서 언어 사용과 주의력 및 기억력과 같은 인지 과정을 늘리는 것이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팬데믹 이후로 고립되면서 많이 떨어졌다면, 사람들에게 다가가면서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늘리라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5장까지가 잘 놀고, 먹고, 자는 습관적인 부분에 대한 이야기였다면, 6,7, 8장은 현대사회에서 가장 중요하고, 최근 사회에 만연한 심리적 문제의 관리와 신체적 문제의 관리와 뇌에 이상이 왔을 때의 증상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습관으로 쌓는 예방과 건강한 관리만이 뇌 테크의 지름길인 것이다.

그 외에도 환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질문들만 모아놓은 <뇌 건강 주치의 손유리의 뇌 ~ 톡톡 talk talk!>를 보면서 간단하게 답을 얻을 수 있다. 중요한 건 늘 그렇듯이 현재 자신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점검하고, 몸에 좋은 습관으로 더 나빠지지 않도록 유지하거나 예방하는 것 아닐까?

책의 마지막 부분엔 직접 체크하는 부분도 있기에, 다른 식단 책과 함께 병행하면서 뇌 테크를 해보려 한다.





책키라웃과 책이라는 신화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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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이유 - 자연과의 우정, 희망 그리고 깨달음의 여정
제인 구달 지음, 박순영 옮김 / 김영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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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질병, 기후 문제로 총체적 위기에 처한 인류에게 제인 구달이 전달하는 실천의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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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이유 - 자연과의 우정, 희망 그리고 깨달음의 여정
제인 구달 지음, 박순영 옮김 / 김영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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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위대한 수업에 나왔던 제인 구달의 <나의 이야기>를 봤었다. 위대한 수업을 보기전에도 환경영화제에도 잘 나타나는 그녀였고, 침팬지와 환경운동이 떠오른다.

길고긴 코로나, 작년말 겪은 일련의 사건들 속에서 내 마음 속의 인류애는 점차 사라지고 있는 중이었다. 한없이 무기력한 상태에서 이 책의 제목과 제인 구달의 얼굴을 보게 되었다.

아무리 상투적인 제목이라 할지라도 <희망의 이유>를 찾고 싶었다.

 모든 사람은 중요하다.
 모든 사람은 자신만의 역할이 있다.
 모든 사람은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410p , 희망의 이유

뉴스를 제대로 안 챙겨본지 오래되었다. 한동안 뉴스를 보면, 너무 불안하고 힘들었다. 좋은 소식은 단 한가지도 없었고, 좋지 않은 소식들과 자극적인 정보가 가득했다. 한때는 사망자와 확진자에 대한 소식으로 시작하는 아침이 너무 싫었다. 그러다가 죽음에 대해서 점차 무감각해지는 나를 느끼기도 했다.

지구에 닥친 모든 문제는 모두 인간이 일으킨 것이다. 지금 당장 가장 중요한 문제가 무엇인지에 집중할 수 있었으면 좋겠지만, 모두들 당장 자국의 이익에만 집중하고 있다.
언제쯤이면 모두 함께 가장 큰 지구의 위기에 집중할까.

이 책을 읽으면서 희망의 이유를 찾을 수 있을까? 책을 읽는 이유가 답을 찾기 위해서는 아니지만, 적어도 이 책을 읽고 희망을 얻고 싶다.


책 속에서 가장 감명 깊게 읽은 문장이라면, 아무래도 다음의 문장이 아닐까 싶다. 꼼꼼히 정독하면서 읽었던 제인 구달의 "실천의 여정"이 너무나도 가슴 속에 와닿는다. 왜 인간은 반성없이 늘 역사를 되풀이하는 것일까 하면서 희망을 잃고 무기력해지지만, 사람만이 연대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 이야기는 악으로부터 출발하여 사랑에 도달한 마음의 여행에 대한 것이다. - 16장  35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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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라는 혼란 - 인생의 망망대해에서 표류하는 당신을 위해
박경숙 지음 / 와이즈베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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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부터 올해 주목받은 영화 중에서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라는 작품이 있다.

중년 이민자 출신의 여성 에벌린 인생의 모든 문제가 한꺼번에 닥쳐온다. 국세청 세무감사, 남편과 관계의 위기, 딸의 갑작스러운 커밍아웃 등등 그녀 인생 전반적으로 총체적 문제가 전부 터져버린다.

그 상황 속에서 그녀는 다른 세계에서 살고 있는 자신의 멀티버스 세계에 갇혀버린다. 위기의 대혼란 속에서 그녀는 자신이 가진 모든 능력을 발휘해 세상을 구원해야 한다.


 

© A24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양자경

이 이야기가 진정성 있게 다가온 것은 무엇 때문일까? 바로 양자경이라는 배우가 에벌린의 상황과 딱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할리우드에서 동양계에 60대 여성에서 주어진 기회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걸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 수상 소감을 이야기할 때, 그녀 또한 혼란의 시기를 겪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양자경뿐만 아니라, 미나리와 파칭코로 주목을 받았던 윤여정 배우도 혼란의 시기를 겪었다. 이혼 후 다시 일하게 되었던 상황에 대해서 말하면서, 생계를 위해서 연기하기 시작했다고 했던 윤여정 배우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큰 공감이 갔었다. 누구나 처음 사는 인생이기에 실수할 수도 있고, 매일매일이 새로운 삶의 나날들이기 때문에 다른 누군가를 롤 모델로 할 필요 없이 나답게 살면 된다고 이야기했다.


 



© 판씨네마, 애플TV

책이든, 영화든 나의 상황과 너무 가깝게 맞닿아있는 작품은 제대로 읽고 보기가 힘겹다.

회피하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고 바로 문제에 직면하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책 제목인 <어른이라는 혼란>을 보면서, "난가?"라고 느낄 정도로 내 마음과 머릿속을 헤집어놓은 것 같은 책의 2장까지 읽었을 때, 너무 공감 가고 뼈 때리는 말들이 많아서 읽기를 잠시 중단했었다.

미세먼지로 인한 편두통으로 며칠간 아무것도 하지 못했고, 작년에 시도해 봤던 것들을 간신히 성취해 내면서 길고 긴 무기력감에서 해방되리라 믿었었지만. 코로나 백신 접종과 작년 말에 있었던 커다란 사건과 개인적으로 겪어야 했던 주변 상황들은 나를 다시 무기력으로 빠뜨렸다.

한때, 먼저 이런 상황을 겪었던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하면서 상대방은 원치 않는 충고나 조언(=오지랖)을 했었던 것이 떠올랐다. 왜 그랬을까 생각해 보면, 그땐 미처 몰랐었다.

더 가라앉을 밑바닥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생이 어떻게 흘러갈지 누가 알 수 있을까?

모르니까 철없이 아무 말이나 할 수 있는 것이다.

인생의 좌절감과 슬기롭고 자신을 위할 줄 알았던 사람들은 슬기롭게 주변에 도움을 청하기도, 상담을 청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럴 용기를 내지 못했던 나는 혼자서 끙끙 앓을 뿐이었다.

어떻게든 글을 써보려고, 무언가 해보려고 많은 노력을 해봤지만 쉽지 않았다.

예전처럼 글을 편하게 쓸 수 없었고 아무런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때론, 너무 우울해서 침대에만 누워있는 날이 길어졌다.

간신히 쥐어짜서 작성한 글들은 엉망진창이었고, 읽을 때마다 자괴감만 들었다.

마감 시간이 지나가거나, 포기하기도 했었다. 도무지 한 문장도 적을 수 없었던 나날들이 반복되었다.

그래도 결국 쓰게 된 것은 주변 사람들의 일단 그냥 쓰라는 조언 때문이었다.

엉덩이 붙이고 앉아서 집중을 하게 된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목차를 보면서, 이건 내 내면의 일기장인 것일까 생각했던 건 우연이 아니었다.

1장 혼란의 증상 - 무엇을 해야 할지 정신이 없다

2장 혼란이 생기는 이유 - 문제는 엔트로피 증가야

3장 의식의 질서 찾기 - 힘을 빼고 훈련하라

4장 혼란에서 질서로 - 성장과 진화를 꿈꾸며

어른이라는 혼란 목차

연세대학원에서 국내 처음으로 인지과학 박사학위를 받은 인지과학자 박경숙이 실제로 겪은 경험담이 녹아있는 그녀의 앞선 2권의 저서 <문제는 무기력이다>, <문제는 저항력이다>에 이은 <어른이라는 혼란>. 컴퓨터공학, 인공지능, 인지과학, 로보틱스 등 첨단의 학문을 연구했지만, 궁극적으로 인간의 마음을 다루는 일에 더 가치를 느끼게 되었다. 공학과 자연과학에 심리학 등 인문학적 요소를 결합한 인지과학으로 인간의 마음을 성장하는 일에 힘쓰고 있다. 인지과학적 심리 치료 방법을 기초해서 '무기력 해소 프로그램'을 개발 ' 직무 무기력'과 '학습무기력'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직장인, 학생, 일반인을 돕는 상담과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자신의 인생전환 경험을 토대로 인생 2 막을 계획하는 사람들의 전환을 돕는 '탁월한 두 번째 인생을 위하여'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 중이다.

© EBS

클래스 E , 번아웃에서 아웃하라


 

 


© 와이즈베리

인지과학자 박경숙과 2편의 저서

책을 읽으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자신의 상태가 어떤 상태인지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지금 내 상황이 무기력인지, 저항력인지, 혼란 상태인지 말이다. 현재 내 상태는 무기력도, 저항력도 아닌 혼란 상태였다. 그런 상태가 지속된 지 너무 오래되었다.

노래 가시나무의 노랫말처럼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서 혼란의 원인이 된다.

삶과 일상이 뒤죽박죽되면서 무질서해진 상황 속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되는 건, 엔트로피 때문이다. 자연의 법칙이 그런 것이기에, 혼란 상태에 빠진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이해시켜준다. 고 엔트로피, 극도의 혼란 상황 속에서 다시 그 상황을 헤쳐나가는 방법을 저자는 차근차근 알려준다.


 




심리적 엔트로피가 높으면 마음은 무질서하게 변하고, 한 가지에 집중할 수 없게 된다. 반대로 심리적 엔트로피가 낮으면 마음에 질서가 생기면서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의식의 무질서 수준을 낮추면 정신적 에너지를 하나에 집중하는 몰입 상태로 쉽게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된다.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빈둥거린다면, 서서히 쓸모 없어지는 과정에 대해 묘사해 놓은 부분을 읽으면서 얼굴이 화끈거렸다. 팩트만을 나열해놨을 뿐인데, 너무 뼈 때리는 말이었다.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고, 살이 찌고, 의식 수준도 변한다는 말이 왜 그렇게 아프게 느껴졌는지.

이 부분까지 읽고 난 뒤 한동안 책이 잘 읽을 수 없어서 고생하기도 했다.


 


 



© UPI 코리아, 팝엔터테인먼트

방종의 푸에르를 버리고 질서 있는 세넥스가 되라고 이야기하는 저자.

다른 건 몰라도 책을 이해하기 힘들 때 비슷한 영화적 상황들을 떠올리는데, 영화 <리미트리스>, <루시>는 약을 먹고 인간이 두뇌 활용을 100% 할 수 있을 때, 어떨 것인지에 대해 그런 작품이다.

약을 먹지 않았을 때의 주인공은 푸에르같은 무질서 상황으로 아무것도 제대로 집중해서 할 수 없었다. 패배자의 상황에 빠져있던 주인공이 우연히 먹게 된 약으로 두뇌를 100% 활용할 수 있게 되자 가장 먼저 한 일은 정리 정돈이었다. 모든 걸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사람이나 상황을 본 순간 고도로 집중해서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는 놀라운 모습으로 변신했다. 규칙적인 생활과 루틴을 유지하며 최상의 모습으로 지내던 주인공은 약이 떨어지자 바로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

영화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약 없이는 무질서하고 무기력한 상태로 되돌아가게 되는데, 한번 뇌를 100% 써서 활용하며 편리함에 익숙해진 주인공은 그전 상태로 되돌아갈 수 없다. 영화 속에서는 결국 그 상황을 유지하는 묘안을 떠올리지만, 실제 상황이라면 어떨까?


 



무기력, 저항력, 혼란의 상태는 살아가면서 반복될 것이다.

그 상황이 왔을 때, 질서를 되찾는 연습을 하면서 마음과 정신의 근력을 기를 수밖에 없다.

일단 힘을 빼고 혼란 속에서 다시 질서를 찾는 연습을 하자.

이런저런 전문용어들이 상황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볼 수 있도록 돕고 있지만, 혼란 그 자체의 최근을 살아가는 그 누구라도 저자의 실제 심경을 중간중간 털어놓은 <내가 만난 혼란기> 부분을 읽는다면 공감 갈 것이다.

언젠가 동기부여 유튜브 영상 중에서 미 해군 대장 윌리엄 맥레이븐의 연설이 떠오른다.

세상을 변화시키고 싶으세요?

침대 정돈부터 똑바로 하세요.

세상을 변화시키고 싶습니까?

작은 일을 제대로 해내면서, 하루를 시작하세요.

미 해군 대장 윌리엄 맥레이븐

마음에 혼란이 생길수록 그냥 일상의 일을 해라

혼란에서는 질서부터 찾아야 한다는 저자의 말처럼 아무것도 하기 싫은 무기력함에 빠질 때, 설거지를 한다던가, 어떡해서든 일상 속에서 해야 할 일을 찾아갔었다.

길냥이의 먹이를 일정한 시간에 챙겨준다거나, 가족의 끼니나 간식을 챙긴다던가, 장을 보거나 산책을 하는 지극히 일상적인 일들을 하게 되면, 일상의 루틴이 생긴다.

그러면서 일상을 제대로 지낼 수 있게 된다.




 


저자는 책 속에서 역사적 인물들을 예로 든다. 경계성 인격장애의 예로는 히틀러를, 두 개의 인격이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중년의 위기의 예로는 고흐를, 너무 많은 욕망이 가져온 혼란에 대한 예로는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들었다. 이들의 삶을 알고 있기에, 이해가 좀 더 쉬웠다.

앞선 두 권의 책과 달리 이번에는 4장에서 혼란에서 질서로 향하는 해결책을 뛰어넘어, 인생 제2 막을 살게 되는 발전된 양상을 제시해 주는 책이었다.


 

 

© 위키백과

아돌프 히틀러, 빈센트 반 고흐, 레오나르도 다빈치

먼저, 힘을 빼라.

그리고 훈련을 해라.

그러면 신이 너를 도울 것이다.

어른이라는 혼란

무기력해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면, 이 책을 읽으면서 자신을 객관적으로 진단할 수 있기를 바란다. 2장의 내용까지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주고, 단순 문제 해결만이 아닌 정신의 성장을 다룬 3~4장은 정독하기를 추천한다. 무엇보다 저자 자신이 겪었던 상황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차근차근 정리해둔 책을 읽으면서, 인생에서 닥치는 위기 상황에 미리 대비해두길 바란다.


 


이 글은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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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는 뇌 - 인간이 음악과 함께 진화해온 방식
대니얼 J. 레비틴 지음, 김성훈 옮김 / 와이즈베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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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는 뇌>의 저자 대니얼 J. 레비틴의 4번째 책

엄청난 스트레스로 시달리던 때, 유튜브에서 우연히 보게 된 TED 영상이 있었다.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침착하게 대응하는 방법>이라는 영상이었는데, 자신이 겪었던 일을 예로 들면서 차분히 "사전 분석"이라는 개념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인간의 뇌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코티졸을 분비하고 몸 전체의 기능이 차단된다. 특히, 스트레스 상황에서 차단되는 기능 중 하나가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사고이다.

우리는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실패를 예측해서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거나, 애초에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게 방지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외출하기 전에, 필요한 물건을 찾느라 시간 허비를 하면서 스트레스 받을 수 있는 상황을 많이 겪어보지 않았는가? 그럴 경우, 눈에 띄는 곳에 물건을 두거나 정해진 장소에 정돈해두는 습관을 들인다. 위험요소를 미리 차단 시키거나 스트레스 받을 수 있는 상황을 최소화시키면 간단하다. 동영상을 보면서 모르는 내용은 분명히 아닌데, 늘 외출하기 전에 허둥대면서 뭔가를 늘 하나씩 빼먹는 건 어떻게 해야 고쳐질까를 고민했었다. 정리를 잘하고, 체계적으로 될수록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는 내용이지만 정리와는 담을 쌓았기에 동영상 보면서도 납득은 되지만, 실천은 역시 잘 안되었던 이야기였다.

<정리하는 뇌>, <석세스 에이징>, <음악인류>의 저자인 인지 심리학자이자, 신경과학자, 음반 프로듀서인 다니엘 J. 레비틴이 <노래하는 뇌>에서 인간의 문명이 발전하도록 진화하는데, 음악 본능을 6가지 노래로 설명한다. 6가지 노래는 우정, 기쁨, 위로, 지식, 종교, 사랑의 노래이며, 인간이 삶 속에서 음악을 이용하는 방식이라고 한다.




인간은 이미 태어나기 전부터 태교를 통해 음악의 영향을 받는다.

많은 사람들이 듣는 클래식 음악들(특히 모차르트의 음악), 너무 시끄러운 음악이 아니라면 산모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을 때 태아가 반응을 하기도 한다. 태어나기 전부터 듣는 음악은 태어난 뒤부터 죽 듣는다.

아기를 재울 때 불러주는 자장가, 속셈 학원에서 구구단을 배울 때, 언어(한글, 영어)를 배울 때 외우는 노래가 존재한다. 그뿐인가? 놀이 문화에서도 노래는 결코 빼놓을 수 없다. 고무줄, 술래잡기, 손으로 하는 놀이, 학교나 교회에서는 성가대나 합창단에 들기도 하면서 함께 노래 부르는 것을 배운다. 단체 생활이나 활동을 할 때도, 응원가나 국가로 소속감이나 일체감을 부여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사랑을 할 때, 고백이나 프러포즈를 할 때도 어김없이 노래가 함께 한다.

이처럼 노래는 인류와 함께 존재해왔다.

인간이 다른 종과 구분되고, 문명이 발전할 수 있게 해준 요소가 바로 "음악 본능", 즉 "노래하는 뇌"라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인간의 본성, 뇌와 음악의 상호작용, 진화와 사회 사이의 관계를 이해하기 위해 음악이 인간의 삶에서 맡아온 역할, 인간과 함께 진화해온 방식을 들여다본다. 음악은 인간의 기분과 뇌에 영향을 끼친다. 슬플 때는 위로받기 위해 슬픈 음악을 찾고, 집중력 향상을 위해서 음악을 듣기도 한다. 종종 음악은 다른 문화의 언어의 뜻을 모르면서도 이해하게 해준다. 어렸을 때 인기 팝송의 가사를 모두 이해하면서 부른 것은 아니었지만, 그때 불렀던 노래는 가사가 모두 기억난다. 지금 다시 외워서 새로운 노래를 부르려면 잘되지 않지만, 어린 시절에 불렀던 노래는 기억 속에 남아있다.


 



음악은 어떻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일까?

일반적인 말이나 글과 비교해 보면, 시와 가사는 상대적으로 의미가 압축되어 있다. 그 뜻을 해석하기 위해 찬찬히 읽어보면서, 의미를 생각해 본다. 평소와는 다르게 언어를 사용하게 된다. 음악이 가진 형식이 사람들에게 정서적 메시지로 기억에 강력하게 남는다. 영화를 볼 때도, 뮤지컬을 볼 때도 오리지널 사운드트랙과 넘버 가사 내용을 잘 모르더라도 우리는 금세 주인공이 어떤 상황인지, 스토리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음악이 없다면 평범하게 지나칠 장면도, 음악과 가사와 함께 명장면으로 남기도 한다.

이것이 노래 가사의 힘이다.

한 곡의 노래에 들어 있는 리듬, 멜로디, 화음, 음색, 가사, 의미가 하나로 묶여 서로 뒷받침하는 힘이 있기 때문에 모호하거나 불분명하고 모순되는 요소가 있더라도 다른 요소가 그 부분을 채워줄 수 있다.

노래하는 뇌 / 다니엘 J. 레비틴 -44p

저자의 전작들처럼 책에서는 음악이 어떻게 인간의 진화 과정 속에 존재해왔었는지 과학적으로 설명한다.

6가지 노래의 각 장마다 음악 프로듀서를 했던 경험을 살려서 스팅, 비틀스, 존 레넌, 조니 미첼 등등 유명 가수나 그룹들의 노래와 사건들을 예로 들어서 알기 쉽게 에세이 형식으로 전달한다.

인간이 집단생활을 하면서 강력한 유대관계를 만들어낸 것은 동기화된 조화로운 노래와 움직임이었다.

함께 음악을 부르면, 사람들 간의 신뢰와 유대감을 확립하는데 관여하는 신경화학물질인 옥시토신이 분비된다. 고된 노동을 하거나, 전투를 앞두고 있을 때, 중요한 일을 앞두고 하는 노래와 춤은 집단을 결집시킨다.

필연적으로 생길 수 있는 사회적 긴장을 해소하고, 사회와 문명을 건설하기까지 수많은 노래와 춤이 함께 했다. 때론 적에게 위협을 가하거나 아군의 사기를 높여주기도 했다.

뇌 적응에 도움이 되는 목표를 추구하도록 진화를 통해서 포상과 처벌이라는 시스템을 만들어냈다. 이 보상과 체벌은 우리의 감정을 통해 영향력을 발휘하고, 행동에 나서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특정 방향으로 행동하도록 만든다. 통증은 해가 되는 일을 하지 않게 막으려고 만들어낸 방법이며, 쾌락은 번식, 먹기 잠자기 등 적응하기 편하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방법이다.

슬플 때, 슬픈 음악을 들으면 위로가 되는 이유는 왜 그럴까? 마음을 진정시키는 호르몬인 프로락틴은 슬플 때 분비된다. 슬픔은 에너지를 축적하고 일의 우선순위를 재점검할 수 있게 도와주기에 진화론적 필요로 존재한다. <인사이드 아웃>이라는 디즈니 픽사의 애니메이션은 <슬픔>의 중요함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예이다. 기쁨, 슬픔, 버럭, 까칠, 소심 5가지의 감정이 조화롭게 있어야 한다는 교훈을 전달해 주지만, 무엇보다 슬픔이 지니고 있는 힘에 대해서 잘 설명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것은 사랑의 노래다.

앞까지 작성해온 노래들의 모든 것을 포함하고 뛰어넘는 사랑의 노래야말로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만드는 작품이다. 저자의 전작들은 주로 뇌를 잘 활용할 수 있는 원리를 과학적이고 설득적으로 이야기하는 책 들이었기에 그런 주제에 관심이 많았던 국내외 모든 분들에게 많이 읽혔다.

뇌과학 분야와 자기 계발서에 그동안 별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작년 말부터 치매에 대한 개인적인 관심이 필연적으로 생기게 되었기에 대중적으로 친숙한 노래와 가볍게 입문하는 책으로 나쁘지 않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정리하는 뇌>를 역설적으로 다시 읽어보고 싶어졌다면 이상할까?

어제 본 영화를 떠올리면서 남는 건 결국 영화의 엔딩곡이라는 사실에 납득이 가면서 이 책이 몹시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이 글은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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