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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 블러드 - 테라노스의 비밀과 거짓말
존 캐리루 지음, 박아린 옮김 / 와이즈베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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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한 방울로 200여 가지의 질병의 검사를 알 수 있다는 혁신적인 기계를 개발한 

젊은 CEO 엘리자베스 홈즈의 대 사기 행각을 폭로한 기획 기사를 묶은 책.


4차 산업의 대혁명기 과도기의 상황에서 더 빠르게 혁신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스타트업과 창업은 어쩌면 필수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대량실업 사태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의 틈새시장 사이를 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오늘도 창업 전선에 서고 있다. 가장 많은 기술혁신의 중심지인 실리콘 밸리의 수많은 젊은이들이 도전해서 성공하기도 하고, 실패하기도 한다.

그 중심에 의학 분야의 혁신이라 불리었던 테라노스의 CEO인 엘리자베스 홈즈가 있었다.

아무리 뉴스나 언론에 관심이 없어도 한 번이라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집에서 직접 피 한 방울만 뽑으면

수백 가지 건강 검사를 할 수 있다.


배드 블러드 - 테라노스의 캐치프레이즈


테라노스의 대 사기극을 폭로한 월스트리트의 기자 존 캐리루. 

테라노스의 CEO 엘리자베스 홈즈와 에디슨 키트


전직 테라노스 직원 60을 포함한 150명이 넘는 사람과 진행한 인터뷰를 토대로 작성한 책인 만큼, 굉장히 사실적이다. 처음엔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건조한 책일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500페이지에 가까운 책을 어떻게 다 읽을 것인가 고민이 되었다. 하지만 고민과 달리 꽤나 술술 읽히는 책이었다.

엘리자베스 홈즈가 어떤 환경 속에서 자라왔는지부터 시작해서 흥미진진하게 시작했던 책은 왠지 모르게 그 언젠가 내가 했던 직장생활을 떠올리게 했다. 책을 읽다 보면 내가 겪었던 최악의 직장들보다 더 끔찍한 테라노스의 상황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스타트 업이 망하는 지름길에 대해서 안내하는 책이기도, 스타트 업이 어떻게 사기를 제대로 치는가를 보여주는 책이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모르겠지만, 기사화 인터뷰를 엮어서 만든 책임에도 불구하고 한편의 범죄 스릴러를 읽는 기분으로 읽을 수 있었다.


2015년 포브스지에서 선정한 젊고 부유한 자수성가한 여성 사업가로 선정된 엘리자베스 홈즈. 스타워즈의 명대사를 이런 데다가 쓰지 말란 말이다.(진심으로 분노)


워싱턴 DC에서 태어나 정부기관에서 고위 간부직을 맡은 아버지와 의회에서 일하던 어머니 사이에서 영향력 있는 집안에서 남보다 좋은 기회를 접하기 쉬웠던 환경에서 자랐던 엘리자베스 홈즈.

19살에 스탠포드 대학을 중퇴하고, 팔로알토에 리얼타임 큐어를 설립해서 테라노스로 개명하기까지 그녀의 이상과 카리스마는 많은 인재들을 감명받게 하기에 충분했다. 스티브 잡스를 맹목적으로 신봉해서, 그를 따라서 검은색 터틀넥 티셔츠와 검은 바지를 입고, 금발로 염색하고 낮은 바리톤 목소리로 공식 석상에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스티브 잡스를 좋아했기에, 애플에서 일하던 제품 디자이너와 주요 인사들도 영입하기도 했다.

그들 뿐인가, 그녀의 카리스마와 혁신적인 이상에 끌린 각 분야의 유명한 인재들이 그녀와 함께 일하고 싶어 했고, 함께 일했다.


하지만, 이들의 대다수는 빠른 속도로 퇴사하거나, 해고되었다.

긴밀하게 협력해야 할 각 부서 간에 정보는 절대 공유하지 않았고, 정보는 차단되었다.

필요한 정보를 요청해도, 거절당하고 제외되고 배척당하는 건 일상.

직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면서, 야근과 주말 근무를 당연시하며 회사에 헌신하기를 바라는 태도.

도가 지나친 신비주의와 비밀주의는 직원들의 반발과 의구심만 키우기 마련이다.


의심과 거짓말이 만연한 기업 내 문화. 직원들은 대다수 견디지 못하고 그만둔다.


무엇보다, 이론적으로 불가능한 비전을 고집하는 CEO의 독선과 CEO의 애인이 모든 의사결정과 조언을 도맡아서 한다면? 직원들의 직언과 염려에도 불구하고, 의구심만 키우면서 자신들의 뜻에 따르지 않는 직원들과 상대에게 하는 보복적 행태들은 참 보기가 힘들었다.

화풀이성 해고와 직원들 앞에서 공개적 비난과 공격, 나는 언제든지 널 해고할 수 있다는 태도는 CEO의 이상과 비전, 카리스마에 이끌려서 온 직원들의 사기와 의지를 떨어뜨렸다.

그 결과 유능한 인재는 재빠르게 퇴사를 결정하지만, 그 퇴사 과정에서 생기는 충돌과 스트레스가 너무나 심했고.

무능하고 아부를 잘하는 직원들만이 살아남고, 직원들끼리 감시 보고하는 행태는 사내 기업문화를 악화시켰다.

정말인지 읽고 있노라면, 망하는 스타트업의 지름길을 보는 기분이지만, 세상에 이 대 사기극이 밝혀지지 않았다면 수많은 환자들에게 커다란 재앙으로 다가왔으리라.


퇴사를 해도 누가 왜 퇴사되는지 전혀 알 수 없고 직원들에게 전달되는 정보를 

완벽하게 통제하려는 엘리자베스


퇴사하는 직원의 직언, 스트레스와 소외감에 자살하는 직원에 대한 회사의 냉랭한 태도


테라노스에서 일하면 점차적으로 인류애가 사라지는 것 같았다.


그녀는 선의의 조언을 듣지 않고,

절차나 원칙은 무시하기 시작했다.

홈즈의 야망은 탐욕스러웠고 간섭을 용납하지 않았다.


배드 블러드


이런 회사에서 근무했던 기억이 꽤 큰 충격으로 다가올 것 같다.

생각해보라, 인류의 질병을 획기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이상적인 해결책을 내놓는 기업에 입사했는데, 알고 보니 기계는 오작동되기 일쑤고 검사 결과는 거짓으로 만든 데이터들의 산물이라는 사실을 인지했을 때.

문제점을 발견하고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이야기하는 직원은 배제당하고 해고되고, 거짓말이 만연한 기업문화.

무엇보다 전문가도 그 무엇도 아닌 남자친구가 자문으로 모든 걸 결정하는 회사에서 그 누가 버틸 수 있을까?

전 세계의 질병 치료를 간절히 기다리는 환자들에게 미칠 수도 있는 커다란 재앙이다.

처음부터 그녀의 비전이 선했을지라도, 주변 환경이 그녀를 변하게 했으리라.

스타트업을 시작하려고 하거나, 스타트업을 이미 진행하고 계신 분들이 꼭 읽어보셔야 할 필독서 같은 책이다.

그게 아니더라도 사이코패스 하나가 눈 깜짝하지 않고, 인류에 큰 재앙을 끼칠 수 있는지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는 범죄스릴러물이기도 하다.


월스트리트 저널에서 끈질기게 추적하여 폭로한 결과 에디슨이 실제로 250가지가 아닌 16가지 질병만 검사할 수 있다고 밝혀지고 그녀의 기업가치는 순식간에 제로가 된다. 미국 최고의 메디컬 기업이자, 기업가치 90억 달러 가치의 유니콘 기업으로 위상을 높이고 있던 테라노스의 대대적인 추락이었다.


이미 올해 3월에 HBO에서 <The Inventor: Out for Blood in Silicon Valley>로 선보인 다큐멘터리가 있으며,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제작 예정이다. 감독은 바이스와 빅 쇼트로 국내에 알려진 아담 멕케이, 엘리자베스 홈즈역에는 이미 조이에서 젊은 CEO 역을 한 바 있는 젊은 연기파 배우 제니퍼 로렌스가 캐스팅되었다고 하니 몹시 기대된다.



실리콘 밸리에서 혁신을 선보이려 했던 발명가는 실은 사기꾼이었다.

그녀와 20살 차이 나는 인도계 남자친구 라메쉬 발와니.


바이스와 빅 쇼트로 알려진 아담 멕케이 감독과 제니퍼 로렌스 주연의 영화가 각본 작업 중이다. (엘리자베스 홈즈와 꽤 비슷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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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별자리는 무엇인가요 - a love letter to my city, my soul, my base
유현준 지음 / 와이즈베리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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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할 때 자주 가는 인근 해안 공원 앞 커플 그네 뒤에서


사람들에게는 추억의 장소가 있다.

태어난 집과 장소, 친구들과 어린 시절 놀던 장소,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데이트했던 장소와 공간, 공부하면서 오랜 시간을 보냈던 장소, 아르바이트를 했던 장소 등등, 공간에 대한 기억을 풀자면 한도 끝도 없겠지만, 웬일인지 우리는 기록할 때 그때의 기분에 대해서는 잘 적지만, 공간의 느낌에 대해서는 잘 기록하지 않는다.

그날 먹은 것과 만난 사람과 무언가를 했다가 기록의 전부인 경우가 많다.

물론 최근엔, SNS가 활발하기에 공간의 기억도 남기기는 하지만, 말로 공간이 어떤 느낌이었다고 적는 경우는 흔치 않다.

그렇기에 꽤나 낭만적인 에세이로 다가온 <당신의 별자리는 무엇인가요>.


알쓸신잡 시즌 2에 나와서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던 유현석 교수는 

이미 2편의 인문학 책을 쓴 바 있다.


제목만 보면, 건축과 별자리가 무슨 상관인 것인가 의문이 드는 에세이집이었다.

목차를 읽어보고는 단번에 이해가 갔다.

크게 나를 만드는 공간들 (유년시절, 청년 시절)과 보물 찾기(내겐 너무 특별한 도시의 요소들, 연인을 위한 도시의 시공간, 혼자 있기 좋은 도시의 시공간, 일하는 도시의 시공간)로 나누어져 있는 책은 결국 유현준 교수가 공유하는 자신의 과거와 현재가 담겨있는 공간의 리스트다.



시간을 보낸 공간도 그 사람을 만든다.

이 책은 나를 만든 공간들에 대한 이야기다.


당신의 별자리는 무엇입니까 - 유현준



책 속에서 비슷한 기억의 공감이 살짝 느껴진다. 

비슷한 지역과 시간의 기억을 공유할 수 있다는 매우 멋진 일이다.


나를 만드는 공간들을 읽으면서, 비슷한 지역과 세대였던 사람들은 아마 더 큰 공감과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유년시절의 공간들은 대다수 향수를 자극하는 기억의 회상들의 공간 리스트였다면, 청년 시절의 공간들은 서서히 공간의 취향이 드러나는 느낌이다.

공간의 의미와 느낌을 차분히 이야기하는 분위기의 에세이들이 가득하다.

자신의 취향을 찾아가기 위한 여행이나 유학 속에서 보고 시간을 보낸 공간들의 이야기는 몹시 인상 깊다.


석사 시절 가장 시간을 많이 보내던 공간을 꾸미는데, 많은 공을 들인 유현준 교수


이름이 누군가에게 불렸을 때 의미가 생기듯, 공간도 그러하다.

겉보기엔 평범해 보이는 건물도 실은 예측하지 못한 요소를 지니고 있어서 놀랍다던가.

계획 없이 갔던 어느 곳에서 본 것들이 눈과 가슴에 각인될 때가 있다.

그렇게 그 공간은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것이다.

평범해 보이는 건물도 실은 예측하지 못한 반전적 측면이 있고, 

계획 없이 우연히 들어간 곳의 벽화가 눈에 각인될 때가 있다.



공간에 나만의 가치를 부여하는 방식을 배운다면

이 도시는 새롭게 재창조될 수 있다.

이 도시에서 여러분만의 공간을 찾아보기를 바란다.

그러면 우리를 안고 있는 이 도시가 말을 걸어올 것이다.

당신의 별자리는 무엇입니까 - 유현준



실은 이 책에서 가장 공감 가고 와닿은 부분은 "연인을 위한 도시의 시공간" 부분이었다. 

특히 연인을 위한 도시의 시공간을 읽으면서, 예전에 사귀었던 사람들과 함께했던 공간들도 떠올라서 좋았다. 사실 요즘과 달리 예전에는 애정행각을 할 때 밝은 곳보다는 어두운 곳을 항상 찾았던 것 같은데, "연인과 키스할 때는 가로등 불빛을 등지고 하라고 권하고 싶다."라는 문장을 보니 재미있다.

하긴 영화나 드라마를 봐도 늘 키스신 때 등장하는 가로등, 둘만의 공간이 되기 위한 장치인 이어폰을 통해 같은 음악 듣기 같은 상황만 봐도 쉽게 수긍이 간다.

막상 실제 연애를 할 때는 생각보다 순간적으로 잘 떠오르지 않았던 기억이지만.

책을 읽다 보면, 참 로맨틱하시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비 오는 날 돔 형태의 우산 속에서 더 가까워지는 연인 관계에 대한 언급으로 하실 때도, 실제로 그런 추억이 있어서 공감 갔다.


라라랜드의 연인은 가로등 앞에서 키스하고, 

라붐과 건축학개론에서의 두 남녀는

 같은 음악을 듣는 것으로 둘만의 공간을 공유한다.


혼자 있기 좋은 도시의 시공간 부분은 나 자신을 위해서 남겨두고 싶다.

책 속에 있는 장소들은 이미 가본 곳도 많지만, 못 가본 장소도 많았다.

사실 특정 공간을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그냥 어느 공간의 느낌을 이야기한 것들도 많아서 개인의 경험을 되살려서 근방의 비슷한 공간으로 가봐도 좋겠다.

특히 남대문 교회는 한 번도 못 가본 장소인데, 공원이 뭔가 도심 속 휴식 공간처럼 느껴져서 미세먼지 없는 날 한 번쯤 가보고 싶다.

가까운 동네나 어딘가쯤 자신만을 위한 공간 하나쯤은 힐링 공간으로 간직해보는 게 좋지 않을까?



여러분 주변에 이런 '등잔 밑' 공간을 찾아두면 좋다.

집은 작을지라도 이 도시 속에 그런 공간을

많이 아는 사람이 부자인 것이다.

당신의 별자리는 무엇인가요 - 유현준



자신만의 등잔 밑 공간을 찾아보자.


결국 이 책을 읽으면 나만의 공간 리스트는 과연 어떤가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기분 전환을 할 때 혼자만의 공간으로 간다는 것에 대해서, 별생각이 없었는데 얼마 전 지인과 나눈 대화가 떠오른다. 집 아닌 다른 공간에서 혼자 시간을 보낸다는 것만으로도 홀가분해진다고.

누군가를 만나고, 무언가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온전히 나만의 공간이 있는지를 되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자신만의 공간 리스트를 책을 읽은 후 작성해보고 한 번씩 가보고 싶어지는 도시와 공간에 대한 건축가 유현준의 에세이 <당신의 별자리는 무엇인가요>.

아직도 어릴 때 태어났던 고향 여행은 가본 적이 없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내가 태어났던 공간은 지금 현재 어떻게 변했는지 궁금해진다.

미뤄왔던 어릴 때 고향 여행을 시도해봐야겠다.


우리에게는 공간 리스트가 필요하다.


어제의 하늘이 너무 파랗고 예뻐서 공간과 함께 담아봤다. 양해철 사진가의 사진들이 책의 감성을 더해준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들은 자연과 공간의 조화를 잘 그린 작품이라, 

책을 읽고 나면 떠오르기에 감상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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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노멀 - 역경을 인생의 기회로 바꾼 우리 이웃의 슈퍼맨들
멕 제이 지음, 김진주 옮김 / 와이즈베리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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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는 기회라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기는 쉽지 않다.



새해가 되면서, 영화를 한꺼번에 3편이나 보게 되었는데, 이상하게도 전쟁 관련 영화거나, 전쟁으로 인해 힘겨운 난민 생활을 하는 아이에 대한 영화였다.

더 서치와 가버나움에서 등장하는 아이들 모두 평생을 앉고 가야 할 힘겨운 트라우마를 겪었다.

내전으로 부모님이 눈앞에서 총살당하는 걸 본 아이는 실어증에 걸리고, 살아남기 위해 동생을 안전한 곳에 맡기고 난민보호소에 도착한다. 또 한 아이는 서류 없는 힘겨운 난민의 삶을 살아가고, 사랑하는 여동생과는 강제로 헤어지며 아이로서 도저히 못 겪을 일들을 겪게 된다.

그러나 두 아이는 그런 상황을 기적적으로 이겨내고 실어증을 극복해 자신이 당한 일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기 위해 태어난 부모를 고발하기도 했다.



더 서치에서 전쟁으로 부모가 총살당한 걸 목격하고 충격에 실어증에 걸린 소년 하지

가버나움에서 서류 없는 힘겨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난민 소년 자인


영화 속에서 소년은 때론 어른들에게, 이런 끔찍한 일을 겪었으니 앞으로 평범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과연 그럴까? 어린 시절 끔찍한 일을 겪은 사람들은 정말 정상적으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없는 것일까?

하지만 영화에서 소년들은 결국 마지막에 웃는 얼굴을 되찾는다.

어떤 과거를 겪었건 행복할 권리가 있어요.


- 영화 더 서치


때론 힘겨운 과거를 겪은 사람들이 더 삶의 소중함과 행복함을 깨달기도 한다.

암스테르담에서 2차 세계대전 중 전쟁의 위협 속에서 발레리나가 될 꿈을 키우며, 굶주리며 레지스탕스를 돕기도 하며 힘겨운 나날을 보냈던 소녀는 훗날 스타가 되고 시대의 아이콘이 된다.

그리고 전쟁 속에서의 기억을 잊지 않고 자라서 유니세프 친선대사로 일하면서 전쟁과 기아에 시달리는 아이들을 위해서 살다가 세상을 떠났다.

그 소녀는 오드리 헵번이다.



평생 전쟁의 후유증에 시달렸지만, 유명 인사가 되고 훗날 전쟁과 배고픔에 시달리는 아이들을 위해 매진했던 오드리 헵번



이런 사람들에게는 어떤 특별함이 있는 것일까?

사람들은 평생을 지고 가야 할 트라우마를 어떻게 회복하게 되는 것일까?

그것에 대해서 알려주는 책 슈퍼노멀.



TED의 명강사이자 심리 전문가 멕 제이가 쓴 슈퍼노멀. 

우리는 트라우마를 어떻게 극복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할 것인가.



시련 덕분에 잘 자라난 사람들은 회복 탄력성이 좋은 사람이다.



이 책에 의하면 위에 나열했던 예에 해당했던 사람들은 모두 회복 탄력성이 좋은 사람들이다.

잇단 시련이나 심각한 트라우마 속에서도 이들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그 상황에 바로바로 잘 적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능력이 꼭 특별한 사람들에게만 있는 건 아니다.

실은 우리 안에는 생각보다 강한 회복 탄력성이 있고, 사람들은 모두 그걸 깨닫지 못할 뿐이다.



그런 평범한 우리 주변의 사람들은 슈퍼노멀이라고 부른다.



아주 예전에 심리학 수업을 들었을 때, 자신이 지금까지 살아온 사건과 인생에 대해서 기술하라는 리포트를 작성한 적이 있다.

말하자면 그때까지 살아온 자신의 자서전을 쓰라는 이야기였는데, 제출하고 나자 들었던 이야기는 자신만 힘들고 불행한 일이나 특별한 사건을 겪은 것 같지만, 실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생각보다 비슷한 인생을 살고 있다고 했다.

그러니까 바꿔서 이야기하면 생각보다 평범한 인생을 사는 사람은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평범해지기 위해 그들이 하는 노력들.


생각보다 평범한 삶을 사는 사람은 잘 없다. 

환경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한 리부트의 타이밍.



슈퍼노멀은 때로는 타인을 도우면서 자신을 돕는다.

오드리 헵번처럼, 자신이 힘들었을 때의 기억을 잊지 않고 전쟁과 기아에 시달리는 아이들을 도우면서 자신이 사는 이유를 찾았을 것이다.

가버나움의 주인공인 자인도 동생들을 돌보면서, 혹은 요나스를 돌보면서 지옥 같은 삶을 지탱해나갔다.

삶의 이유를 찾을 수 없을 때, 돌봐야 할 누군가가 있다면 쉽게 삶을 포기하기 힘들 것이다.

책 속에서는 영화 속 슈퍼 히어로들을 예로 들었다.



삶을 방관하기보다는 자신이 살아있는 이유를 능동적으로 찾아나가는 슈퍼노멀들. 

영화 스파이더맨을 예로 들었다. 영화 속 슈퍼 히어로들은 대다수 어둡거나, 

힘든 과거 속에서 타인을 도우면서 극복해낸다.



하지만 인생을 살아나가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태도라면, 역시 자신에게 큰 상처를 줬던 사람과 정반대의 사람으로 행복하게 살아나가는 것이 아닐까?

그걸 원동력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책 슈퍼노멀.

책 중 가장 잘 와닿은 내용을 적어본다.

인생을 살아봐야 알 수 있는 문구지만, 이 책을 읽으시는 분들은 조금이라도 더 이른 나이에 깨달으시길 바란다.

이전의 자신을 뒤로하고 새 출발을 하려 할 때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현실이란 엉망진창에 모순덩어리고,

뾰족한 해결책이 잘 나타나지 않는 곳이지.

이걸 깨닫기까지 참 많은 시간이 걸렸어.


- 앨런 무어, 왓치맨



결국 가장 훌륭한 복수는 힘든 과거를 극복하고 행복하게 잘 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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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의 디테일 - 고객의 감각을 깨우는 아주 작은 차이에 대하여
생각노트 지음 / 북바이퍼블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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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와 sns에서 생각노트를 운영하는 저자. 

브랜드 마케팅과 서비스 운영자라는 직업답게 신박한 아이디어가 넘친다.


쇼핑몰에서 일하게 되었을 때가 갑자기 떠오른다.

다른 사람들은 이직을 한다는데, 나는 늘 전직을 했다.

매번 제로에서부터 시작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다행스럽게도 전 직장에서의 지식과 경험은 다음 직장에서 늘 피가 되고 살이 되었다. 쇼핑몰 쪽에서 맡게 된 일은 예전에 하던 일들과는 판이하게 달랐는데, 가장 힘들었던 건 사진 찍는 일이었다.

기계를 다루는 일은 매뉴얼이나 책자를 보면서 반복적으로 익히면 가능한 일이었는데, 좋은 사진을 찍는 건 달랐다. 그냥 타사의 사진들과 제품들을 봐도 도통 감이 오지 않았다.

책상머리에 앉아서 열심히 모니터링을 해봐도 좋은 사진은 찍기 힘들었다.

이때 나의 해결책은 모자라는 지식을 채우는데 치중했었는데, 그건 해결책이 아니었다.

좋은 사진을 찍으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좋은 사진을 많이 보고, 좋은 제품을 많이 보러 다니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효과가 엄청나게 빠르게 나타나진 않았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좋은 사진과 제품들을 보면서, 색감의 사용방법과 제품 사진의 각도를 생각하면서 찍게 되었다. 그러면서 사진을 잘 찍는다는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디테일의 감각은 어떻게 익힐 수 있을까요.

제가 생각하는 최선의 방법은 몸으로 직접 경험해보는 것입니다.

프롤로그 PUBLY CEO 박소령

이 책은 저자가 도쿄에서 직접 보고 경험한 것들에 대한 생각을 정리한 노트다.

일반인의 생각과 마케터, 기획자, 디자이너의 생각은 어떻게 다를까가 궁금하다면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여행, 특히 낯선 곳에 가면 많은 영감을 얻을 수 있다. 건물과 환경,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많은 부분이 다르다. 책 표지에 있는 <고객의 감각을 깨우는 아주 작은 차이에 대하여>라는 말은 정말 많이 와닿는다. 모든 디자인은 정말 작은 디테일, 고객 입장에서 어떻게 배려하는가에 따라서 많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상품을 고를 때 많은 것을 고려하지만 경험상 디자인이 예쁘고, 사용하기 편한 것을 고르게 된다.

그럼 많은 고객의 선택을 받는 예쁘고 편한 디자인이란 어떤 것인지.

어떤 기준으로 달라지게 되는지 궁금하지 않을까?

저자가 남긴 프롤로그, 저자는 자신의 기록 활동을 생각노트라는 블로그에 공유했다.


비행기 안에서 안내 영상도 이런 식으로 보여준다.


저자가 여행을 가면서 보고 경험한 모든 서비스와 매장, 장소에서의 특이점을 정리했는데, 그냥 정리한 게 아니라 마케터와 기획자, 디자이너에 종사하는 분들을 위해서 영감 포인트도 정리했다.

아마도 마케터, 기획자, 디자이너 종사자분들께 많은 영감을 줄 책이다.

공간을 어떻게 디자인해야 할지, 제품을 어떻게 디자인해야 할지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다.

이런 세심한 아이디어 국내 마트에도 좀 도입되었으면 좋겠다. 

어디선가 본 기억은 난다.

책을 읽노라면, 고객의 입장에서 세심하게 배려한다는 게 어떤 것인가에 대해서 생각하게 한다.

도코에서 핫플레이트인 곳들을 차례차례 방문해서, 장소에 대해서 분석하고 생각을 정리한 듯한 글을 읽고 있노라면 아이디어가 샘솟을 것 같다. 포인트만 콕콕 집어 정리한 글과 사진들을 보면서 장소가 눈앞에 그려진달까.


단순히 공간만이 아닌 사람을 모이게 하는 공간, 

지역주민과의 조화, 혹은 특정 분야 사람들을 모이게 하는 공간의 힘.

일본에서의 공간에 아이디어를 얻어서 국내에서 오픈한 공간들이 이미 많음을 알게 된다.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런 경험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아이디어로 구체화시켜야 할지 고민이 많이 된다면 이 책을 필히 보도록 하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노령사회로 접어들고 있는 선배 일본의 버스에서 보는 배려.


다양한 연령대나 상황의 사람들을 모두 배려하는 디자인과 공공서비스들.

공간만이 아닌, 일상에서도 느껴지는 도시 안의 디자인과 서비스들도 배려가 느껴진다.

국내에서는 급속하게 스마트화가 되고 있지만, 특정 연령이나 계층은 소외되는 느낌을 많이 받는 서비스들과 디자인이 많은 편이다. 지하철 손잡이만 해도 그나마 높은 곳과 짧은 곳이 섞여서 있는 곳도 있지만 너무 높은 경우가 많다. 평균키가 아무리 크다고 해도 화장실에 가방 거는 손잡이도 너무 높은 경우가 많다.

동네의 버스정류장에 있는 알림 서비스도 노인들이 보기엔 너무 글씨가 작고 잘 보이지 않게 변경되었다. 버스정류장을 표시하는 새로운 지도도 디자인은 예쁘지만 글씨가 너무 작아서 잘 보이지 않는다. 마치 젊은 사람들만의 위한 서비스만 존재하는 느낌이다.

소외감을 느끼기 쉬운 서비스와 디자인이 많은 반면, 저런 배려 넘치는 디자인들을 본다면 사회에서 날 배려해준다는 느낌이 들 것 같다.

사회가 배려 없이 삭막하게 돌아가는 것도 공간이나 일상에 깃든 서비스와 디자인의 세심한 배려가 부족해서 아닐까? 공공 시절이나 도시를 디자인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많은 분들이 필독서로 읽으셨으면 좋겠다.

현재 우리나라의 공간의 문제와 일상에서의 배려를 더한 곳으로 만들려면 뭐가 필요할지 잘 알 수 있는 책이다.


의자나 자전거를 놓을 수 있는 디자인, 

사회 구성원들이 어떤 공간에서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하는 책.



디테일을 어떻게 전달하고 표현하는가, 

각 직업군을 위한 영감까지 정리해놓은 생각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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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틸다의 비밀 편지
스텐 나돌니 지음, 이지윤 옮김 / 북폴리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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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삶의 지혜인 마법을 손녀에게 전수하고자 보낸 할아버지의 편지.


아주 예전에 연금술사라는 책을 읽었었다. 
자아를 찾기 위한 여행기,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찾아다니는 산티아고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당시 유행하는 소설의 탈을 뒤집어쓴 자기 계발서란 생각은 하지 못하고 나름 감명 깊게 읽었던 느낌이 있다.
그 후에 아류작들이 나오면서 자기 계발서가 맞구나라고 확신했지만, 한시대를 휩쓸었던 베스트셀러에는 그 만의 힘이 있다.

읽어보지는 않았어도 한 번쯤은 들어본 느림의 발견의 저자가 새롭게 쓴 신작인 <마틸다의 편지>. 


북극 탐험을 하는 탐험가 존 프랭클린의 삶을 그린 느림의 발견. 

작가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준 책이다.


마법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어서, 때론 위기에서 탈출할 수도 있었고, 대단한 명성도 얻을 수 있었던 마법사 파흐로크는 106세가 되면서 자신의 인생을 돌아본다. 
막대한 명성과 부를 비축할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고 소박한 일상을 영위해가는 그의 모습은 요즘 같은 물질 만능 시대에 삶의 지침이 되기에 좋은 책이기도 하다.
삶의 지혜가 농축된 마법에 대한 12통의 비밀 편지를 손녀딸이 성년이 되면 읽을 수 있도록 봉인해놓는다.


모든 마법은 마음에서 시작된다는 단순한 진리를 알려주는 할아버지의 편지.


마법사도 실은 일반인과 다를 것이 없다는 보여주는 문장.


마법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생각하고 살아간다면, 삶은 지루하지 않을 것이다.
손녀딸에게 남기는 106세 할아버지의 편지지만, 그의 생애를 돌아보는 이야기를 늘어놓으면서 자신이 얼마나 행복했는지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마법만으로 부자가 된다면 그건 또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즐거움의 원천이 되는 마법


결국 파흐로크가 손녀딸에게 하고 싶었던 말은 무엇일까.
손녀딸에게 구체적으로 마법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방법을 알려주기보단 마음에 달린 것이고,
실은 위대한 지혜의 마법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알려준다.
오히려 마법을 믿는 마음과, 잠시 잠깐의 행운을 통해서 즐겁고 행복한 삶을 영위했다는 할아버지의 편지가 이 책의 진실한 메시지가 아닐까?


책의 핵심이 담긴 문장들. 


실은 위대한 지혜의 마법은 존재하지 않고 삶의 행운이 따랐을 뿐이라 이야기하는 할아버지.

삶을 행복하게 해주는 마법에 대한 책, 삶의 지혜란 어떤 것인지 보여주는 책이다.
삶에 지쳐서 잠시 멈췄다 가고 싶으신 분께 휴식을 하면서 읽으라고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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