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카페 멋집 - 머물고 싶은 공간 훔치고 싶은 디테일
공상찻집 도라노코쿠 지음, 김슬기 옮김 / 북폴리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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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홍차의 매력에 빠지게 해준 만화가 있었다. <홍차왕자>라는 작품이었는데, 도입부에 나오는 주문을 실제 따라 해볼 정도로 매력에 푹 빠져서 읽었었다. 자정에 홍차를 우려내면, 보름달이 비치는 컵 속에서 홍차왕자가 등장해서 3가지 소원을 들어준다는 동화책 같은 만화책이었다. 책을 읽을 당시엔 티룸이나 디저트 전문 카페가 아직 유행하기 전이었다. 만화책에 나온 포숑의 애플티나 얼그레이를 직접 사서 티포트로 우려낸다던가, 레시피를 따라서 차를 우려내기도 했었다. 기술 부족으로 떫은맛이 나는 홍차에 별 매력을 못 느끼게 되었고, 친구들도 별 관심이 없어 빠르게 흥미를 잃어갔다.

홍차의 나라 영국의, 그다지 미덥지 않은 민화.

밤 12시, 백자 컵의 다즐링.

보름달이 비치는 컵 속을 은 스푼으로 한 번 저으면,

달은 일그러진다.

그리고ㆍㆍㆍ.

홍차왕자 1권



© 株式会社白泉社

홍차는 기호품으로 생소했던 시절을 지나, SNS나 동호회에서 친절한 지인들을 통해서 차와 디저트의 세계에 가까워졌다. 더불어 매년 열리는 카페쇼라는 행사도 알게 되었고, 티룸과 홍차 전문점에도 푹 빠지게 되었다. 관련 책과 예쁜 카페에서 즐기는 우아한 애프터눈 티 세트, 티포트와 찻잔을 하나둘씩 모으면서 행복했다. 취향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즐기는 티타임이나 맛있는 디저트를 즐기는 시간은 소중했다. 스트레스 해소와 함께 나를 비우고 채우는 시간이었다. 하루 중 아침 시간이나 오후 3시경에는 1인용 머그잔에 허브티나 과일차를 우려 마셨다. 바쁘고 피곤할 때, 잠시 휴식엔 늘 차와 케이크나 스콘이 함께 했다.

누군가와 이야기하기 위해, 혼자 편안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공부나 일을 하던 중 기분 전환을 하기 위해

문득 멈춰 서고 싶을 때나 뒤돌아보고 싶을 때에도

카페를 찾는 사람들은 분명 여러 가지 이유로 모여들 것입니다.

도쿄 카페 멋집 - 들어가며 중

여행을 많이 가지 못해서 국내에서만 티룸이나 홍차 전문점 등 예쁜 카페를 많이 갔었다. 그중에서도 디저트의 강국인 일본의 티룸이나 홍차 전문점은 늘 선망의 대상이었다. 일본 영화와 드라마를 보면서 얼마나 설레었었는지. 그중에서도 <양과자점 코안도르>,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라는 영화와 드라마는 멋진 디저트 카페에 초대받은 기분이 드는 작품들이었다. 한때 디저트 만드는데 관심이 생겨서 제과제빵과 쇼콜라티에 과정도 배웠었다.



© 구글 검색

주변 친구들의 일본 여행 후 카페와 디저트 사진을 보면서 많이 부러웠었다. 다시 여행 가고 싶은 요즘, 나에게 멋진 카페와 디저트를 함께 즐기고, 소개해 주는 지인과 함께 가고픈 카페 리스트가 담긴 책을 보게 되었다. 머물고 싶은 공간 <도쿄 카페 멋집>, 무엇보다 일본의 카페 전문 인플루언서인 공상찻잔 도라노코쿠의 취향 저격 리스트들로 가득하다. 맛, 멋, 감성을 모두 사로잡은 빈티지 카페 75곳이라니 절로 궁금해지는 리스트다. 아기자기한 동화 속 카페, 유럽을 여행하는 듯한 앤티크 카페, 달콤한 위로를 주는 작은 아지트 카페, 색다른 맛과 경험을 즐기는 도쿄 찻집, 시간 여행을 선물하는 클래식 찻집, 책과 음악이 어우러진 레트로 카페 총 6개의 챕터에 나눠진 카페들의 사진과 글을 보고 있노라면 시간이 그대로 멈춘 기분이다.




전반적으로 레트로, 빈티지 느낌이 드는 색감과 구도의 사진들과 공간의 특징을 잘 살린 문장들.

특색 있는 디저트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책 중간중간에는 찻집 100배 즐기기라는 꿀팁을 정리해 놓기도 했다. 저자가 인스타 인플루언서이기도 한 만큼, 간단한 촬영 노하우도 담겨있다. 대다수 자연광을 이용한 사진이어서 그런지, 자연스러움과 동시에 분위기 있는 사진들로 구성되어 있다. 카페 전문 인플루언서를 노린다면 한 번쯤 참고해 봐도 좋은 구성과 내용이었다.




마지막으로 책을 쓰게 된 동기를 보면서, 살짝 울컥했다. 동네에 분위기 좋고, 내 타입의 카페가 있어도 코로나를 지나가면서 하나둘씩 사라져있더라. 홍차 전문점이나 티룸은 한때 유행을 지나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다. 카페 쇼를 나가도 늘 확장되는 커피 관련 업체들에 비해서 서서히 축소되는 느낌인 차 관련 부스를 보면 마음 아파질 때가 많다. "오래오래 그곳에 남아줬으면 좋겠다"라는 마음으로 쓴 책인 만큼 도쿄 여행 갈 때, 도움이 되길 바란다. 로컬 에디터 과정 들으면서, 사는 지역에 좋은 장소를 많이 접하면서 탐구하게 되었었다.

지역에 숨은 나만 알고 싶은 공간이 있다면, 널리 알려서 사라지지 말게 하자.

찻집이라는 장소가 참 좋습니다.

찻집은 오랜 시간 사랑하고 사랑받아 온 하나의 문화로,

무리해서 서로 간섭하지 않지만 누군가와 공간을 공유하는 감각은

이상하게도 마음을 편안하게 만듭니다.

공상찻집 도라노코쿠가

이 책을 만들며 바란 점은 찻집이

'오래오래 그곳에 남아 있으면 좋겠다'는 것뿐이었습니다.

도쿄 카페 멋집 - 나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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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 지금의 안부 - 당신의 한 주를 보듬는 친필 시화 달력
나태주 지음 / 북폴리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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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늦은 밤, EBS를 보고 있었을 때였다. 잔잔히 낭송하는 시구가 참 아름다웠다. 한때 시를 좋아했지만, 감정이 무디어진 요즘은 좋아하지 않는다. 밤의 감성에 들었던 단순하지만 정제된 시는 가슴속에 새겨졌다. EBS 초대석에서 봤던 <세상을 향한 연애편지>을 통해서 나태주 시인의 이름을 알게 되었다. 이미 교보문고 현판에 아래 시구로 우리에겐 익숙해져 있는 시인이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풀꽃 1 - 나태주


EBS 클래스 e에서 <풀꽃 인생 수업>을 보면서, 힘들었던 시기 갈 곳 없는 마음을 다잡았었다. 첫 강의 시간에 읊어주셨던 신작 시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의 낭독을 들으면서, 정체되었던 시간 속에서 울컥 눈물이 났었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시를 읽지 않았던 어른은 세상의 아름다운 단어를 다시 줍기 시작했다. 시와 그림은 지친 영혼을 달래는 마음 처방전이다. 번아웃이 오기 쉽고, 스트레스에 그 어느 때보다 노출된 현대인에게 여유를 선사해 주는 시. 낭독하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안정된다. 그림과 캘리그래피로 필사까지 한다면, 자신을 돌아보고 다독이게 된다. 자기 자신에게 좀 더 다정해질 수 있다. 바쁜 요즘, 그럴 여유가 어디 있느냐고 생각하실 분들도 많을 것 같다. 핸드폰을 하는 시간을 줄이고, 과부하 된 뇌를 쉬어주는 시화로 디지털 디톡스를 하루 1시간 정도 허락해도 좋지 않을까?






일주일에 한 편씩 52주 동안 머리와 가슴속에 품는 시와 그림. 단순히 시만이 아닌 시를 필사할 수 있는 노트도 있고, 달력과 스티커, 엽서도 함께 있다. 무엇보다 미공개 신작 시도 있기에, 나태주 시인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특별한 선물이 될 것이다.

글쓰기 수업을 여러 차례 들으면서 알게 된 좋은 노하우가 있다. 좋은 글은 노트에 필사해서 들고 다니면서, 일부러 읽으신다는 말을 많이 들었었다. 솔직히 책 리뷰나 서평 하면서 읽고 작성하고 사진 찍는 데만 급급했다. 좋아하는 문구나 시구를 필사하면서, 외우는 그런 감각에는 집중하지 못했었다. 일주일에 시 한 편을 가슴에 품는다고 생각하면 어떨까? 나태주 시인의 시는 어렵지 않고, 단순하면서도 머릿속에 남는다. 시는 원래 사람들의 가슴속에 있었고, 그것들을 모으는 게 시인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가장 낮은 곳에서 사람들 사이를 흐르는 시를 써야 한다고 했던 이야기를 떠올려본다.  연말에 소중한 사람들에게 마음을 다독여 줄 꽃보다 시화집 선물 어떠한가?






나태주 시인의 시를 읽고 있노라면, 세상을 좀 더 좋게 보정해서 보게 된다. 연인에게 보내는 러브 레터로 시를 적었던 소년은 대상을 세상으로 바꿔서 보내는 시인이 되었다. 내년부터 매주 나태주 시인의 시를 한편씩 읽으면서 행복해지는 상상을 해본다. 마지막으로 EBS 클래스 e <풀꽃 인생 수업>을 시작하기 전 오프닝 부분에 나왔던 시구를 적어본다. 어깨에 힘을 빼고, 그냥 묵묵히 살아가는 게 인생이라는 걸 시인의 시를 통해서 알아간다.


오늘도 너무 충분했고

지금도 잘하고 있으니까

너무 애쓰지 말라


삶이 모여

한 줄의 시가 되다


인생이란

그냥 살아보는 것입니다

답이 없으니까요


EBS E 클래스 풀꽃 인생 수업 - 나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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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만의 리듬으로 삽니다 - 80대 엄마와 50대 딸의 한 지붕 남남생활
신연재 지음 / 자음과모음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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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나이까지 미혼으로 살게 될 것이라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막연히 결혼해서 아기를 낳고 남들처럼 살 거라 생각했지만, 인생은 늘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 청춘시절에는 너무 불안해서, 연애에 푹 빠져들 수 없었다. 경제적 상황이 서서히 안정될 때는 건강이 악화되었다. 결혼 시기쯤에는 한꺼번에 인연이 몰려들었을 때도 있었지만, 금세 사라져버렸다. 몰려왔다가 사그러드는 파도나 거품처럼 너무 의미 없었고, 나이 먹을수록 연애의 실패가 큰 상처로 다가왔다. 몇 번의 큰 실패를 겪고 나니, 연애에도 결혼에도 자신이 없어져 버렸다. 한동안 새로운 일에 집중했고, 너무 바빠졌어도 사람들을 만나는 모임에는 꾸준히 나가곤 했는데, 도무지 이어지는 인연이 없었다. 무엇보다 만났었던 인연들 중 그 누구도 부모님께 소개하고 싶은 맘이 들지 않았다. 점차 외로움보다 혼자 잘 살아가는 법을 익히는 게 중요해졌고, 현실로 다가왔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에 대한 생각을 꽤 오래전부터 해왔고, 아직 미혼인 친구들과 대화할 때마다 나오는 주제다.

그러다가 읽게 된 나보다 앞선 인생 선배의 기록인 <우리만의 리듬으로 삽니다>
50대 비혼 딸과 80대 엄마와의 한 지붕 남남 생활이라니, 결혼하지 않고 산다면 멀지 않은 미래의 내 모습이다. 친구들과도 깊은 속내를 서로 공유하지 않고, 코로나로 또래 친구들과는 연락이 소원해졌다. 그래서 타인의 삶이 궁금했다. 분명히 내 나이 또래 미혼인의 삶도 존재할 텐데, 중년 이후의 삶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다. 특히, 노년의 삶에는 아무도 관심 가지지 않는다. 누구도 미혼, 비혼의 삶에 대해서 알려주지 않았다. 몇 살 이후로는 "왜 아직까지 결혼하지 않았냐?"라는 질문이 지겨워서, 뭔가 배우러 다니거나 모임에 나갈 때 최대한 사생활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책은 크게 50대 비혼으로 바라본 세상과 80대 엄마와 함께 살아가는 삶에 대해서 담담하면서도 현실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한때 나도 특정 나이까지 결혼하지 못한 사람들을 색안경 끼고 바라봤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엔 미혼이나 비혼이 나와 관계없는 문제라고 생각했다. 사회적 시선과 분위기도 지금과는 많이 달랐었다. 막상 나 자신이 미혼인 상황이 되니 지금까지 혼자인데는 별 이유가 없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다양한 사람들과 만났었고, 그 속에서 다른 삶이 많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가족의 형태가 정해져있고, 그것을 따르지 않으면 비정상이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다른 결을 인정하고, 혐오와 편견을 배제하고 바라보자고 한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함께 일을 하던 동료 워킹맘들을 보면, 늘 아침은 전쟁이었다. 육아와 집안일을 함께 한다고 해도, 돕는 수준에서 조금 더 나아지거나 아닌 경우가 많았다. 아이들이 당장 아프면, 달려가는 건 아빠 아닌 엄마인 경우가 더 많았다. 남자이고, 가장이니까 임금 인상을 해줘도, 여자에 미혼인 자신의 임금은 동결시켰다는 친구의 말도 갑자기 떠오른다. 미혼의 여성도 가장인 경우가 있음에도 그걸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언젠가 함께 일했던 돌싱인 비혼의 팀장님의 말이 떠오른다. 혼자여서, 나이 드신 어머니를 돌봐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는 게 불공평하게 느껴진다며. 혼자면 아파도 돌봐줄 누군가가 없기에, 오히려 가정을 꾸린 동생보다 더 불리하다고 했다. 사실 주변에 미혼인 친구들을 봐도 그네들과 함께 살거나 부모를 돌보고 있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딸인 경우 그 돌봄을 사회적 당연시 생각한다. 외출을 나가도 거동이 불편해 보이는 어머니와 함께 산책하는 건, 늘 딸로 보이는 여성이다. 미혼인 나와 함께인 부모는 또래들 사이에서 고립되기 쉽다. 손주 이야기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함께 대화하기 어려움을 느끼실 때가 많다. 아이나 청년을 위한 시설이나 정책은 많이 나오고 있지만, 생각보다 노인인 부모님과 함께할 시설이나 정책은 많지 아니하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도 아이와 청년을 위한 직접적인 복지 정책이나 시설 확충이나 프로그램은 많지만, 상대적으로 중년 이후의 과정을 생각보다 선택의 폭이 좁다. 다른 지역을 나가거나 정보를 더 찾아봐야 한다.

나이 드셔서 예전 같지 않은 엄마를 모시고 외출을 할 때마다 느꼈던 상황들이 너무나 잘 나와있다. 대중교통수단이나 어딜 가든 모두 급하게 간다. 동네가 아닌 다른 곳에 구경거리가 많아서 모시고 나가도 생각보다 앉아서 쉴만한 곳도 적고, 너무 넓고 미로처럼 되어 있는 공간이 많아서 다니기가 힘들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시설이 부족함이 느껴지는 건 대중교통수단을 탈 때부터 체감할 수 있다. 어디에나 계단이 너무 많다. 특히 오래된 역일수록,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가 잘 없다. 화장실을 가는 표시도 쉽게 잘 찾기 힘들 때가 많다. 한걸음 한 걸음이 힘드신 엄마와 외출을 한다는 건 정말 큰맘 먹고 해야 하는 일이고, 신경이 모두 엄마에게 쏠려있어서 평소보다 많이 피곤하다. 하지만, 어린 시절 엄마는 언제나 나와 함께 어딜 나가실 때 절대 귀찮아하지 않으셨고 모든 걸 다 준비해서 나가셨다. 지금 와 내가 아이를 키운다고 생각하면, 모든 게 힘들고 피곤한 과정이었을 데도 오로지를 나와의 외출을 위해서 힘써주셨었다. 그때를 떠올리며 모시고 나가고, 주변에 많은 분들이 나이 드신 엄마와 함께 하는 것을 보면서 늘 결심한다.

책 속에서 공감 가는 구절이 많다. 나이 듦에 대해서 자비 없는 사회 속에서 나이 들면서 점차 익숙해져야 하는 상황들이 생겨난다. 선입견을 버리고 새로운 도전을 하거나, 몸을 무리하지 않고 컨디션을 조절하면서 일정한 수입을 얻고 엄마와 반려견을 함께 돌봐야 한다. 그런 일상을 유지하는 저자의 모습이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결혼 압박에서 벗어나니, 돌봄 압박에 다시 갇히게 된 상황을 설명하는 것도 웃프다.

언젠가 아는 방송 작가 동생에게 들었던 "내 목표는 명랑한 할머니가 되는 것"이라는 말이 이 작가분의 책에서 등장한 것이라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엄마를 보면서 귀여움을 카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나는 엄마의 귀여움을 뒷모습 촬영하는 것으로 기록한다. 책은 쉽게 읽혔지만, 읽은 뒤에 다가오는 현실적인 무게와 질문은 가볍지만은 않아서 비교적 천천히 읽게 되었다. 몇 년 뒤의 인생 선배가 바라보는 사회와 노인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서 더 이상 사회가 나이 들어가는 현실을 외면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좀 더 다정함과 따뜻한 배려가 존재하고, 나이 든 사람들에 대해서 기회를 거두거나 쓸모없는 존재로 취급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한 아이나 고양이를 키우기 위해서 한마을이 필요하듯이, 한 노인도 같은 돌봄이 필요하다. 적자생존의 사회가 아닌, 함께 돌보는 사회로 가는 현실적인 대책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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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망치는 말 아이를 구하는 말 - 1만 명의 속마음을 들여다본 범죄심리학자가 전하는
데구치 야스유키 지음, 김지윤 옮김 / 북폴리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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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낳아서 키우기에 너무나 가혹한 환경이라는 생각이 드는 요즘. 태어나기 전부터 이미 시작되어서 뒤집기 어려운 불평등 속에서 성장하고, SNS나 다른 매체로 타인과 비교하기 너무나 쉬워진 환경. 단순히 은따를 당하거나 아웃사이더로 사는 게 아닌, 외면할 수 없는 학교 폭력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교권은 무너지고, 젊은 교사들은 적응하기 힘든 환경 속에서 극단의 선택을 하는 경우를 정보로 접하다 보면 과연 뭐가 문제일까 생각하게 된다. 자극적인 환경에 노출되기 쉬워지고, 범죄의 표적이 되기도 쉬워졌다. 부모도 맞벌이하지 않으면, 생활이 어렵다. 무너진 교권과 가정 속에서 아이들은 버림받고 외면당하고 있다. 



​<아이를 망치는 말 아이를 구하는 말>은 범죄심리학자이자 아동심리학 교수인 데구치 야스유키가 38년간 1만 명이 넘는 비행청소년과 범죄자의 심리를 분석하면서 마주친 진실에 대한 기록이다. 아이들의 문제 행동 기저에는 '부모가 던진 말 한마디'가 자리하고 있었다. 부모가 옳다고 믿는 것이 반드시 아이에게도 좋은 것일까? 어떤 부모도 자신의 아이가 잘 못 되길 바라지 않을 것이다. 금쪽같은 내 새끼가 잘 되라고 했던 말 한마디가 아이를 괴롭히는 독이 될 수 있다. 책에서는 평범한 아이가 비행을 저지르게 된 실제 사례를 분석하고 부모와 아이의 관계가 어긋나게 된 결정적인 말, '아이를 망치는 말'을 설명한다. 이를 통해 부모의 잘못된 말습관을 바로잡는 동시에 아이가 보내는 SOS 신호를 읽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또한 다양한 심리 요법과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아이를 구하는 말'을 소개한다. 



​2장에서 7장까지 등장하는 "다 같이 사이좋게 지내"라는 아이의 멋진 개성을 파괴하고, "빨리빨리 해!"라는 아이의 미래 예측 능력을 방해하고, "열심히 해"라는 아이의 의욕을 떨어뜨리는 말이다.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듣겠니?"라는 아이의 눈부신 자기 긍정감을 해치고, "공부 좀 해라"라는 부모와 아이의 신뢰 관계를 무너뜨리고, "조심해"라는 아이의 공감 능력을 죽이는 말이라고 한다. 그저 아이가 잘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한 부모의 한마디에 뒤바뀌는 아이의 미래. 아이에게 상처 주지 않고 오롯이 전달하려면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 좋은 애정이란 일방적인 게 아니라 양방향이어야 한다.


채널A의 <금쪽같은 내 새끼>, 넷플릭스 <로알드 달의 뮤지컬 마틸다>, 디즈니 플러스의 <크리미널 마인드>를 보면 문제 아이 뒤에서는 문제 부모가 있다. 크리미널 마인드에서는 사이코 패스는 어떻게 탄생되는가를 부모의 대물림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경우가 많다. <금쪽같은 내 새끼>에서 촬영한 영상을 분석하고 처방전을 제시하는 걸 보고, 육아 관련 책을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다. 육아에 과연 정답이 존재할까? 누구나 100% 옳은 방법으로 자식을 키울 수는 없을 것이다. 노력은 하겠지만, 모두가 부모나 자식의 역할은 처음이라 다 알 수가 없다. 제대로 된 부모라면 어떻게든 자신이 결핍되었던 것을 채워주려고 노력할 것이다. 나는 미혼이라서 육아에 대해서 잘 모른다. 하지만 육아에 지쳐 우울증에 걸렸거나, 도움을 받지 못하는 부모가 아이에게 좋지 못한 영향을 끼친다는 건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주변 친구의 조카를 함께 돌봐주고 놀아보면서 느낀 점은 육아는 정말 만만치 않은 과정이라는 점이었다. 사회가 아이를 함께 키워주고 보호해 주는 환경을 조성하고, 부모가 행복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게 더 우선적이지 않을까? 부모에 대한 문제를 되짚기 전에 먼저 병든 사회와 환경이 변하도록 노력해야 하는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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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듦을 받아들일 때 얻는 것들
나카무라 쓰네코.오쿠다 히로미 지음, 박은주 옮김 / 북폴리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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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나이를 지나면서부터 나는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이뤄놓은 것도 없이 나이만 먹어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으면서 자꾸만 나 자신이 불행하다는 생각에 휩싸였다. 지금 나이쯤이면 무언가 해냈거나, 어떤 인생을 살고 있을 거라고 막연한 상상을 했었다. 생각해 보면, 어릴 때는 지금보다 더 불안했다. 보이지 않는 막막한 미래의 내 모습이 어떨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요즘에서야 뒤늦게 얻은 깨달음은 삶이란 원래 불안한 거고, 미래가 어떨지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모든 걸 완벽하게 다 해낼 수는 없다는 걸 받아들이고, 나 자신에게 좀 더 여유를 주기로 했다. 더 잘할 거라는 생각을 버리고, 꾸준히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세우니 한결 수월해졌다. 100세 시대라고 하는데, 아직 반도 살지 못했고, 겨우 반을 향해 갈 뿐이다. 타인을 롤 모델로 삼지 말라던 배우 윤여정 선생님의 말씀이 있었지만, 때론 인생 선배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을 때가 있다. 


그렇게 읽게 된 <나이 듦을 받아들일 때 얻는 것들>은 정신의학과 전문의인 90대 나카무라 쓰네코와 50대 오쿠다 히로미, 두 사람의 대담으로 이뤄져 있다. 5장으로 이뤄져 있는 책들은 나이 들어가면서 겪는 인생의 가볍지 않은 질문에 대한 대화를 200페이지에 담아놨다. 무겁다고 생각할 수 있는 주제지만, 두 분의 대화를 따라가다 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최근 그림을 그리면서 내 삶의 속도를 되찾아가는 깨달음을 얻은 상태에서 읽게 돼서인가. 읽으면서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았다. 책을 읽으면서 좋았던 느낌은 마음이 한결 편안해지고 부담을 덜게 된다는 점이다. 최근 내가 느끼고 있는 상황들과 너무 잘 맞아떨어진다. 



© 구글 검색

오쿠다 히로미, 나카무라 쓰네코




50대의 오쿠다님이 90대의 나카무라 선생님의 말씀을 좀 더 정갈하게 다듬어서 전달하는 느낌이다. 90대가 바라보는 세상에 대한 시선은 뭔가 통달한 느낌이다. 전쟁을 겪은 세대로 가난함 속에서 자라야 했던 시대를 겪은 나카무라 선생님은 오히려 젊은 세대가 받을 스트레스를 걱정한다. 오히려 경쟁과 비교를 쉽게 할 수 있는 환경에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힘든 세대겠다고. 

책을 읽기 전까지는 나이 듦을 부정적으로 바라봤었다. 노인에 대한 시선이 일단 긍정적이 아니었고, 나이 들면서 세상으로부터 서서히 버림받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기 시작하니 더 불안해졌던 것 같다.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면서 다른 사람의 상황과 내 상황을 비교하기만 했다. 나의 삶의 속도는 다른 사람과 다를 뿐인데. 그걸 인정하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에 집중하기로 했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하고 싶은 건지 나 사용 설명법을 찾아가고 있는 중이다.






인간관계에 대해서도 평생 스트레스를 받아왔지만, 이제는 어느 부분 포기를 했다. 원래 친구가 많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지 못할 것이라는 걸 받아들이니 더 이상 슬프지 않았다. 오래된 친구들과 연락을 많이 하지 않고, 거의 보지 못하지만 우리는 연결되어 있다고 믿는다. 물론 먼저 연락을 해서 만나도록 노력해야겠지만, 우린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이니까. SNS에서 차단을 당하거나, 친하게 지냈다고 생각했던 인맥과 하루아침에 연락이 되지 않아도 이젠 그러려니 한다. 친한 친구의 말처럼 그럴만한 사정이 있겠다고 생각한다. 

스쳐 지나가는 인연에 대해서 더 이상 연연해하지 않는다. 이제는 그런 고민을 할 시간에 날 위한 시간을 내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하니까. 나이 들면 어차피 사람은 혼자가 된다. 혼자에 익숙해지는 게 더 중요하다. 요즘은 하루를 짧게 드로잉 하는 것으로 마무리하면서 나에게 더 집중한다. 






함께 살고 있는 부모님이 예전 같지 않은 모습을 보면서 마음 아파질 때도 있지만, 요즘은 마음을 고쳐먹는다. 주변에 나이 드신 부모님과 함께 산책을 하거나 영화를 보러 온 모습을 볼 때마다, 나이와 체력이 허락하는 한 무리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즐거운 추억을 만들고 싶다. 두 분의 모습은 내 미래의 모습이기도 하기에, 부모님을 보면서 삶에 대한 태도를 배우기도 한다. 최근 안락사와 연명치료에 대한 주제를 다룬 영화들을 많이 봐서인지, 마지막 장인 <웃는 얼굴로 마지막을 맞이하기>를 집중적으로 읽었었다. 누구나 나이 들어서 언젠가는 타인의 신세를 져야 하는 상황이 된다. 그때를 최대한 늦추기 위해 노력해도 돌아오는 상황에서 주변 사람보다 자신이 편한 선택을 한다는 것. 그 선택을 존중하는 시선이 많이 와닿았다. 

나이가 든다는 건, 연말에 새해를 기다리는 심정과 같다고 생각한다. 온갖 부정적이고 비관적인 생각들로 가득할 때도, 내년에는 뭔가 좋은 일들이 있겠지 택배를 기다리는 심정으로 기대한다. 오지 않은 미래를 걱정하고 불안해하면서 시간을 보내기보다 하고 싶은 걸 찾아서 하나둘씩 도전해 보길 바란다. 너무 상투적인 말이지만,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은 것보다 하는 게 낫다. 기회도 정보도 사람도 뭔가 할 때 다가오고 열린다. 아직도 내 삶에서 가장 젊은 건 지금이니까 늦지 않았다. 



이 글은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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