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토바 전설 살인사건 명탐정 아사미 미쓰히코 시리즈
우치다 야스오 지음, 한희선 옮김 / 검은숲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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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고전 미스테리 소설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작품인만큼 늘 그래왔듯 새로운 기대와

호기심이 더해졌고 여행이라는 여정속에서 벌어진 의문의 살인사건과 고토바 전설의

만남이란 묘한 관계 속에는 어떤 비밀과 진실이 숨겨져있을까 하는 마음을 따라가며 더 깊이 

이 무대에 빠져들어보고 싶었다.

 

8년전 사고로 자신의 읽어버린 기억을 되찾기 위해 여행을 나선 쇼호지 미야코, 그리고

그녀가 여정의 발걸음에서 우연히 고서점에서 만난 <녹색 천표지 책>이 등장한다. 독자로서는

알 수 없는 그녀의 마음 속 파동과 함께 무엇을 위해 미요시역 구름 다리위에 그녀가 가만히

서 있었을까 하는 의문의 그림자가 남겨진다. 결국 자신이 찾고자 했던 기억의 끈은 알 수 없는

손길에 의해 묻혀버리게 되었고 싸늘한 죽음을 맞이한다. 그 현장 속에는 특별히 살인사건의

단서나 흔적을 쫓아갈 수 있을만큼의 목격자도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고 왠지 이 살인사건의

수사진과 함께 난관에 봉착한 느낌이 든다. 결코 범인을 유추해낼 수 있는 실마리나 왜 이런

의문의 사건이 벌어지게 되었는가와 같은  살인동기 등을 작가가 순순히 독자 앞에 내주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곧 이 사건의 무대에 본격적으로 발을 내딛는 노련한 노가미 형사의 날카로운 시각과

조사로 지지부진했던 사건수사의 행보에 활기가 찾아들었고 피해자 여성의 여정을 다시

밟아가는 과정 속에서 <고토바 전설>의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도 함께 풀려나갈 수 있었다.

물론 노가미 형사의 독단적인 수사가 순조롭지만은 못했다. 경찰이라는 거대한 조직속에

몸담고 있다보니 자신의 단독 행동은 결국 상부의 규제를 받을 수 밖에 없었고 자신의 조사가

사건의 핵심에 가까이 다가서기는 했지만 그 중요한 순간에 의도하지 않은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지만 이 어려운 순간에서 자신을 구출하고 함께 사건해결에 결정적 힘이 되어줄

구원군 사립탐정 아사미 미쓰히코가 등장하고 노가미와 아사미 콤비의 활약이 사건의

흐름속에 더 빛을 발휘하면서 점점 수면위로 떠오르는 범인의 윤곽을 찾아나가는 서스펜스를

느끼면서 논리정연하게 점점 좁게 조여드는 아사미의 명추리에 고객를 끄덕이고 말았다.

나이를 넘어선 끈끈한 우정과 서로를 향한 진심어린 존경심이 밑바탕이 되었기에 서로를

뒷받침해주는 이 콤비의 매력에 더 빠져드는것도 이 이야기속에서 빼놓을 수 없을거 같다.

 

과거의 악행과 잘못은 영원히 덮을 수 없다는 것, 그리고 다시 찾아온 그릇된 악의의 손길로

부조리한  삶이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는 것이 이 사건의 대단원에서 느끼져는 씁쓸한 여운이

찾아든다. 자신의 권력을 방패로 삼아 자신의 자리를 지키려고 무고한 생명을 앗아간다는 것은

용서될 수 없는 불안한 나락의 길로 떨어지면서 모든 것이 한 순간에 무너지는 최후를 가리키는

것처럼 말이다. 작가 우치다 야스오의 작품과의 만남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작품에 대한 기대와 호기심,

이 작가만의 매력은 작품속에서 충분히 들어볼 수 있었기에 추리애호가로서 만족스러움을 표하고 싶다.

앞으로도 <명탐정 아시미 미쓰히코 시리즈>가 꾸준히 찾아오길 기대해보면서 고전추리소설만의 탄탄하고

깊은 여운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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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은의 잭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한성례 옮김 / 씨엘북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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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다 덮고 나보니 과연 히가시노 게이고만의 매력은 어디에 있는가 하는 깊은 아쉬움과 실망감이 먼저 고개를 드는 기분이 든다. 미스터리 소설 무대에 빨려 들어갈때 느끼는 혼돈과 긴박한 스릴감이 일찌감치 실종된 느낌이 차올랐기 때문에 더욱 이런 아쉬움과 실망이 짙어지는거 같다. 

 은백색 설원 스키장에서 벌어진 미스터리 레이스가 막을 내리고 신게쓰 고원은 고요 속에 다시 원래의 평화와 행복한 즐거움을 되찾으면서 훈훈한 이야기 끝의 여운이 남겨졌지만 독자로서의 마음은 이 소설의 끝에 서있으면서 먼가 맥이 빠지는 허전함을 느끼고 있었다. 읽는 이의 마음에 따라 다를 수 밖에 없다 생각하지만 장르소설에서 고대하게되는 머릿속 뇌리를 떨리게하는 반전과 이야기의 마지막까지 쉽사리 예상할 수 없을 만큼의 치밀한 트릭, 그 주위를 둘러쌓고 있는 탄탄한 복선과 실마리들이 이 소설에서는 실종되었다 보여진다. 최근 들어 히가시노의 작품을 만나면 다작을 하다보니 먼가 작품의 깊이와 소재의 고갈이 찾아온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과 함께 좀 더 냉정히 이번 작품을 들여다보려한다.

 우선 히가시노 게이고를 첨 접하는 독자들을 제외하고 과연 일치감치 서스펜스의 매력과 미스터리의 참 즐거움이 무엇인지 기대하고 있는 독자들에게 얼마만큼 자신의 작품속에 긴장감의 고조와 반전의 묘미를 더하고 있는가를 우선 묻고 싶었다. 물론 이 소설속에서는 범인의 동기와 정체를 헤깔리게 하기위해 시선을 여럿 분산시키는 등 작가의 의도가 나름 분발했지만 이를 둘러싼 사건의 흐름 곳곳에 깔린 복선들이 허술하게 노출되고 말았고 주요 캐릭터들의 심정변화와 태도들도 특별한 갈피를 못잡으면서 작품의 방향성이 이야기 중간부터 무너진 느낌을 받고 말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찌감치 스토리에 대한 몰입이 흐트러지고 김이 빠지기 시작하면서 이 소설을 읽어나가는 즐거움을 찾지 못한 것은 아닐까 싶어진다.


 장르소설이 가독성과 작가의 네임벨류 만으로 승부를 볼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어떤 등장인물과 주제와 소제를 다루며 
작품 분위기와 어울리는 배경, 전체적인 이야기의 중심을 뒷받침하는 치밀한 복선과 실마리, 사건의 중심을 둘러싸는 진실과 거짓 등 모든 것이 하나의 하모니를 이루어야 기대와 호기심을 자극하며 독자의 지적유희를 끌어올리는 멋진 작품이 되는 것이

아닐까? 설원의 스키장을 배경으로 하면서 스릴러 레이스라는 흥미로운 소재를 깔아둔 것은 좋은 선택이었지만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에서 만족감을 얻지 못했다고 본다. 더불어 히가시노 게이고를 처음 만난 <용의자 x의 헌신>같은 작품성을 많이 그리워하게되기에 그만의 색깔과 작품의 완성도에 대한 아쉬움이 더 커지는 거 같다. 장르소설계에서 다작을 한다는 것이 좋은건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진정 독자와의 치열한 두뇌싸움을 제대로 펼치보이면서 그 마음을 사로잡고 싶다면 한 작품에 대한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더 많은 심혈을 기울이고 세심한 준비를 통해 완성도 높은 하나의 작품을 독자 앞에 꺼내보일 수 있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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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1-12-03 0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중에 읽어볼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별이 세개라서 망설여지네요.^^
즐거운 주말 되세요~
 
책은 도끼다
박웅현 지음 / 북하우스 / 2011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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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의 여정이 끝나고보니 다시 문득 포스트잇으로 표시해두었던 기억에 오래 남겨두고 싶은
  페이지를 다시 살피는 나의 모습을 발견했다. 그 중에 하나를 꼽아보자면 바로 카프카가 말한
  "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있는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리는 도끼가 되어야 한다."이다.
  책을 읽어가면서 생각과 시간의 깊이가 더해지지 못하고 마음 속에서 겉돌았던 실패의 경험들이  
  무엇에서 비롯되었는지, 내가 발견하고 보지 못했던 그 누군가의 촉각과 시각에서 느껴지는 
  긴 여운의 끝자락이 어떻게 우리를 다시 일상의 풍요와 행복으로 끄집어내는 힘이 되어주는가를
  수많은 감수성의 울림으로 전해 받을 수 있어 더 의미있는 경험의 시간을 채워볼 수 있었던거 같다. 

  머리 속으로 파고드는 그 무언가의 울림을 공유하고 싶다 말하는 광고인 박웅현이 소개하는
  작가와 책에는 그 모든 것에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과, 삶의 한 자리, 생명과 죽음, 사랑, 존재 등
  각각 그 의미가 무엇을 담고있는지 서로  다른 눈과 귀를 통해 끌어당기고 있었고 또 이를 다시 
  한 번 되돌아 생각하게끔 이끄는 숨겨진 통찰과 깨달음이 어떻게 마음속의 감동과 이어지고
  그 새로운 눈빛과 시선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의 순간을 달리 바라볼 수 있는가를 
  가리켜주고 있는 듯 했다. 가파른 세상의 발걸음에 뒤쳐질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천천히 
  자신의 숨을 고르면서 기다림의 미학을 느껴보고 서로에게 나누지 못했던 감동을 주고 받는 
  소소한 행복의 일상을 그려보는 시간은 어떤 것인지 지긋이 상상해보는 즐거움도 이 책 읽는
  내내 곳곳에서 느껴볼 수 있는 거 같다.

  매 기억의 순간과 남겨진 느낌들이 혼잡할 정도로 수많은 책을 가파르게 읽는 것보다는 
  책 한 권  한 권 꾹꾹 눌러 읽으면서 자신의 깊이를 더하고, 느낀 부분들을 오래 오래 다시 꺼내어 
  보면서 새롭게 발견하는 진정한 또 다른 독서의 즐거움에 더 눈길이 가는 것은 무엇일까를
  생각해보는 시간도 알아갈 수 있다. 마치 골목속의 숨겨진 틈 사이에서 발견한 자연의 가치라던지, 
  있는 그대로의 미학과 그 자체로서의 예술의 아름다움을 품고있는 언어의 다채로운 소리를 
  더 쉽고 가까이 지켜봐 둘 수 있는 관점의 변화도 찾아 보는 기회도 배워갈 수 있으니 무엇으로 
  대신할 수 없는 삶의 놀이가 얼마나 감탄스럽고 신비한 모습인지 신선한 느낌을 얻어볼 수 
  있지않을까 또 다른  이야기에 계속 귀 기울이고 싶은 충동에 휩싸이는 기분도 들었다.
  어른이 아닌 아이의 시선에서 바라본 우리에겐 너무도 평범하면서 당연한 모습들이 생동감있게
  움직이며 참신한 발상으로 자유롭게 춤을 출 수 있는 것에 우리가 배워온 지식이 아닌 감성으로
  다시 파고들고 싶은 욕구도 직접 느껴보고 싶어진다.

  그림과 음악의 만나면서 이루어내는 조화의 소리, 그 앞에 머무는 동안 느끼는 휴식의 여유,
  생각조차 하지 못했지만 한 작가의 새로운 시선과 생각의 틈으로 바라본 표현의 꽃망울들,
  이 모든 것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통해 달라질 수 있는 선택과 변화들이 삶의 풍요로움과
  행복의 포인트로 이어지면서 조금씩 나만의 감수성으로 숨겨진 촉각을 깊이 느껴보는 
  생각의 나래를 느껴보는 것도 우리 삶에 의미있는 시선과 느낌이 되어줄거 같다. 
  가볍게 놓치면서 흘려보내버린 것에 대한 아쉬움을 남기기보단 무뎌진 인생의 안테나를 다시
  바로 잡아보면서 인생의 참 낭만과 삶이 가져다주는 매력의 풍성함을 감성으로 느끼보 또 하나씩
  그 발견의 순간을 쌓아가보면 어떠할까? 책이란 마음의 문에 경계를 그어 놓지 말고 새로운
  감수성으로 열어놓을 수 있는 행복한 인생의 풍요와 내가 세워나갈 수 있는 삶의 태도로 
  분명히 말해볼 수 있는 세상과의 진정한 울림으로 나의 책들과 다시 마주해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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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의 비극
나쓰키 시즈코 지음, 추지나 옮김 / 손안의책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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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소 장르소설을 자주 접하는 나에게 우연히 찾아온 나쓰키 시즈코의 작품 <W의 비극>은 1년전 이 소설을 드라마한 영상으로 먼저 만나본 경험이 있어 그리 낯설지는 않았다. 시간이 흘러 다시 찾게된 겨울 속 하얀 눈으로 덮힌 와쓰지가의 산장은 이 소설의 주 무대이다. 미스터리 소설에서 비극이란 타이틀은 곧 살인사건을 연상케하고 이를 염두하면서 와쓰지 일족들의 관계를 먼저 들여다 보았고 이 사이에 함께 존재하고 있는 낯선 제3자의 등장이 사건의 진실을 파헤쳐가는데 어떤 역할을 담당할지 궁금해졌다. 

 거대한 약품회사의 총수인 와쓰지 요헤, 그리고 그와 밀접히 관계된 친지들이 정월 연례행사를 계기로 한 자리에 모인 모두가 여느 때와 같은 시간이 흘러갈 줄 알았지만 곧 예상치 못한 비극의 외침이 들려오고 와쓰지가에서 제일 사랑받고 있다 여겨지는 요헤의 손녀 마코의 손엔 피묻은 단칼이 들려있고 그 단칼은 이미 요헤의 심장을 날카롭게 찌른 참상과 함께 자리하고 만다. 절명한 요헤를 둘러싸고 과연 이 손녀 마코가 살해의 진범이고 만 것일까? 사건의 참상을 안 와쓰지 일가의 가족들은 오히려 일가의 수치와 치부를 숨기고 그 명예와 사랑스러운 마코를 지키고자  타살로 위장하기로 공작을 결심하고 이를 행동으로 옮기며 자신들의 알리바이와 타살의 흔적을 계획대로 꾸며간다. 결국 이들의 공작과 치밀한 계획대로 진실의 어두운 그림자는 숨어들 수 있을 것인지..곧 현장을 찾아든 경찰 수사진과의 두뇌싸움과 심리대결을 무사히 넘겨낼 수 있을 것인가를 긴장감 있게 지켜보게된다. 

 단 며칠의 시간 속에서 우리는 점점 알지 못했던 이 사건의 어두운 장막과 탐욕의 배후의 끝을 쫓게되고 조작되고 의도된 범인의 연거푸 벗겨지는 가면의 얼굴은 자신의 살 길을 끝까지 찾아나설 수 있을까? 와쓰지 가를 상징하는 W는 곧 어쩌면 과거속에서부터 드러나지 않았던 이 산장의 여인들에게 찾아올 깊은 슬픔과 괴로움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었을지..깊은 상처와 배신, 결코 용서할 수 없는 시기와 질투가 함께 모여지면서 가슴속을 시리게 만드는 파멸의 최후가 어떤 모습일지도 끝까지 눈을 떼지 않고 지켜볼 수 있으면 이 소설을 읽어가는 즐거움이 더해질 것 같다. 그리고 아름다운 석양 속 인간의 어긋난 죄악과 태연하게 거짓된 진실의 목소리가 감추어져 있는 이 호숫가 산장의 고요함을 열어보도록 권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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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잉 아이 - Dying Eye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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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잉아이, 어쩌면 이 죽어가는 자의 눈속에 맺혀진 그 무언가의 진실과 
비밀이 바로 우리가 파헤쳐나가야할  이 소설속의 앞으로의 이야기 아닐까
생각하게된다. 분명 이전의 히가시노 게이고가 우리에게 들려주고자 하는
이야기와는 또 색연하게 다른 느낌도 없지않다. 조금 낯설기도 했지만
시간과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는 흐름속에서 우리는 작은 기억의 조각조차
놓칠 수 없게 되어버린다.  

이야기의 시작에는 어느 행복한 가정의 아내처럼 집으로 향하는 한 여성이
자전거를 타고 가고있는 장면이 우리앞에  머무르게된다.
돌아가는 그 밤의 시각이 너무 늦어져 홀로 가고있는 길이 평상시와는 다른
약간의 불안감으로 차오른다. 그리고 곧 예상치 못한 순식간의 사고의 피해자로
거리의 끝에 내몰리게되고 서서히 그 마지막 눈동자의 시선이 흐려지면서
왜 자신이 죽어야 하는지 영문도 모르는 마지막 찰나의 시간들이 그 어느
때보다 천천히 우리를 부르고있다. 

석연찮은 한 여자의 죽음에 대한 비밀과 진실로 곧바로 향하지 않은 채
한 남자가 이 소설 속 무대에 올라서며 우리와 마주치고 있다.
평범하게 바에서 바텐더로 일하는 이 남자, 특이한건 바로 일전에 어떤
사건을 계기로 자신의 기억 일부분을 상실한 사고를 겪은 점이다.
그리고 어느날 갑자기 또 다시 누군가의 둔기에 맞아 다시 정신을 잃게
되어버리는데...무엇인가 이 남자에게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이 부자연스럽다.
분명 그 잃어버린 기억속에 무엇인가 중요한 비밀이 담겨져있음을 조금씩
알아차릴 수 있는 것이다. 결국 남자는 자신에게 현재 지워져있는 이 과거의
기억과 진실을 향한 위험한 시도를 결정하게되고 본격적인 이 소설의 중심으로
서서히 이끌리게 되어버린다. 

이 사건을 알고 있는 주변 사람들은 하나같이 사건의 실체와 그 진실을
밝히기를 꺼려하고 있다. 분명 떳떳하지 못한 죄악의 그릇된 얼굴들이 함께
있었던 것이고, 그 어긋났던 기억의 퍼즐은 하나씩 원래의 자리로 맞춰지는
기분이 들게된다. 이 남자의 고독하고 외로운 싸움의 여정들이 어떤 마지막을
맞게될지 지켜볼만 할 것이다. 가만보면 호러의 분위기가 이야기에 점차
흘러들게되고 섬뜩하면서도 그 다음에 대한 궁금증으로 역시 빠른 몰입감과
흥미를 더해주는 히가시노의 또 다른 매력이 잘 담겨진 작품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리고 여지없이 탐욕의 최후와 생명을 가벼이 여기는자의 마지막 모습이
어떤 것인지 똑똑히 각인시켜준다. 돈이면 모든 죄를 다 용서할 수 있고 마치 방금
아무일도 없던 것처럼 자신의 과오를 덮어버릴 수 있다는 생각을 지닌자들의 사상을
벌할 수 없는 우리의 자화상도 떠올리게 하면서 말이다. 

한편으론 죽은 자의 영혼이 바로 저주를 덮어쓴 복수의 화신으로 다시 되돌아와
자신의 생명을 앗아간자를 향해  칼날을 뽑아들 수 있는 것인가?하는데는
좀 쉽사리 납득이 가진 않았다. 현실의 경계를 벗어난 영적인 부분이니까..
개인적으로 결말의 최종장으로 향하는 일말의 모습들이 결정적인 반전의
임팩트가 없는 채로 미지근하게 끝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도 지울 수 없었다.
사건의 진실을 알아도 여전히 낯선 이질감이 발목을 잡고 있긴 하지만
다음엔 좀 더 한 차원 기대를 넘어서는 호러 미스터리의 진수를 독자들에게
선사해줄 수 있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본다.  

이 작품을 통해 기존 히가시노 미스터리 추리에서 만나보지 못한 새로운
면모를 만나는 기회는 신선하고 즐겁게 다가온다. 아직까지 서스펜스적인
요소를 잘 버무리는데는 조금 부족함이 없지 않지만 방대한 소재와 함께
수많은 다 작들은 늘 새로운 기대와 설렘을 갈구하는 독자의 마음을
끌어당겨주기에 그 기다림이 더 즐거울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멈추지 않는 이 스토리텔링의 힘은 끊임없이 그의 열정과 노력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어 하나의 소설로 탄생되고 있는지를 느끼게된다. 다잉 아이
다음에도 벌써 또 새로운 두 권의 신간이 나를 기다려 주고있다.
어서 펼쳐보이라는 손짓을 뿌리칠 수 없을만큼 또 쉼없이 빠져드는
히가시노의 세계로 자리를 옮겨야 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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