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걸 아직도 모른다고? 자람새 동화 저학년 1
최형미 지음, 이예숙 그림 / 나무말미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엄마 그거 알아? "
아이가 자주 하는 말 중에 하나다.
몰랐던 것을 알게 될 때 느껴지는 희열을 아이도 느끼는 것 같다. 그래서 그걸 가르쳐주고 싶고, 때로는 뽐내고도 싶어지나보다.

「그걸 아직도 모른다고」속의 주인공 준우는 4살 때부터 한글이며, 운동이며 안 해본 것이 없이 다 해보았다. 하다하다 과학실험 학원까지 다녀 본 준우다. 그런 이유로 준우는 초등학교에 가서도 재미를 느끼지 못했고, 어딘가 모르게 어설픈 친구들이 유치하고 별로인 것처럼 느껴졌다. 맞춤법을 틀리는 짝 건호가 모자라 보였다.

그러던 어느 날 준우는 선생님 심부름으로 신관 과학실을 찾아가다가 길을 잃어버린다. 자신있게 왔지만 한번도 와 본 적 없는 곳이었다. 안절부절 못하다가 소변이 마려웠던 것도 잊고 실례를 하게 된다.

똑똑하고 잘난 준우는 이제 어떻게 될까?

이 책을 본 우리집 1학년 어린이는 1학년이 무슨 바지에 오줌을 싸냐며, 이 부분이 너무 재미있다고 했다.

1학년 때 교실에서 선생님 심부름으로 숙제 검사를 하다가 화장실 가고 싶다는 말을 못해서 그 자리에 실례를 해본 경험이 있는 나는 어쩐지 준우의 마음이 이해가 되었다. 모든 면에서 잘 하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그 때의 나는 겨우 8살 아이였다.

우리는 세상에 태어나면서부터 배우기를 멈추지 않는다. 그 배움은 생존을 위한 것부터 시작하지만, 커가면서 필요에 따라 배움을 이어가기도 한다. 그것은 많은 부분에서 힘으로 작용함을 경험하게 된다.

준우는 아는 것이 많아 자신감이 넘쳤다. 그러나 그것이 멋진 힘으로 작용하지는 못했다. 그에 반해 건호는 비록 공부는 조금 못해도 마음 공부, 사람 공부는 잘 해서 어려움에 처한 친구를 감싸주는 아름다운 힘을 발휘했다.

이 책을 쓴 최형미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아는 게 힘인데 그 힘을 바르게 사용하는 게 진짜 힘이라고 이야기했다. 이것은 나에게도 해주고 싶은 말이라서 마음에 새겨두었다.

아이들의 양육자들도 아이들을 학원으로 들여보낼 때 이 생각도 함께 전해주었으면 좋겠다. 좋은 성적을 위해, 어른이 되어 잘 살기 위해 공부하고 배우는 것이 아닌, 세상을 이롭게 하고 나의 실력과 지식이 필요한 곳에 나누기 위해 공부하는 것임을 어른들이 먼저 자각하고 교육할 때 좀 더 아름다운 세상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취학 통지서를 받고 학교 공부가 걱정인 부모님들이 아이들에게 읽어주시면 좋을 것 같다. 다 읽은 후에 아이들과 바른 학교 생활에 대해 이야기 나누면 많은 도움이 될 거라 믿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왜 안 보여요?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128
박규빈 지음 / 길벗어린이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참 감명깊게 본 「그 공 차요!」를 쓰신 박규빈 작가님의 신간 「왜 안 보여요?」가 세상에 나왔다.

이 책 표지에는 VR안경을 쓴 두 아이가 익살스러운 표정을 하고 VR체험을 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아이들은 태어나기 전부터 신비한 안경을 선물받는다고 한다.
그 안경은 아이들이 상상하는 그대로 그 세계에 데려다 준다.

그런데 부모님들은 그 세계를 이해하지 못해 매번 화를 내고, 아이들을 천덕꾸러기로 만들어 버린다.

이 책에 나오는 아이들의 안경 속 세상은 정말 기발하고 재미있다.
저렇게 나와 다른 안경을 쓰고 있으니 그런 행동이 나오는구나 하고 고개가 끄덕여진다.

기발한 내용이 여러가지 나오는데 뒤로갈수록 뭔가 마음이 아파오는 것은, 많이 이해해주지 못한 게 미안해서, 너무 바랜 내 모습이 서글퍼서이다.

나도 태어나기 전부터 이 안경을 선물로 받았을 텐데, 언제부터 안경을 벗게 된 걸까?

이 책 면지에서 안경을 놓쳐버린 어른들의 모습을 찾을 수 있다. 그 시기는 치열함이 시작되는 때이다.

다시 찾을 수 있을까? 신비한 안경?

이 책은 면지만 봐도 할 얘기가 참 많은 책이라서 이 시리즈 이름처럼 두고두고 보고 싶은 책이다.

어른들도 이 책을 꼭 보고 아이들에게 한발짝 더 다가갈 수 있기를 바라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람에 날아갔어 한울림 꼬마별 그림책
이명희 지음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청소하는 엄마와 소파와 한 몸이 된 아빠,
그리고 장난감으로 어지럽혀진 거실 모습.
너무나 익숙한 이 장면은 다름 아닌 대부분의 아이를 키우는 집의 모습이다.

목구멍 앞에서 미처 나오지 못한 ‘너만 피곤하냐?’는 말은 과격한 설거지소리가 대변해준다.

아이들은 아무 것도 모를 것 같지만, 이 분위기를 감지한다.
나는 흥분하면 목소리가 커지는데, 처음엔 우리 부부의 이런 대화에도 아이는 눈치를 봤었다. 부부 사이의 안정감은 아이들의 안전과도 직결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그림책 속 서영이는 엄마아빠의 이상기류가 불편했다. 그래서 창밖을 보는데 큰 바람이 불어왔다.그러더니 순식간에 창밖으로 날아가 버린다.

판타지지만 마치 실제같은 이 상황.
그리고 날아가는 아이를 잡으려는 부부의 필사적인 행동과 그 가운데 더 돈독해지는 가족애가 보는 이로 하여금 눈물샘을 자극한다.

차분한 톤으로 그려진 현실적인 그림에서는, 바람부는 장면은 바람을 맞는 것 같은, 따끈한 배달음식을 먹는 장면은 달콤함을 맛보는 것 같은 느낌이 전해진다.

조금은 서먹해진, 조금은 섭섭함이 있는 가족들이 이 책을 본다면 곁에 있음의 감사를 회복할 수 있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빠하고 나하고 동화는 내 친구 67
강무홍 지음, 소복이 그림 / 논장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년 전, 독서지도를 하던 때는 동화책을 주로 읽고 수업을 했었다. 스터디를 하며 소개받은 책으로 지도안을 만들려고 책을 읽다보면 내가 먼저 푹 빠져 울고 웃고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때의 좋은 기억을 가지고 큰 아이에게 슬슬 글밥 있는 책을 읽게 하려고 하는 중에 감동이 있고, 따뜻한 책을 만나게 되었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말하기를 너네가 무슨 걱정이 있냐 그냥 놀기만 하면 되니 얼마나 좋으냐 하지만, 아이들도 아픔이 있고, 고민이 있다.

그런 아이를 도울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친구도 좋지만 어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강무홍작가님이 어린 시절 겪은 일을 토대로 쓰신 글이다. 고민이 있고, 숨기고 싶은 일이 있을 때 다독여주고 조용히 들어주셨던 아버지와의 추억나눔이 읽는 독자에게도 잔잔한 감동을 준다.

솔직히 작가님의 어린시절은 많이 오래 전이라 책에 나타난 배경들은 지금 아이들이 보면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다.

소복이 작가님의 정겨운 삽화는 tv문학극장을 대하는 것처럼 마음을 순둥순둥하게 해준다. 그래서 잠깐 잠깐 나오는 그림이지만 내용 전달이 더 잘 되게 도와준다.

마지막 작가의 말에도 쓰셨듯이,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어린이들이 슬프고 고통스러운 일들 앞에서 이 책으로 위로받았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커다란 비밀 친구
경혜원 지음 / 창비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공룡을 좋아하는 아이들이라면 경혜원작가님의 공룡책을 접해보았을 것이다.

그저 공룡이 나온다는 것만으로도 책장을 넘기게 하지만 그림책 속 공룡들은 무섭기보다는 사랑스럽고 귀엽게 다가온다.

경혜원작가님의 신작, 「커다란 비밀 친구」는 커다란 브라키오사우르스가 엄마의 병상을 지키는 아이에게 보드라운 친구로 찾아오는 이야기이다.

이 책은 표지의 촉감이 다른 책들과 다르게 밸벳을 씌워 놓은 것처럼 부드럽다. 마치 표지에서 아이가 공룡 '두리'의 몸을 쓰다듬을 때의 느낌이 이렇다고 말해주는 것 같다.

이 비밀 친구는 환상 속의 친구라고 말해주듯 제목은 홀로그램으로 인쇄되어 있다.

책 속의 아이는 병상에 누워계신 엄마에게 매일 책을 읽어드린다. 그러던 중 비밀 친구 두리를 만나게 되는데 두리는 공룡이지만 굉장히 따뜻하고 포근하게 아이의 친구가 되어준다.

아빠도 바빠서 늘 혼자인 아이에게 찾아온 비밀 친구 '두리'.
이 친구를 통해 아이는 주변과 소통하는 법을 조금씩 배워가는 것 같다.

말을 걸어오는 친구에게 마음을 열고,
바쁜 아빠지만 누구보다 소중한 가족인 아빠의 마음도 조금씩 알아가는 것처럼 보여진다.

요즘 우울한 모습의 아이들이 눈에 많이 띈다. 아이라고 해서 매사에 즐겁기만 하지는 않을 텐데, 슬플 때마다 마음 아플 때마다 자기를 받아주고 알아주는 속 깊은 친구가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수는 없을 것 같다. 또 그 만남을 통해 세상은 살만한 곳이고, 내 주변은 따뜻한 곳이란 것을 알아갔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