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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노예 소녀 단이 ㅣ 초등 읽기대장
조경숙 지음, 김도아 그림 / 한솔수북 / 2023년 11월
평점 :
이 책은 400여년 전에 있었던 우리 역사 중 가장 치욕적인 사건으로 꼽는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 단이는 지금으로 치면 초등학교 2-3학년쯤 되는 밝은 성격의 여자아이이다. 아버지가 역관으로 일했기 때문에 좀 나은 형편으로 살았지만, 전쟁을 겪으며 죽을 고비를 넘기게 된다.
병자호란은 2달여 기간의 전쟁이었지만, 그 시간 동안 백성들은 노예로 팔려 갔고, 그러는 중에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으며, 개,돼지만도 못한 생활을 했다고 한다. 그 사람의 능력치나 건강 상태에 따라 값을 매겨 사고 팔았으며 버려지기도 했던 것 같다. 단이는 운 좋게 세자빈 강빈을 통해 목숨을 구하게 되는데, 당돌한 단이는 그 당시에 무시당하기 딱 좋은 여자 아이였음에도 당차게 조선 노예들을 구하는 일을 하게 된다.
세자빈의 노예로 사들여진 조선인들은 청나라에서 받은 땅에 농사도 짓고, 조선에서 활약했던 실력들로 특산물을 만들어 파는 데에 힘을 쏟았다. 그렇게 다시 조선으로 돌아가는 꿈을 꾸며 힘을 모았다.
당차고 똑똑했던 단이, 그리고 단이가 우러르던 세자빈은 여성의 몸으로 참 대단했다. 그 때는 상상도 못할 여장부였다. 단이는 노예로 끌려오는 과정에서 엄마와도 헤어지고, 이미 아버지는 못 만난 지 오래였다. 그런 단이가 아버지를 만나고, 어머니를 찾게 된 사건은 정말 가슴을 쫄깃하게 하고 눈물짓게 하는 일이었다.
여기에 다 담을 수는 없지만, 사건을 서술한 내용을 보며 영화를 보는 것처럼 놀라기도 하고 아쉬운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그만큼 작가님의 필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시대는 핵개인의 시대라고 한다. 지금 나의 행복, 나의 행복한 미래를 위해서만 살아가는 시대에 내 나라를 위해, 내 민족을 위해 산다는 것은 너무나 허상처럼 느껴지고, 뜬구름 잡는 이야기처럼 들리기도 한다.
그러나 내가 어디로부터 왔고, 어디에 속해 있는지를 늘 기억해야 한다.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가장 큰 이유는 과거를 통해 미래를 대비하기 위함이라는 ‘작가의 말’ 마지막 문단이 기억에 남는다.
그 때처럼 계급사회가 아닌, 너무나 좋은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 더 이상 치욕스러운 역사를 남기지 않도록, 국민 모두가 잘 뽑고, 문제에 관심을 갖고, 많이 참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역사에 관심이 있고, 중학년도서 읽기에 문제없는 어린이라면 단번에 읽을 것이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