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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하하 달리기 클럽 ㅣ 우리학교 상상 도서관
임지형 지음, 이주미 그림 / 우리학교 / 2024년 9월
평점 :
재민이는 생선찜 식당을 하시는 할머니, 이모와 함께 산다. 엄마는 재민이를 낳다가 돌아가셨고, 그런 엄마를 잊지 못하는 아빠는 집을 나가셨다. 눈에 띄지 않고 내성적인, 덩치 큰 아이에게 괴롭힘 당할 수도 있는 그런 체구. 재민이는 그런 아이이다.
같은 학급의 태우와 학교 앞 탕후루 가게에서 부딪혀 태우의 탕후루가 바닥에 떨어지는 사건이 있었다. 그 날 태우는 재민이에게 4천원을 가지고 오라고 으름장을 놓았고, 그 돈을 마련할 수 없었던 재민이는 꽤 오랫동안 고민하는 날들을 보내야 했다.
다른 아이들 같으면 부모님께 상황을 말씀드리고 용돈을 받아서 해결할 수 있었겠지만, 그런 상황이 되지 않는 재민이는 학교에 가는 매일이 두렵기만 했다.
그래도 재민이의 말동무가 되어주는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옥탑방에 사는 시나리오 작가 지망생 형님이었다. 형님은 작가 지망생이라 벌이도 없고, 그래서 월세도 밀리기 일쑤였지만 재민이에게 누구보다 힘이 되어주는 사람이다.
태우 문제로, 좋아하는 은하수 문제로 생각이 많은 날, 형님은 재민이에게 홍담천 달리기를 제안한다. 힘든 날이면 달리기만큼 좋은 게 없다며 재민이에게 손을 내민 것이다.
재민이는 어쩌면 홀로 버텨야 할 일이 많은 아이일 수도 있는데, 주변에 따뜻한 이웃들이 많았다. 옥탑방 형님이, 새마을 이발관 할아버지가 그런 사람들이었다.
이 사람들을 통해 재민이는 용기를 얻고, 꿈을 키우고, 잘하는 것을 찾게 된다.
그 뿐만이 아니다. 어린이가 어른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일도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옥탑방 형님이 동화작가를 꿈꾸게 되었다는 것이다. 재민이가 빌려온 책을 읽으며 옥탑방 형님도 자신의 새로운 관심사를 찾게 되었다.
사람은 혼자 살아갈 수 없다. 가족이 다 함께라면 제일 좋겠지만, 혹 그럴 수 없더라도 많은 사람들과 연결되어 살아간다. 나와 비슷한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는 것은 편안할 수는 있으나 발전은 없다. 다르다고 여겨지는 사람들과도 다양하게 연결될 때 우리는 새로운 것들을 많이 만들어내고, 서로가 서로에게 꿈을 전해줄 수 있다.
임지형 작가가 직접 말하는 자신의 재능은 ‘노력과 끈기’라고 한다. 못 하는 건 잘 할 때까지 끈기있게 노력하고, 얻지 못한 건 얻을 때까지 끈기있게 노력한다고 한다. 이렇게 끈기있게 살다보니 잘 하게 된 것 중에 하나가 달리기라고 한다. 그래서 이 책에 작가 지망생도 나오고, 달리기클럽 리더도 나오나보다.
작가의 이야기가 참 좋은 이유는 요즘 아이들의 관심사가 잘 녹여져 있기 때문이다. 10년이 지난 후에 이 책을 보는 누군가는 탕후루가 뭐야? 할 정도로 이 시대는 유행이 빠르게 지나간다. 그렇기에 아이와 부모가 함께 보며 어린 시절 이야기를 나누게 하는 좋은 매개체가 된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어린이들의 마음, 요즘 어린이들의 놀이가 자연스럽게 녹아져 이 책의 주 독자인 어린이들이 더욱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푸하하 달리기 클럽」.
혹시 자주 도망치고, 도망치는 게 부끄러운 친구들이 있다면 꼭 읽어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이건 옥탑방 형님이 준 팁인데, 달릴 때 웃으면서 달리면 덜 힘들다고 한다. 나도 이 인생의 레이스를 웃으면서 달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