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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소문 들었어? (그림책 특별판) ㅣ 바람그림책 135
하야시 기린 지음, 쇼노 나오코 그림, 김소연 옮김 / 천개의바람 / 2023년 2월
평점 :
아직 유튜브가 성행하기 전, 카톡단체문자로 종종 전송되던 메시지 중의 하나는, 확인되지 않은 무분별한 가짜뉴스였다.
이것이 진실이니 주변에 퍼트려달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고, 신앙을 가진 나로서는 주된 내용이 교회와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 참 불편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 가짜뉴스가 유튜브를 통해 송출되고, 너무나 똑똑한 공유기능으로 여기저기 퍼져가고 있다. 내가 원하지 않는데도 듣게 되는 불편한 진실들, 때로는 진실같은 가짜들은 자꾸 들으면, 많이 들으면 그것이 진짜처럼 여겨져 우리의 생각을 마비시키기도 한다.
하야시 기린이 쓰고, 쇼노 나오코가 그린 「그 소문 들었어?」가 그림책 특별판으로 재출간되었다.
“이게 과연, 동화 속에서만 있을 법한 이야기일까요?”
궁금증을 유발하는 문구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이런 내용이다.
한 나라의 왕이 나이가 들어 새로운 왕을 뽑아야 했다.
이 나라에는 아름다운 황금갈기를 가진 화려한 부자 금색사자가 있었고, 변두리에 사는 마음씨가 고운 은색갈기를 가진 사자가 있었다.
마을의 동물들은 마음씨가 고운 은색사자가 다음 왕에 적합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 광경을 본 금색 사자는 변두리로 직접 찾아가 은색 사자를 몰래 보았고, 정말로 은색 사자는 묵묵히 착하게 일을 하고 있었다.
금색사자는 왕이 되고 싶어서 소문을 내기 시작한다.
은색사자가 보기와는 다르게 난폭하다고. 실제로는 착한 사자가 아니라고.
같은 소문을 들은 동물들은 그것을 믿기 시작했고, 결국 금색사자가 왕이 되는 일이 발생한다.
은색 사자도 소문을 들었지만, 언젠가는 오해가 풀리겠지 하며 가만히 있을 뿐이었다.
왕이 된 금색사자는 본색을 드러내었고, 그렇게 나라는 순식간에 황폐해졌다.
동물들은 그제서야 후회하지만, 이미 아무도 남지 않은 나라는 되돌릴 수 없는 텅 빈 땅이 되었다.
이야기 속에서 독자에게 던지는 질문은 이것이다.
‘정말로 금색 사자만 잘못한 걸까?’
이 글을 쓴 하야시 기린은 <이 세상 최고의 딸기>, <빨간 장갑>, <별 별 초록별> 등을 쓴 일본의 그림책 작가이자, 시인, 작사가이다.
원서의 제목을 보니 <두 번째 악당>, <두 번째 나쁜 사람> 등으로 표기된 것을 보았는데, 작가는 소문을 낸 사자도 나쁘지만, 생각하지 않고, 행동하지 않은 다른 동물들에게도 잘못이 있음을 지적함으로써 날마다 쏟아지는 무분별한 가짜뉴스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 경종을 울리고 싶었던 것 같다.
나는 성격상 나서서 무언가를 밝히거나 하지는 않는 편이다. 대놓고 지적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워 조용히 나만 자리를 털어버리곤 한 일이 많았다.
그러나 이것이 내가 속해 있는 사회의 발전을 위해서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을 이 책을 통해 깨닫는다.
나라는 존재는 홀로 존재할 수 없다.
내가 속해 있는 곳이 곧 나이기도 하기에 때로는 용기를 내야할 필요도 있음을 우리 모두가 알았으면 좋겠다.
새학기가 시작되면 학급 임원을 뽑는다. 그리고 성인들도 크고 작은 조직 속에서 투표로 대표자를 뽑는다.
이런 때에 우리는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지에 대해 생각해보고 토론할 수 있는 책으로 추천하고 싶다.
어린이에게도 어른에게도 울림이 있는 책으로 다가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