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 서로 알고 지낸 누군가와 만난다는 건 상대를 인간적으로 깊이 신뢰할 수 있는 반면 알고 싶지 않은 연인의 과거까지 감수해야 한다는 것도 의미한다는 걸 몰랐다.

지금의 나는 사랑을 해서 괴로웠던 점을 서른 개쯤 이야기한다면, 좋았던 건 백 개도 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됐다. 다만 그 감정들을 느끼지 않는 나날이 불행하다고 여기지도 않을 뿐이다.

믿음직한 동행을 찾았다면 운이 좋은 것. 하지만 나를 완전하게 채워줄 누군가가 등장하길 바라며 평생을 결핍감 속에 사는 것보다는 혼자, 성큼성큼 나아가는 편이 좋지 않을까. 때로는 푹푹 발목까지 빠지는 모래밭 속에서 방향 감각을 잃을 때도 있겠지만 나는 혼자가 되더라도 잘 살 수 있을 것이다. 사랑이 알려준 감정들이 나를 자라게 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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