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이불
안녕달 지음 / 창비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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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솜이불보다 가볍고 세탁도 쉬운 침구를 많이 사용하지만 기억 속 어딘가에는 꽃무늬와 현란한 색이 가미된 할머니 이불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 기억을 차라란~ 건드리는 안녕달 작가님의 겨울 그림책 <겨울 이불>

꼬마아이가 가방을 메고 따스함을 담은 연기가 솟아나는 집으로 돌아갑니다. 당연히 할머니댁에 놀러가는 길인거 같은데 부모님 없이 혼자 걸어오다니!!!! 여기서부터 놀라기 시작하는 11세와 9세.

👦🏻 혼자 시골에 간거야???

👧🏻 엄마, 아빠가 차로 데려다주고 급하게 먼저 가셨나?

👩🏻 아무리 바빠도 할머니, 할아버지께 인사도 없이 갔을까?

👧🏻 그러네, 인사는 하고 갈건데... 진짜 혼자 갔다고?

👩🏻 할아버지, 할머니랑 함께 사나? 학교 끝나고 혼자 집으로 왔나?

👦🏻👧🏻 그런가?? 쟤, 대단한데?

안녕달 작가님의 깨알같은 그림도 놓치지 않으려고 하나하나 짚어보느라 혼자 읽을 때와는 다른 그림들을 찾아내봐요.

👩🏻 모두 따뜻하니까 졸린가보다. 코오~ 쌕쌕. 다들 자네.

👧🏻 엄마! 여기 나오는 동물들 닮은 점이 뭐게?

👩🏻 뱀도 있고, 다람쥐도 있고, 곰도 있고... 뭐지? 뭐가 닮았어?

👧🏻 얘네 다 겨울잠을 자는 동물들이잖아. 그래서 얘네가 나온거지. 겨울잠 안자는 동물은 하나도 없잖아!!

👦🏻 오~ 그러네. 똑똑한데!!! 잘 찾았네.

👩🏻 오오오오! 대박. 엄마는 못 알아챘는데. 우와!

이렇게 한장씩 넘길 때마다 넘치는 대화를 풀어내자니 이 책은 이야기 보따리가 따로 없어요. 산타할아버지 선물 보따리처럼 소소한 이야기를 잔뜩 담아다 주네요. 아이와 살짝 냉전중일 때 꺼내기에도 딱일거 같아요.

사춘기 시절 엄마와 말이 통하지 않아 답답할 때, 주말 새벽이면 졸리고 일어나기 싫어도 꼭 엄마따라 대중목욕탕으로 갔어요. 엄마와 딸이지만 쉽게 꺼내기 힘든 말도, 속내도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맨몸일 때는 뭔가 허물없이 나오더라구요. 그렇게 고마운 마음도, 섭섭한 마음도 은근슬쩍 꺼내기 좋았던 대중탕에 대한 아련한 추억도 아이들에게 풀어내며, 코로나가 더이상 우리를 힘들지 않게 하면 올해는 꼭 양머리하고 할아버지, 할머니 모시고 찜질방에 가서 이 책을 읽자며 사진첩 시간여행까지 하게 되니 이 책은 잠자리에 꺼내지 마세요. 꼭 낮에 꺼내어 두런두런 이야기꽃을 피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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