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치워크 I LOVE 그림책
맷 데 라 페냐 지음, 코리나 루켄 그림, 전하림 옮김 / 보물창고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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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나르는 버스》로 뉴베리 상과 칼데콧 상을 동시에 수상한 작가의

신작 《패치워크》를 읽어보았어요.

그림은 《아름다운 실수》로 볼로냐 라가치 상을 수상한 작가 코리나 루이켄이 그렸다고 해요.

여기 한 아이가 있습니다.

아이는 태어나기 전부터 '파랑'이었어요.

아이를 생각하면 파랑만 떠올라요.

아이는 자라납니다.

그 아이는 여전히 파랑일까요?

아니요.

그 아이는 이제 분홍으로 물들어갑니다.

그리고 또 언젠가 그 작은 몸집은 갈색으로 물들고

보라로도 물들 거예요.

또 노을빛으로 물들기도 하고 푸르스름한 초록으로 물들기도 하겠지요.

이 아이는 이제 무슨 색깔일까요?

네 맞아요.

이 아이는 한 가지 색으로 정의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요.

내 안의 많은 것들이 한데 어우러져

아름다운 빛깔을 빚기도 하고

어느 때는 분노와도 같은 빨강으로

불타오르는 날도 있겠지요.

또 언젠가는

잔잔한 파도가 햇살을 받은 것처럼 은빛으로 물결치기도 할 겁니다.

(앗, 갑자기 엘리멘탈이 떠오르네요. ^^; )

우리 안에는 정말 많은 것이 담겨 있어요.

그 안에 있는 색깔을 아름답게 물들이려면

우린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어떤 때는 다른 색깔의 내가 어색할지도 몰라요.

하지만 그것도 나인 걸요.

어쩌면 그게 나의 진짜 색이었는데 잠시 가려져 있었던 것일 뿐인 지도 몰라요.

자신 안의 수많은 색깔....

그 색깔이 모두 잘 어우러져 아름답게 물들면 정말 좋겠어요.

그런데 그러다 한 가지 색깔로만 보이고 싶을지도 모르겠군요.

그래요, 그것도 나이니까요.

그렇게 저마다의 아름다운 색으로 물들어가는 아이들

수많은 색을 품고 있는 아이들이

더 많은 행복한 꿈을 꾸며 아무 색으로나 물들어도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다양한 사람이 모여 한 사회를 이루듯

나 또한 다양한 경험과 생각, 꿈들이 모여 내가 되었군요.

음, 근데 어쩌면 좀 더 다양하고 색다른 내가 되어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처음에는 패치워크라는 말이 약간은 생소했어요.

무엇을 이야기하려는 걸까? 궁금했지요.

책을 읽고 나니 아름다운 색으로 이어 붙인 조각보가 생각납니다.

어쩌면 자투리 천을 모아 만든 보잘것없는 보자기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조각보를 보면 전혀 그렇지 않잖아요. 색색의 다양한 무늬를 지닌 조각보.

그 하나하나가 다 예쁘니까요.

*나와 우리, 그리고 누군가가 더 소중하게 느껴지게 해주는 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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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아름다운 나태주의 동시수업 작고 아름다운 수업
나태주.나민애 엮음 / 열림원어린이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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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앞에서 만날 당신을 미리 축복합니다.'

나태주 시인과 그의 딸 나민애 교수가 함께 엮은 시집 <작고 아름다운 나태주의 동시수업> 을 읽어 보았어요.

시는 나태주 시인이 고르고 시에 딸 나민애 교수님이 해설을 달아서 엮은 이 책에는

처음 보는 시도 있었지만, 어렸을 때 동요로 접했던 시도 많았어요.

읽다보면 웅얼웅얼 노래하게 되는 그런 시들....

첫 시는 강소천 님의 <조그만 하늘>입니다.

/들국화 필 무렵에 가득 담갔던 김치를

아카시아 필 무렵에 다 먹어 버렸다./

첫 소절인데요...

가을 한가운데에 있는 지금 이 시를 읽으니 너무 좋네요.

가을이면 늘 담갔던 김장... 그 맛은 잊을 수 없죠.

그리고 다음 김장철이 올 때까지

식탁에 올렸던 김치.

아, 너무 맛있었나 봐요.

벌써 다 먹었다니 말이에요.

그런데

김치를 다 먹고 빈 독에는 무엇이 담겼을까요?

시골집에는 장독이 있어요.

지금 그 독에 김치가 담겨 있지는 않지만요.

옹기종기 모여있는 독을 떠올려 봅니다.

따스한 햇빛을 받은 장독 안에는

어쩌면 누군가의 사랑이 가득 담겨 있는 건지 모르겠어요.

이렇게 시를 읽고 나만의 사색에 빠져 보는 것도 좋고요.

나민애 교수님의 해설을 읽고 시를 좀 더 깊게 이해해 보는 것도 좋네요.

아침에 아이들 밥 차려 주고

아무 데나 펼쳐서

시 한 편을 읽어줘 봤어요.

다 좋은 시라

아무 데나 펼쳐도 좋더라고요.

아이들 마음도 아마 든든한

따스함으로 가득 차지 않았을까요?

책에서 소개한 시 중에

박희순 님의 <매미>라는 시가 있어요.

매미

박희순

나무가 우는 줄 알았다

설마

저 작은 것이

나무를 흔들고 있을 줄이야

설마

저 작은 것이

지구를 흔들고 있을 줄이야

-----------------

매미의 쩌렁쩌렁한 소리가 들리는 것 같지 않나요?

누군가 매미처럼 운다면

시끄럽다며 짜증 내기 보다

무슨 이유인지 궁금해해보기로....

어린 친구들이 읽어도 좋은 동시지만

어른이 읽어도 참 좋네요.

아이와 함께 더 많은 시를 읽고 싶어집니다.

[책만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쓴 감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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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새와 두더지 지양어린이의 세계 명작 그림책 83
카를리 비셀스 지음, 마레이어 톨만 그림, 최진영 옮김 / 지양어린이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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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새와두더지

#카를리비셀스

#마레이어톨만 그림

#최진영 옮김

이 책에는 박새와 두더지의 짧은 우화 열다섯 편이 들어있어요.

주인공 박새와 두더지는 둘도 없는 친구입니다.

그러나 둘은 너무도 달랐어요.

하나는 땅속을 누비며 살고 또 다른 하나는 하늘 위를 훨훨 날아다니는 새니까요.

다를 수밖에요.

근데 우리는 모두 그렇지 않나요?

나와 타인은 분명 다릅니다.

그런데 똑같길 원할 때도 있어요.

그리고 어떨 때는 나와 다르다고 화를 내지요.

그냥 다른 존재라고 인정하면 되는데 왜 그게 그렇게 말처럼 쉽지 않은지....

"따뜻한 바람이 민들레 꽃씨를 둥실둥실 떠다니게 하는 것도 마법이야." -11쪽-

'마법'? 마법이라고요?

네, 그건 정말 마법입니다.

이 그림책처럼요. 또, 내 눈앞에 펼쳐지는 모든 것들은 어쩌면 다 마법이겠지요.

저는 15편 중 <형제>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네요. 두더지는 형에게서 곶감을 선물로 받아요. 겨울 구덩이에서 찾은 곶감 무려 1년이나 묵혀둔 거였지요. 형의 말로는 한번 먹어 보면 도저히 그 맛을 잊을 수 없다고 하는데요... 박새는 두더지에게 네 마음대로 하라면서도 자기라면 곶감을 겨울 구덩이에 오래오래 저장해 둘 거라고 합니다. 과연 곶감은 누가 먹게 될까요?

그리고 이 책의 그림은 갈색, 검은색, 흰색, 회색으로만 그려져 있어요. 눈이 나쁜 두더지가 볼 수 있는 색깔이라고 하는데요, 차분하게 서정적인 느낌을 그림이 잘 전달해 주는 것 같아서 좋았어요. 두더지의 시선으로 보고 느끼는 세상, 그곳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과는 아주 다르겠지요....

다른 누군가를 이해하고 싶다면

가을가을한 지금 나만의 굴속으로 들어가 이 책을 한번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앗, 참고로 어린이도 좋겠지만 어른이 읽어도 참 좋을 것 같아요.

[책만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쓴 감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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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들은 참지 않아 탐 청소년 문학 34
설재인 지음 / 탐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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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들은 참지 않아, 제목은 조금 유치하게 느껴졌어요. 표지도 불바다 속에 서 있는 소녀들의 모습인데 그렇게 심각하게 느껴지지는 않았거든요. 그리고 첫 문장 '우리는 학교를 항문중학교라 부르곤 했다.' 흠... 이런 건 소녀들하고는 전혀 어울리지 않잖아요. 그래도 왠지 모르게 이야기에 빠져들게 되더라고요.

이야기는 명하가 자신의 쌍둥이 오빠 명익이 학교 최고 인기녀이자 인스타 셀럽인 유진에게 악성 DM을 보낸 놈이란 사실을 알게 되면서 시작해요. 명하는 오빠뿐 아니라 어쩌면 엄마와 자신의 삶까지 망쳐질지 모른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일을 그냥 묻어버리려 하지 않아요. 일단 엄마에게 말하죠. 그리고 피해자 친구에게도요.

하지만 어쩐 일인지 이 일은 조용히 묻히려 하고 있어요. 도대체 왜죠?

명하의 엄마는 사실 명하와 명익이 다니는 학교의 인기짱 선생님이에요. 다른 꼰대 선생님들과는 달리 아이들과 말이 통하는 그런 사람이죠. 그런데 그랬던 엄마가 명익의 편에 서서 변명하기 바쁩니다. 그리고 학교도 명예를 더럽힐 수 없다는 이유로 조용히 덮고 넘어가려 하죠. 피해자 유진의 신고를 받은 경찰마저도 피해자의 편이 아닙니다. 어쩌면 이건 정말 우리 사회를 그대로 명징하게 보여주는 장면인 것 같아서, 어른인 저로서는 뜨끔하지 않을 수 없군요. 뉴스에서 많이 보잖아요. 유력 인사 자녀의 학폭 사건은 학폭위도 열리지 않고 조용히 없던 일이 되어 버리는....

요즘 선생님들이 매주 나와 시위를 하고 있는데, 저는 누구 하나의 문제라기보다는

우리 교육계의 구조적인 문제가 쌓여서 생긴 일인 것 같더라고요. 깊이 알지는 못하지만 학폭위, 학생기록부, 대입, 아동보호법 등등, 이런 것들이 얽혀서 이런 일이 안 일어나야 안 일어날 수 없도록 만드는 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솔직히 만약에 우리 아이가 가해자여서 대입에 심각한 문제를 줄 수 있는 일이 생긴다면, 무슨 수를 써서든 내 아이의 피해를 최소화하려고 하겠죠. 진짜 피해자 생각은 할 겨를이 없을지도 몰라요. 그런데 정말 그렇게 하면 우리 아이가 잘 자랄지는 의문입니다. 죄를 지었다면 그에 맞는 대가를 치러야 남은 인생을 잘 살아갈 수 있을 거라고 저는 믿거든요.

암튼 이 소설은 요즘 우리 시대와 맞물려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하더라고요. 저는 부모 입장에서 정말이지 우리 사회가 좀 더 많이 나아지길, 그리고 나도 그 일에 동참하는 사람이 되길 바라봅니다. 이런 사회 속에서는 피해자도 가해자도 또 그 모습을 지켜보는 사람도 모두 상처받게 되니까요. 어서 공교육이 정상화되어야 할 텐데 말입니다....

그리고 책에서 곤줄박이 친구의 활약은 말을 안 하려야 안 할 수가 없군요. 책에는 여러 화자가 등장하는데요. 저는 그중 하나인 요 곤줄박이가 참 맘에 들더라고요!

요런 캐릭터를 만들어 낸 설재인 작가님! 처음 작가님의 작품을 읽었는데 작가님의 매력에 푹 빠질 것 같아요. 좋은 작품을 써 주셔서 감사해요.

작가님의 다른 책도 읽어보고 싶네요!!

물론 청소년 소설에서 요렇게 동물이 사람처럼 이야기 속에 화자로 등장하니까 동화 느낌이 나긴 했어요.

근데, 새가 화자로 등장하는 《맏이》도 생각나고, SNS 속 세상과 현실 속 세상에서 성장해 나가는 아이들을 그린 《고요한 우연》도 생각나더라고요. 《고요한 우연》이 잔잔한 호수라면 《소녀들은 참지 않아》는 태풍이 지나간 후의 맑은 하늘 같은 느낌이랄까요.

[책만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쓴 감상입니다.]

다들 조금씩 상처 받았어요. 잘못이 있는 사람도, 잘못이 하나도 없는 사람도, 세상만사가 완벽히 정당하게 돌아가는 세상은 결코 아닌 거죠. - P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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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아홀로틀 이야기 재잘재잘 세계 그림책
린다 분데스탐 지음, 이유진 옮김 / 어린이작가정신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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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얼마 전 하와이 마우이 섬에서 큰불이 났지요. 그때 전 활활 타오르는 불길을 보며 그곳에 사는 사람들 걱정을 했어요. 미처 그곳에 사람 말고 다른 수많은 생명이 살고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한 거지요. 앞으로도 이렇게 기후 재앙으로 많은 일이 일어나겠지요. 많은 생명이 죽음을 맞이할 테고요.

이 그림책은 참으로 우리를 숙연하게 그리고 겸허하게 만드는 그런 책입니다.

이 책의 앞면지와 뒷면지는 우주로 시작해 우주로 끝이 나요.

우주 속의 작고 아름다운 푸른 지구!

그 속에 우리가 있지요.

그리고 아홀로틀이 있습니다. 아홀로틀은 어느 호수에서 태어났어요.

어쩌면 그 호수의 마지막 아홀로틀인지도 모릅니다. 987개의 알 중에 아홀로틀 혼자만 태어났거든요. 아홀로틀은 호수로 쓰레기를 마구 던지는 바보들을 바라봅니다. 그들은 정말 어리석은 바보였어요. 그리고 그들이 사는 세상은 정말 이상했지요. 그러다 어느 날, 불길이 치솟고....

바보들이 사라진 세상에서 아홀로틀은 또 다른 아홀로틀을 만나 987마리의 꼬마들을 낳아요. 바보 같은 인간이 지구에서 사라지고 또 다른 생명체가 아름다운 지구에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 어쩌면 이것은 우리의 근미래인지도 모르겠어요. 그 미래가 바로 코앞에 있는지도 모릅니다.

저는 아홀로틀이 작가가 만들어낸 생명체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아니었어요.

저는 전에 갔던 수족관에서 아홀로틀을 본 적이 있었어요. 그때 저는 아홀로틀이 못생기고 징그럽다고 생각했어요. 왠지 만지면 물컹물컹할 것 같고 미끄덩거릴 것 같았거든요. 수족관에서 흔히 보는 예쁜 물고기와는 거리가 한참 멀었지요.

그 아홀로틀에게 이제야 미안한 마음이 드네요. 자연이 아니라 수족관에 갇혀 있는 그 아홀로틀은 자기들을 구경하며 지나가는 인간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요? 아마도 좋은 생각은 아닐 것 같군요.


더 많은 바보가 이 책을 읽으면 참 좋겠어요!!

[책만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쓴 감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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