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코즘 - 생명과학의 핵, 대장균의 모든 것
칼 짐머 지음, 전광수 옮김 / 21세기북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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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내장 속 대장균 같은 미생물은 수천 종(種)이 공존하며, 미생물 개체 수는 최대 100조 개에 달할 수 있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전체 세포보다 10배나 많은 숫자다. “결국, 인간 몸속 모든 유전자를 목록화하면 이 중 대부분은 인간 유전자가 아닐 것이다.”

 

“우리는 음식 속 탄수화물을 분해하기 위해 내장에 박테리아가 필요하다. 또한, 박테리아는 음식 칼로리를 제어하는 데 도움을 준다. 내장 속 박테리아가 바뀌면 우리 몸 체중은 달라질 수 있다.” “대장균은 우리가 필요로 하는 일부 비타민과 아미노산을 합성한다. 더구나 우리 내장에 병원균이 침투하지 못하도록 하여, 의사들은 조산아에게 보호용 대장균 변종을 먹이기도 한다.” “대장균은 대장염과 같은 자가면역질환을 방지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그렇다면 몸속 대장균은 우리에게 안전하지만, 몸 밖으로 나온 대장균은 해로운 것인가? ‘용변 후 변기 뚜껑 닫고 물 내려야…’와 같은 기사를 보면 우리는 심란해 진다. ‘화장실에 비치된 칫솔이 대장균에 오염될 확률이 60%나 되니, 칫솔 관리에 각별한 주의를 하라’는 것인 데, “연구팀은 사람들이 변기 물을 내리는 순간 대장균이 공기를 통해 퍼져나간 뒤 칫솔에 내려앉는다"고 설명한다. 또 다른 기사를 보면 ‘식당 위생 검사에서 대장균 검출… 칼과 도마, 행주 등 위생 관리 필요’와 같은 내용은 대장균이 매우 해로운 것처럼 느껴지도록 한다.

 

대장균 처지에서 보면 매우 억울한 일이다. 물론 식중독을 일으키는 O-157과 같은 병원성 대장균도 있지만, 대부분 대장균은 해가 없으며 이로운 경우가 많다. 실상을 보면, 식품 위생 안전검사에서 대장균은 ‘시금석’ 역할만 할 뿐이다. 대장균이 검출되었다는 것은 식당이 변분에 오염되었단 것이며, 위생 관리 상태가 엉망이어서 식중독을 일으키는 다른 병원성 세균이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대장균을 ‘시금석’으로 적극 자주 활용하는 사람들은 또 있다. 창조론자 혹은 지적설계론자들이다. 그들은 대장균 편모를 이렇게 설명한다. “이 장치 출력은 양자(量子)에서 동력을 얻어 회전력이 일정하고 후진 가능한 회전 모터로 구동하며, 이 모터는 초소형 부품으로 에너지를 전달하여 나선형 편모를 3만~10만rpm 속도로 회전시킵니다. 이렇게 고도로 통합된 시스템을 이용해 1초에 자신 몸길이 10배 거리를 나아갈 수 있습니다. 이 놀라운 물건에 누가 특허 출원했는지 알고 싶지 않으세요? 대장균입니다. 당신에게 이것이 설계된 것처럼 보인다면 아마 그럴 것입니다.”

 

지적설계론자들의 대장균 편모 설명은 잘못된 것이 전혀 없다. 하지만 그들이 놓친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마치 대장균 편모가 한 종류밖에 없는 것처럼 ‘그 편모’라고 말한 것이다. “종마다 다른 엄청나게 다양한 편모가 존재하며, 하나의 종에도 편모 여러 종류가 있다.” 한 가지 예로 “대장균이 편모 꼬리를 만드는 데 사용하는 단백질은 플라젤린이다. 지금까지 서로 다른 300개 플라젤린 유전자가 발견되었다. 이는 진화 관점에서 보면 이해할 수 있다. 하나의 원형 플라젤린은 유전자 복제와 돌연변이를 통해 다양한 새로운 플라젤린을 발생시킬 수 있다. 플라젤린 다양성은 아마도 플라젤린 표면에 있는 단백질이 다양한 숙주 면역체계를 피하고자 촉진되었을 것이다. 돌연변이 때문에 숙주 면역체계가 플라젤린 표면 인지를 어려워한다면 자연선택은 그것을 선택할 것이다.”

 

대장균 편모 다양성은 다른 방식으로도 드러난다. “대장균은 양자를 통해 운동신경을 추진시키지만, 일부 종은 나트륨 이온을 사용한다. 또한, 어떤 대장균은 편모를 회전시키지만, 다른 종은 표면을 미끄러져 움직이기 위해 편모를 만든다. 또 어떤 종은 환경에 따른 수영을 위해 두 종류 편모를 만들 수 있다.” “과학자들은 지적설계론자들이 말하는 대장균 편모의 후크, 링, 로터리, 모터 등을 만드는 데 필요한 유전자 44개 모두를 발견했다. 하지만 일부 다른 변종에서는 유전자 일부가 완전히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 이처럼 대장균 편모 다양성을 나타내는 예시는 무척 많다. “편모가 진화 산물이라고 보면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으나, 지적 설계의 결과라고 보면 전혀 이해가 불가능하다.”

 

대장균은 인간 몸속에서 도움을 주고 있지만, 유전공학 덕분에 더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우리가 오늘 점심으로 먹은 햄버거 속 치즈는 유전자 조작된 대장균이 만들었을 수 있다. “전통적으로 치즈는 소 위장에서 만들어지는 효소인 레닛을 우유에 타서 만들지만, 현재 시판 중인 치즈의 상당량은 대장균이 만든 레닛으로 제조된다.” 당뇨병을 치료하는 인슐린 대부분도 조작된 대장균에서 추출한다. 요즘 “생명공학 회사들은 대장균을 이용해 인간 성장호르몬에서 혈액 희석제까지 다양한 약품을 개발했다.” “과학자들은 생물 분해성 플라스틱에서 휘발유까지 다양한 종류의 새로운 물질을 생산하는 방법을 개발하기 위해 대장균에 새로운 유전자를 계속 추가하고 있다.”

 

하지만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은 따로 있었다. 유전공학에 대한 사람들 인식 문제다. 아주 민감한 주제다. 30년 전 과학자들이 대장균을 유전공학에 처음 활용했을 때 언론은 ‘프랑켄슈타인 프로젝트’라고 이름 붙였다. 당시 대장균 유전자 조작 잠재 위험을 두려워한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요즘은 하나의 종으로 대장균의 무결성을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하거나, 인간 유전자를 박테리아 안에 삽입함으로써 인간 품위를 떨어뜨리는 행위를 반대하는 캠페인은 왜 벌어지지 않는지” 반문한다. “인간과 미생물 간의 사악한 결합의 산물이라며 혈액 희석제 처방을 거부하는 사람이 없는 것이 사실”이라며 독자를 설득한다.

 

저자는 유전자 조작에 반대하는 보수주의자 의견도 소개한다. “생물공학 산업이 이익을 위해 진화 과정을 이용해서 지구 위 생물을 변형시키고 자연이 할 일을 대신 떠맡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것이 충격적이지 않습니까? 여러분이 신을 믿든 자연을 믿든 모든 생물 간에 무결성과 독자적 정체성을 부여하는 경계가 존재합니다.” 저자는 이런 공포가 심오하고 명백한 생명 진실을 객관적으로 인식해서 느끼는 감정이 아니라, ‘마음의 습관’이라고 보고 있다. 이런 마음의 습관은 다윈이 <진화론>을 1895년 처음 발표했을 때 많은 사람이 느꼈던 것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종들은 더는 불변하는 본질이 아니라 진화의 산물”이라고 말하며, “다윈이 인간은 원숭이에서 진화했고, 원숭이는 결국 물고기까지 거슬러 올라가 진화했다고 말했을 때 다윈은 괴물 취급 받았다”는 것이다.

 

저자는 “인간이 정말로 독특하다면 지금 인간 유전자를 그렇게 쉽게 대장균에 삽입하거나, 인간 뇌세포를 쥐 머릿속에서 배양할 수 없을 것”이라 말하며, “인간 본질이란 대장균 본질처럼 인간 마음이 만들어낸 개념”이라고 주장한다. 덧붙여 “우리는 과학 발전에 격렬한 감정 반응을 나타낼 수 있지만, 때에 따라 그와 같은 감정이 옳거나 틀렸다는 사실을 결국 깨달을 수도 있다”고 지적하며, “다양한 종류의 유전공학은 더 흔해지겠지만, 그것이 윤리 붕괴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며 말을 맺는다.

 

 


저자는 인간이란 존재가 결국 신성불가침 영역이 아니며, 유전자는 자연(진화)과 인간이 동등하게 변형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 주장에 더 구체적 논리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저자 믿음에 관한 문제이다. 난 어떤 믿음을 가져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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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13 18:3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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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13 18:3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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