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CURIOUS 26
데보라 스왈로우 지음, 김정은 옮김 / 휘슬러 / 2005년 8월
평점 :
절판



“여기 사람들은 왜 그렇게 여유로워 보일까요?”
“숲”
“네? 뭐라고요?”
“핀란드는 숲이 많기 때문이에요.”

<카모메 식당> 중 "여기 사람들은 왜 그렇게 여유로워 보일까요?"

 

 

숲과 호수의 나라 핀란드, 전 국토 70% 이상이 숲으로 덮여있다. 호수 20만 개가 있으며, 호수의 섬이 1만4천 개에 달한다. 핀란드를 뜻하는 핀란드어 ‘수오미(Suomi)’ 역시 호수의 나라를 의미한다. 국기의 흰색은 눈[雪], 파란색은 호수를 상징한다.
 
역사
핀란드가 고작 98년밖에 되지 않은 신생 국가인 것을 많은 사람이 모른다. 600년 동안 스웨덴 통치 아래 있었고, 직후 100년 넘게 러시아 지배에 있다가 러시아 10월 혁명의 혼란을 틈타 1917년 독립했다.

 

핀란드인 기원은 6000년 전 동쪽에서 사미(Sami)족이 이주해 정착했다. 이후 핀란드 남서지역에서 서유럽 표류 난민이, 동쪽 우랄산맥과 볼가 강 인근 지역에서 러시아 유목민이 이동해 사미족을 북쪽 지역으로 밀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세월이 지나면서 핀란드 서쪽에 하메니티(Hamenite), 동쪽에 카렐리안(Karelian)으로 나뉘어 서로 다른 문화가 형성되었다. 서기 800년경 카렐리안인은 스웨덴 바이킹이 정복한 러시아 노브고르도와 교역하면서 비잔틴 문화와 러시아 정교를 받아들였다.

 

이후 핀란드는 크게 수오말라이셋(Suomalaiset: 오늘날 핀란드인은 자신을 이렇게 부른다)와 하말라이셋(Hamalaiset), 카르잘라이셋(Karjalaiset) 세 그룹으로 나뉘었다. 12세기 중엽 스웨덴은 십자군을 이끌고 들어와 통치를 시작한다. 스웨덴은 자국민을 이주시켜 당시 핀란드 수도인 투르크의 왕실과 상류계층, 군대, 교회를 지배했다. 당시 스웨덴어도 유입되어 핀란드의 또 다른 주요 언어가 되었다. 16세기 스웨덴은 루터파 교리를 채택했고, 핀란드도 루터파가 공식 종교로 확립되었다.

 

18세기 프랑스 나폴레옹은 스웨덴 국왕 구트타프 4세의 왕위를 뺏고 러시아 차르 알렉산드르 1세와 ‘틸지트 조약(Treaty of Tilsit: 러시아가 프랑스와 동맹 맺고 영국에 대한 대륙 봉쇄령에 참여하며, 대신 프랑스는 러시아에 여러 혜택을 준다는 조약. 혜택은 대불 동맹 전쟁 중이던 스웨덴을 러시아가 침공하여 스웨덴 영토이던 핀란드를 차지해도 좋다는 양해와 장차 러시아가 오스만 투르크를 공격할 때 프랑스는 간섭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체결했다. 이때부터 핀란드는 러시아 지배에 들어간다.

 

핀란드가 러시아 공국 시절인 19세기 문호 엘리아스 륀토르(Elias Lontor)는 수많은 부족 구전 설화에 바탕을 둔 서사시 ‘칼레발라(Kalevala)’를 발표했다. 이것은 사상 처음으로 핀란드인 자신의 역사서와 문화서였다. “당시 핀란드인은 이제 막 자신이 누구며, 민족이 무엇인지 생각하기 시작하던 때였으며, 이 작품은 핀란드 독립운동에 촉매재가 되었다.” 이때 “핀란드의 위대한 작곡가 시벨리우스는 그의 대표작 핀란디아를 작곡했고, 화가이자 건축가인 칼렐라(Kallela)는 서사시 칼레발라를 그림으로 표현했다. 이러한 예술가들의 적극적 동참은 핀란드인이 감정적 차원의 독립에 기여했다.” 1917년 러시아 혁명 결과 차르가 축출되고 공산당이 집권하자, 핀란드는 그해 12월 6일 독립을 선언했다.

<The Defense of the Sampo, 1896> 칼렐라(Kallela)

 

하지만 독립 후 러시아가 지원하는 적색군은 남부를 장악하고, 독일이 지원하는 백색군은 북부에 근거지를 둔 상태에 108일간 내전이 일어났다. 전쟁은 3만 명이 희생된 후 백색군이 승리하여 공화제가 시작된다. 그 후 2차 세계대전 직전 소련과 독일이 상호불가침 조약을 맺으면서 독일은 리투아니아를 지배하고 소련은 핀란드, 에스토니아, 라트비아로 진격할 수 있게 되었다. ‘겨울 전쟁’이라고 알려진 100일간 전쟁에서 핀란드는 소련에 패배한 후 독일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1944년 결국 수적 열세로 핀란드군이 러시아군에 전멸하면서 긴 전쟁은 막을 내렸다. 전쟁 패배의 대가로 상당한 영토를 양도했으며, 막대한 전쟁 배상금 역시 핀란드인의 몫으로 남았다.

 

2차 세계대전 후 핀란드 경제는 사실상 붕괴하였다. 하지만 핀란드는 다른 여러 나라와 달리 외국의 도움을 전혀 받지 않고 자력으로 붕괴한 경제를 재건하였다. 농경 사회를 산업 사회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노력했으나, 저가의 대량 생산은 미국이나 유럽의 다른 공업 선진국과 경쟁하기 어렵다는 것을 일찍 인식하고 첨단 기술과 디자인, 창조성을 중시하는 상품으로 특화했다. 이 덕분에 예상보다 훨씬 빠른 1952년 전쟁 배상금 상환을 종결했다. 1990년대 핀란드 경제 위기가 다시 찾아왔다. 핀란드 전체 수출의 25%를 차지했던 소련이 붕괴되었다. 완전 고용에 가까웠던 실업률이 20%를 넘었으나, 핀란드는 최첨단 산업으로 다시 극복했다. 어떠한 역경에도 쉽게 포기하지 않고 용감하게 싸우는 핀란드인 민족성을 ‘시슈(sisu)’라고 한다. 오늘날 핀란드 번영의 토대로 보고 있다.

 

사회와 문화
핀란드인은 양심적이고 근면하며 놀라울 정도로 준법적이고 정직하고 청렴하다. 한데 결코 엄격한 벌칙이나 감시 때문이 아니다. 자신 자유와 권리가 소중한 만큼 다른 사람의 권리와 독립성에도 최선을 다해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수년 전 핀란드 한 야당이 국민 세금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며 자신 정당을 뽑아달라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대다수 핀란드인은 이런 정책이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 간의 차이를 더 벌릴 것으로 생각하여, 그 정당에 투표하지 않았다. 자신보다 덜 가진 사람을 향한 핀란드 사람들의 공평한 신뢰가 바로 오늘날 이 나라를 이끌어 가는 힘이다.”

 

핀란드는 대통령 중심에 내각 책임제를 혼합한 이원 집정제다. 대통령은 임기 6년, 국회의원은 4년의 단원제다. 선거 때마다 10여 개의 정당이 나오며, 대다수 핀란드인은 정책에 따라 표를 행사하는 유동적 유권자다. 정부는 종종 두세 개의 유력정당과 한두 개 이상의 군소정당 연립으로 구성된다. 가장 큰 정당은 사회민주당이며, 그 밖 주요 정당은 좌익 동맹, 스웨덴 인민당, 기독교 연합 등이 있다.

 

핀란드인 특징은 말을 시작하자마자 본론으로 바로 들어간다는 점이다. 묻는 말에도 어떠한 부연 설명이나 수식어 없이 최소 정보로 대답한다. 대화 중에도 타인과 좀처럼 눈을 맞추지 않으며, 특히 낯선 사람에게는 더욱 그렇다. 눈을 맞추는 것은 다른 사람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것이라 믿는다. 핀란드는 대단히 평등한 사회이므로 이곳 사람들은 서로 재촉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그래서 식당 서비스도 엄청나게 불친절하다고 느껴진다. 식당 종업원은 비굴하거나 과장되게 시중드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이런 모든 것에 외국인은 핀란드 사람들이 퉁명스럽고 무례하다고 생각한다. 핀란드 남자는 연애할 때도 절대 오랜 유혹과 감언이설을 사용해 여성을 귀찮게 하지 않는다. “만약 춤추는 곳에서 한 남자가 여성에게 ‘같이 나갈까요?’ 혹은 ‘춤출래요?’라고 묻는다면, 그는 그 여성이 지구에서 존재하는 가장 아름다운 창조물이라고 찬미하는 것이다.”

 

이런 국민 성격으로 사우나 파티에 상대를 초대하는 것은 정말 대단한 친밀감 표시다. 대부분의 핀란드 가정은 모키(Mokki)라 부르는 통나무로 된 작은 여름 별장을 소유하고 있다. 별장에 반드시 있는 것이 사우나 시설이다. 사우나 없는 핀란드 집은 완성된 것이 아니며, 핀란드 군인이 훈련 막사를 지을 때면 가장 먼저 설치하는 것이 사우나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도심 아파트 지하에도 공동 사우나를 짓고 유료로 사용한다. 보통 핀란드 사우나는 섭씨 70~110도에 달하며, 가족이 아닌 이상 남녀가 함께 사우나에 들어가는 것은 핀란드 방식이 아니다.

<카모메 식당> 중 "사우나 가자네요"

 

 

핀란드어
핀란드 언어는 기원전 3000년쯤에 발생했으며, 우랄어족 일종인 피노 우그릭(Finno-Ugric)에 속한다. 핀란드 언어는 다른 언어에서 차용한 단어가 많다. 예컨대 Coffee는 ‘카비(kahvi)’, bacon은 ‘페코니(pekoni)’, television은 ‘텔레비죠(televiso)’이다. 반면, 또 다른 단어들은 외국 단어라고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변형한다. Computer는 지식 기계란 의미의 ‘티에토코네(tietokone)’이고, telephone은 말할 수 있다는 의미의 ‘푸헤린(puhelin)’이다.

 

핀란드어는 발음 나는 대로 모든 글자가 위치하는 표음어다. 발음의 명확성을 위해 겹문자를 사용한다. 두 글자는 긴소리를 나타내고, 한 글자는 짧은소리를 나타내기 위해 사용한다. 예를 들어, ‘kukka’는 꽃을 의미하고 ‘kuka’는 누구를 의미한다.

 

핀란드어는 외국 성인이 배우기 거의 불가능하다는 악명이 높다. 격 변화가 무려 15개인 핀란드어는 배우기 거의 불가능해 보이는 게 사실이다. 접미사와 전치사, 후치사를 포함하여 단어 어미 변화에 아주 다양한 체계가 있다. 또한 문법적 관계, 시간과 장소, 소유, 목적어도 단어 어미 변화에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내 집에서 역시(in my house, too)’에 해당하는 핀란드 단어는 ‘talossanikind’이다. 접미사 ‘-ssa’는 영어 전치사 ‘in’에 대응하고, ‘-ni’는 ‘my’를, ‘-kin’은 ‘too’를 의미한다.

 

이런 특성으로 핀란드어 어순은 영어보다 중요하지 않다. 단어는 문장 어디에 놓아도 명확하게 뜻이 통한다. 이런 점을 포함해 핀란드어가 우랄어로부터 유래되었다는 특징은 많다. 단어에 성의 구분이 없다. ‘han’은 ‘그’와 ‘그녀’를 모두 뜻한다. 정관사나 부정관사도 없으며, 수동태가 없다.

 

음식
전통음식은 연어, 순록고기, 귀리 빵, 고수 향료, 향이 강한 딸기와 맥주 등이 있다. 핀란드인은 철기시대부터 맥주를 즐겼다. 핀란드인이 해외에 나가면 가장 그리워하는 음식은 귀리 빵과 소금에 절인 청어(silli)를 꼽는다. 전통음식 중 ‘칼라쿠코(kalakukko)’는 파이 일종으로 귀리로 된 반죽 안에 흰 송어, 농어, 무지개 송어 등 각종 생선과 돼지 살코기, 비계를 넣고 주머니처럼 싼 다음에 다시 호일로 싸서 오븐에 구운 빵이다.

 칼라쿠코(kalakukko)

 

핀란드 가정에서 실제 으뜸으로 치는 것은 미트볼과 크림이 ‘매우’ 많이 들어간 수프다. 각종 딸기를 배합해 만든 소스들을 베이컨이나 매쉬 포테이토와 함께 먹는다. 독일식 소시지인 ‘마카라(makkara)도 일상으로 먹지만, 핀란드인의 채소 소비는 최근까지도 매우 낮다. 핀란드 빵과 버터는 상당히 맛있으며, 전통 요구르트인 ‘비리(villi)’, 고기에 채소를 약간 넣고 쌀과 함께 볶은 ‘피로(pirro)' 스튜(순록 고기와 감자), ‘랍스코우시(lapskoussi)’ 스튜(송아지 고기, 돼지고기, 양배추), ‘세카리(sekali)’ 스튜(돼지고기, 콩, 소금에 절인 양배추)를 즐긴다.

 

핀란드를 대표하는 점심은 스칸디나비아식 뷔페 요리인 ‘스모르가스보드(smorgasbord)’이다. 식사 순서는 먼저 생선 요리를 양껏 먹고 차가운 순록과 양, 햄 훈제를 먹는다. 그 후 따뜻한 음식과 디저트를 먹는 순이다. 구즈베리(gooseberry)는 따뜻한 지역에서 자란 것과 달리 독특한 맛을 내며, 링곤베리(lingonberry) 잼은 고기 요리에 많이 쓰이는데 특히 순록고기와 잘 어울린다. 핀란드 술은 ‘코스켄코르바(koskenkorva)’ 보드카와 ‘시마 미드(sima mead)’ 스파클링 와인을 꼽는다.

 

시마 미드(sima mead)

 

 

핀란드는 놀랍게도 전 세계에서 일 인당 커피 소비량이 1위이다. 커피를 자주 마시기도 하지만, 매우 진하기 때문이다. ‘풀라(pulla)’는 전통적으로 커피와 함께 먹는 달콤한 빵이다. 다량의 시나몬과 칼더먼으로 채워진다.

 

<카모메 식당> 중 "코피 루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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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8-28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칼라쿠코를 먹으면 왠지 야채빵 먹는 맛이 날 것 같아요. ^^

북다이제스터 2015-08-29 08:25   좋아요 0 | URL
저도 어떤 맛일지 정말 궁금해요^^

AgalmA 2015-09-01 17: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핀란드 여행 계획이라도 세우신 줄 알았습니다ㅎ 덕분에 핀란드 공부를^^...문화, 먹거리까지 짱짱~

북다이제스터 2015-09-01 17:30   좋아요 1 | URL
확실히 글은 의도를 숨기지 못 하는 듯 합니다 ㅠ 다음달 출장 가게 되어 좀 알고 가려구요. 역시 예리하십니다^^

AgalmA 2015-09-01 18:55   좋아요 1 | URL
스웨덴, 핀란드 이쪽 메탈 음악도 알아주는데...공연 좀 찾아보시라고 할 수는 없고ㅎ;...그나저나 핀란드식 사우나를 하시겠군요ㅎ...생생한 체험담 기대됩니다 :)

북다이제스터 2015-09-01 20:54   좋아요 1 | URL
네덜란드 고딕 메탈 Within Temptation 까진 무척 좋아하는데 북쪽까지 가려면 아직 한참 걸릴 것 같아요. ㅠㅠ